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일반적으로 서곡에서 시작해 3 막으로 구성되어 피날레로 마무리되지만,
작품의 성격과 작곡가의 스타일에 따라 구성요소와 작품의 흐름은 종종 달라진다.
오페라 기초 용어부터 차근차근,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에 관한 25편의 오페라가 소개되어 있다.
오페라는 고상하다는 편견이 있어서 그런지 사랑 이야기들이
너무나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막장 드라마 같아 놀랐다.
25편이나 소개되어 있는데 제목만 보고는 전혀 감이 안 왔는데,
방구석 시리즈답게 제시된 QR 코드로 들어가 감상하니 들어본 곡들도 꽤 많아서 반가웠다.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 모르고 보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무척 답답했겠지만,
방구석 오페라와 함께 하니 한국어 가사 해석을 참고하여 저런 장면이구나,
저런 감상이겠구나 유추하면서 보게 되니 한결 좋았다.
오페라의 시초로 알려진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보며
사랑을 의심하지 말고 서로 끝까지 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
죽은 아내가 다시 자신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사랑의 신에게 기도하며
죽음의 공포와 괴로움으로 가득한 지하세계의 문을 열고 찾아간
남편 오르페오를 에우리디체가 자신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자신의 얼굴이 흉하게 변해버려 보지 않는다고 생각해
사랑이 식었다고 오해하는 장면은 안타까웠다.
죽을 각오로 지하세계로 자신을 찾아온 남편이 고작 얼굴 때문에 사랑이 식을까?
그리고 험난한 여정 끝에 아내가 오해하자 아모르의 당부를 어기고 뒤를 돌아보자,
얼굴을 마주 보게 된 순간 다시 아내를 잃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남자.
그런 남자와 살았던 아내가 어떻게 사랑을 의심할 수 있었을까 의아할 정도로
이 세상에 현존할까 의심이 들 정도로 사랑에 진심인 남자가 있다니,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진정한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가 참 부러웠다.
극락에서 행복한 영혼으로 살아갈 기회, 아내의 의심과 반복된 죽음까지,
끝없이 펼쳐지는 고난을 극복하는 불멸의 사랑의 힘이 오페라만의 다채로움으로
더욱 극적으로 다가와 가슴이 뭉클하였다.
오페라 입문으로 많이 추천하는 <리날도>는 마법의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하러 가는 왕자
동화 같은 이야기라 쉽게 몰입해서 관람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게 신기했다. 헨델이 런던 무대를 위해 특별히 작곡한 첫 번째 이탈리아어 오페라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영국에서 극 전체가 노래로 구성된 오페라는 익숙하지 않은 장르여서
200년간 외면받았다고 하니 낯섬에 대한 인간의 편견은 참 대단한 것 같다.
1970년대를 시작으로 다시 공연이 시작되면서 '나를 울게 하소서'가 큰 명성을 얻으며
오페라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리날도>에 대해 전혀 몰라도 '나를 울게 하소서'는 누구나 들어봤을 정도이니,
멀게 만 느껴지는 오페라가 실제론 그렇게 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느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 중 하나로 역사상 최고의 오페라로 평가받는
<피가로의 결혼>은 파리 초연 당시 루이 16세가 불같이 화를 내며 상연 전면 금지령을
내렸다. 남장 여자, 여장 남자, 매력적인 하녀, 난봉꾼 주인 나리, 친자 확인 소동이
펼쳐지는 떠들썩한 익살극 속에 기존의 신분제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듯한
정치성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줄다리기와 함께 신분사회의 뿌리를 뒤흔드는
새로운 시민계급의 분노가 집약된 작품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몇 년 후 프랑스 대혁명으로 실현되었다고 하니 오페라를 통해 역사도 돌이켜보며
상식을 넓힐 수 있어 유익하였다.
오페라의 거인이라 불리는 베르디는 리얼리즘 오페라를 탄생시켰다.
신화나 영웅담 같은 비현실적인 내용을 소재로 한 낭만주의 오페라와 달리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사건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과 잔학성, 연약함 등을
솔직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더 받았다.
<나부코>는 테너의 비중을 줄이고 바리톤 주인공을 부각시키고,
벨칸토 시대의 전통을 거스르는 대담하고 거친 음악을 사용해
리얼리즘 오페라로의 첫 도약을 훌륭하게 이루어낸 작품이다.
스토리를 제대로 알고 베르디의 장례식에 연주되었다는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을 감상하니 감회가 더 새로웠다.
푸치니 스스로 창의적이고 독특한 작품이라고 칭했을 만큼
<투란도트>는 중국 멜로디를 사용하는 등 기존 오페라들과 다른 개성이 돋보인다.
푸치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을 뻔하다가 그의 제자 알파노에 의해
완성되었는데, 푸치니가 죽지 않았더라면 그는 중국을 배경으로
어떤 상상과 환상을 펼쳤을까 궁금해졌다.
푸치니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아온 중요한 작품이지만
높은 음역대와 드라마틱한 표현을 구사해야 하는 공주의 고난도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가수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최근에 자주 공연되지 않는다니 안타까웠다.
25편의 오페라를 QR코드를 통해 방구석에서 해석과 함께 편안하게 감상하다 보니
멀게만 느껴졌던 오페라가 한결 친숙하게 다가오면서
메말랐던 감성이 촉촉하게 올라오는 것 같아 행복했다.
"리텍 콘텐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