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생인 저자는 창작집단 unlook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로 열등감에 시달렸단다.
창작가 친구들, S의 작업실에서 데모 버전 음악들을 들었을 때
Y와 H의 음원을 들었을 때 J의 첫 번째 시집을 읽었을 때
몸이 구겨지는 기분이었다는 느낌을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이 무척이나 힘겨운 싸움이어서
좋은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무언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해가 되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없다는 것은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서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저자에겐 여행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기필코 성공해야만 하는 모험이었다.
자자는 여행이 자신의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 알려주었고,
책을 묶는 작업이 자신의 시선이 얼마나 편협한지 알려주어
자신의 미숙함이 누군아의 용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부끄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집필을 하기도 전에 옆에서 삶으로 십여 년에 걸쳐 읽어서
이 책이 잘 쓰이길 간절히 바랐다는 친구 이승윤이
'아 참 양주안이다'싶어 고마웠다는 말이 지인도 아니면서 이해가 되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모두가 낯설고 유일한 세계에서 나대로 충만한 시간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아주 사적인 여행기는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가' 돌아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안부 인사를 하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사랑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할지를 고민한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사랑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여행 잡지 기자로 출장을 가서 비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없어
짜증이 나던 때 마주친 담배 피우는 남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여행이 일이 되면 비를 원망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에
비는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는 좋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는 거추장스럽다고 비를 피하는 우리의 모습을
아주 짧은 시간에 깨닫게 해 주는 현지인들을 만나면 잊지 못할 것이다.
노르망디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드물어서 유채꽃이 잘 자라서 카놀라유가 유명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이미 지나간 역사이지만,
진짜 노르망디는 비가 자주 오고 유채꽃이 핀다.
우리는 종종 지나간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더 대단한 일이라 믿으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값없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고,
거저 얻은 것을 하찮게 보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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