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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느티나무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4
강신재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젊은 느티나무라...왠지 이상했습니다. 그 옛날 동구밖 느티나무 밑에 평상을 놓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실..그 배경으로 떠 오르는 느티나무라...젊다는 수식어는 영 매치가 안 되는 ..부조화를 보는 듯 했으니까요..하지만 부조화든 조화든 처음 읽었던 14살 그 때의 충격만 하겠습니까..
봄인지 가을인지 계절은 모르겠지만...수업 시간에 국어 선생님이 들어오셔서...이번 주말..(주말의 명환지..토요 명환지..것도 아님 명화 극장인지)..에 로마의 휴일과 티비 문학관에서 젊은 느티나무를 하는데 ..두 개를 꼬~옥 다 보고 오라는 협박아닌 협박을 하셨습니다. 특히 젊은 느티나무를 모르면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 자격이 없다는 말씀과 함께..다들 기를 쓰고 보고..다음 월요일날 전부 다 거품 물었습니다.
등교길에 멋진 남학생과 여러번 마주치는 일만으로도 아침 수다가 늘어지는데..사회 통념상 용납 안 되는 남매간의 끌림과 떨림은 말 할 것도 없겠지요..(그 남매란 것이 실상은 부모의 재혼으로 엮여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라 해도 남매는 남매니까)..그래서 그 야릿함에 더 펄떡이게 홀렸습니다.
우리 모두를 더 홀렸던 건..까악하고 넘어가게 멋진문장 때문이었어요.. 그에게서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비누가 주는 그 향과 비누가 주는 깨끗함이 떠 올라..마치 우리 자신이 멋진 남자의 비누 냄새를 목덜미에서 훔친듯 그렇게 열광했었습니다.
깊고 짙은 향기가 있어 이 소설을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부활같은 불후의 명작과 겨루어 소색이 없을 만큼 큰 작품이라 이 책을..십년도 훨 더 지나 다시 사고 읽은 건 아닙니다. 그저 파란 사과만큼이나 풋풋했던 그 때의 나와..좋아하는 사람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심장이 십리밖쯤 나와 버리는 것 같았던..그 느낌을 알던 그 시절의 내 친구들이 그리워서..젊은 느티나무를 봤습니다. 살다보니 어느덧 나는..젊은 느티나무를 그리워하는 오래된 느티나무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