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를 웃긴 남자
이경숙 지음 / 자인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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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선생이 한창 날리던 강의를 들으며 뭔가 앞뒤가 안 맞고 이상하다 생각 했다. 그러면서도 들었다. 경력과 학력으로 볼 때 못 알아 듣는 건 내 죄지 도올 선생의 탓이 아니라 여겼다. 뜨르르한 학위에 감히 그 실력을 의심하지 못했다. 내 무식을 탓했을 뿐. 그런데 노자를 웃긴 남자를 읽고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지혜롭지 못한 내가 더 부끄러웠다. 내용을 알기도 전에 사회적인 명성에 벌써 깔리고 들어가 동서남방하는 강의를 우러르며 들었다. 이렇게 바보스러울 수가...

지은이의 논리는 온당하고 합당하다. 국어 공부만 제대로 했어도 우리는 노자의 강의를 어이없이 기만당하며 듣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차없는 글 쓰기에 이건 너무 심한 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었고 학자들이란 원래 하늘 아래 자기가 제일인 줄 알고 사는 사람들이라지만...내가 옳은 만큼 남도 옳을 수 있고 남 틀리는 것 만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했다. 그런 점에서 지은이는 너무 (지은이의 표현대로) 노골적으로 도올 선생을 깐것 같았다. 그 직선적인 표현에 인격을 의심했을 정도로.

표현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가르치는 학생에 맞춰 알아 듣게 얘기를 풀어내는게 뛰어난 선생이 아닌가. 가르치는 선생이 강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뜻도 통하지 않고 어법도 맞지 않는 해석을 도올 선생이 아무리 뛰어난 학자라 칭송 받고 있을 지라도 노자에 있어서는 결코 전문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에 의심이 들었다.

우리는 곧잘 게으름 때문에 자기 반성을 하곤 한다. 범부의 게으름은 자기 자신을 망치는데 그친다. 천재의 게으름은 우리 사회의 손실이 될 것이다. 그럼 이름난 바보의 게으름은 우리를 두루 편케 할 것이다. 도올 선생의 새벽 공부가 게을러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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