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필립 빌랭 지음, 이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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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머리 쑥쑥하네요. 세상일에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그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발꿈치는 쫓아가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는 데..필립 발랭의 포옹은 내가 얼마나 상식적인 것에 매달려 살고 있나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사람사는 모습 여러질이죠..높고 낮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여러 모양이다 이거죠...

단순한 열정은 아니 에르노의..난 한 남자에게 완전히 미쳤다..완전히 뽕가게 한 남자를 원했다..아니 사랑했다의 무대포적인 난사라면..포옹은 그 난사된 에르노의 자기애적 총알에 엉뚱(?)하게 맞은 젊은 남자의 춘몽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모로...

사랑을 반드시 남자와 여자가 짝이 되어 하는 거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연인들의 나이차가 반드시 엇비슷해야 한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더불어 남자가 반드시 여자보다 나이가 많은 쪽이어야 한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33세살의 나이차가 동양 여자인 나에겐 버겁군요..아님 요즘 추세대로 에르노의 33세살 연하의 남자를 낚는 하늘이 내린 신기들린 사냥솜씨에 나이스 원더풀을 외치며 내 두 손을 그러지고 꼬~오옥 본 받아 배워야지하며 전의를 불태워야 할지 아리송하네요.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발랭과 에르노 두 사람이 사랑했다는 데..것도 터질듯한 질투를 동반한 격정적인 그 무엇이었다는 데 ..그저 낯설은 커플의 동조하기 쉽지 않은 사랑을 쫓아다니느라 피곤함을 느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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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꽃들
로자먼드 필처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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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줍는 할머니..로자문드 필처의 향기가 확실한 소설집입니다. 비온 뒤 돌 깔린 마당 사이사이로 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잘잘한 꽃들을 마주 대하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공기중에 물기가 많고 안개도 약간 낀 고요한 아침에 이쁜 꽃들을 혼자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그 평화로움..정말 가지고 싶고 지키고 싶어지죠.

로자문드의 소설은 장편이든 단편이든 정원을 비중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격한 사건이 없는 이야기의 전개..여유로 떠올려지는 정원..큰 걱정없는..지난 세월을 잘 살아낸 여인의 삶을 보는 것 같아서 덩달아 넉넉해짐을 느낍니다.

비에 젖은 꽃들..음..정말 편편이 비에 젖은 꽃들 마냥 아름답고 아름답습니다. 읽고 있으면 웃는 얼굴이 고운 마음 통하는 이웃과 좋은 차 한 잔을 마시는 기분이 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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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열쇠 혜원세계문학 51
A.J.크로닌 지음 / 혜원출판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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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드물게 좋은 책입니다. 깊으면서도 너른 마음을 가지고 싶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걸 향해 노력하고도 싶습니다. 처음 읽었던 때부터 십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세월만큼 많은 것들이 묻어서인가요..처음보다 더 근사한 책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착각일까요...

사람이 살면서 사람을 바로 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 사람이 가진 잡다한 것들로부터 사람을 떼어내고 그 사람만을 똑바로 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 싶습니다. 치셤신부처럼은...비록 글속에 존재하는 분이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도 분명 이런 분들이 존재하시리라 믿습니다. 거짓없는 마음을 한 수 배우고 싶네요.

사람을 존경하는 일은 어떤가요..높은 위치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 모두 옳고 위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같은 길을 가는 동료들보다 나은 게 많은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흑과 백처럼 단순하고 명백할진 의심스럽네요. 높은 지위가 인품을 대변하는 것 아니니까요. 안셀모 주교처럼..

살다보면 이리 갈리고 저리 편 가르는 사람들을 보고 그 속에 내가 있기도 합니다. 내가 옳을 때도 있을 거고 남이 옳을 때도 분명 있을 겁니다. 내 의견으로 남의 주장을 덮고 내 주장을 받아들이기를 바라기도 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모든 경우에 내가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내가 옳은 만큼 남도 옳을 수 있고 내가 틀릴 수 있는 만큼 남도 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늘 의식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불어에 똘레랑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나와 다른 부분을 상대와 내가 타협해서 새로운 결과를 돌출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치셤신부야 말로 위대한 똘레랑스를 실천한 분이라 여깁니다. 그러기에 그 모든 사람들을 다 너그럽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인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치셤신부의 어드벤쳐같은 선교의 모습도 인상깊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부분으로 자주 읽고 읽으면서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는 글들은 책 앞의 몇 장과 뒤쪽의 중국에서 돌아와 어린 안드레아와 사는 모습이 나오는 글입니다. 그 속에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들어있다 생각해 봅니다. 애잔한 안드레아와 차가운 슬리스 신부의 묘한 대비도 많은 것을 돌이켜 보게 하네요. 슬리스 신부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값싼 일인가를 느낍니다.

천국의 열쇠를 읽은 나는 감히 다짐해 봅니다. 겸손하자..잘난게 많아서 못난 사람들을 상대로 적선하듯 한 수 접어주는 그런 덜 익은 오만이 아니라 정말 잘난게 없는 사람의 자기인정으로... 눈을 똑바로 뜨고 살자..마음은 더 똑바로 열고 살자..먼지 앉은 거울에 사람 얼굴을 비추는 것 보다 더 끔찍한 게 더러운 마음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비추는 것이니까.. 타고난 품으로 보아 그리 썩 잘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부단히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 십년 세월을 게으르지만 마음에서 놓치 않고 잡고 노력한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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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GOGH - 빈센트 반 고흐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4
파스칼 보나푸 지음, 정희숙 옮김 / 열화당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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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귀합니다. 우리를 흐뭇하게 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채워주는 그림들입니다. 정작 화가 자신은 평생을 고독하고 불행하게 살다 갔다는게 안타까울뿐입니다. 그림을 보다보면 그 색들을 손에 한 번 묻혀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기꺼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럼 고호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어떤 그림은 평화롭고 목가적이지만 정신착란으로 인한 밸밸 도는 듯한 붓 터치의 그림은 강하지만 슬픔이 느껴집니다. 고호의 불행을 겹쳐서 보기 때문인가요..그림으로 여러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으니 ..고호가 다시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행복하고 거칠 것 없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으로 큰 빚을 지고 있는 위대한 화가를 위해 이런 바램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 여깁니다. 그래도 진 빚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댓가인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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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세트 - 전10권 삼국지 (민음사)
나관중 지음, 이문열 엮음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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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세 번 이상은 읽어야 사회 생활을 잘할 수 있다. 읽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를 삼지 말라 등등 삼국지하면 더불어 떠오르는 수식어입니다. 책 안 읽은 게 무슨 죄라고 친구 삼지말라를 운운하는지 ..얼마나 대단한 책이기에 그런 오만한 소리가 거침없이 나오는지 알아보고자 ..전쟁도 싫고 혼란은 더 싫어하는 사람인 나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방대하고 스케일은 참 큽디다. 유비..관우..장비를 비롯하여 천하의 제갈량까지 나오는 사람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지요. 세상이 모두 들어있는 큰 스케일의 소설이지만 ..뭐 때문에 꼭 읽으라는지..것도 세 번씩이나 읽으라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책 읽는 내내 수 백씩 수 천씩 죽어가는 힘없는 백성들이 불쌍한 뿐이었습니다. 누구의 아들이고 아버지이고 남편이고 누구의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사람들의 죽음만이 마음에 남습니다. 여러형의 인간상을 보면서 인간을 공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공부야 이 책 아니라도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읽었으면 읽은 대로 살고 안 읽거나 못 읽은 사람은 안 읽거나 못 읽은 대로 사는 거죠. 삼국지에 경외감을 가지고 보고 그 경외감이 자부심으로 화하는 건 좋지만 덜 익은 자만심은 아니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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