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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 아이들은 올챙이 기르기에 한창이다.

여고생들이 올챙이 기르기라니...


일단 바나나 우유병을 이용한 올챙이 낚기 전용 낚시 도구를 만들어 학교 연못에서 올챙이를 잡는다.


그리고 잡은 올챙이는 1.5리터 플라스틱 병을 가로로 뉘어 놓은 어항에 가둔다.

돌도 가져다 두고 나뭇잎도 띄운다. 가끔 햇빛도 쬐어 준다.


며칠,공을 들이더니 정말 올챙이의 뒷다리가 나왔다.

오우 올챙이의 뒷다리! 감탄하는 사이 또 앞다리가 나왔다.

오우 올챙이의 앞다리! 그리고 꼬리가 없어졌다.(이 과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꼬리가 사라진다니, 자라는 것은 보았지만 줄어드는 것은 어디서 또 보았던가?)


쏘옥,

쏘옥 그러더니, 개구리가 되었다.


문제는 성장이 빨라 제일 먼저 개구리가 된 놈인데,

이 녀석이 병위로 뛰어 올라 없어졌다.

올챙이 주인 반 아이들은 딴 반 아이들이 훔쳐갔다고 그러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돌위에 앉아 있던 그 놈이 심심해서 펄쩍 뛰었는데

그냥 밖으로 나와 버렸겠지.


내 생각에는 사물함 뒤쪽으로 빠져서 죽었거나,

앞쪽으로 떨어져서, 아이들 의자에 눌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워낙 콩알만하니...


아니, 천만다행으로 교실을 뛰쳐나가 숲으로 갔을 것이다.

거기도 적이 있겠지만, 개구리에게는

우주와 다름없는 넓은 세계일 것이다.

아자! 개구리 힘내!


어쨌든 그 이후로 개구리의 어항에는 뚜껑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렇게 개구리마저도 시대를 앞서가는 것은 목숨을 거는 위험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나도..

시대를 앞서서 자유롭고 싶다.

그것이 위대한 도전이건, 무모한 도망이건,


아니 누군가가 벌써 그 길을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들은 벌써 그 길을 봉쇄당한 채, 사육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와 제도에 의한 사육!


야자에 묶인 아이들과 야자감독에 묶인 교사들,

개구리처럼 튀면 죽을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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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인데 

아무도 안 오는 카페에 혼자 있다.

그래도 된다.


창밖으로

차가운 바람은 날리고

나뒹구는 먼지들 사이에

우리의 어긋난 관계들이 보인다.


다 놓아주고 살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듯이 살면 될 것을

왜 우리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테이블위의 물낙서를 지우고 또 지우고 있는가.


12월인데 이젠 또 한해를 보내며

나도 중년인데

서른 잔치가 끝났을 때부터

아직 나는 서른인 것 같은데

벌써 오년이 흘러버렸다.


그 때에도 꿈이 있었고

여전히 꿈은 시퍼렇게 살아

내 가슴을 에이는데


나는 늙어 가는데

내 꿈은 내가 늙어가는 만큼

더 파랗게 살아나 날이 선다.

나는 내 꿈에 베인 상처로

밤새 앓았다.


이럴 때는 외로운 것이 최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너무 외로워

아무나를 갈망하게 되면

그 때

카페에서 나서도 된다.


하지만 그 전까지

많이 외롭고 또 외로워야

그래야 치료될 것이다.


내 꿈에 베인 상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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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날 수업을 하는데

창밖으로

부는 바람에 날리는 은행잎이 너무 멋있어서

잠시 감탄을 했고

어제는 새벽부터 차를 몰아 용문사로 향했다.


남한강 달리기 대회 때문에 서둘러

양평에 도착했다.


보여야 할 노란 은행잎이 보이지 않길래

미심쩍은 발걸음으로 산을 올랐는데


산 속의 추위는 속세를 앞지른다는 것을 몰랐다.


나무는 훑어낸 듯 가지만 뻗어 있었다.


1100년을 살아낸 천년목이 위용을 떨치는데

가까이서 보면

감당못할 무게에 잘린 가지며,

철근으로 감아맨 가지들이 너무 많아


결국 쓰러지지 않으려 지팡이에 온몸을 의지한 노옹의 모습을 연상하며 돌아섰다.


그리고

대웅전에 들어

어머니를 따라 절을 했다.


처음으로 가족의 건강이나 행복이 아닌

나를 위해 빌었다.


맑은 정신으로 살게 해 달라고

이 순간에도 아무 생각이 없게 해 달라고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빌었다.


뜻밖의 소원에 나도 놀랐다.

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의 모습에서

인생의 순리를 감지한 탓인가


그렇게 욕심없이 비니까

절하는 것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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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봄 쑥을 바라보며,
 왜 쑥이름이 쑥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그 딱딱한, 겨울내 굳어버린 땅위로
 어느 틈인가에 쑥
 올라와 있더군요.

 아주 어린 순들이
 세상에 어찌나 많던지
 여기 저기 쑥 쑥

 딱딱한 땅들이
 갈라지면서
 자리를 내 주고
 그틈으로
 땅밑의 모든 생명은 또 숨을 쉽니다.
 
 개구리도 뱀도 봄을 알았겠지요.

 우리동네는 서창동,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주말농장을 지나면
 인천대공원에 도착한답니다.
 지난 일요일 처음으로 그 길을 가면서 시골에서 사는 것 같았습니다.
 참 좋더군요.

 고향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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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살다가 갑자기 공부도 학교도 인생도 싫어져서
학교를 그만두었을 때였지.

매일 저녁 술먹고 다음 날 학교 오기가 그렇게 싫었어.
속도 쓰리고, 술김에 세상도 미웠고 친구들의 정의도 가증스럽다고 생각했어.

꿈을 꾸는 일이 얼마나 절실한지 나는 내 꿈을 이루고 싶어 꿈없이 입학한 대학을 그만두겠다고 했지. 

그래 교생실습 나가는 길로 학교에 돌아가지 않았어.

봄 여름 가을이 지나며

나는 먹고 사는 문제에 더 절실해졌던 것 같아.

꿈을 꾸는 일은 나에게 사치라는 걸 깨달았고,

돈을 벌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만이 급급해서 다시 학교로 들어갔지.

졸업장이 필요했거든.

그리고 그 길로 숙명처럼 선생이 되고

몇번의 탈출 기회도 있었지만 내 게으른 근성을 벗지 못했어.

23살엔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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