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예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고종석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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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라는 영화의 원작자로 많이 가까워진 작가입니다. 연인이 자전적인 얘기란 글를 보고 마르그리뜨라는 사람이 더 궁금했습니다. 언론에서 이 책의 소개글에 나지막한 속삭임이라고 넣은 문구를 보고 어떤 것을 적어 놓았길래 속삭임이란 표현을 했을까하고 찾았더니.. 속삭임이 속삭이는 소리는 어디로 날아가고 정가 삼천원이라는 가격이 눈으로 들어오고 ..뜻하지 않은 행복감이 밀려들었습니다.

고유가 시대와 더불어 출현한 고책값 시대에..가난한 지갑을 가진 가난한 자에게 뒤라스라는 거목의 글이 단돈 삼천원이라니요..분량의 많고 적음도 상관없고..내용의 질도 상관없이 ..그저 행복한 책 사기를 하고 싶었죠..꿈을(?) 이루고 받아든 책은 낯설음 그 자체입니다..싫지 않은 낯설음..

일기 같기도 하고..시 같기도 하고..그저 속내를 갈긴 메모 같기도 하고..글이 주는 느낌은 그렇습니다. 뒤죽박죽 뭔 소린지 모를 것 같더니..짧은 글이기에 가능한 짧은 시간에 반복적인 읽기에 결론은..뒤라스의 모든 글들을 제치고 이 짧고 작은 책이 ..아마도 뒤라스를 담아낸 가장 솔직한 글이고..그래서 가장 뒤라스적인 글이라 여겨집니다. 솔직한 속내를 두서없이 들어냈기에 그런 결론은 당연한 것이겠죠..이게 다예요는 분명 싫지 않은 낯설음입니다.

처음 책을 덮고는 이런 장면이 떠 올랐죠..내가 얇은 페이퍼북을 들고 이게 다예요 하고 물으면..뒤라스가 역시 이 책을 건너다 보고 그래 이게 다예요 하고 대답하죠..그러곤 마주 보면 웃는..그리고 한 순간 서로를..서로의 인생을 이해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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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정원 : 작은 에덴동산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3
가브리엘 반 쥘랑 지음 / 시공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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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정원이라는 표제에 오늘날 존재하고 있는 세계 각지의 아름답고 이름있는 정원의 사진들이 많을 거라..혼자 짐작하고 들떠서 샀습니다. 기대와 많이 다른긴 했지만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단순히 나무보고 꽃보고 하는 곳이 정원이라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고 생각없는 곳이 아니군요..정원도 시대의 철학과 현상을 담아 낸다고 합니다. 하긴 정원도 사람사는 세상의 한 부분이니까요..정원을 만드는 주체도 사람이다 보니..그 속에 사람의 생각과 느낌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겠죠..고대 정원의 모습과 오늘날 모더니즘적인 정원의 출현까지..간략하고 나름의 성실성을 가지고 얘기를 풀었습니다. 고대 정원의 모습을 사진으로 명확하게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어이없는 욕심이라는 걸 안답니다. 하지만 섬세하고 고운 그림으로 책을 꾸려 놓았기 때문에 아쉬운따나 만족합니다. 물론 사진으로 담겨 있는 정원도 있구요..국어 교과서 수필중 하나에 고양이 이마같은 마당에 대한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 데..소박하지만 그런 작은 공간을 향기나게 꾸미고 ..조용히 앉아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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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셋 모옴 단편집 청목 스테디북스 54
서머셋 모옴 지음, 윤형묵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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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읽던 모옴의 글은 와 닿는 게 없이 짜증스럽기 까지 했습니다. 읽기는 읽었지만 ..그 후엔 안 보이는 곳으로 던져 버리고 살아도 아무런 아쉬움이 없었습니다. 근데 세월이 가니 어린 눈엔 안 보이던 것들이 눈으로..마음으로 들어옵니다. 이건 분명 새로운 재미입니다.

단편집에 들어있는 작품이 다들 모옴답다고 표현하고 싶네요..사람 사는 아이러니를 끈적이지 않고..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점 때문에 어린 마음엔 와 다을 수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린 눈은 첫 눈에 자기를 뺏기고 싶으니까요..

약속과 루이즈란 단편이 좋았습니다. 약속은 남녀가 사랑하고 헤어질 때의 상황에서 지켜내기 힘든 인간의 우아함을..루이즈는 어느 밉살스런 여자의 ..어이없고 유쾌한 죽음에 대하여 썼는데요..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그 관계의 질..그 관계가 얼키고 설킨 인생이라는 물건에 대하여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늦게 발견한 모음의 글 읽는 재미 ..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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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 그린북스 17 그린북스 17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 청목(청목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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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과 더불어 어린 숙녀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책임에 틀림이 없다고 우기고 싶네요..의좋은 네자매의 사는 모습이 아름답고 흥미롭습니다. 허공에 떠도는 말 중에 뭐뭐 모르면 간첩이다 이러죠..작은 아씨를 모르면 대한민국 여학생이 아닐겁니다..아니..세계적인 작품이니 작은 아씨를 모르면 ..지구 여학생이 아닐 거예요..아마도..^^처음 읽던 그 때도 죠의 말괄량이 기질과 유쾌함이 좋았고..어른이 되어서 몸도 마음도 다 커진..지금도 죠가 좋습니다. 내숭과 새침은 절대 사절입니다. 친구들도 다 그럴거라 생각했지만..마음에 두고 있는 캐릭터가 다른 걸 보고..많이는 아니고 ..약간 놀랐고 당황스럽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가격에 비해 알찬 내용은 좋지만..대화체에서 보여지는 시대를 달리한 어투가 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옛날보다 좋은 종이에 새로이 재판하시면 내용도 좀 더 신경을 쓰셔야하지 않으셨을까..아끼는 독자의 입장에서 한 쓴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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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 - 한 고독한 영혼의 시간여행
메이 사튼 지음, 최승자 옮김 / 까치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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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시를 쓰는 혼자 사는 여자라는 걸 알고 책을 샀습니다.  살땐 책 내용이..혼자 사는 여자의 흥미진진한.. 가볍고 폭 넓은 경험에 대하여 쓴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다른 색깔.. 차분한 무채색의 일기였습니다. 한 장을 넘기고 두 장을 넘기는데 꽤나 힘이 들더군요.  일기도 사건이 있고 결말이 있는 초등학생식의 경쾌한 일기가 아니라..중년의 나이를 넘어선 성숙하고 지각있는 여자의 생활 모습..그리고 자기 반성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군데군데 지은이의 문학 얘기도 나오고..시인도 땅을 딛고 배설하는 인간이고 보니..사람사는 소소한 얘기거리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많은 지면이 할애되고 ..메이 사튼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 주는 건..정원의 꽃과 식물..바로 자연입니다.꽃을 무척 좋아하는 지은이의 ..꽃에 대한 자기투영을 하는 것 같은 모습엔 ..첨엔 굉장히 큰 괴리감이 느껴지더군요..근데 책이 어렵게 중반을 넘어가니 아..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글로 제가 설득을 당했나 봅니다.

먹고 사는 일에 하루하루를 쫒기는 분들에겐..분명히 욕 먹을 겁니다.  쉬이 보면 혼자 살며..우아떨고 멋 지기며 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 없는 여자 소리 듣기에 딱 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을 해서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속에서 메이 사튼이 건너고 있는 소용돌이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습니다..감히...

학교 다니면서 일기 검사 받던 기억이 나네요..일기 쓰기가 그렇게 시작 되어서 그런가요..여직까지 한 번도 일기가 나를 위해 쓰는 글이란 생각을 못 해 봤습니다. 어리석음의 극치죠..^^  이 책을 읽으면서 늦게나마 일기란 나를 위해 내가 쓰는 나에 대한 글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정말 책은 말 없이 우주를 가르치는 큰 스승인가 싶어..든 것 없는 머리가 절로 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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