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와 두더지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3
카를리 비셀스 지음, 마레이어 톨만 그림, 최진영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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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는 참새 정도 크기의 텃새로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머리와 목이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이고 배 쪽은 흰색인데

목에서 배 가운데로 넥타이 모양의 검정 띠가 앙증맞다.

넥타이 한 것 같은 귀여운 모습에 한 번만 관심을 갖고 관찰하면

산책할 때 종종 만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친구이다.

반면 두더지는 두더지 잡기 게임에서만 봤지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야생성이고 땅속에 주로 살기 때문에 만나기 어려워서 그럴 것이다.

생활 환경도 활동 시간도 다른 하늘의 박새와 땅속의 두더지가 만나는 것도

힘들텐데, 친구가 되는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다.

그야말로 천지 차이의 다름이 존재할 텐데, 어떤 과정을 통해 친구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되었다.

카를리 비셀스는 소아정신과와 교육 분야에서 일하다 62세에 어린이책 작가로 데뷔한 후

평생 12권의 아동 및 청소년 도서를 썼고, 네덜란드 어린이 문학상인 바우터테 피터스상을

수상했다. 62세에도 어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니 대단한 것 같다.

그림을 그린 마레이어 톨만은 <박새와 두더지>를 시작으로 여러 권의 그림책을 펴내고

볼로냐 라가치상 최우수상과 황금붓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박새와 두더지가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을 너무 사랑스럽게 그려내어서

서로 다른 두 생명체가 서로를 이해하며 친구가 되는 우화가 이해가 잘 되었다.

시력이 좋지 않은 두더지가 구별할 수 있는 갈색, 검은색, 회색, 흰색 4가지 색으로만

그려진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평화롭고 따스한 그림이라서 놀라웠다.


이른 봄 햇살을 쬐며 너도밤나무에 앉아 있던 박새와

겨우내 잠을 자던 두더지가 다시 만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땅굴 속으로만 다녀 친구가 박새밖에 없는 두더지가 으슬으슬 춥고 몸이 안 좋다가도

박새가 "어휴, 어떡하나~"라며 걱정해 주는 다정한 한 마디에 금세 괜찮아지는 걸 보니

짠하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걱정해 준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땅속에서만 살다 보니 땅 밖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몰랐던 두더지가

유일한 친구 박새로부터 "잠깐 들렀다 간 거"이라는 표현을 듣고 처음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자신이 박새를 보러 매일 오는 것 또한 박새 집에 잠깐 들른 것이라고 깨닫고는

길게 뺀 목을 쏙 집어놓고 의기양양 사라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박새의 세계는 너무 밝아 두더지에게 세상 모든 것이 그림자처럼 보이고,

땅속에선 회색, 갈색, 검은색만 볼 수 있는 두더지의 세계 역시

박새에게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매일 만나면서도 자신의 초록 깃털과 자신이 쓴 검은색 모자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두더지의 말에 깜짝 놀라며

서로 당황하지만, 서로 민망할까 봐 모자가 멋지다며, 나무 위에는 바람이 많이 부니까

라고 답하는 두더지의 마음이 이뻤다.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의 만남 역시 박새와 두더지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100%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있어 답답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박새와 두더지가 서로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다름을 인정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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