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천년의 맛 (한글판) - 전2권
김만조, 이규태, 이어령 지음 / 디자인하우스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사람으로써 김치에 관한 좋은 책이 나왔다는데 안 살 수가 없었다. 뜻하지 않게 영문판이 배달되는 해프닝을 겪고 나서 손에 넣은 책이다.

김치의 유래, 김치 종류, 김치 주변의 저어한 모든 것에 대한 소개가 두 권에 나누어 실려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겨울 김장에 관한 것이다. 김장하는 모습이 계절감 있게 담기지 못한 것이다. 시골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모여 절인 많은 배추를 놓고 김치를 버무리는 사진은 있다. 모기불을 피워 놓고..이건 좀 우습잖아요..

긴 시간 들여 기획하고 당대의 논객인 이어령 선생께서 글을 쓰셨는데 김치하면 떠 오르는 김장의 이미지를 어이 이리 허술하게 대하셨을꼬. 영문판이 나왔으니 외국에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김치를 생각하고 알리고자 의도한 것이 분명한데 결코 김장을 허술하게 짚고 넘어갈 수는 없다. 남의 나라 음식이니 글을 꼼꼼하게 읽어 기억에 남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사진으로 표현하는 이미지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았을까..

흔히들 우리 음식을 담는 용기로 질박한 느낌의 그릇들..일테면 옹기나 뚝배기를 연상할 것이다. 된장 찌개를 꽃그림 화사한 일본 그릇에 담을 수는 없다. 아 물론..담을 수는 있지만 그 느낌이 영 아니올시다다. 필요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책 속의 김치 그릇들 너무나 미웠다. 김치가 문화이듯 그릇도 문화다. 전문가들께서 어련히 알아서들 하셨을까 마는 우리 음식 담는 그릇들이 유감스럽게 ..보기 싫게 획일적이다. 김치는 이쁜 그릇에 담기면 어디 탈 난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도 아닐텐데... 괜시리 내가 섭섭했다. 홀대 받는 것 같아서.

그래도 밥상위에 늘 말 없이 놓이는 김치에 이런 가치를 우리 스스로가 부여했다는 거에 위안을 받자. 외국나가 큰 덩치에 치이지 말고 잘 사는 모습에 눌리지 말자. 우리 뒤엔 김치 하나로도 상다리가 거하게 차려낼 수 있는 문화가 있고 그 중심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우리의 김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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