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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레스토랑 - 오지랖 엉뚱모녀의 굽신굽신 영업일기
변혜정.안백린 지음 / 파람북 / 2023년 9월
평점 :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t/h/thfdlv11/temp/IMG_KakaoTalk_20231017_204800900.jpg)
섹슈얼리티 전공 문학 박사 엄마 변혜정 서버와 영국에서 유학하다 갑자기 요리에 꽂힌 딸 안백린 셰프의
좌충우돌 다이닝 프로젝트, 음식 창업 분투기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비건 다이닝, 불편한 레스토랑 천년식향을 꾸려가는 이야기를 통해
음식과 섹슈얼리티, 지구 건강과 상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천년식향이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냐, 먹고 살 만해서 자아실현이라도 하는 거냐는
비판의 소리를 듣는 공간임을 인정하며 기이한 실험의 장이자 요리에서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엉뚱 모녀의 불편한 공간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비재무적 자원을 버는 곳이었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t/h/thfdlv11/temp/IMG_KakaoTalk_20231017_204800900_03.jpg)
알코올 쓰레기라 내추럴 와인과 컨벤셔널 와인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천년식향이 추구하는 바가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니 그 맛이 궁금해졌다.
칵테일보다 더 과실미가 풍성하고, 콤부차보다 더 오래 숙성된 깊은 맛이 나지만,
지하철 냄새처럼 쿰쿰하기도 하다니 마셔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맛이긴 한가보다.
쿰쿰하지 않은 맛있는 내추럴 와인도 많다고 하니 쥬시하고 클래식한 술 같지 않은
내추럴 와인을 맛있는 비건 요리와 페어링 해보고 싶었다.
알코올 맛을 싫어하는데 수박 주스같이 알코올 향이 전혀 없는 와인도 있고,
열대과일 향이 나는 풍부한 오렌지 와인, 오크 향이 나는 중후한 오렌지 와인 등
얼마나 맛있었으면 '엠버&처빌' 내추럴 와인 수입사를 운영하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손이 많이 가는 맛있는 식물성 요리의 가격, 비싼 채소 요리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해결되지 않으면 맛있는 비건 요리의 대중화는 어려울 것 같다.
버섯 10kg이 1kg이 될 때까지 졸이게 되면 버섯 가격이 한우와 같아지는 것은
허영이 아니라 정성이라는 말은 이해가 되었다.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채식을 선택하는 것이 윤리적이고
대체육처럼 고기를 따라 한 요리는 탐욕적이라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대체육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있는데 천년식향의 타깃은 1%의 비건이 아니라 99%의 논비건이다.
그래서 한 끼라도 고기 덜먹어 탄소중립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하고,
채소의 사치를 통해 농부도 살고 지구도 살 수 있다면 천년식향이 허영스러운 공간이 되어도
좋다는 뚝심이 마음에 들었다. 천년식향을 방문하러 서울에 갈 정도의 열정은 없지만,
내추럴 와인과 채소발효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이 인근에 생긴다면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천년식향의 존재는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다행히 공장식 축산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게 되었다.
이제는 문제의식으로부터 당과 육식이 주는 쾌락이 과식 또는 불균형한 식사로
개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지구 전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을 외면하지 않도록
식습관을 살펴봐야 할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의 고통과 소수자, 비정상이 인정되고
그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믿고 묵묵히 어려운 길을 선택한 천년식향의 욕망에
박수를 보낸다.
섹스와 음식은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둘을 연결하여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다.
나는 어떤 음식을 (안) 먹고, 어떤 섹스를 (안) 할 때
우리가 조금 더 행복하고, 더 지속 가능해진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또 메뉴판의 '섹스'처럼 꺼려질 수 있는 주제인 동물의 삶과 지구의 건강,
그리고 그것 때문에 우리가 감내야 할 불편도 이야기한다.
그래서 '섹스&스테이크'라는 손님의 감탄에서, '쉬쉬' 거리는 이야기들이,
서로 충돌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맛있게 소통하는 과정에서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는다. 단순히 숨겨서 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누군가의 '고통'과 '소수자' '비정상'이 인정되고
그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그렇게 메뉴판에 담았다.
p.213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t/h/thfdlv11/temp/IMG_KakaoTalk_20231017_204800900_01.jpg)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불편한레스토랑 #천년식향 #맛있는비건 #내추럴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