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지키는 세계 - 땅을 청소하고, 꽃을 피우며, 생태계를 책임지는 경이로운 곤충 이야기
비키 허드 지음, 신유희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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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벌집 붕괴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급감함에 둔감하던 인류가 벌이 멸종위기종이 되자

그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을 하는 걸 보면서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대응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어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곤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했는데,

리버깅(rebugging)에 대한 책이라 기대가 되었다.

리버깅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벌레의 개체 수와 다양성을 다시 회복함으로써

자연을 야생상태로 되돌릴 수 있고(리와일딩),

리버깅은 단순히 어떤 장소를 대상으로 하는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였다.

리버깅은 누구나, 어디서든 참여할 수 있다.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면 된다.

벌레 먹은 채소, 흠 있는 과일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소비자들이 동일한 길이, 색깔, 형태를 가진 완벽한 상품을 기대하면

농부들은 농약을 뿌리고 단일 품종을 지배할 수 밖에 없다.

1970년 이후로 전체 곤충의 개체 수가 매년 10%씩 감소되고 있는 이 추세라면

2050년에는 전체 곤충의 80%가 사라질 정도로 심각하다.

생물다양성 감소가 심각한 수준인 줄은 알고 있었으나,

소규모 자급적 농업 대신 기업적 농업이 산업을 장악하고 산림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면서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니 정말 참담하였다.



인공조명은 벌레들의 활동과 움직임 조절하는 빛-어둠 생체리듬을 교란하여

먹이를 구하고 번식하고 이동을 제한한다.

벌레들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은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두려움과 혐오로 변해가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벌레를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벌레를 귀엽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벌레의 중요성을 알고,

나랑 너무나 다르게 생긴 모습 때문에 혐오스러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형성할 수 있다. 저자의 가족들이 캐나다의 차가운 호수에서 수영하다가

어린 아들의 발에 붙은 거머리를 보고 화들짤 놀라면서 보자마자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찍어 멋진 추억을 남기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벌레에 대한 부정적 인상(p.44)

vs

벌레에 대한 긍정적 인상 (p.45)

말벌은 쏜다.

말벌은 해충을 통제하고, 식물의 수분을 매개한다.

벌은 더 많이 쏜다.

벌은 작물의 수분을 매개하고, 꿀을 만든다.

거미는 문다.

거미는 파리를 잡는다.

파리는 질병을 퍼뜨린다.

파리는 오물을 먹어 치우고, 작물의 수분을 매개한다.

민달팽이는 꽃을 먹어 치운다.

민달팽이는 흙을 만든다.

개미는 문다.

개미는 토양의 공기를 순환시켜 주고, 찌꺼기 등을 치운다.

메뚜기는 작물을 망가뜨린다.

메뚜기는 중요한 단백질 자원이며, 세계의 약 20억 인구가 곤충을 먹는다.

집게벌레는 사람의 귓속으로 들어간다.

집게벌레는 과일의 수분을 매개한다.

최근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원들이 사막개미가 먹을 때 사용하는 알고리즘이

인터넷에서 데이터 트래픽을 조절하는 데에 쓰이는 전송 프로토콜과 흡사함을 발견했단다.

아무리 뒤죽박죽된 어수선한 환경에 있더라도 기억력, 의사소통, 물리적 도구를 이용해

길을 찾는 시스템을 인간의 도구 개발에 유용하게 사용할 예정이라고 하니 놀라웠다.

5mm도 안 되는 돈거미가 필요한 높이에 도달하기 위해

근육의 힘이나 거미줄에 가해지는 공기저항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전기력을 일으켜 높이뛰기를 한다니 정말 신기했다.

대기 중의 전기를 활용한 벌루닝으로 서식지 내 이동은 물론이고

대륙을 가로지를 만큼 멀리 가기도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1초에 85번 날개를 움직이는 박각시나방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설렘을

맛보고 싶다면,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정원을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면 둔다.

정원 그 자체로 야생동물을 위한 훌륭한쉼터가 되어 다양한 벌레들이 모여들게 된다.

그리고 소비자가 아니라 시민 소비자로서 행동해야 현재의 식품 시장을 지배하는 법은 물론,

벌레 친화적인 식품 생산을 촉진하는 장려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니계수가 증가하면 감소하는 종 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수도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벌레를 보호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 자신을 돕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벌레가지키는세계 #비키허드 #리버깅 #미래의창 #북유럽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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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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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지 여관처럼 기쿠 할머니 같은 주인장이 하는 숙소에 머물면 참 좋겠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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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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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농촌 마을인 호타카에서 나서 자란 소년 류세이에게

여름은 릴리를 만날 수 있는 설레는 계절이었다.

릴리와 보내는 여름은 매 순간이 반짝임의 연속이고 하루하루가 모험이었다.

릴리는 여름방학이면 호타카에 놀러 오는 류의 5촌으로

스페인 아버지의 피로 인해 이국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류의 할아버지와 릴리의 어머니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매지간이라

류의 아버지와 릴리가 사촌이었다.

류는 릴리보다 3주 늦게 태어나서 동갑이긴 하지만 4월생이라

3월에 태어난 릴리가 아슬아슬하게 류의 연년생 누나 쓰타코와 동급생이 되고

류는 두 사람보다 한 학년 아래가 되었다.

고작 3 주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류와 릴리는 다른 학년에다가

어릴 때는 여자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라 릴리가 더 성숙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류가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다면 릴리와 대등해질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생각을 하는 장면은 순진한 남자아이의 투정이라 귀엽게 느껴졌다.

류의 부모님은 맞벌이라 더부살이하던 고이지 여관의 안주인 기쿠 할머니가 류를 챙겨줬다.

기쿠 할머니에게는 혈연관계이든 아니든 모두 가족이었기에

고이지 여관에서 누가 가족이고 누가 더부살이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아 류는 외롭지 않았다.

정말 영화에나 등장할법한 음식 솜씨가 기막힌 할머니가 있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편한 시골 여관의 정형적인 모습이 바로 고이지 여관이었다.

도시에서 놀러 온 릴리가 자연 속에서 놀 거리를 찾아내서 앞장서고

시골에서 나고 자란 류와 쓰타코가 릴리를 뒤따르는 것이 뭔가 아이러니했다.

나무를 타고 곤충을 잡는 것도 전부 릴리가 앞장서고

맨손으로 잡은 물로기를 팬티 속에 집어넣어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류였으니

보통 영화 속 시골 남자아이의 짓궂은 장난에 도시 여자아이가 화들짝 놀라며

순수한 사랑이 시작되는 서사에서 남녀만 뒤바뀐 듯했다.

릴리의 고약한 장난에도 여름만이 류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다는 걸 보면

류의 릴리에 대한 마음은 정말 서서히 아주 단단하게 쌓였던 것 같다.

산 전체가 온통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도, 모든 죄를 덮어 가려줄 듯한 눈 덮인 겨울도,

신록이 움트며 생동하는 봄도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에 불과했다니

소년의 풋사랑이 아름다운 결말에 이르기를 응원하게 되었다.

많은 일본 순정 영화들이 여주인공들이 병으로 조기사망하기에

너무나 씩씩한 릴리가 희귀병은 아니겠지?

여름 방학에만 오는 특별한 이유가 병원 치료와 관계가 있는 걸까?

셋이서 테이프에 감긴 상자에서 구해낸 강아지 바다에게

진짜 바다를 구경해주자고 약속했는데, 바다를 보여주지 못하고 죽게 되는 건가?

셋이서 1팀이 되어 여름을 보내면서도 릴리를 두고 묘한 질투가 보이는데,

설마 쓰타코와 릴리가 사랑하게 되어 류가 상처를 받게 되는 건가?

여러 가지 추측과 걱정을 하며 책을 읽다 죽음을 맞이한 게 릴리가 아니라

셋이서 구해낸 강아지 바다여서 놀랐다.

고이지 여관의 화재로 묶여있던 바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미묘하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비틀어지게 만들며

마냥 어린 남자애였던 류도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갔다.

열다섯 살 여름 릴리는 다시 태어난다면 교미가 끝나면 수컷을 잡아먹는 사마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류를 잡아먹고 싶다고, 그럼 줄곧 같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이게 일본식 사랑 표현인지,

두 여자를 모두 사랑해 각각의 가족을 데리고 겨울에 하와이 단체 가족 여행을 연례행사로 하는

아버지를 둔 릴리여서 사랑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릴리의 가족사 때문에 류의 부모들은 둘의 교제를 못마땅해했지만 기쿠 할머니는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된다고 지지해 줬고 릴리와 류의 사랑은 익어갔다.

열렬했던 류의 사랑에 작은 균열들이 생기고 그 균열들로 인해 둘의 관계가 소원해지며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될까 응원하게 되는 것이 메인이었지만,

기쿠 할머니의 인생 자체가 이 소설의 큰 축이었다.

"살아 있으면 꼭 좋은 일도 있는 법이야. 신께선 그렇게 심술궂은 일은 하지 않으신단다.

선하게 살기만 하면 언젠가 자기한테 돌아오는 법이야."

p.202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쟁통에 남편이 사망하자 남편의 동생인 시동생과 다시 결혼하여

형의 여자였다는 사실을 잊지 못한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고

아들을 잃고 사과나무 밑에 묻어야 했던 기구한 삶을 살았다고 하기에, 아니 그런 삶을 살아냈기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기쿠 할머니로부터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퍼져나간 패밀리 트리의

한끝에서 릴리와 류가 만날 수 있었다.

류세이가 태어났을 때 별똥별을 보고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은 없으니

사람의 마음에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라고 류세이(流星)라고 이름을 붙여줬으니

그런 기쿠 할머니의 고이지 여관에서 류는 외로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엔화 하락으로 일본 여행 붐이 일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호타카가 궁금해졌다.

어느 작은 산골 마을에 고이지 여관처럼 기쿠 할머니 같은 주인장이 하는 숙소에 머물면

참 좋겠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패밀리트리 #여름소설 #소설 #오가와이토 #일본소설 #성장소설 #북캉스 #호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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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여행 - 모두가 낯설고 유일한 세계에서
양주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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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생인 저자는 창작집단 unlook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로 열등감에 시달렸단다.

창작가 친구들, S의 작업실에서 데모 버전 음악들을 들었을 때

Y와 H의 음원을 들었을 때 J의 첫 번째 시집을 읽었을 때

몸이 구겨지는 기분이었다는 느낌을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이 무척이나 힘겨운 싸움이어서

좋은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무언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해가 되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없다는 것은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서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저자에겐 여행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기필코 성공해야만 하는 모험이었다.

자자는 여행이 자신의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 알려주었고,

책을 묶는 작업이 자신의 시선이 얼마나 편협한지 알려주어

자신의 미숙함이 누군아의 용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부끄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집필을 하기도 전에 옆에서 삶으로 십여 년에 걸쳐 읽어서

이 책이 잘 쓰이길 간절히 바랐다는 친구 이승윤이

'아 참 양주안이다'싶어 고마웠다는 말이 지인도 아니면서 이해가 되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모두가 낯설고 유일한 세계에서 나대로 충만한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아주 사적인 여행기는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가' 돌아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안부 인사를 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사랑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할지를 고민한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사랑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여행 잡지 기자로 출장을 가서 비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없어

짜증이 나던 때 마주친 담배 피우는 남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여행이 일이 되면 비를 원망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에

비는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는 좋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는 거추장스럽다고 비를 피하는 우리의 모습을

아주 짧은 시간에 깨닫게 해 주는 현지인들을 만나면 잊지 못할 것이다.

노르망디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드물어서 유채꽃이 잘 자라서 카놀라유가 유명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이미 지나간 역사이지만,

진짜 노르망디는 비가 자주 오고 유채꽃이 핀다.

우리는 종종 지나간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더 대단한 일이라 믿으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값없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거저 얻은 것을 하찮게 보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행 #여행에세이 #유럽여행 #여름휴가 #이승윤 #최지인 #un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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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4 - 세계도술대회, 검은 안개에 휩싸이다!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4
김성효 지음, 정용환 그림 / 해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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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을 먼저 읽게 되어 시리즈물인데 등장인물 소개만으로 내용 파악이 잘 될까 걱정이 되었는데, 초등학생이 사랑하는 판타지 소설답게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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