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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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단순한 열정이라 해야 옳을까.. 이 여자가 한게 정말 열정어린 사랑일까.. 무엇이 그녀를 그처럼 미치게 몰두하게 했을까.. 상대편의 남자도 사랑이었을까.. 그는 행복했을까.. 그들은 자유로와을까..그들이 가진것으로 부터..

소설이라 칭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짧은 자서전이라 하기엔 더 뭐하고..남녀가 사랑하는 일을 논리적으로 그리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책도 딱 부러지게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에이라는 남자에 대한 에르노의 열정과 끝도 없이 몰두하는 모습만은 높이 사고 싶다. 용기 없이는 못할 일이다. 누군가를 마음에 넣는다는 건..넣고 있다는 건 마술과도 같은 일이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런 에너지가 없는 사람으로써 부러울 뿐이다.

내가 해서 사랑이라 말 할 수 있지 삼자의 눈에 들어온 이 얘기는 흔히 말하는 불륜이다. 빼도 박도 못하는 지저분한 남녀의 정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겠지.

그런 세상의 시선에 이처럼 당당할 수 있다면 난 그게 정말 사랑이라고 이 순간만큼은 믿고 싶다. 사랑도 젊어해야 이쁘다고 언젠가 울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주름진 얼굴로 남의 남자를 사랑하고 그 사랑한 얘기를 당당하게 세상에 토해내는 일은..(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조강지처에게 돌을 맞는다 해도) 멋진 일일수 있음을 인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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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천년의 맛 (한글판) - 전2권
김만조, 이규태, 이어령 지음 / 디자인하우스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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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사람으로써 김치에 관한 좋은 책이 나왔다는데 안 살 수가 없었다. 뜻하지 않게 영문판이 배달되는 해프닝을 겪고 나서 손에 넣은 책이다.

김치의 유래, 김치 종류, 김치 주변의 저어한 모든 것에 대한 소개가 두 권에 나누어 실려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겨울 김장에 관한 것이다. 김장하는 모습이 계절감 있게 담기지 못한 것이다. 시골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모여 절인 많은 배추를 놓고 김치를 버무리는 사진은 있다. 모기불을 피워 놓고..이건 좀 우습잖아요..

긴 시간 들여 기획하고 당대의 논객인 이어령 선생께서 글을 쓰셨는데 김치하면 떠 오르는 김장의 이미지를 어이 이리 허술하게 대하셨을꼬. 영문판이 나왔으니 외국에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김치를 생각하고 알리고자 의도한 것이 분명한데 결코 김장을 허술하게 짚고 넘어갈 수는 없다. 남의 나라 음식이니 글을 꼼꼼하게 읽어 기억에 남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사진으로 표현하는 이미지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았을까..

흔히들 우리 음식을 담는 용기로 질박한 느낌의 그릇들..일테면 옹기나 뚝배기를 연상할 것이다. 된장 찌개를 꽃그림 화사한 일본 그릇에 담을 수는 없다. 아 물론..담을 수는 있지만 그 느낌이 영 아니올시다다. 필요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책 속의 김치 그릇들 너무나 미웠다. 김치가 문화이듯 그릇도 문화다. 전문가들께서 어련히 알아서들 하셨을까 마는 우리 음식 담는 그릇들이 유감스럽게 ..보기 싫게 획일적이다. 김치는 이쁜 그릇에 담기면 어디 탈 난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도 아닐텐데... 괜시리 내가 섭섭했다. 홀대 받는 것 같아서.

그래도 밥상위에 늘 말 없이 놓이는 김치에 이런 가치를 우리 스스로가 부여했다는 거에 위안을 받자. 외국나가 큰 덩치에 치이지 말고 잘 사는 모습에 눌리지 말자. 우리 뒤엔 김치 하나로도 상다리가 거하게 차려낼 수 있는 문화가 있고 그 중심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의 김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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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웃긴 남자
이경숙 지음 / 자인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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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선생이 한창 날리던 강의를 들으며 뭔가 앞뒤가 안 맞고 이상하다 생각 했다. 그러면서도 들었다. 경력과 학력으로 볼 때 못 알아 듣는 건 내 죄지 도올 선생의 탓이 아니라 여겼다. 뜨르르한 학위에 감히 그 실력을 의심하지 못했다. 내 무식을 탓했을 뿐. 그런데 노자를 웃긴 남자를 읽고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지혜롭지 못한 내가 더 부끄러웠다. 내용을 알기도 전에 사회적인 명성에 벌써 깔리고 들어가 동서남방하는 강의를 우러르며 들었다. 이렇게 바보스러울 수가...

지은이의 논리는 온당하고 합당하다. 국어 공부만 제대로 했어도 우리는 노자의 강의를 어이없이 기만당하며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차없는 글 쓰기에 이건 너무 심한 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었고 학자들이란 원래 하늘 아래 자기가 제일인 줄 알고 사는 사람들이라지만...내가 옳은 만큼 남도 옳을 수 있고 남 틀리는 것 만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했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는 너무 (지은이의 표현대로) 노골적으로 도올 선생을 깐것 같았다. 그 직선적인 표현에 인격을 의심했을 정도로.

표현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가르치는 학생에 맞춰 알아 듣게 얘기를 풀어내는게 뛰어난 선생이 아닌가. 가르치는 선생이 강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뜻도 통하지 않고 어법도 맞지 않는 해석을 도올 선생이 아무리 뛰어난 학자라 칭송 받고 있을 지라도 노자에 있어서는 결코 전문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에 의심이 들었다.

우리는 곧잘 게으름 때문에 자기 반성을 하곤 한다. 범부의 게으름은 자기 자신을 망치는데 그친다. 천재의 게으름은 우리 사회의 손실이 될 것이다. 그럼 이름난 바보의 게으름은 우리를 두루 편케 할 것이다. 도올 선생의 새벽 공부가 게을러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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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전6권 세트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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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를 사로 잡고 있을 때 우연히 봤다. 그래서 해리포터를 등에 업은 환타지의 아류인가 싶었다. 선뜻 사지지 않았다. 지나는 귀동냥으로 굉장한 작품이며 환타지의 시조라 불리는 사람이 쓴 소설이란다. 그땐 주저없이 샀다. 읽었다.

첫장을 넘기고 두장을 넘기고 계속 넘어 가는데 왜 이리 지루할까...처음 든 생각. 이걸 보고 골수 매니아가 생기고 사람들이 깍깍대는 이유가 뭘까...두 번째 든 생각. 왠 되도 안한 노래 가사는 그리 많은지...계속 든 생각. 어렵게 한 권을 읽고 차츰 넘어갔다. 그러다 보니 다섯권을 다 읽었다. 주인공 프로도가 한 일이 뭔가...프로도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걸어간 일뿐이다. 한 권 두 권 넘어가면서는 재미도 커졌지만 그래도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 같았다.

책을 덮고 며칠이 지나면서 반지 스토리가 내 안에서 점점 자라는 것 같았다. 그제서야 야 이 책 굉장한데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있긴 있구나 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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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쌉싸름한 초콜렛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라우라 에스퀴벨 지음, 박경범 옮김 / 울림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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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봤다. 오묘하게 큰 부엌에 길따란 식탁 창문 너머로 펼처지는 황량한 듯 아닌 듯 한 풍경..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책을 읽었다. 영화에선 음식이 굉장한 의미를 갖는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헌데 책에선 많은 부분이 날아가고 없다. 그것들이 주는 이미지들도 함께 날아갔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번역하신 분께서 뒷 글에다 음식 문화의 코드가 맞지 않아 과감하게 압축하고 생략했다 하시는데...내 경우엔 가장 글로 읽고 싶었던 부분이다. 부엌이란 공간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음식과 그 음식을 만들게 하고 만든 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연관성..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게 없는 책이라 음...

재미는 있다. 너른 바다를 건너야 갈 수 있는 나라의 사람 사는 얘기니까. 다른 듯 하면서도 같은 게 결국엔 사람 사는 모습이고 남녀의 사랑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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