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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 - 한 고독한 영혼의 시간여행
메이 사튼 지음, 최승자 옮김 / 까치 / 1999년 12월
평점 :
지은이가 시를 쓰는 혼자 사는 여자라는 걸 알고 책을 샀습니다. 살땐 책 내용이..혼자 사는 여자의 흥미진진한.. 가볍고 폭 넓은 경험에 대하여 쓴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다른 색깔.. 차분한 무채색의 일기였습니다. 한 장을 넘기고 두 장을 넘기는데 꽤나 힘이 들더군요. 일기도 사건이 있고 결말이 있는 초등학생식의 경쾌한 일기가 아니라..중년의 나이를 넘어선 성숙하고 지각있는 여자의 생활 모습..그리고 자기 반성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군데군데 지은이의 문학 얘기도 나오고..시인도 땅을 딛고 배설하는 인간이고 보니..사람사는 소소한 얘기거리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많은 지면이 할애되고 ..메이 사튼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 주는 건..정원의 꽃과 식물..바로 자연입니다.꽃을 무척 좋아하는 지은이의 ..꽃에 대한 자기투영을 하는 것 같은 모습엔 ..첨엔 굉장히 큰 괴리감이 느껴지더군요..근데 책이 어렵게 중반을 넘어가니 아..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글로 제가 설득을 당했나 봅니다.
먹고 사는 일에 하루하루를 쫒기는 분들에겐..분명히 욕 먹을 겁니다. 쉬이 보면 혼자 살며..우아떨고 멋 지기며 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 없는 여자 소리 듣기에 딱 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을 해서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속에서 메이 사튼이 건너고 있는 소용돌이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습니다..감히...
학교 다니면서 일기 검사 받던 기억이 나네요..일기 쓰기가 그렇게 시작 되어서 그런가요..여직까지 한 번도 일기가 나를 위해 쓰는 글이란 생각을 못 해 봤습니다. 어리석음의 극치죠..^^ 이 책을 읽으면서 늦게나마 일기란 나를 위해 내가 쓰는 나에 대한 글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정말 책은 말 없이 우주를 가르치는 큰 스승인가 싶어..든 것 없는 머리가 절로 숙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