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날 수업을 하는데

창밖으로

부는 바람에 날리는 은행잎이 너무 멋있어서

잠시 감탄을 했고

어제는 새벽부터 차를 몰아 용문사로 향했다.


남한강 달리기 대회 때문에 서둘러

양평에 도착했다.


보여야 할 노란 은행잎이 보이지 않길래

미심쩍은 발걸음으로 산을 올랐는데


산 속의 추위는 속세를 앞지른다는 것을 몰랐다.


나무는 훑어낸 듯 가지만 뻗어 있었다.


1100년을 살아낸 천년목이 위용을 떨치는데

가까이서 보면

감당못할 무게에 잘린 가지며,

철근으로 감아맨 가지들이 너무 많아


결국 쓰러지지 않으려 지팡이에 온몸을 의지한 노옹의 모습을 연상하며 돌아섰다.


그리고

대웅전에 들어

어머니를 따라 절을 했다.


처음으로 가족의 건강이나 행복이 아닌

나를 위해 빌었다.


맑은 정신으로 살게 해 달라고

이 순간에도 아무 생각이 없게 해 달라고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빌었다.


뜻밖의 소원에 나도 놀랐다.

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의 모습에서

인생의 순리를 감지한 탓인가


그렇게 욕심없이 비니까

절하는 것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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