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 중 맨 처음으로 각종 규제를 풀고 여행객을 받아들인 나라가
이집트라서 출발이 이집트여서 반가웠다.
아프리카 대륙에 있지만 중동에 더 가까워 우리가 로망하는 아프리카는 아니지만,
내가 유일하게 가본 아프리카 나라라서 그런지 더 반가웠다.
어쩌다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동료들 틈에 끼여 무계획으로 비행기표만 달랑 들고
배낭여행으로 갔다 와 제대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 가장 후회스러운 여행지이건만,
그래도 다합 거리를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무개념으로 떠난 여행이라 길바닥에 버려진 시간이 너무 많은 이집트 여행이라
장기 배낭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는 다합에 너무 짧게 머무를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컸는데 저자를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고,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인연이 닿지 않으면 만나지 못한다고 하니
2011년 다합에서 아무런 인연을 만나지 못했던 것도 나의 운명인가 보다.
액티브 여행자들과 장기 배낭여행자들의 성지에서 다이빙 강사 샘 말고는
그 흔한 한국인을 만나지 못했던 여행도 신기하긴 하다.
나이바샤에서의 생생한 아프리카 여행기는 부러움의 연속이었다.
동물의 왕국 마사이마라, 초식동물의 천국 나쿠루 호수 국립 공원,
<라이언 킹>의 첫 장면 헬스 게이트,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무대인 크레센트 섬까지,
장기간의 여행으로 감흥이나 감동이 많이 사그라진 저자에게 호기심과 설렘을 되살려주고
엔도르핀을 솟게 했다니 이야기만 들어도 에너지가 충전되는데 직접 경험하면 얼마나 좋을까.
삶이 무료하고 권태로울 때 시장이나 선창에 가서 활기찬 모습을 보면
저절로 의욕과 용기가 솟는 것처럼, 아프리카는 이방인에게 분명 치유와 회복의 땅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