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 ㅣ 알발리 시선집 3
이규원 지음 / 알발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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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알발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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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정은 왜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일까.
기쁨이나 행복은 오래 붙잡고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슬픔과 우울, 외로움과 방황은 가능한 한 빨리 털어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때가 많다.
괜찮다고 말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시 일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음은 쓰레기가 아니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정해진 날 내놓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규원 시인의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는 슬픔을 없애려 하지 않고, 외면하지도 않으며, 그것이 내 삶에 왜 찾아왔는지를 억지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이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있도록 가만히 바라본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는 동안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위로보다 ‘존중’이었다.

특히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가 그랬다.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무심코 뱉은 말

먼지”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먼지’라고 답하는 마음은 얼마나 지쳐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먼지는 흔하고 작고, 누군가에게는 치워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시인은 곧바로 그것을 ‘아주 작고 쓸모 없는 존재’라고 바라본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는 그 먼지조차 되지 못해 바라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한다.

이 시가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먼지’라는 단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솔직해서다.

시인이 말하는 ‘먼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니어도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잘 살아내지 못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버리지 않는 법을 보여주는 시집에 가깝다.

<누구나 그런 거라고>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건드린다.

🔖“나의 슬픔도
너의 아픔도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짓이겨진다”

그리고 모든 감정은 ‘누구나 그런 것’이라는 말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이 부분을 읽으며 ‘위로’라는 것이 언제나 따뜻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그래.”
“누구나 힘들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분명 상대를 위로하기 위해 건네는 말이지만,
때로는 그 말이 한 사람의 고유한 슬픔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내가 아픈 것과 다른 사람이 아픈 것은 결코 같은 모양일 수 없다.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해서 그 감정의 무게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누구나 그런거라고”

정말 누구나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느끼는 이 슬픔까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걸까?


<비둘기>에서는 시선이 사람에서 한 생명으로 옮겨간다.
오래된 아파트의 실외기 옆, 좁고 불안해 보이는 공간에서 알을 품고 있는 비둘기.

🔖“불안과 걱정은 오직 나의 마음”

이 문장이 참 좋았다.
비둘기는 그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알을 품고 있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만 온갖 걱정을 한다.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을까, 왜 하필 저곳일까.
하지만 정작 그 생명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은 시인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시인은 비둘기를 불쌍한 존재로 만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았다.
좁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도, 불안정한 환경도 그대로 바라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는다.

🔖“지는 태양 아래
부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그의 품은

분명 따스하겠지”

여기에는 억지로 만들어낸 희망이 없다.
그저 바라보고, 생각하고, 헤아리는 마음이 있다.

상대를 함부로 구해주려 하지 않는 것.
상대의 삶을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그저 그 자리에 있는 존재를 오래 바라봐주는 것.

그것이 오히려 가장 다정한 시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광건조> 역시 마음속에 남는다.

🔖“홀로 떠가는 구름
외롭지 않게
눅눅한 고민을 얹어
떠나보냈다”

고민을 말끔하게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구름 위에 얹어 떠나보낸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고민에는 ‘습기’가 있다.
마음이 눅눅해지는 날이 있고,
아무리 털어내려 해도 쉽게 마르지 않는 생각들이 있다.

그런데 시인은 그 고민을 햇볕 아래 말린다.
그리고 언젠가 비가 되어 떨어지고, 땅에 스며들어 꽃을 피우는 꿈으로 이어간다.

슬픔과 고민이 당장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어떤 감정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비가 지나간 땅 위를>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젖은 땅에 찍힌 발자국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번 밟고 지나간 흔적일 뿐이지만, 땅에는 그것이 오래 남는다. 이 문장을 읽으며 사람의 마음도 땅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옅어지는 것과 흔적이 사라지는 것은 다른 일이다.

어떤 말은 오래 남고, 어떤 관계는 발자국처럼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그 흔적까지도 지금의 나를 이루는 일부가 된다.

이 시집에서 좋았던 점은 ‘슬픔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슬픔을 통해 성장했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아픔 뒤에는 반드시 더 나은 내가 기다리고 있다고 장담하지도 않는다.
그저 아픈 것은 아픈 채로, 외로운 것은 외로운 채로, 방황하는 것은 방황하는 채로 바라본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사람은 늘 결론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삶에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시간도 분명 존재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며,
지금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분명하지 않은 시간.

그 시간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고 ‘지나가야 하는 시간’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좋았다.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라는 제목 역시 책을 읽고 나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버릴 수 없는 슬픔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모든 감정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감정은 처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대상일 수도 있다.

슬픔이 있다고 해서 약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방황한다고 해서 삶을 잘못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길을 잃은 시간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 시집을 읽고 난 뒤 남은 것은...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들을 너무 빨리 치워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이었다.

현재의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당장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고, 이름 붙이지 못해도 괜찮고, 아름다운 의미로 바꾸지 못해도 괜찮다.
그저 잠시 곁에 두고 바라볼 수도 있다.

햇볕 좋은 날 옥상에 앉아 눅눅한 고민을 구름에 얹어 보내듯이.
좁은 실외기 옆에서 묵묵히 알을 품는 비둘기를 바라보듯이.
비가 지나간 뒤 땅에 남은 발자국을 애써 지우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듯이.

시를 읽는 동안 내가 지나온 슬픔들도 하나둘 떠올랐다.
그때는 빨리 잊고 싶었던 일들,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쳤던 마음들,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스스로 축소했던 감정들.

하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해서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버리지 못한 마음이 있다고 해서 괜찮지 않은 것이 아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있다고 해서 내가 멈춰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완전히 괜찮아지는 대신, 괜찮지 않은 나 그대로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모여 어느 순간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되어 있다.

🤔
지금 당신 마음에는 무엇이 남아 있나요.
아직 버리지 못한 슬픔은 무엇인가요.

이 생각 앞에서 마음을 서둘러 치우지 않고 바라보게 된다.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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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신간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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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 - 호기심 수집가 ‘몽구로운 지식’이 들려주는 이상야릇한 과학
몽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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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나무옆의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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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데없는 질문’이 사실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왜?”라는 질문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질문도 아니고,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꼭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한 번 궁금해지면 자꾸 생각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어느 순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쳐버린다.
그런데 몽구는 지나치지 않았다.

《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는 굳이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알고 나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질문들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든다. MBTI에서 동물의 번식, 드론 조종사의 심리, 숙취,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 바퀴벌레와 인간, 방귀의 치사량, 귀신의 에너지원, 우주 쓰레기와 모기 멸종까지.

제목처럼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들이 많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 질문들이 평소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넘기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질문의 수준이 아니라 질문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야, 만약에 말이야……”라고 친구가 이야기를 꺼내면 처음에는 피식 웃게 된다. 그런데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그걸 과학적으로 계산해보면?” 하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을 지식으로 만들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가벼운 질문과 진지한 탐구 사이의 간극이었다. 예를 들어 “방귀로 사람을 죽인다면 얼마나 뀌어야 할까?”라는 질문은 제목만 보면 농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귀의 성분부터 장내에서 가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농도와 공간의 관계까지 살펴보게 된다.

🔖“저마다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드는 나만의 방귀 칵테일인 셈입니다.”

웃음이 나오는 표현이지만 그 앞에는 꽤 진지한 과학적 설명이 놓여 있다.
바로 이런 방식 때문에 이 책은 유머로만 끝나지 않는다.

귀신의 에너지원을 추적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귀신이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존재를 실제 과학의 언어로 설명해보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태양에너지, 자기장, 적외선 등을 후보로 놓고 상상해보는 과정은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논리적이다.

🔖“이러니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길 바랄 수밖에요.”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튀어버리는 순간이다. 바로 이런 엉뚱한 발상의 전환이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MBTI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요즘 MBTI는 단순한 성격 유형 검사를 넘어 대화의 소재이자 놀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MBTI를 묻고, 서로의 유형을 비교하고, 특정 유형의 행동을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보다 MBTI는 이 시대 가장 강력하고 재미있는 ‘소셜 아이템’입니다.”

MBTI 자체의 과학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왜 이런 유형 분류에 끌리고 그것을 사회적 놀이로 소비하는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은 복잡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이런 주제에서는 특히 책에서 제시하는 재미있는 설명과 실제 학술적 합의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MBTI를 비롯한 심리검사는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 평가되는 여러 쟁점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드론 조종사’ 이야기였다.
책 전체에서 분위기가 가장 크게 달라지는 지점은 드론 조종사에 관한 부분이었다.

드론은 게임이나 원격 조종 장난감처럼 생각하기 쉽다. 직접 전장에 나가지 않고 화면을 보며 조종하기 때문에 실제 전투와는 심리적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은 그 거리감에 의문을 던진다.
🔖“전투에 임하는 군인에게 가장 큰 공포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바로 '살해에 대한 공포'입니다.”

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면 속 대상이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는 설명은 인상적이었다. 기술은 인간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오는가?
심오한 질문을 남긴다.


당연하게 이용하는 것에도 역사가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생활 속 기술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에스컬레이터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 에스컬레이터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37년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는 대목이다.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움직이는 계단 하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기술이었던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지금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술 가운데에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구경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하게 된다.

기술의 역사를 거창한 발명품의 연대기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 속 호기심과 반응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재미있었다.


📌“바퀴벌레는 머리가 없어도 산다.”

아마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책에서는 이것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바퀴벌레는 몸통에 있는 숨구멍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머리가 없어도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 정도까지 생존할 수 있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물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가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호흡하고, 신경계를 사용하고,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생명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기준으로 생명을 바라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이 책의 묘한 힘이다.

동물의 번식 이야기는 징그러운데 눈을 뗄 수 없다.
바다 민달팽이의 번식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

🔖“몸길이는 3~5cm인데, 생식기 길이는 무려 3cm에 달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세상에 이런 생물이 있구나” 싶다가도, 생물의 번식 방식이 이렇게까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자연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인간에게는 익숙한 번식 방식을 생명 전체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자연은 무척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자연은 훨씬 복잡하고 기묘했다.

어떤 생물에게는 성별 자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떤 생물은 놀라운 방식으로 짝을 선택하며, 또 어떤 생물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전략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아주 오래된 문제를 생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온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웃으며 읽었던 동물 이야기가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진다.


모기 이야기는 ‘멸종’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 “모기를 전부 없애면 안 될까?”
여름마다 모기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그런데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기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지구에는 3,500종이 넘는 모기가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사람을 무는 것은 고작 200여 종뿐이라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는 상식 이상의 생각거리를 던진다.
인간에게 해로운 생물이라고 해서 그 생물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단순화해도 되는 것일까?
생태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종을 없애는 일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모기’라는 이름 아래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결국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생태계의 균형과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런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지점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과학은 꼭 어렵고 진지해야만 하는가?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 책은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라는 궁금증 때문에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방식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느꼈다.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그것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지식을 주입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게 한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에도 제목 그대로 또 다른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럼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번식할까?”
“처음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은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우주 쓰레기는 정확히 어디까지 올라가야 우주 쓰레기가 되는 걸까?”
“모기가 정말 모두 사라진다면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까?”

읽기 전에는 필요 없었던 질문들이 읽고 난 뒤에는 머릿속에 남는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의외로 특정 과학 지식 하나가 아니었다.
궁금하면 그냥 궁금해해도 된다는 것.

사람은 살아가면서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쓸모 있는 것, 필요한 것, 돈이 되는 것,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을 먼저 찾는다.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호기심’은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지식은 어쩌면 그런 쓸데없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처음에는 별것 아닌 질문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탐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쓸모가 없어 보여도 궁금하면 질문해볼 것.
황당해 보여도 한번 파고들어볼 것.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 자체를 즐겨볼 것.

어쩌면 그것이 지식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웃으면서 시작했는데 생각하면서 끝나는 책.
그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느낀 가장 큰 인상이다.

‘쓸데없는 궁금증’은 더 이상 쓸데없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궁금해하는 순간, 평범했던 세상이 조금 더 재미있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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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궁금해서끝까지파봤습니다
#몽구 #나무옆의자 #몽구로운지식
#과학 #과학이야기 #과학도서 #신간도서 #새로나온책
#도서리뷰 #서평단 #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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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 - 호기심 수집가 ‘몽구로운 지식’이 들려주는 이상야릇한 과학
몽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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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데없는 질문’이 사실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왜?”라는 질문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질문도 아니고,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꼭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한 번 궁금해지면 자꾸 생각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어느 순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쳐버린다.
그런데 몽구는 지나치지 않았다.

《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는 굳이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알고 나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질문들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든다. MBTI에서 동물의 번식, 드론 조종사의 심리, 숙취,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 바퀴벌레와 인간, 방귀의 치사량, 귀신의 에너지원, 우주 쓰레기와 모기 멸종까지.

제목처럼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들이 많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 질문들이 평소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넘기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질문의 수준이 아니라 질문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야, 만약에 말이야……”라고 친구가 이야기를 꺼내면 처음에는 피식 웃게 된다. 그런데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그걸 과학적으로 계산해보면?” 하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을 지식으로 만들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가벼운 질문과 진지한 탐구 사이의 간극이었다. 예를 들어 “방귀로 사람을 죽인다면 얼마나 뀌어야 할까?”라는 질문은 제목만 보면 농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귀의 성분부터 장내에서 가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농도와 공간의 관계까지 살펴보게 된다.

🔖“저마다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드는 나만의 방귀 칵테일인 셈입니다.”

웃음이 나오는 표현이지만 그 앞에는 꽤 진지한 과학적 설명이 놓여 있다.
바로 이런 방식 때문에 이 책은 유머로만 끝나지 않는다.

귀신의 에너지원을 추적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귀신이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존재를 실제 과학의 언어로 설명해보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태양에너지, 자기장, 적외선 등을 후보로 놓고 상상해보는 과정은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논리적이다.

🔖“이러니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길 바랄 수밖에요.”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튀어버리는 순간이다. 바로 이런 엉뚱한 발상의 전환이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MBTI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요즘 MBTI는 단순한 성격 유형 검사를 넘어 대화의 소재이자 놀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MBTI를 묻고, 서로의 유형을 비교하고, 특정 유형의 행동을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보다 MBTI는 이 시대 가장 강력하고 재미있는 ‘소셜 아이템’입니다.”

MBTI 자체의 과학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왜 이런 유형 분류에 끌리고 그것을 사회적 놀이로 소비하는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은 복잡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이런 주제에서는 특히 책에서 제시하는 재미있는 설명과 실제 학술적 합의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MBTI를 비롯한 심리검사는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 평가되는 여러 쟁점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드론 조종사’ 이야기였다.
책 전체에서 분위기가 가장 크게 달라지는 지점은 드론 조종사에 관한 부분이었다.

드론은 게임이나 원격 조종 장난감처럼 생각하기 쉽다. 직접 전장에 나가지 않고 화면을 보며 조종하기 때문에 실제 전투와는 심리적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은 그 거리감에 의문을 던진다.
🔖“전투에 임하는 군인에게 가장 큰 공포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바로 '살해에 대한 공포'입니다.”

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면 속 대상이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는 설명은 인상적이었다. 기술은 인간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오는가?
심오한 질문을 남긴다.


당연하게 이용하는 것에도 역사가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생활 속 기술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에스컬레이터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 에스컬레이터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37년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는 대목이다.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움직이는 계단 하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기술이었던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지금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술 가운데에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구경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하게 된다.

기술의 역사를 거창한 발명품의 연대기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 속 호기심과 반응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재미있었다.


📌“바퀴벌레는 머리가 없어도 산다.”

아마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책에서는 이것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바퀴벌레는 몸통에 있는 숨구멍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머리가 없어도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 정도까지 생존할 수 있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물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가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호흡하고, 신경계를 사용하고,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생명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기준으로 생명을 바라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이 책의 묘한 힘이다.

동물의 번식 이야기는 징그러운데 눈을 뗄 수 없다.
바다 민달팽이의 번식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

🔖“몸길이는 3~5cm인데, 생식기 길이는 무려 3cm에 달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세상에 이런 생물이 있구나” 싶다가도, 생물의 번식 방식이 이렇게까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자연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인간에게는 익숙한 번식 방식을 생명 전체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자연은 무척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자연은 훨씬 복잡하고 기묘했다.

어떤 생물에게는 성별 자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떤 생물은 놀라운 방식으로 짝을 선택하며, 또 어떤 생물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전략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아주 오래된 문제를 생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온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웃으며 읽었던 동물 이야기가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진다.


모기 이야기는 ‘멸종’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 “모기를 전부 없애면 안 될까?”
여름마다 모기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그런데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기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지구에는 3,500종이 넘는 모기가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사람을 무는 것은 고작 200여 종뿐이라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는 상식 이상의 생각거리를 던진다.
인간에게 해로운 생물이라고 해서 그 생물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단순화해도 되는 것일까?
생태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종을 없애는 일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모기’라는 이름 아래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결국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생태계의 균형과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런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지점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과학은 꼭 어렵고 진지해야만 하는가?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 책은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라는 궁금증 때문에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방식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느꼈다.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그것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지식을 주입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게 한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에도 제목 그대로 또 다른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럼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번식할까?”
“처음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은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우주 쓰레기는 정확히 어디까지 올라가야 우주 쓰레기가 되는 걸까?”
“모기가 정말 모두 사라진다면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까?”

읽기 전에는 필요 없었던 질문들이 읽고 난 뒤에는 머릿속에 남는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의외로 특정 과학 지식 하나가 아니었다.
궁금하면 그냥 궁금해해도 된다는 것.

사람은 살아가면서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쓸모 있는 것, 필요한 것, 돈이 되는 것,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을 먼저 찾는다.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호기심’은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지식은 어쩌면 그런 쓸데없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처음에는 별것 아닌 질문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탐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쓸모가 없어 보여도 궁금하면 질문해볼 것.
황당해 보여도 한번 파고들어볼 것.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 자체를 즐겨볼 것.

어쩌면 그것이 지식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웃으면서 시작했는데 생각하면서 끝나는 책.
그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느낀 가장 큰 인상이다.

‘쓸데없는 궁금증’은 더 이상 쓸데없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궁금해하는 순간, 평범했던 세상이 조금 더 재미있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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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궁금해서끝까지파봤습니다
#몽구 #나무옆의자 #몽구로운지식
#과학 #과학이야기 #과학도서 #신간도서 #새로나온책
#도서리뷰 #서평단 #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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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마음수업 - 명화를 통한 인간 심리의 이해와 탐구
임성윤 지음 / 학지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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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학지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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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바라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림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예술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열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림을 좋아한다고 해서 미술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에 가면 작품의 제목과 작가, 제작 연도와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고 작품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지만, 막상 그 그림을 보며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림을 너무 많이 ‘알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그렸는지, 어떤 사조에 속하는지 알아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예술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작품 앞에 선 순간 내 마음에서 무엇이 움직이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작품을 하나의 지식이나 정보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표정과 몸짓, 공간과 색채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에게까지 향한다.


🔖“감상은 지식을 쌓거나 단편적인 해석에 머무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묻고, 예술이 답하는' 대화가 열리는 순간에 가깝다.”

라는 문장이 이 책의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림을 보는 일이 일방적으로 작품의 의미를 알아내는 과정이 아니라,
작품과 나 사이에 대화가 생겨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미술관에서 작품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무엇을 의미할까?’라고 묻기 전에 ‘왜 이 그림 앞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같은 작품을 바라보더라도 그날의 나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일 수 있다. 마음이 평온한 날에는 아름답게 느껴졌던 작품이 유난히 지친 날에는 쓸쓸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표정 하나가 어느 날에는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에 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림은 그때의 나를 비추어 보여주는 거울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것!
책에서 또 오래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있는 그대로’의 미학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부족한 모습은 감추고 싶고, 실수한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수정하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예술에서의 ‘있는 그대로’와 마음의 ‘수용’을 연결한다.

🔖“현대 심리치료에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감정조절,자존감 회복,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핵심전략으로 자리 잡고있다. 예술에서의 '있는 그대로'와 마음에서의 '수용'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수용’이라는 것이 나의 부족함을 참고 견디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잘못된 것을 잘못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도 아니고, 바꾸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지금의 나를 지나치게 미워하지 않은 채 현재의 모습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에 더 가깝지 않을까.

특히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상황까지 나의 감정으로 왜곡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상대가 한 말보다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사실처럼 믿어버린다. 상대의 표정 하나, 짧은 말 한마디에 의미를 덧붙이고 혼자 상처받기도 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마음의 훈련일지도 모른다.

내 감정은 존중하되, 그 감정이 곧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
《미술관 마음수업》을 읽으며 ‘나를 받아들이는 일’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작품 속 인물의 얼굴과 몸짓을 심리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라오콘의 고통스러운 모습과 절제된 표정, 제임스 앙소르의 기괴한 가면을 단순히 미술사적 특징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감정을 드러내고 감추는 방식과 연결한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사회에서는 상황에 맞는 표정을 짓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며, 속으로는 화가 나면서도 웃으며 지나가는 순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페르소나’와 ‘참자기’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나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모습 뒤에 있는 진짜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예술은 감정을 꺼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예술을 ‘치유’와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예술은 사회와는 달리 모든 감정을 포용하고 미술은 부정적 감정들을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는 따뜻한 통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다.
왜 화가 나는지, 왜 슬픈지, 무엇 때문에 마음이 답답한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 그림을 그리고, 색을 고르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감정을 밖으로 꺼내놓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반드시 ‘잘 그린 그림’일 필요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예술의 가치는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느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표현했는가에도 있을 테니까.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흔히 미술 교양서에서 반복해서 만나는 유명 작품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도 등장하지만, 이전에는 자세히 만나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각 장에서 작품을 먼저 바라보고, 그 작품에서 출발해 심리와 철학, 인간의 삶으로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흥미롭다.

미술사적 정보를 먼저 외우고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작품을 바라본다. 느낀다.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심리학과 철학의 언어로 다시 생각해본다.

이러한 과정 덕분에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도 작품과 심리학을 어렵지 않게 연결해볼 수 있다. 특히 각 이야기의 끝에서 핵심 개념을 정리하고 ‘생각해 볼 질문’을 던지는 구성은 책을 덮은 뒤에도 독자가 자신의 삶으로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림을 보는 방법이 달라지면 삶을 보는 방법도 달라진다.
《미술관 마음수업》은 미술에 대한 지식을 많이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을 새로운 방향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에 가깝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술론에서 시작해 조각과 르네상스, 표현주의와 현대미술을 지나 심리학과 미술치료, 철학과 인간의 삶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미술이라는 하나의 창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바라보게 한다.

라오콘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앙소르의 가면을 보면서 나는 어떤 감정을 감추고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카로스의 추락을 바라보면서 실패와 좌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마음속 어린아이를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외면했던 나의 감정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을 읽는 일이고,
인간을 읽는다는 것은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읽는 일이 되는 것 같다.


《미술관 마음수업》을 읽으며 예술이 꼭 거창한 무언가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마음을 돌보기 위해 특별한 장소나 대단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한 장의 그림을 천천히 바라보는 것, 색 하나를 선택해보는 것, 작품 앞에서 잠시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나를 치유해야 한다’고 다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감정을 인정하고,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마음까지도 그대로 놓아두는 시간을 허락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담긴 ‘마음수업’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을 배우는 수업인 동시에 마음을 바라보는 수업.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배우는 동시에 나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어쩌면 좋은 예술이란 답을 주는 작품이 아니라, 오래도록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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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미술 #교양미술 #심리도서 #미술심리
#신간도서 #미술도서 #심리치료 #신간소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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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서바이벌 - 올리버쌤 가족의 1,600km 로드무비
올리버 그랜트.정다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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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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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을 이야기할 때 보통은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더 넓은 땅, 더 많은 기회,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삶.

하지만 정말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넓은 땅에 직접 집을 짓고, 가족과 함께 살아갈 공간을 마련했다고 해서 그곳이 반드시 안전한 삶의 터전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가진 것이 많지 않더라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오늘을 견뎌낼 수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삶을 지켜주는 집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미국에서 성공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가족이 실제 삶을 살아가며 마주한 기후, 의료, 경제적 현실, 이민자로서의 불안, 가족의 죽음과 상실을 솔직하게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가족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집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집을 둘러싼 환경은 조금씩 달라졌다.
폭염과 한파, 물과 전력에 대한 불안, 의료 시스템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병.

삶은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믿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흔들리면서 무너진다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

집을 짓는 것과 삶의 터전을 만드는 것은 달랐다.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요새’라는 이미지였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집을 짓고, 그곳에서 오래 살아갈 미래를 꿈꿨지만 정작 그 요새를 위협한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었다. 자연환경의 변화와 사회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사건들이었다.

🔖“저희가 요새를 지은 땅은 아슬아슬한 모래밭이었습니다.”

사람은 미래를 준비하면서 무언가를 쌓는다.
집을 사고, 돈을 모으고, 직업을 만들고, 아이를 키우며,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
그런데 내가 단단하게 쌓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주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떨까.

어쩌면 살아가며 ‘안정’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영원히 보장되는 상태가 아니라,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잠시 유지되고 있는 균형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초반부에서 좋았던 부분은 완성되지 않은 집에서 부부가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이제 더 이상 빚 독촉에 가슴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새벽까지 마우스 클릭 소리를 내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웃음으로 터진 것이었다.”

가구도 없고, 매트리스도 없고, 완성되지 않은 집.
객관적으로 보면 부족한 것투성이인데 그 순간만큼은 두 사람이 웃을 수 있었다.
행복은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은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 안에서 함께 웃을 사람이 있을 때 버틸 힘을 얻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후에 닥치는 수많은 위기들이 크게 다가온다.
이 가족이 지키려고 했던 것은 ‘집’ 안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기후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기후 위기라는 말을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폭염, 산불, 가뭄, 한파, 폭우 같은 단어들도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숫자와 뉴스 화면으로 접하는 재난과,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에서 물과 전기와 집과 가족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모두가 똑같은 빨대를 땅속 깊이 꽂고 마지막 남은 생명수를 들이켜고 있는 형국이었다.”

지하수를 빨대로 표현한 이 문장은 인간이 자연을 소비하는 모습을 상당히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집 한 채를 짓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자연을 사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개인의 선택과 사회 전체의 구조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거대한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사는 집과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가족의 안전에 직접 연결된 현재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그리고 이 책의 중심에는 ‘상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묵직하게 다가온 부분은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였다.

가족이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질병도 그렇고, 죽음도 그렇다.
특히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보다 남겨질 아내를 걱정하는 장면은 오래 남았다.

🔖“내 인생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어. 다만… 다만 걱정되는 것은 혼자 남을 로이스야.”

죽음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까지 걱정하는 것이 자신의 삶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삶이라는 사실이 먹먹했다.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수많은 것을 원한다.
더 좋은 집, 더 많은 돈, 더 안정적인 미래, 더 나은 환경.
하지만 삶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어쩌면 그런 것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괜찮을까.’ 라는 질문만이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사랑이란 상대방의 삶을 걱정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키워드를 하나 고른다면 나는 ‘어른’이라는 단어를 고르고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선택하는 것이 어른의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을까.

🔖“어른이 되어가며 우리는 필연적으로 상실의 고통과 마주합니다. 하지만 고통은 우리를 완전히 쓰러뜨리지 못합니다. 오히려 인간으로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게 만들며, 끝내 우리를 성숙하게 합니다.”

상실은 사람을 약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게 하기도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경험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00킬로미터의 길은 결국 ‘도망’이 아니었다.
후반부의 이주 과정은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
폭설과 한파,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 지쳐가는 몸과 마음.
그리고 결국에 1,600킬로미터를 달려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그것은 잠을 포기하고, 지금 당장 시동을 거는 것.”

그리고 이어지는 1,600킬로미터의 여정.
이 장면을 읽으면서 ‘떠난다’는 것이 반드시 도망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때는 떠나는 것이 오히려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일 수 있다.

한곳에 오래 버티는 것을 '인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버티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내가 애써 쌓아온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선택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네소타로 향하는 길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다시 선택하는 길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진짜 요새는 무엇일까?’

돈일까. 집일까. 직업일까. 내가 오랫동안 쌓아온 경력일까.

물론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상실을 지나고, 무너지는 현실을 견디고, 가족과 함께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곳.
그곳이야말로 진짜 집일 것이다.


《아메리칸 서바이벌》은 삶에서 무엇을 안전이라고 믿고 있는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지, 그리고 무너진 자리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힘들었고, 두려웠고, 때로는 무력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결국 떠나야 했다.
그럼에도 다시 움직였다.
아마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서바이벌’의 진짜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생존은 살아남는 것만이 아니라, 상실 이후에도 다시 삶을 선택하는 것일 테니까.

책을 읽고 나니 ‘행복한 삶’에 대한 기준도 달라졌다.

완벽한 집을 갖는 것보다 그 집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모든 위험을 없애는 것보다 위험한 순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것.
상실을 겪은 뒤에도 다시 내일을 살아가는 것.

안식처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속에 만들어가는 공간인지도 모르겠다.

가족을 다시 삶으로 데려가기 위해 끝까지 달려간 1,600킬로미터의 길은,
누구에게나 언젠가 한 번쯤 찾아오는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순간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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