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인데
아무도 안 오는 카페에 혼자 있다.
그래도 된다.
창밖으로
차가운 바람은 날리고
나뒹구는 먼지들 사이에
우리의 어긋난 관계들이 보인다.
다 놓아주고 살고
언제라도 떠날 수 있듯이 살면 될 것을
왜 우리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테이블위의 물낙서를 지우고 또 지우고 있는가.
12월인데 이젠 또 한해를 보내며
나도 중년인데
서른 잔치가 끝났을 때부터
아직 나는 서른인 것 같은데
벌써 오년이 흘러버렸다.
그 때에도 꿈이 있었고
여전히 꿈은 시퍼렇게 살아
내 가슴을 에이는데
나는 늙어 가는데
내 꿈은 내가 늙어가는 만큼
더 파랗게 살아나 날이 선다.
나는 내 꿈에 베인 상처로
밤새 앓았다.
이럴 때는 외로운 것이 최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너무 외로워
아무나를 갈망하게 되면
그 때
카페에서 나서도 된다.
하지만 그 전까지
많이 외롭고 또 외로워야
그래야 치료될 것이다.
내 꿈에 베인 상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