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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 무심코 쓰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 이야기
태지원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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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다 보니 구태여 찾아보지 않아도, 우리 사회가 많이 병들어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느끼게 됩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왜 인성은 점점 후퇴하는 걸까요. 그만큼 사람들 마음속의 여유가 사라져 버린 걸까요. 무심코 써왔던 말들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이제는 제대로 알고 싶습니다.


<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프롤로그 발췌
-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식은 때로 인지적 게으름으로 이어진다. 복잡한 사고 과정 없이 상대를 거칠게 범주화하다 보면 누군가를 틀 안에 가두기 쉽다.
- 고정관념의 틀 안에서 개인은 파편화된다. 상대의 서사와 맥락은 제거되고 때로는 인격과 감정도 계량화되고 범주화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숫자나 도구로 취급받으며 차별과 혐오를 감내해야 했다.
프롤로그의 시작에 등장하는 문장, '언어에는 묘한 힘이 있다. 어떤 단어나 문장은 날 선 칼처럼 사람 사이를 갈랐다.'와 마지막 문장인 '말은 힘을 품고 있으니까, 언어는 높다란 장벽을 짓기도 하지만, 허물 수도 있는 존재니까.'는 마치 수미상관처럼 느껴졌습니다. 언어가 누군가를 찌르는 무기가 될 수도, 상처를 막아주는 방패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이중성이 오히려 희망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16~21p 발췌
- 내가 기혼 여성이고, 아이를 가진 여성이기에 불편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모님'은 일정 연령대 이상의 여성을 '남성의 아내'로 간주하고 부르는 호칭이므로.
- '내 또래의 여성은 아이를 둔 기혼일 것이다'라는 가정을 가지고 상대를 마주한 것이었다. 악의 없이 저지른 일이었으나, 명백한 결례였다. 상대가 '미혼'이거나 '비혼'이거나 '무자녀'일 수 있다는 전제를 배제한 질문이었으니.'
- 중년 이상의 남녀를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친근함을 강조한 호칭이지만, 특정 연령대 이상의 남녀를 '이성 간의 결합이나 혈연으로 가족을 맺은 이들'로 구획하고 한정 짓는 단어가 될 수 있다.
-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가족의 형태를 이분화한다. 앞서 말했듯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정상의 범위에 두고, 그 바깥 범위의 가족은 비정상 또는 부족한 상태로 분류된다.
- 무심코 건네는 말 몇 마디가 그리 대수로운 일인가,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대수로운 일이 되기 쉽다. 협소한 '정상'의 바운더리에 속하지 않는 이들을 미묘하게 배제하는 근원이 되니까.
저는 작가님께서 언급하신 '특정 연령대 이상의 남녀를 '이성 간의 결합이나 혈연으로 가족을 맺은 이들'로 구획하고 한정 짓는 단어'의 사용을 최대한 지양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나온 문장인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식은 때로 인지적 게으름으로 이어진다.'는 말처럼, 저의 개인적인 편안함이 누군가에겐 불편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무심히 사용하는 표현을 누군가가 그대로 따라 한다면, 잘못된 인식은 반복되고, 바뀔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습니다. 저 혼자 괜찮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기에, 더욱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26p 발췌
- 친밀감과 유대감이 누구와 함께 생기는지를 생각해 볼때다. 낡은 가족의 틀에 퍼즐 조각을 억지로 맞추거나, 맞지 않는 조각을 내버리는 것보다, 새로운 공동체의 틀, 그것을 마련해야 할 때 아닐까.
공공연하게 쓰이는 호칭의 문제점과,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가족'의 이면을 알기 쉽게 짚어주셔서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29p~37p 발췌
- '평균 연봉'과 현실적인 연봉 사이의 간극은 컸다. 눈에 자주 띄는 것을 평균으로 삼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 평균의 왜곡이다. 압도적인 전교 1등이 있으면 반 전체 평균이 올라가듯, 한 나라의 평균 소득은 고소득층과 백만장자들에 의해 높아진다. 평균값은 극단적인 수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이 때문에 다수의 저소득층이나 서민층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거나 평균이라는 숫자에 희석되기 쉽다.
- 우리는 흔히 '평균'이라는 수치가 한 집단 전체를 대표하는 숫자라 여기지만, 명확한 한계를 가진다. 개별 데이터의 특징을 무시하게 만들고, 때로는 현실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 문제는 이 왜곡된 평균이 '정상적인 삶의 수준'으로 굳어지며 발생한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삶의 획일성을 강요하는 문화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문제가 커진다. 동질성을 강요하는 문화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문제가 커진다. 동질성을 지닌 삶의 정석코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소수의 이야기라도 자주 노출되면, 사람들은 그것을 '평균'과 '표준', '전형적인 것'으로 믿게 된다. SNS의 발달로 이른바 '과시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됐다.
'인터넷에는 '한 달 월급이 500만원이 넘는다'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지만,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한 달 평균 353만 원의 임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는 문장을 읽으며,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인터넷과 현실의 괴리감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글을 마주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평균'이라는 단어는 은근히 자기검열을 유도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이러한 자기검열의 근원을 짚으며, '평균'이라는 수치가 가진 오류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사과 10개를 두 사람이 나눠 먹을 때, 한 사람이 9개를 먹고 나머지 한 사람이 1개를 먹었다 해도 평균은 5개가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평균이 얼마나 쉽게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이렇게 다시 짚고 나니 무심히 받아들였던 숫자에 대한 감각이 달라졌습니다.


책 곳곳에서 '여기까지 풀어준다고?' 싶은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감명받은 모든 내용을 다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직접 읽어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이만 줄이려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행했던 차별이나, 타인에게 느꼈던 차별의 정체를 알아가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꼭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