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될 여름에 소다 거품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8
박에스더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박에스더의 신작 《멸종될 여름에 소다 거품을》은
우주의 법칙이 바뀌어도,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사랑과 상실, 선택과 성장 속에서 흔들린다는 사실을 정교하게 증명해냅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영혼이 우주를 유영하는 시대.
그러나 인간은 여전히 “그해의 여름”을 기억하며
“누군가에게 건네지 못한 문장 하나”를 품고 살아갑니다.

이 소설은 어쩌면 ‘미래’라는 이름의 소녀가, ‘지구라는 육체’가, 그리고 ‘청춘’이라는 존재가 살아보는 마지막 여름입니다.


책의 시작은 미래가 남기는 기억의 선언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해 지구에서 있었던 일은 내가 다음 몸으로 영혼을 옮긴다고 해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이 문장은 SF의 배경 속에서도 지극히 문학적인 운명감을 만들어냅니다.
마치 성장소설의 주인공이 터닝 포인트 앞에 서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처럼,
SF의 스케일과 청춘의 감정이 완벽하게 이어지는 문장입니다.


이 소설의 세계관은 단순히 흥미로운 SF적 장치가 아닙니다.

📌“육체는 지구에, 영혼은 우주에.”

이 분리 구조는 청소년기의 정체성 분열을 상징합니다.
고요한 외면과 소용돌이치는 내면,
온순하게 보이는 겉모습과 사랑·증오를 알고 싶은 마음.

지구에 남겨진 ‘육체들’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격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설정은,
오히려 청소년들이 감정의 언어를 잃은 오늘의 시대를 반영합니다.

내면은 우주처럼 거대하고 혼란스러운데
겉의 육체는 여전히 “밝고 온순함”을 요구받는 불일치.

박에스더는 이 세계를 통해 말합니다.
💭우리 모두는 분리된 채로 살아남으려 애쓰는 존재라고.


지구의 육체들 중 ‘종말론자’가 존재하며,
이들 때문에 지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예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흔들립니다.

특히 가장 강렬한 서사적 장치는 한성제의 정체입니다.

📌“넌 미래가 아니잖아.”

이 대사는 독자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기억, 정체성, 시간, 선택”이라는 키워드를 다시 묵직하게 바라보도록 만듭니다.

이 소설은 청춘을 기억과 존재의 미완성성으로 정의합니다.
한성제의 말은 “미래”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의 정체를 뒤흔들고,
독자는 ‘진짜 미래’가 누구인지,
현재의 미래는 무엇을 잃고 살아왔는지를 추적하게 됩니다.


소설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청춘이 가진 ‘말해버리면 사라질 것 같은 감정’에 대한 묘사입니다.

📌“가끔은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 있다.”

이 구절은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청춘의 감정이라는 것은
늘 타이밍과 용기, 두려움의 미세한 간극에 놓여 있습니다.

우주에서는 시간이 무한히 존재하지만,
청춘에게는 “평생에 한 번인 순간”만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사랑은 슬프고,
아프고, 뜨겁고, 무엇보다도 유효합니다.


이 책의 SF적 질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것입니다.

📌“사랑이나 증오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왜 인간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는가?
왜 미래만, 영혼과 육체의 결합을 통해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는가?

이는 우리가 문명의 발전 속에서 감정을 도려내는 방식을 묻는 질문입니다.

효율을 위해 감정을 삭제해야 하는 시대,
감정을 잃고도 그것이 문제인지 몰라버리는 시대.

박에스더는 감정을 잃은 인간의 세계에서
감정을 되찾으려는 청춘의 분투를
우주적 서사와 함께 그립니다.


미래와 영, 성제는 종말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감정은 결말에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기적을 만들어 냈다.”


이 기적은 누군가가 내려준 것이 아니다.
‘살아 있음’이라는 가장 단단한 선택에서 비롯된 기적입니다.

종말이 다가오는 여름,
세 인물은 각자의 감정과 기억, 고통과 선택을 직면합니다.

그리고 후반부 문장처럼,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꽃 한 송이, 바람 한 점,
기억 하나, 사랑 하나와도.


청소년기는 완벽한 답을 내릴 수 없는 시기입니다.
어떤 감정이 진짜인지, 무엇이 나인지,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말합니다.

헤맴이 곧 청춘입니다.
헤맴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내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멸종될 여름에 소다 거품을》은
그 헤맴을 따뜻하게 인정해주는 소설입니다.
종말의 위기 속에서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흔들리는 용기,
정체성의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선택.

이 모든 것이 청춘의 보고서이며,
박에스더는 그 보고서를 별처럼 아름답게 펼쳐 보입니다.


이 소설은 SF의 외형을 빌린, 가장 인간적인 청춘 성장소설입니다.

감정이 사라진 세계에서 감정을 되찾으려는 아이들의 분투는
결국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읽고 나면 마음속에 이렇게 남습니다.
🍂“나의 종말과 나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_

#멸종될여름에소다거품을
#박에스더 #자음과모음
#청소년도서 #청소년문학 #청소년소설 #소설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독서 #독서습관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서평 #서평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로 살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 융과 함께 다시 시작하는 인생 수업
최광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중년의 위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은 내면의 또 다른 ‘나’가 깨어나려는 신호다.



“진정한 인생은 마흔에 시작된다.”
카를 융이 남긴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심리적 진실’입니다.

《나로 살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심리학자이자 가족 상담가 최광현이 수십 년간의 임상 경험을 통해,
융의 ‘대극(對極)의 심리학’을 현실의 언어로 풀어낸 책입니다.
이 책은 “중년의 위기”를 ‘심리적 재구성의 신호’로 바라봅니다.

그동안 외부의 역할(부모, 배우자, 직장인, 가장)로만 살아온 사람이
이제야 비로소 ‘진짜 나’와 마주해야 하는 시기,
그게 바로 융이 말한 “두 번째 인생”의 시작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합니다.
“마흔 이후의 혼란은 실패가 아니라, 자기실현이 우리를 부르는 신호다.”


최광현은 서울신학대학교 교수이자 가족상담 전문가로,
수십 년간 중장년층과 다양한 가족 구성원을 상담해 온 임상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융(C.G. Jung)과 아들러, 프롬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중년이 겪는 내면의 균열과 회복”을 다루는 글을 써왔습니다.

특히 그는 상담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사례를 통해
“중년의 위기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내면의 또 다른 자아가 깨어나려는 과정”임을 설득력 있게 증명합니다.

《나로 살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그가 오랜 상담 경험과
자신의 삶의 고비에서 얻은 통찰을 집약해 낸 결과물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심리학을 이론이 아닌,
중년의 삶을 견디게 하는 실제적인 지혜로 번역하는 법”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융 심리학’의 핵심인 대극(對極)의 원리를 중심에 둡니다.
즉, 인간은 언제나 ‘빛과 그림자’, ‘의식과 무의식’, ‘남성과 여성성’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두 힘 속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의 우리는 ‘성취’라는 한쪽 극에만 매달려 삽니다.
그러나 중년에 들어서면 그 반대편, 즉 ‘내면의 목소리’가 강하게 끌어올려집니다.
이때 균형을 잡지 못하면 불안, 무기력, 분노, 번아웃, 관계의 붕괴가 찾아옵니다.

저자는 융의 개념(그림자, 아니마·아니무스, 페르소나, 자기Self 등)을
추상적인 학문이 아닌, 현실적 중년의 삶에 대입해 설명합니다.
그리고 “중년의 위기”를 “두 번째 탄생의 징후”로 해석합니다.

📌“나는 중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마흔 이후로는 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생존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구절처럼, 그는 변화가 곧 생존의 조건임을 강조합니다.
중년의 위기는 ‘불안’이 아니라 ‘갱신의 신호’입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융의 개념을 ‘삶의 과제’로 풀어냅니다.


1장은 ‘그림자’와 ‘페르소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사회적 역할에 몰두할수록 내면의 또 다른 인격은 억압됩니다.
융은 “빛이 밝아질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고 했습니다.

📌“밝은 면이 커진다고 해서 어두운 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숨게 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선함’이나 ‘성취’라는 이름으로 자기 안의 욕망과 분노를
억누른 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줍니다.
저자는 “그림자와 대면할 때, 진짜 내가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이 대면이 바로 중년의 시작입니다.

또한 ‘아니마(남성 안의 여성성)’와 ‘아니무스(여성 안의 남성성)’ 개념을 통해,
남성은 부드러움을, 여성은 강인함을 받아들일 때 성숙에 다다른다고 말합니다.

📌“건강한 남성은 여성적, 건강한 여성은 남성적이다.”

이 문장은 성별 이분법을 넘어선 심리적 통합의 선언으로 읽힙니다.


2장에서는 인간관계 속의 ‘투사(projection)’를 다룹니다.
즉, 우리가 타인을 미워하거나 비난할 때,
사실은 내 안의 억눌린 감정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나는 나의 그림자가 나에게 속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통찰은 관계의 해법이 외부에 있지 않음을 일깨웁니다.
또한 “영원한 원수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처럼,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실제 상담 사례를 들어,
가족 간의 오해나 분노가 결국 자신 안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줍니다.
📌‘나를 향한 경멸이 타인을 향한 경멸을 만든다’는 구절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3장은 융의 ‘무의식’ 개념을 핵심으로 삼습니다.
저자는 “중년에는 무의식의 반격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억눌러 온 감정, 욕망, 두려움이
꿈이나 신체 증상, 갑작스러운 무기력으로 드러납니다.

융은 “무의식은 삶의 균형을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즉, 내면의 불균형을 방치하면 결국 무의식이
‘삶의 파동’으로 경고를 보낸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신화, 꿈, 상징을 예시로 들어
“무의식의 언어”를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마지막 장은 ‘변화’와 ‘통합’을 다룹니다.
젊은 시절의 성취 중심 인생에서 벗어나
이제는 ‘내면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건강한 삶의 자세는
한쪽으로만 뻗어나가는 일방성이 아닌 조정과 균형, 중용의 태도이다.”

📌“고난과 어려움이라 믿었던 시간이
기쁨과 감사로 변하는 인생의 반전 드라마가 우리에게도 가능하다.”

이 구절들은 중년 이후의 삶을 ‘쇠퇴’가 아닌
‘성숙의 계절’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가집니다.
저자는 “내리막길을 경험해야 비로소 나의 한계를 안다”고 말하며,
고난의 순간을 자기실현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포장 안에 있지만, 실은 깊은 심리학적 명상서입니다.
저자는 “긍정하라”나 “다 잘 될 거야” 같은 피상적 위로 대신,
“그림자를 직시하라”는 불편하지만 진실한 처방을 내립니다.

읽는 내내 공감되는 점은,
저자가 이론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삶의 체험과 상담 현장의 사례로 풀어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용은 학문적이면서도 인간적입니다.

특히 중년 독자들에게 이 책은 “내 안의 균형을 되찾는 안내서”입니다.
직장에서의 성공, 가족의 돌봄, 사회적 위치 등
외적 과제에만 몰두했던 사람이
이제야 ‘내면의 숙제’를 풀어야 하는 시점임을 일깨워 줍니다.

🌿“빛이 밝아지면 그림자도 커진다.”
― 이 말은
우리가 삶의 후반부로 들어서며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진실입니다.

_

#나로살기에아직늦지않았다
#최광현 #추수밭 #청림출판
#카를융 #인문 #심리 #심리학 #자기계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독서 #독서습관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서평 #서평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프 먼트(OFF-MENT)
장재열 지음 / 큰숲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나는 지금, 내 삶의 브레이크를 얼마나 밟고 살고 있지?”
⁉️“나는 언제쯤 진짜로 쉬어본 적이 있었더라?”

《오프 먼트》는 “그럼 인생 접고 쉬어라”가 아니라,
“목표는 그대로 두고, 방식만 바꿔보자. 애쓰는 것 말고도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라고 말해 주는 책입니다.

읽는 동안, “그래, 나 이제 좀 쉬어도 되겠다”가 아니라
“쉬는 게 곧 더 잘 가기 위한 전략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같습니다.


장재열은 지난 12년 동안 4만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난 상담가이자 작가입니다. “좀놀아본언니들”이라는 비영리 상담 단체를 운영하며,
진로·관계·정체성·불안·번아웃 등 청년 세대의 마음건강 문제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듣고 기록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커리어는 독특합니다.
심리학 전공자나 상담사 출신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일상에서 겪는 고통과 번아웃을 스스로 경험하며
그 경험을 글쓰기와 상담으로 전환해 성장해 온 실천적 상담가입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이론보다 삶에 가깝고, 개념보다 사례와 감정에 더 가까워 독자들이 쉽게 “나의 이야기 같다”고 공감하게 만듭니다.

이번 책 《오프 먼트》에서 그는
⁉️“더 잘하고 싶고 더 잘 살고 싶은 사람일수록 왜 오히려 무너지는가?”
라는, 지난 10여 년간 수천 명의 내담자에게서 반복적으로 목격해 온 질문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장재열은 늘 말합니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일수록,
휴식은 하던 일의 ‘보상’이 아니라 계속 나아가기 위한 ‘기술’이다.”

그는 지금도
“애써온 사람들”에게 “덜 애쓰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
그리고 회복의 언어를 쓰는 작가로 꾸준히 활동 중입니다.


《오프 먼트》는 게으른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애써온 사람, 심지어 이미 과하게 애써온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이만큼만 더 하고 쉴게”가 평생 입버릇인 사람
✔️쉬라고 해도 죄책감이 들어서 머릿속은 일 생각에서 못 벗어나는 사람
✔️아직 ‘번아웃’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이 서서히 갈라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게 장재열 작가는 아주 조심스레, 그러나 단호하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왜 애쓸수록 바라는 모습에서 멀어지는 걸까요?”

책의 기본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애씀만으론 안 된다. 내려놓는 방식이라는 또 하나의 도구를 손에 쥐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무덤덤함과 내려놓음을 통해 목표를 이루는 경험도 하게 되면 손에 2개의 도구를 쥐게 되는 거예요… ‘이 목표에는 어떤 방식이 더 맞는 걸까? 애쓰면서 빡세게 하는 것? 아니면 내려놓고 힘 빼며 하는 것?’을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 문장이 개인적으로 정말 크게 와닿았습ㄴ다.
우리는 대부분 “힘주기”만 배웠지,
“힘 빼기”를 하나의 전략으로 쓰는 법을 아무도 안 가르쳐줬거든요.


📌“애쓸수록 더 안 되고, 내려놓을수록 더 잘되는 이유”

저자는 이걸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기능적 고착화’라는 심리학 개념으로 풀어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룬다 = 죽어라 애쓴다”라는 패턴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다른 방식(쉬기, 잠시 멈추기, 내려놓고 다시 보기)을 ‘아예 방법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이미 몸과 마음이 한계인데도
“어차피 할 수 있는 건 더 애쓰는 것뿐”이라고 믿으며
브레이크 없이 엑셀만 밟는 상태로 살게 됩니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 이야기가 그래서 더 생생합니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과
“그 전에 뭔가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감각을 동시에 줍니다.


이 책이 좋은 건, 단순히
“쉬어야 해요!”라고 말하고 끝내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 전에 먼저, 좀 아프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애쓰지?
⁉️이건 정말 ‘내 목표’ 때문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기준, 비교, 두려움, 수치심 때문인가?


저자가 들려주는 상담 장면 중 이런 대화가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애쓰는 이유요. 그냥 내 일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누가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챙겨야지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인 거죠.”
“그런데, 네 말을 듣다 보니까 조금 이상하다.”
“뭐가요?”
“네 일이라서 그렇게까지 애쓰며 챙기는 거면 정작 네 삶은 왜 안 챙겨? 네 삶도 네 거잖아.”


⁉️“회사일은 ‘내 일’이라며 밤을 새우는데,
정작 내 건강, 내 인간관계, 내 마음은 왜 이렇게 방치되어 있을까?”

책은 워크시트와 질문들을 통해
우리가 애쓰는 이유 뒤에 있는 '핵심 감정’을 찾아가도록 도와줍니다.

✔️버려질까 봐 두려워서
✔️뒤처진다는 불안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면 내가 무가치한 사람 같아서

이 감정들을 외면한 채로는 쉰다고 해도 죄책감만 느끼고,
다시 애쓰기로 ‘도망가는’ 패턴이 반복되니까요.


저자가 제안하는 ‘오프 먼트’는
“회사 그만두고 제주도로 떠나” 같은 극단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아닙니다.

핵심은 딱 이 감각이에요.
📌“매 순간 브레이크를 반쯤 밟고 살아간다는 것”

항상 120%로 살지 않고
85% 정도의 에너지로, 남은 15%를 남겨둔 채 살아가는 방식!

‘커리어를 오래 가져가는 사람들’이 쓰는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목표를 줄이자는 게 아니라는 것.

같은 목표를 향해 가되,
“나를 갈아 넣는 방식 말고도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라는 것.


📌“우리가… 혼자 있는 그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나는 지금 나와 함께 있다’라는 감각을 계속 느껴야 합니다…
나는 나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을까?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휴식이 됩니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시간 나면 쉬어라”가 아니라 ‘쉬는 것도 스케줄링하라’고 말한다는 거예요.

내려놓음이 죽어도 안 될 땐,
“쉬는 시간을 업무처럼 캘린더에 박아 넣으라”고 조언하는 부분도 현실적이었고요.


이 책은 끝까지 “쉼 = 사치”라는 오래된 믿음을 해체하려고 애씁니다.

마거릿 대처처럼 “잠은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나 자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결국 어떻게 사람을 무너뜨리는지
영국 공주의 말처럼, 휴식이 관점을 주고,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그래서 결국, 휴식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어떤 것들보다 필수 요소” 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책을 덮고 나면
쉬는 시간을 빼 버린 인생 설계도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_

#오프먼트 #장재열 #큰숲 #오팬하우스
#인문 #심리 #자기계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독서 #독서습관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서평 #서평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부자 아빠 투자 불변의 법칙 - 500억 자산가가 남긴 마지막 유산
타짱 지음, 박선영 옮김 / 큰숲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500만 원을 500억 원으로 만든, 의사이자 장기투자자!
타짱(필명)은 일본의 마취과 전문의이자,
30년 넘게 가치투자를 실천해 온 개인 투자자입니다.
어릴 때부터 “부자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고, 의대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모은 종잣돈 500만 원(원화 기준)으로 첫 투자를 시작하며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의사라는 과중한 직업 속에서도 틈틈이 투자 공부와 기업 분석을 꾸준히 이어 갔고,
20대에 자산 10억, 40대에 500억 원을 넘어서는 자산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투자자로서의 길을 걸으면서도 대중 앞에 나서지 않고,
오직 경험과 실적, 그리고 기록만으로 조용히 자기 철학을 쌓아 온 인물입니다.

그러던 중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곁에서 직접 알려줄 수 없다면,
책으로라도 평생의 지혜를 남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따라서 《부자 아빠 투자 불변의 법칙》은
그의 재산이 아니라,
그가 딸들에게 남기고 싶었던 마지막 유산이자 인생을 건 작가의 메시지입니다.


이 책이 독자에게 강하게 각인되는 이유는
단순히 “500억 만든 투자자”가 쓴 책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 책은 작가가 인생의 끝을 자각한 순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시작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2024년, 의사로서 자신의 몸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스스로 “내년은 몰라도 내후년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 순간, 그의 삶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두 딸이었습니다.

딸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직접 투자 교육을 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그는 책이라는 형태의 ‘투자 교과서’를 남기기로 합니다.


저자는 500만 원으로 시작해 30년간 500억까지 불린, 전형적인 ‘대성공 투자자’입니다. 그런데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가 “시한부 선고”라는 점에서 이 책은 처음부터 분위기가 다릅니다.

📌“사람은 살아가는 이상 어쨌든 돈이 필요해. 주식투자는 분명히 너희에게 힘이 되어 줄 거야… 나는 이 책 안에 영원히 남아 있을 거야. 언제든지 만나러 와 주면 좋겠구나.”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책은
“내가 곁에 없어도 너희가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한 생존 매뉴얼”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습니다.

돈을 삶의 전부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돈이 삶의 선택지를 얼마나 크게 넓혀주는지 몸으로 체득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투자의 본질은 사실 굉장히 단순합니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회사의 일부를 소유하는 일이다… 실제 주가보다 높이 평가받는 주식도 있고 반대로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저평가 주식도 있다.
본래 지닌 가치보다 싸게 평가받는 저평가 주식을 사 놓으면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그 주식의 가치를 깨닫게 되고 주가도 올라간다. 그리고 주가가 올랐을 때 팔면 돈을 번다는 것이 가치주 투자의 본질이다.”

이 책의 가치는 이 당연한 원칙을 실제 숫자와 사례로,
그리고 30년짜리 타임라인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의대생 시절, 과외비로 모은 500만 원으로 시작
호주 금광주, 소비자 금융주, 외식업체 등에서 텐배거(10배 상승)를 여러 번 경험
조선업(나무라조선소·HD한국조선해양)에 100억을 넣어 자산 500억 돌파

이처럼 “나는 언제 무엇을 보고 이렇게 판단했고, 그게 맞았던/틀렸던 이유는 이것”이라고 풀어내 주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물론 한 사람의 성공담에는 언제나 생존자 편향이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자신을 “천재”로 포장하기보다,
“원칙을 지키며 귀찮은 분석을 꾸준히 했더니 여기까지 왔다”는 식으로 풀어내는 쪽이라 과장된 자기 신화 느낌이 덜했습니다.


저자가 딸들에게 남긴 핵심 투자법은 세 가지입니다.

1. 자산가치주 : 싸게 방치된 ‘순자산’을 사는 법
2. 수익가치주 : 돈을 잘 버는 회사를 합리적 가격에 사는 법
3. 시클리컬가치주 : 경기 사이클을 이용해 적자 회사에서 기회를 찾는 법


자산가치주 파트를 설명하는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자산가치주는 본업에서 충분히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소위 ‘돈을 못 버는 회사’가 많다… 따라서 자산가치주의 경우 수익 창출 능력의 지표인 PER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자산이 많아도 벌어들이는 실적이 좋지 않으면 주가는 별로 올라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산가치주의 PBR은 낮기 마련이다.”

PER만 들여다보는 개미 투자자의 습관을 정면으로 뒤집는 문장입니다.
이 파트에서 느껴지는 건 “숫자를 목적에 맞게 고른다”는 태도입니다.

자산가치주 → “이 회사가 지금 청산된다면, 남는 게 얼마냐?”
그래서 → PER은 의미 없고, PBR·보유 자산 구조가 훨씬 중요!

‘돈을 못 버는 회사’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무시받는 종목들 사이에서,
장부에 갇힌 진짜 자산을 끄집어내는 시선을 배우게 해 줍니다.


수익가치주 파트는 “언제 팔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꽤 솔직하게 적어 놓았습니다.

📌“수익가치주를 파는 시기도… ‘시나리오가 무너졌을 때’, ‘더 좋은 주식을 찾았을 때’, ‘단기간에 지나치게 올랐을 때’…
수익가치주 투자에서 적정한 팔 때는 ‘예상과 달리 실적에서 그늘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다.”


여기서 좋았던 부분은

“실적에서 그늘이 보이면 주가는 이미 어느 정도 하락한 뒤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때라도, 회복 근거가 없다면 미련 두지 말고 팔라는 현실적인 조언!


많은 투자서가 “싸게 사고 오래 들고 있어라”만 강조하는데,
이 책은 “우리의 시나리오가 틀렸다는 증거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꽤 냉정하게 짚습니다.

딸들에게 가르치는 입장에서
“기다려라”뿐 아니라 “틀렸을 때 인정하는 용기”를 꼭 넣어두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 시클리컬가치주 파트였습니다.

경기 민감 업종(조선·철강·광업 등)은 좋을 땐 엄청나게 벌고
나쁠 땐 적자에 허덕이다가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저자는 이 변동성 속에서 “가격 왜곡이 정정되는 순간”에 집중합니다.


시클리컬은 사실 개미에게 가장 위험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감으로 파도 타기”가 아니라
“업황, 구조, 가격 왜곡, 공급·수요의 필연성”을 보고 들어가는 법을 보여 줍니다.


저자가 딸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도구가 “기업 분석 리포트”입니다.
✔️이 회사는 어떤 비즈니스 모델인지
✔️돈은 어디서 벌고 어디로 나가는지
✔️리스크는 무엇이고,
✔️지금 가격은 이 가치를 반영하고 있는지 를 글로 정리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흔히 ‘집중투자는 위험하니까 분산투자를 하자’라고 한다. 그 말이 맞다. 하지만 항상 분산투자가 좋은 것은 아니다. 진짜 이거다 싶은 종목을 찾아냈을 때는 집중투자 해야 한다. 나도 실제 그렇게 도전했기 때문에 오늘날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느껴지는 건 무모함이 아니라, 계산된 베팅입니다.

평소에는 분산투자,
하지만 스스로 써 온 리포트와 분석, 업황 이해를 통해
“이건 구조적으로 말이 된다” 싶은 순간,
실제로 포지션을 키워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것.

개인 투자자에게 이 메시지는 양날의 검입니다.
잘못 받아들이면 “올인해도 된다”로 변질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땐
“집중투자하라”보다 “집중하기 전에 이 정도까지 분석할 수 있느냐”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게 더 중요해 보였습니다.


이 책이 단순한 기법서가 아닌 이유는,
마지막까지 흐르는 정서가 “돈=전부”가 아니라 “돈=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말기 암 선고를 받고도,
돈 때문에 가족이 흔들리지는 않을 거란 사실에서 안도하면서도
“그래도 아이들에게 직접 이것만은 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돈이 있으면 직업 선택에서 자유가 늘어난다는 것
✔️위기 시에 “어쩔 수 없는 선택” 대신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투자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 경제를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는 것


자녀에게 “부자 되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넘어지지 않을 최소한의 바닥을 깔아주는 법”을 남기려는 아버지의 감정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_

#부자아빠투자불변의법칙
#타짱 #큰숲
#경제 #경제경영
#주식 #재테크 #자기계발 ​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독서 #독서습관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서평 #서평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 시간을 과학으로 설명하고,
✔️ 윤리를 철학으로 질문하며,
✔️ 감정을 문학으로 구현한

SF·스릴러·철학 소설의 경계를 무너뜨린 걸작입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소설이 불멸을 ‘위대한 능력’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고통으로 묘사했다는 점입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해리는 결국 “지켜야 할 것”을 선택하고,
그 선택이 그의 모든 생애 중 가장 인간적인 행동이 됩니다.

결국 이 작품은 말한다.

🌿“세계는 끝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의미를 선택할 수 있다.”


현대 SF 문학의 경계를 확장한 천재적인 이야기꾼!
클레어 노스(Claire North)는
영국의 장르문학 작가 캐서린 웹(Catherine Webb)의 필명 중 하나로,
그녀는 14세에 첫 장편을 출간하며 문단에 데뷔한,
영국 문학계에서도 손꼽히는 ‘초천재형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는 개인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세 개의 필명을 사용합니다.

✔️Catherine Webb – 청소년 성장물 및 판타지
✔️Kate Griffin – 도심 판타지 & 현대 마법 세계
✔️Claire North – 성인 대상의 철학적 SF·판타지, 실험적 서사

특히 클레어 노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작품들은
시간, 기억, 정체성, 윤리 같은 깊은 철학적 질문을 다루면서도
강렬한 서사와 몰입감을 동시에 갖추어 세계적 찬사를 받아 왔습니다.

그녀의 대표작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세계 3대 SF 문학상 중 하나인 존 W. 캠벨 기념상 수상작이며,
아서 C. 클라크상, 영국SF문학상(BSFA) 최종 후보에 오르며
출간 즉시 ‘과학적 사유와 스릴러 서사의 완벽한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언제나 철학적 질문을 중심에 둡니다.

✔️인간이 반복된 시간을 살 수 있다면 그 시간은 누구의 것인가?
✔️기억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기술의 진보는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결국 “무한히 반복되는 삶 속에서도,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를
집요하게 묻는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해리가 열한 번째 삶의 끝에서 듣는 메시지는 아주 단순하지만 섬뜩합니다.

📌“세계가 끝나고 있고 우리는 종말을 막을 수 없어요.”
📌“유일한 변수는 우리입니다. 세계가 변화한다면 세계를 변화시키는 건 우리들입니다.”

이 두 문장이 이 소설의 축을 거의 다 말해 줍니다.
칼라차크라들은 죽으면 다시 같은 해, 같은 장소로 돌아가지만 역사 자체는 거의 변하지 않는 “상수”로 존재합니다. 전쟁, 혁명, 냉전, 핵, 비극의 이름들은 생애를 거듭해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그래서 “세계의 종말이 빨라지고 있다”는 말은,
처음으로 그 상수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다시 태어날 수 있으니 무책임하게 구경만 해도 되었던 존재들에게,
“이번에는 너희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떨어진 셈이죠.

해리에게 이 메시지는 상징적입니다.
그동안의 삶이 주로 허무와 실험, 회피였다면,
이때부터 비로소 책임과 선택의 무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해리는 수십 번 인생을 반복하면서 종교, 과학, 철학, 사랑, 전쟁을 두루 겪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이런 질문으로 돌아오죠.

📌“낙관적인 기분일 때는 내가 살았던 모든 생애에, 내가 한 모든 선택에 결과가 따른다고 믿는다…
나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보통 “다시 태어난다면 더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우리는 가볍게 품곤 하는데, 이 소설은 그 환상을 무덤덤하게 부숴버립니다.

두 번째 생에선 정신병원에서 스스로 투신하고,
몇 번째 생에선 전쟁터에서 소모품처럼 소모되고,
또 다른 생에선 학문으로, 신앙으로, 연애로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그가 얻는 건 “결국 세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깨달음과,
⁉️“그렇다면 나의 수많은 선택과 고통은 도대체 무엇이었나”라는 자조에
가까운 질문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건, 해리가 자신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떠올리며 더 크게 우울해진다는 부분입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사는 우리도 종종 그렇게 후회하는데,
그걸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서 겪는 존재라면 그 피로감과 허무는 얼마나 클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소설의 긴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건 역시 빈센트입니다.
해리의 제자이자 친구,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숙적이 되는 인물.

그는 미래의 지식을 과거로 끌어와 기술 발전을 비정상적으로 가속하고,
마침내 ‘퀀텀 미러’, 즉 과거‧현재‧미래의 비밀을 하나의 이론으로 꿰뚫어 보는 도구를 만들려 합니다. 그 명분도 그럴싸합니다.

📌“세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상황을 바꿀 수 있어요, 더 낫게 만들 수 있단 말입니다.”


전쟁, 홀로코스트, 인류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선한 의도를 가진 소수가 역사를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는
지금 우리의 현실(기술 엘리트, 빅테크, AI, 빅데이터)을 떠올리면 섬뜩할 정도로 익숙합니다.

하지만 클레어 노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질문을 던집니다.

⁉️“선생님께서는 미래를 관장할 자격이 있다고 자신하십니까?”

빈센트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그렇다, 나는 선하고, 누군가는 해야 하고, 그게 나다.”

그에 비해 해리의 입장은 훨씬 더 불편하고 느리며 모호합니다.

📌“우리 행위는… 의미가 있어. 우리는 큰 것뿐 아니라 작은 것도 고려할 책임이 있단 말이야. …
우리는 신이 아니야, 빈센트. 우리의 지식이 신 노릇을 할 권위를 부여하지도 않고. 그건 우리의 존재 의미가 아니야.”


둘의 대립은 단순히 “변화를 원하는 자 vs 지키려는 자”가 아니라,
“나는 신이 될 수 있다”는 자와, “우리는 신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자의 싸움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과학기술의 진보’와 ‘윤리’가 부딪히는 모든 시대에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선한 의도라면, 어디까지 해도 되는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다는 이유로, 타인의 삶을 마음대로 조정해도 되는가
✔️미래를 알 수 있게 된 존재가, 과연 그 미래를 설계할 자격까지 얻는 것은 아닌데도 그렇게 착각하지는 않는가


이 책이 정말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큰 스케일의 철학과 과학 이야기를 하면서도 “작은 선함”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 인물이 해리에게 이렇게 말하죠.

📌“점잖은 사람들이 점잖은 인생을 살아가는 게 마치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말씀하시잖아요. 하지만 이 ‘점잖다’는 것, 그게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거예요…
노화를 치료하거나 기근을 없애거나 핵전쟁을 끝낸다 해도, 여기(이마)하고 여기(가슴)를 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


기계를 만드는 천재가 되기 전에,
먼저 “노인이 길을 건널 때 발걸음을 멈출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
이게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윤리의 핵심처럼 느껴졌습니다.

퀀텀 미러라는 기술은,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을 하나의 변수, 하나의 수식, 하나의 실험 재료로만 보는 순간, 진보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니라 파괴가 되죠.


병사 피델의 대사는,
시간을 무한히 반복해서 사는 해리와 기묘하게 겹쳐 보입니다.

📌“우리는 그저 빌어먹을 군인들일 뿐이죠… 한 발의 총탄, 한 방울의 피, 아무것도 아무 의미도 없어.”


해리는 무한히 다시 태어나지만,
피델은 한 번뿐인 인생에서도 자기 행위를 “의미 없다”고 말합니다.
이 대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해리에게 공포는 죽음이 아니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고,
피델에게 공포는 “살아 있음 자체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감각”입니다.

그 둘이 사실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 같았습니다.
살아 있는 시간의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어떤 책임과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결국 핵심이라는 느낌.


소설은, 엄청난 스케일의 시간과 수많은 생애를 보여주다가도
불쑥 아주 사적인 문장으로 내려앉습니다.

📌“이토록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여전히 아버지의 노년을 행복하게 해드리는 법을 모른다.”

세계의 종말, 기술, 윤리, 신의 자리… 이런 거대한 담론을 다 지나온 뒤에,
해리가 결국 고백하는 건
“가장 가까운 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법조차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이 문장이 이 소설의 정직함을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때로 “세계의 문제”를 논하면서,
정작 내 곁의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서툽니다.
해리는 열다섯 번의 삶을 살았지만,
그 부분만큼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행위는… 의미가 있어.”

세계가 리셋되고, 역사가 반복되고, 심지어 종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해도,
“이 생에서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사라지지 않는 책임이라는 것.

그래서 이 소설은, 전형적인 ‘세계 구하기’ 영웅담이라기보다
“의미를 잃어버리기 쉬운 시대에, 그래도 작은 의미를 붙들고 살아가려는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읽힙니다.


클레어 노스는 SF의 장치를 빌려 이렇게 묻는 것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기술은 너무 빠르게 달려가고,
우리 각자는 전체에서 보면 “한 발의 총탄, 한 방울의 피”처럼 보잘것없을지 몰라도,

그래도 당신의 선택은 의미가 있다고 믿을 수 있겠느냐고요.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은
“다시 태어나면 더 잘 살 거야”라는 가벼운 환상 대신,
“지금 이 한 번뿐인 삶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훨씬 무거운 질문을 남기는 소설이었습니다.

_

#해리오거스트의열다섯번째삶
#클레어노스
#반타 #오팬하우스
#sf소설 #영미소설 #소설 #소설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독서 #독서습관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서평 #서평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