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열쇠 혜원세계문학 51
A.J.크로닌 지음 / 혜원출판사 / 1993년 5월
평점 :
품절


참 드물게 좋은 책입니다. 깊으면서도 너른 마음을 가지고 싶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걸 향해 노력하고도 싶습니다. 처음 읽었던 때부터 십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세월만큼 많은 것들이 묻어서인가요..처음보다 더 근사한 책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착각일까요...

사람이 살면서 사람을 바로 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 사람이 가진 잡다한 것들로부터 사람을 떼어내고 그 사람만을 똑바로 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 싶습니다. 치셤신부처럼은...비록 글속에 존재하는 분이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도 분명 이런 분들이 존재하시리라 믿습니다. 거짓없는 마음을 한 수 배우고 싶네요.

사람을 존경하는 일은 어떤가요..높은 위치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 모두 옳고 위대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같은 길을 가는 동료들보다 나은 게 많은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흑과 백처럼 단순하고 명백할진 의심스럽네요. 높은 지위가 인품을 대변하는 것 아니니까요. 안셀모 주교처럼..

살다보면 이리 갈리고 저리 편 가르는 사람들을 보고 그 속에 내가 있기도 합니다. 내가 옳을 때도 있을 거고 남이 옳을 때도 분명 있을 겁니다. 내 의견으로 남의 주장을 덮고 내 주장을 받아들이기를 바라기도 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모든 경우에 내가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내가 옳은 만큼 남도 옳을 수 있고 내가 틀릴 수 있는 만큼 남도 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늘 의식하며 살기를 바랍니다.

불어에 똘레랑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나와 다른 부분을 상대와 내가 타협해서 새로운 결과를 돌출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치셤신부야 말로 위대한 똘레랑스를 실천한 분이라 여깁니다. 그러기에 그 모든 사람들을 다 너그럽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인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치셤신부의 어드벤쳐같은 선교의 모습도 인상깊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부분으로 자주 읽고 읽으면서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는 글들은 책 앞의 몇 장과 뒤쪽의 중국에서 돌아와 어린 안드레아와 사는 모습이 나오는 글입니다. 그 속에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들어있다 생각해 봅니다. 애잔한 안드레아와 차가운 슬리스 신부의 묘한 대비도 많은 것을 돌이켜 보게 하네요. 슬리스 신부의 모습에서 다시 한 번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값싼 일인가를 느낍니다.

천국의 열쇠를 읽은 나는 감히 다짐해 봅니다. 겸손하자..잘난게 많아서 못난 사람들을 상대로 적선하듯 한 수 접어주는 그런 덜 익은 오만이 아니라 정말 잘난게 없는 사람의 자기인정으로... 눈을 똑바로 뜨고 살자..마음은 더 똑바로 열고 살자..먼지 앉은 거울에 사람 얼굴을 비추는 것 보다 더 끔찍한 게 더러운 마음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비추는 것이니까.. 타고난 품으로 보아 그리 썩 잘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부단히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 십년 세월을 게으르지만 마음에서 놓치 않고 잡고 노력한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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