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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지도 -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강재영 외 지음 / 샘터사 / 2023년 8월
평점 :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9.1~10.15 문화제조창 본관 및 청주시 일원에서 개최된다.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의 가치를 창조적 상상력으로
새롭게 발전시키겠다는 다짐과 함께 1999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13회를 맞이하였다.
격년제로 개최되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공예축제로
도자, 목칠, 섬유, 금속, 유리 등 공예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전시장에 직접 가면 제일 좋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은
참여 작가들의 작품과 작업 방식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이 책을 통해 아쉬움을 달래본다.
책을 읽고 직접 현장에서 작품을 마주하면 200배 즐기겠지만,
방구석에서 공예가 시대를 담는 법을 알게 된 것으로도 좋았다.
친절한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작품 안내서였다. 현대미술처럼 난해하지 않은 데다,
친철한 큐레이터가 곁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아 예술 문외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는 <사물의 지도_'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이다.
공예는 인류의 가장 근원적이고 오래된 지적 설계로 인류 문명의 뿌리이지 무의식에 해당한다.
인류세, 자본세의 시대에 지구는 우리가 만든 물건, 쓰레기,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지구 위기에 대해 공예의 사회적 책무를 확인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생태적 올바름'을 각성하는 주제라
우리의 생활습관을 반성하게 되었다.
19세기 산업혁명과 기계의 충격
20세기 플라스틱과 인공재료의 충격
21세기 팬데믹과 기후 문제, 디지털 문명의 충격
p.13
이 세 가지 키워드가 공예와 인류 물질문명의 발전 경로와 정확히 일치하고
지구온난화에서 지구 열대화 시대를 열게 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이다.
이러한 주제의식 속에서 전시는 4가지 섹션
생명사랑의 공예, 바이오플라스틱 공예, 디지털 공예, 업사이클링 공예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가 나훈아의 '홍시'를 들으면 늘 외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훔치셔서 그런지
서도식의 단조로 감아올린 환희의 순간 '감 甘 感'에서
외할머니께서 주시던 달콤한 홍시의 따스한 기억이 떠올랐다.
카렌 비트 베일레의 대형 종이 공예도 인상 깊었다.
오로지 작은 자수 가위로 섬세하게 종이를 자르는 작업이 얼마나 인내가 필요한지
아주 작은 작품을 만들면서도 경험했기에 대형 작품 제작에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니,
작은 것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느린 예술이라는 소개가 딱 맞았다.
빔 델보예의 '앵무조개'가 된 고딕 성당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예술에서 고딕이란 계몽주의적 사고관이 싹트던 르네상스 시대에
중세 미술을 야만적인 것으로 낮춰 부르던 말이다.
신성성을 향해 끝없이 솟아오르던 첨탑의 숭고함을 야만성으로 전락시킨 모순적 단어이자,
금욕과 절대 신의 그늘이 빚어낸 가고일(중세 건축물 지붕에 있는 날개 달린 괴물)의
기괴함-그로테스크를 표현하는 문화적 상징 코드이기도 하다.
p.142
아리 바유아지가 버려진 밧줄과 어망을 직물로 재창조한 것이 단순한 업사이클링을 넘어서
발리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기를 제공하여 정기적인 소득을 얻게 한 점은 정말 좋았다.
환경과 지역사회,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그의 바람대로 직조가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는 좋은 직업이 되면 좋겠다.
수선한 스웨터가 치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실리아 핌의 '구멍 난 곳의 지도'는 놀라웠다.
보통의 수선은 구멍 난 곳을 표시나지 않게 감쪽같이 숨기는 데,
그는 밝은 컬러의 실로 수선한 부분이 오히려 더 눈에 띄도록 한다.
애착 인형 수선 전문 병원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의 말대로
Mend는 수선하다 와 몸이 회복되다 두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2023청주공예비엔날레 #사물의지도 #생태적올바름 #바이오필리아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