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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와의 결혼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3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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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것은 그 입매였다. 그리고 얼굴 이외의 부분이 그 비할데 없는 아름다움을 만드는데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그 입만으로도 그녀를 미인으로 만드는데 충분하고, 그것만으로도 모든 사람의 주목을 끄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단 하나의 빛으로도 방을 밝게 하기에 충분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샹들리에 전부에 불을 켤 필요는 없다. 그 입가가 미소를 지으면 다른 모든 것이 함께 미소를 짓는다. 코에 주름이 잡히고, 눈썹이 활 모양으로 올라가고, 눈가에 주름이 생기며, 지금까지 없었던 곳에 살짝 보조개가 패인다. 그녀는 무엇을 보든지 웃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웃음이 얼마든지 있는 것 같았다. -33-34쪽

여행이라는 온실의 분위기 속에서 우정의 꽃은 금방 피어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시간 지나지 않은 동아에 완전히 활짝 피는 적도 있다. 그런데 드디어 그 우정은 서로가 여행자인 이상 헤어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곳에서 뚝 끊어져 버린다. 이별의 마음이 오래 계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배나 기차에서는 모두 즐겁게 얘히하고 숨김없이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는다. 상대와는 두번 다시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을 테고, 상대가 자신의 얘기를 어떻게 생각하든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39쪽

찻바퀴가 한번 회전할 때마다 이것이 마지막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84쪽

이 집 사람들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시아버지도 시어머니도, 그리고 ㅡ 그점에 있어서는 빌도. 이것이 그 사람들과 자신과의 커다란 차이점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평화로운 것이다ㅡ. 그리고 자신에게는 그 평화가 없는 것이다.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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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외 - easy 문학 논술대비주니어문학 3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삼성출판사 / 2004년 11월
절판


이따금 자네는 자신이 좀 괴짜라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걸어간다는 데 대해서 자기 스스로를 책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해! 불을 보는 거야! 구름을 보는 거야! 그래서 예감이 떠오르고 영혼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면 지체 말고 그 예감과 영혼의 목소리가 명하는 대로 행동하는 거야. 그것이 꼭 선생이나 자네 아버지, 혹은 어딘가 있을 신의 의지에 맞는가, 마음에 드는가 하는 것을 물어볼 건 없어! 그런 짓을 하면 자신이 못쓰게 돼. 싱클레어! 우리들의 신은 아브락사스란 말이야. 이 신은 신인 동시에 악마이기도 해서 자신 속에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둘 다 가지고 있어. 이 신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네 생각이나 꿈 따위는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어. 이걸 잊지 말라고. 그 대신 만일 자네가 털끝만큼도 나무랄 데 없는 일반적인 인간이 된다면 이 신한테 버림을 받게 되는 거야. 그리고 자네를 버린 아브락사스는 자신의 생각을 끓이기 위한 새 냄비를 또 어디선가 찾게 되겠지.-166쪽

나에게만 한정하지 않고 다른 그 누구라도 시를 짓든가, 설교를 하든가, 그림만을 그리기 위해 태어난 인간 따위는 하나도 없다. 그러한 것은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인간이든 정말 천직은 단 하나 '자기 자신에 도달하는 것' 뿐이다.-196쪽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유'라든가 '행복'이라든가 하는 것을 자신의 과거 생활 어디에선가 찾아내려 하고 있으나, 그것도 말하자면 자신이 책임질 것을 말하지는 않을까, 자기 자신의 길을 누가 눈치 채지 않을까 하는 하는 불안에서 나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211쪽

자유를 얻는 인간, 유년 시절을 깨끗하게 체념한 인간에게도 빛나는 외계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눈으로 세계를 보았을 때와 같은, 마음으로부터의 감격에 젖을 수 있다는 것을 눈여겨보고 무상의 기쁨을 맛보았다.-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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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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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과 똑같을 만큼 괴로울 수도 있다. 나는 그녀의 인생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눈 앞에서 짐을 꾸려 자기 집을 떠나버린다는 것이 그렇게 괴로운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을 성격이 안 맞는다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12쪽

문을 열었다. 모르는 남자 옷이 벽에 걸려 있었다. 양복이었다. 나는 안심했다. 양복의 질로 봐서, 보통 회사원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야쿠자에게 걸린 것은 아닌 듯했다. -44쪽

슬픈 것은 죽음이 아니다, 이 분위기이다.
그, 충격이다.
충격은 머릿속에 남아 있고, 아직도 덩어리져 있다. 아무리 해도 녹아 없어지지 않았다.-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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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 easy 문학 논술대비주니어문학 11
나다니엘 호손 지음, 장진한 옮김 / 삼성출판사 / 2004년 11월
절판


그 어떤 비밀도 탐구할 기회와 자유를 가진 숙련된 탐색자로부터 달아날 수는 없다. 대단한 비밀을 가슴에 묻어 둔 사람이라면 의사와 깊이 사귀는 일은 피해야 한다. 만일 의사가 타고난 직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면, 또 남의 일을 함부로 간섭하는 이기적인 성격이거나 자신의 좋지 않은 특징 같은 것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라면 말이다. 또는 타고난 어떤 힘을 가지고 있어 마음을 쉽게 열고 저도 모르게 가슴속 비밀을 말하도록 하는 재주가 있다면, 또 이런 일들을 알았다 해도 떠벌리지 않고 동정의 눈길도 주지 않으며 숨소리마저 죽인 채 침묵으로 대하다가 간간이 뭐든지 다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면 더더욱 그렇다.-127쪽

헤스터의 얼굴이 대리석처럼 차갑게 굳어 있다는 것은 그녀의 생활이 열정과 감정에서 사색으로 바뀐데 큰 영향이 있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여자, 사회와 유대도 끊긴 여자, 딸을 혼자 힘으로 키우며 옛날로 돌아가는 것을 수치로 여길 정도로 되찾을 희망도 전혀 없는 여자, 그녀는 산산이 부서진 사회와의 사슬을 던져 버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의 법칙은 이제 그녀가 따라야 하는 법칙이 아니었다.-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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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품절


종종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언제 들춰보지 알 수도 없는 책을 왜 그리 보관하고 있느냐고. 전에 한 번 읽었을 뿐 지금 내 독서 취향과는 동떨어진, 그리고 몇년이 지나도 다시 펼칠 일이 없을 듯한, 아니 어쩌면 영영 읽지 않게 될 책들 말이다. 하지만 내가 나의 몇 안 되는 유년의 기억 가운데 하나인 <야성의 부름>이나 소년 시절의 눈물을 담은 <조르바> 또는 <25시>처럼 내 책장의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떤 책들과 어떻게 그리 쉽게 결별할 수 있겠는가. -16쪽

책 한 권을 버리기가 얻기보다 훨씬 힘겨울 때가 많다.-17쪽

애서가로서 우리는 친구들의 서가를 심심풀이로 염탐하곤 한다.-18쪽

사실은 서가의 주인이 특정한 주제를 선택하고 시간이 지나면 온전한 하나의 세계를 완정하게 되는 것입니다.-38 쪽

몇 년 전 트리스단 나르바하에 있는 서점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한눈에 그가 구제불능이라는 걸 알아봤어요. 어떻게 아느냐하면, 피부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책에 중독된 사람의 피부는 약간 양피지 같아 보이지요.-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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