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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라이벌편 ㅣ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세계사 속의 라이벌 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르네상스를 이끈 두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의 결투로 시작해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등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세계사 속 라이벌 벗기기를 통해
서로 다른 가치와 전략, 권력이 충돌하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 조각가, 부활한 미켈란젤로, 작품의 감정을 불어넣는 천재.
이탈리아에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로딩이 있다며
칭송받는 독보적인 예술가 로댕에게는 늘 치명적인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불륜 스캔들의 주인공. 특히 자신의 제자였던 카미유 클로델과의 관계는 많은 이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다시 벗겨보니 정말 더 화가 났다. 19세의 클로델이 로딩을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나이는
무려 24세가 많은 43세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둘의 관계는
파리 미술계에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아무리 예술적인 재능에 서로 이끌렸다고 해도 어떻게 19 년을 함께한 사실혼 관계의 아내가 있는
중년의 남자를 19세의 소녀가 사랑하게 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춘기 소녀들의 첫사랑이 선생님인 것은 존경심에 가까운 풋사랑일 텐데,
그런 순수한 마음을 어른이 사랑의 감정과는 다름을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워낙 감수성이 남다른 예술가들의 사랑을
나의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댕은 최악의 남자임은 분명하다.
카미유 클로델을 뮤즈로 예술적 동지로 사랑하고 임신까지 하게 하고,
예술가로서의 성장도 막은 정말 못난 스승이었다.
소녀에게 자신을 정식 아내로 받아주겠다는 달콤한 약속을 하며,
온갖 염문을 뿌리고 사실혼인 로즈와의 관계도 끊지 않는 비겁한 남자의 우유부단한 행동에
다행히 클로델은 내연녀가 아니라 예술가로서 당당히 인정받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의 품을 떠났다. 로댕과 결별하고, <샤쿤탈라>로 파리 예술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살롱전에
입상하여 조각가로서 인정받는가 했지만 그녀의 작품보다 나중에 발표된 로댕의 작품이
그녀의 작품과 유사하자, 클로델이 로댕의 작품을 모방했다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당시 여성 예술가의 입지가 매우 좁았고, 로댕은 이미 이름난 조각가였기에
표절 시비 여론은 로댕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로댕이 클로델의 아이디어를 몰래 가져왔어도 시대는 클로델의 편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면 그녀의 홀로서기를 응원해 주는 소수의 사람들이라도 존재했을 텐데,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로댕이 클로델을 점점 예술계에서 고립시켜나가는 것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보호해 줄 수 있었더라면, 그녀가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더라면
그녀의 삶이 그렇게 처참하게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컸다.
카미유 클로델뿐만 아니라 사실혼 관계없던 로즈 뵈레에게도 로댕은 정말 최악의 남자였다.
로즈 역시 로댕의 모델로 시작해서 그의 아들까지 낳았지만 로댕은 호적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런 로댕을 원망하기는 커녕 로즈는 놀랍게도 아들 문제로 로댕에게 부담을 줄 것이 걱정되어
아이에게 자신의 성을 붙이고 아들의 세례명에 로댕과 같은 오귀스트를 붙여
오귀스트 외젠 뵈레라 이름을 짓고, 아들의 울음소리가 로딩의 작업에 방해가 될까 봐 전전긍긍했단다.
평생 자식으로 인정하지도 않았고, 재산이나 작품을 물려주지도 않은 무책임한 로댕을
로즈는 남편이나 연인이 아닌 '몽 세뇨르(나의 주인님)'이라는 존칭으로 부르며
무조건적인 존경과 순종을 하였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가스라이팅의 결과인지, 훗날 로댕의 아버지가 휠체어에 의지할 만큼 시력이 나빠지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자 병시중과 집 안의 대부분을 맡아서 한 로즈 또한 이해할 수가 없다.
곁에 있어준 적도 없는 주인님이 자신과 아들을 버릴까 봐 두려워
돈 버는 일까지 게을리하지 않으며 홀로 가정을 지키고 헌신하다니 말이다.
클로델이 정신병원에 갇힌 지 3년이 지나고 76세의 로댕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정신을 차린 후,
수많은 내연녀가 있는 상황에서 상속자 하나 없이 죽으면 유산이 어떻게 흩어질지 몰라
로즈와 결혼을 했다는데 53년 만에 법적 부부가 된 로즈는 행복했을까 궁금했다.
한평생 로댕과의 결혼을 원했던 로즈는 결혼한 지 2주 만에 급성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는데
언제 들어도 갑갑하고, 로즈와 클로델이 라이벌이 아니라 같은 편이 되어
로댕을 혼쭐낼 수는 없었을까라는 생각을 하여 로댕을 욕하게 되는 라이벌편이었다.
2017년 엄마와 스페인 여행을 하며,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완공된다고 하니 다시 꼭 오자고 약속했는데 어느새 2026 년이다.
코로나19로 한동안 공사가 중단되어 완공 목표였던 2026년 기한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사실상 얼마나 더 오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은 미완성 자체를 건축적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다.
기존의 양식이나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창조적인 건축을 향해 나아간 가우디의 열정이
가우디 건축물의 유일무이한 비법이다. 역사 유적도 아니고 개인이 남긴 작품이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런데 가우디가 남긴 작품 중 무려 일곱 개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카사바트요, 카사밀라, 구엘공원, 카사비센스, 콜로니아 구엘 지하 경당, 구엘 궁전,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우리가 바르셀로나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술이나 음악과 달리 건축은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의뢰를 받아 작업을 하기 때문에
건축가의 개성을 드러내기 어려운데 가우디는 자신만의 철학을 발전시키고
그것을 건축계 반영해 위대한 예술작품으로 남겨서 건축의 신이라 불리게 되었다.
원래 바르셀로나는 특색 없는 산업도시였는데, 가우디 건축물을 보유하게 되면서
매년 19조 원에 달하는 관광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단다.
가우디가 건축에 대한 열정이 넘쳤으나 고집이 너무 세서 괴짜로 통했다며 전해지는
교수님과의 다툼 일화는 가우디의 고집이라기 보다 시대를 앞서나간 자기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우디가 건축학교에 다니던 150년 전에는 투시도에 사람을 그려 넣는 일이 매우 드물었다.
건물만 그리는 게 관례였는데 가우디는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까지 그려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투시도에 사람을 넣었고, 교수는 넣지 말라고 했다.
가우디가 주장을 굽히지 않자 교수는 시험장에서 그를 쫓아냈고,
가우디 또한 화가 나서 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는데 교수님의 고집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아직도 학교 시험은 정형화되어 있고, 우리의 평가 기준은 채점기준표라는 틀에 얽매여있는 것 같아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대목이었다.
인간, 종교, 이념, 예술 도시, 국가 등 저마다의 라이벌과 맞대결을 펼치며
보다 나은 내일에 대한 답을 지혜롭게 지금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 유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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