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안녕하세요. 1강, 2강 모두 각1명 신청합니다. 위기관리가 각별히 중요해진 시기에 류성룡은 임진 정유왜란이라는 국가가 겪은 위기에 어 떻게 대처했는지, 당시 조선의조정은 어떠한 대책이 있었는지 배우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북핵퍼즐 - 빅터 차 VS. 데이비드 강 관여전략 논쟁
데이비드 강.빅터 차 지음, 김일영 옮김 / 따뜻한손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북핵퍼즐 : 빅터 차 vs 데이비드 강 관여전략 논쟁


‘벽’ 보고 하는 논쟁

사회적으로 어떤 논쟁이 진행될 때 대개의 경우 목소리 큰 강경파들이 그 논쟁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찬반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양쪽을 대표하는 세력들이 논쟁을 이끈다. 하지만 논쟁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스펙트럼이 괘 넓은 경우에도 다양한 의견들이 논쟁과정에 반영되지 않고 단순화되는 경우가 많다. 4점 척도나 5점 척도로 여론조사를 할 경우 의견분포가 골고루 나타나는 사안일 경우에도 결국은 찬반으로 대립된다. 4점 척도의 경우 매우 긍정, 약간 긍정, 야간 부정, 매우 부정의 의견 가운데 ‘약간 긍정’과 ‘약간 부정’ 사이의 의견 차이는 공존을 부정할 정도로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두 견해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긍정’과 ‘매우 부정’사이에서 보다 건설적인 토론이 진행될 가능성이 많이 있다. 대개 완벽한 논리는 드물기 때문에 의견의 차이가 부족한 논리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매우 긍정’과 ‘매우 부정’ 사이의 토론은 벽을 보고 하는 소리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통일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남대화’에 대한 필요성이 부쩍 강조되어 왔다. 남남대화는 분명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하지만 남남대화를 통해 합의기반을 다지기보다는 ‘벽’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아직은 우리 사회 분위기가 토론을 통해 의견접근을 하는 데 익숙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우 긍정’과 ‘매우 부정 사이’의 토론은 기찻길 같은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많은 경우 그래왔다. 논쟁기술은 상대를 공격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되었다.

또 ‘약간 긍정과 매우 부정’, ‘매우 긍정과 약한 부정’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짝이 되어 논쟁하는 경우도 많다. 그 경우 ‘매우 부정’은 ‘약한 긍정’을 ‘매우 긍정’으로 만들어버리고, ‘매우 긍정’은 ‘약한 부정’을 ‘매우 무정’으로 만들어버리는 역효과를 빚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적인 논쟁을 위해서는 ‘어울리는 짝짓기’도 중요하다.


어울리는 짝, ‘빅터 차’와 ‘데이비드 강’

‘빅터 차’와 ‘데이비드 강’은 생산적인 논쟁을 위한 ‘매우 어울리는 짝’이다. 빅터 차와 데이비드 강이 북한에 대한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을 둘러싸고 건설적인 논쟁을 벌열다. ‘따뜻한손’에서 출판한 ‘북핵퍼즐’이 바로 이 논쟁을 담은 책이다. ‘관여정책’은 흔히 포용정책으로 알려진 정책이다. 그동안 포용정책이 Engagement Policy를 잘못 번역한 용어라는 논란이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번역한 김일영 교수는 포용정책이라는 단어가 일방성을 띠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 ‘관여정책’으로 번역한 듯하다.

김일영 교수에 따르면 두 학자 모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왕성한 학술활동을 하고 있고, 미국과 동북아 지역에서 명망이 높다고 한다. 김교수는 빅터차는 ‘조건부 관여정책’, 데이비드 강은 ‘무조건적 관여정책’에 가깝다고 한다.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흔히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 무시정책(Benign Neglect Policy),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으로 구분한다. 두 학자는 일단 관여정책의 입장에서 강온으로 나눠져서 논쟁하고 있다.

물론 데이비드 강의 입장을 ‘무조건적 관여정책’으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김교수가 데이비드 강이 무조건적 관여정책에 가깝다고 분류한 것에 대해 아마도 데이비드 강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김교수는 ‘매파적 관여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빅터차의 입장에 경도되어 있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자신 사람의 입장을 정교하게 분류하지 않고 단순화시켜서 무조건적 관여정책에 가깝다고 규정해버렸다. 같은 논리로 무조건적 관여정책에 경도된 시각을 가지고 김교수나 빅터차의 입장을 단순화시켜서 ‘매파’나 ‘봉쇄정책’으로 구분해버릴 수도 있다. 정확하게 구분한다면 빅터차는 스스로 말하듯이 ‘매파 관여(hawk engagement)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강은 이와 상대해서 ‘비둘기 관여(dove engagement)정책’이라고 부르는 게 적당하다.

번역자인 김교수는 이 책이 “풍부한 경험적 자료로 뒷받침되고, 분석적으로 엄격하며, 정책 정합성이 있는 한반도 연구 결과물”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 책은 원래 2003년도에 미국에서 첫출판되었다. 미국에서 출판되고 4년이 지나서 국내에 번역되었다. 뒤늦게 국내 번역된 것은 미국 출판 이후 빅터차가 백악관 NSC에서 아시아 담당 국장으로 발탁되었기 때문이다.



매파 관여정책과 비둘기파 관여정책

이 책은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미국내 두가지 시각의 논쟁이다. 2003년 저서가 4년 뒤에 국내에 소개되었다고 하더라도 4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이 두 시각은 미국이나 국내에서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힘의 열세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빅터차와 데이비드강 두 사람 모두 인정하다. 그러나 힘의 열세인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것은 미국의 위협때문이므로 미국이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데이비드강의 논리이다. 반면에 빅터차는 북한이 열세에 있기는 하지만 모험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본다. 북한이 현재보다 미래가 훨씬 나빠질 것으로 본다면 ‘두 배 따거나 아니면 모두 잃기’식의 마음에서 모험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선제공격이나 예방적 공격 논리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빅터차의 논지이다. 빅터차는 북한은 단기적으로 상황을 개선하려는 전술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지만, 의도가 바뀌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반면 데이비드 강은 북한의 전술적인 변화가 의도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본다.

빅터차의 논리는 몇가지가 보완되어야 한다. 우선 북한은 북한의 역량, 국제정세 등과 상관없이 항상 동일한 모험적인 행동을 하는 것인가. 빅터차의 논리를 확대하면 다름과 같은 분석이 성립할 수 있다. “휴전협정부터 1974년까지 일반적으로 북한이 힘의 우위기에 있었을 때는 북한이 도발의 유혹을 느끼는 것은 힘의 우위 때문이다. 74년 이후 세력균형기에는 세력균형을 깨기 위해서 도발의 유혹을 느낀다. 80년대 이후 북의 열세기에는 이판사판식 도발의 가능성이 있다.” 과연 힘의 관계에 대한 고려가 북한에게 전혀 없는 것인가?

한편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랴늄 보유 이후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은 2007년 이후 크게 변화하였다. 북한과 미국은 대화를 통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가닥을 잡고 있다. 빅터차의 논리는 이런 변화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빅터차의 논리는 데이비드강에 의해 보완된다. 정치는 두가지 논리를 통합해내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반도 평화 체제 -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의 전망
조성렬 지음 / 푸른나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한반도 평화체제




2.13 합의 이후 한반도 문제는 다차원적(multi track)으로 전개될 것이다. 다차원이란 앞으로 몇 년간은 6자회담에 참여하는 6개 국가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북미관계정상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등 5가지 현안을 다루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가 6개국으로 다자화되고, 이들이 5대 현안을 자신들의 국익과 국가전략에 따라서 해결해나가게 된다.




점점 복잡해지는 한반도 정세

6자회담을 시잘할 때부터 한반도 문제가 국제화되고 다자화되었으나, 앞으로 양상은 6자회담 초기와 성격이 좀 다르다. 2.13 합의가 되고 이후 난관에 빠졌던 BDA 문제가 타결되면서 6자회담 초기보다 6개국들이 이해관계가 깊어지고 영향력이 보다 커졌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양자대화를 강화해나가면서 한반도 문제의 핵심적인 상수로서 그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BDA 중재로 그동안 모호했던 역할에서 벗어나 발언권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일본은 납치문제와 북일관계정상화에 대해 비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6자회담 전개의 가장 큰 난관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은 핵심당사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하는 중압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반도 문제가 다자화·국제화되면서 주변국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은 5대현안에 대한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조절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5대현안을 보면 하나하나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 있는 사안들이다. 한가지 사안을 풀어나가는 것도 매우 복잡한데, 5가지가 얽혀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수가 있다.

6개국이 5대현안에 서로 얽혀서 자국의 국가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복잡하고 치열한 외교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6개국의 이해관계와 5대현안에 대한 해결 프로세스라는 두가지 틀에서 우리의 전략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반도 새판짜기에 대한 뛰어난 분석

조성렬 박사는 그의 저서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이런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며, 해결방안까지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다. 조성렬 박사는 한미관계와 북핵문제 등 최근 몇 년 사이에 한반도 정세를 달군 핵심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왕성하고도 의욕적인 연구활동을 해왔다. 학자가 현안에 대해 예측하고 전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조성렬 박사의 연구실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체제의 전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지난 몇 년간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역작이다. 한반도 정세는 해결될 듯하면서도 꼬이고 그러다가 다시 파격적인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명쾌하게 분석해준다.

한반도 정세는 분명 ‘새판 짜기’에 들어섰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성립된 ‘53년 체제’게 변화기에 들어선 것이다. 미중 수교, 탈냉전, 사회주의 붕괴, 독일통일, 한소·한중수교 등 냉전의 긴 역사속에서 냉전을 허물어 뜨리는 많은 사안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항상 세계사적인 대변화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런 세계사의 대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53년 체제’는 변함없이 계속되어 왔다. 이제야 비로소 새판짜기에 들어서고 있지만, 정세는 너무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조성렬 박사의 책은 바로 이런 시점에 발간되었다는 점에서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는데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할만 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5대과제와 6개국의 전략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나 국제안보의 어느 한쪽에서 접근할 때는 필연적으로 종합적 분석을 하지 못하고 일면적인 고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사이의 민족내부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문제이다. 남북관계와 국제관계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없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일면적일 수밖에 없다. 조성렬 박사는 6개국이라는 행위자의 이해관계를 5대현안과 결합해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반도 정세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안목을 길러 줄 것이다.      




책읽는 기쁨을 넘어

2.13 합의, BDA 문제 대두와 타결, 힐의 방북으로 이어진 2007년 2월부터 6월까지 상황에서 대부분의 분석은 정확하지 못했다. 2.13 합의에 낙관, BDA 대두에 낙담, BDA 타결 이후 신중, 힐방북 이후 환호로 이어졌다. 한반도 문제가 예측불가능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치열한 연구와 분석, 정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사례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조성렬 박사의 역저를 읽으면서 보다 치열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가령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문에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매우 다양한 개념들이 등장하고 있다. 9.19 공동성명에는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폐기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2.13 합의에서는 ‘모든 핵프로그램’,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이라는 용어만 있을 뿐이다. 이 차이가 향후에 북한 핵시설 협의와 신고, 불능화 단계에서 범위와 대상을 놓고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조성렬 박사는 이런 개념의 차이를 분석하지 않고 있다.

또 5대 현안이 어떤 상호관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충분하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을 강조하는 주장이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하는데 종전선언과 남북정상회담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등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한 대목도 보였다.

중요한 계기에 대해 충분한 분석이 없이 전제로 받아들이고 논리를 전개하여 균형감과 사실성이 떨어진 부분도 있다. 9.19 공동성명 이후 북한의 경수로 발언이나 BDA 불법세탁우려대상 지정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나, 2.13 합의의 배경이 되었던 2007년 1월의 북미 베를린 접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에 대한 정보 접근권 보장의 문제가 본질이기 때문에 학자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문제이다.  

향후 2-3년간 한반도 평화체제를 핵심으로해서 격동의 시대를 전개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를 함께 준비한다면 책읽는 기쁨을 넘어 또다른 의미를 안겨줄 것이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r. 김정일, 차 한 잔 하실까요?
김현경 지음 / 한얼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서평> 김현경 기자의    ‘Mr.김정일, 차 한 잔 하실까요’


흔히 남북관계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대화와 협력이라는 한 측면과 대결과 갈등이라는 또 다른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한 측면만을 강조하면  균형감을 상실했거나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면서 대결과 갈등을 완화시키면 통일을 향해 그만큼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남북의 변화하지 않는 대립과 갈등의 현실을 조롱할 때 자주 사용되던 사례가 있다. 하나는 비무장지대의 모습이다. 잘 알다시피 비무장지대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각 2km의 완충지대를 말한다. 동서로 249km의 비무장지대는 분단의 역설적인 존재로 알려져있다. 분단 때문에 사람의 손질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으로 4km의 완충지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구간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심지어 연천 태풍전망대 주변은 80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북이 철책선을 밀어붙인 결과이다.

거기에는 온갖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사람이 마음 놓고 지나다닐 수 있는 구간은 경의선 도로와 동해선 도로 뿐이다. 비무장지대 안에로 들어갈 경우 즐비하게 널려 있는 위협 때문에 한 발자국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다.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무장지대이다.  

 

다른 하나는 판문점 인근에 있는 세계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를 자랑하는 대형국기게양대이다. 북측의 기정동 마을에 있는 게양대는 높이가 160미터이고, 인공기의 넓이만도 135평이다. 남쪽의 대성리에는 높이 100미터의 게양대에 넓이 65평의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태극기 유지 교체비용으로 한 달에 2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높지 않았는데 서로 경쟁적으로 높이를 올려서 지금과 같은 초대형 시설이 되었다는 것이다.

 

김현경 기자가 쓴 ‘Mr.김정일, 차 한 잔 하실까요’(이하 ‘차 한 잔’)라는 책에서 다시 한 번 이런 내용을 확인하였다. 남북대결이 빚어낸 웃지못할,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사례를 ‘차 한 잔’에서 발견하고 나니 김현경 기자의 글이 술술 읽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남북관계라는 고차방정식을 푸는 해법과 북한이라는 매우 어려운 상대를 알아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차 한 잔‘은 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매우 쉽게 풀어가고 있다. 어려운 문제를 알기 쉽게 풀어내는 김현경 기자의 정갈한 글솜씨 때문이기도 하다. 또 비무장지대나 국기게양대 같은 사례들을 제 때에 제시하고 있어서 읽다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너무 생생하기 때문에 금방 실감이 난다.

 

김현경 기자는 남북관계와 북한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문제와 비유해서 설명한다. 통일문제가 나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숭고하고도 엄숙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현경 기자가 자신의 어린시절 추억에서부터 우리가 늘 접하는 생활과 연결해서 설명하는 것을 쭉 읽다보면 통일문제는 우리의 일상과 관련된, 때로는 아주 밀접한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김현경 기자는 “어렵고 지루해지기 쉬운 평화와 화해의 이야기를 일상의 대화처럼 가볍게 나누고 싶었다”고 이 책을 쓴 취지를 말했다. 적어도 ‘차 한 잔’의 읽다보면 오히려 평화와 통일이 일상의 대화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하는 반문이 생길 정도이다.  ‘통일운동의 일상화, 생활화, 대중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평소에 사람의 재주 가운데 새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사방팔방으로 막힘없이 통하는 능수능란함을 높이 쳤다. ‘차 한 잔’을 읽다보면 김현경 기자는 남쪽에서나 북쪽에서나 막힘없이 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통일문제를 다루다보면 통일의 상대인 북쪽도 신경써야하고, 다원주의 사회인 남쪽의 다양한 여론도 신경 써야 한다. 북쪽을 앞에 두고 상대하더라도 뒤에 있는 남쪽의 정부와 국민, 옆에 있는 국외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모두를 고려해서 속으로 곱새기고 우려서 나오는 이야기가 통일의 주체인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 능수능란함을 키우기 위해서는 관심과 애정과 기예가 필요하다.   

 

한편 이 쪽 저 쪽 신경 쓰느라 해야 할 말을 마냥 안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남북관계를 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는 것이다. 김현경 기자는 ‘차 한 잔’에서 때로는 북에 대해서, 때로는 남에 대해서 할 말을 하고 있다. “몇 년 사이에 남북관계는 열정에 들 뜬 연인에서 권태기를 느끼는 부부처럼 변해버렸다”는 한마디에서 남쪽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시각이 엿보인다.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이후 잘 나가던 남북관계가 미국에서 부시대통령의 취임으로 꽉 막히던 때가 있었다. 북쪽에서 남북관계를 일방적으로 끊은 것이다. 김기자는 만약 그때 북쪽에서 남북관계를 정상적으로 진행시켰으면 그 결과가 어땠을 것인가를 물으며 북쪽의 정책에 대한 갑갑함을 토로한다.

 

‘차 한 잔’에는 할 말 하면서도 남북을 서로 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남북관계에 대한 오랜 취재관록에서 나오는 노련함이 그녀를 남북 양쪽에서 사통팔달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차 한 잔’에서는 대북포용정책의 대표적인 산물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왜 중요한 것인지, 남쪽 일부여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과연 일방적인 퍼주기인지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과거 정보기관에서 금강산 장전항 사진 한 장 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는데, 이제는 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금강산을 다녀왔다. 개성공단 만들기 위해 도로가 연결되는데 북측에서도 이 도로가 북침통로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그동안 일방적인 단순논리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귀 번쩍 뜨일 일이다. 다시 한 번 남북관계는 상대가 있는 것이므로, 상대는 어떻게 생각하는 것인지에 대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균형있는 논리를 만든다는 것을 느낀다.

 

북은 지금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북의 변화에 대한 북쪽 내부의 갈등은 무엇이며, 북쪽의 지도부들은 어떻게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가와 같은 전문적인 내용들을 에세이 형식의 ‘차 한 잔’에서 접할 수 있었으니,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올 여름 유난했던 무더위라도 어찌 내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겠는가. 항상 취재만 당해서 취재기자들의 세계가 낯설기만한 사람들에게는 김기자가 전하는 취재 뒷 이야기와 기자들 세계도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한가지, 이 관록이 넘치는 기자가 쓴 재미있는 통일 이야기 가운데 ‘Mr.김정일, 차 한 잔 하실까요’라는 제목에 대해서만큼은 시비를 걸어보고 싶다.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표현이지만, 혹시 작년에 부시 미국대통령이 ‘Mr.김정일’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이 6자회담 재개의 발판이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아닐까? 그건 한 번의 일화에 불과한 것으로 넘겨버리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다. (2006.8.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
백낙청 지음 / 창비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