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투자 5일 완성 - 누구나 평생 현금흐름 만드는 최고민수의 일주일 투자 과외
최고민수(박민수)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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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단맘 (@gbb_mom ) , #르온서평단 을 통해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출간 전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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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싸움"

빨간불과 파란불이 번갈아 스쳐 지나가는 차트 화면을 바라보며 밤잠을 설치던 날들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뉴스에 일희일비하고, 정작 내 삶의 소중한 일상은 뒤로 미룬 채 불안 속을 헤매던 시간들. 주식 시장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개별 종목이라는 불안정한 뗏목을 타고 파도에 쓸려 다녀본 투자자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조바심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자산 3000만 원으로 시작해 50억 원을 일궈낸 '오히려 좋아' 밈의 주인공, 최고민수(박민수) 작가의 책 《ETF 투자 5일 완성》은 이처럼 시장의 노이즈 속에서 길을 잃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조용히 닻을 내릴 수 있는 평온한 포구를 내어준다.

주식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FOMO(소외 공포)'와 '변동성 및 상장폐지의 위험'이다. 개별 기업의 재무제표를 뜯어보고 공시를 분석해도 예상치 못한 실적 악화나 유가 변동, 경영진 리스크 하나에 계좌가 반토막 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작가는 이 책에서 개별 주식 대신 주식형 ETF를 사야 하는 이유를 매우 현실적이고 명확하게 짚어낸다.

🔖​"주식을 사지 않아서 생기는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 공포)가 없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이끄는 강세장에서 두 종목이 없으면 우울하다. (중략) 하지만 대표지수나 반도체 ETF를 사면 모든 게 해결된다."

​이 문장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수많은 개별 주식 투자자들이 "내가 산 주식만 안 오르는"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ETF는 시장의 주도주를 알아서 담아주기 때문에 시장의 상승 궤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 준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상장폐지와 종목 교체(리밸런싱)에 대한 부분이다. 개별 기업은 실적 악화나 경영 리스크로 인해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될 수 있지만, ETF는 운용사가 주기적으로 "가장 우량 종목만 모아 놓고 더 우량한 종목으로 종목 교체"(1일차)를 해준다.

🔖​"투자자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종목 교체, 비중 축소 등으로 적극 대응한다. (중략) 개별 종목 실적이 악화되거나 주가 상승률이 떨어지면 해당 ETF에서 퇴출되거나 비중이 현격히 줄어든다. 최고의 개별 종목만이 해당 ETF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독한 세상이다."

우리는 흔히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을 들으며 위험 관리의 중요성을 배운다. 하지만 개인이 직접 10개 이상의 우량 종목을 분석하고 사서 관리하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10년 전 미국 나스닥 100 ETF를 사서 묻어두기만 했어도, 당시엔 없었던 AI 거인 ‘엔비디아’가 알아서 지수에 편입되어 내 계좌를 효자로 만들어주었듯 말이다. 내가 일일이 공부해서 최고의 종목을 골라내지 않아도, ETF라는 시스템이 '스타 종목의 등용문' 역할을 해준다는 사실은 투자자에게 커다란 심리적 안도감을 선물한다.


주식 시장에서 가장 괴로운 순간 중 하나는 내가 가진 종목은 제자리인데 다른 종목만 급등할 때 느끼는 'FOMO(소외 공포)'다. 저자는 대표지수 ETF와 섹터 ETF를 결합하는 것만으로도 이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더불어 책에서 제시하는 '4.4.2 투자전법(대표지수 40%, 섹터 40%, 월배당 20%)'과 하락장에 대응하는 '2-4-6 전법(최초 매수가 기준 -20% 하락 시점마다 추가 매수)'은 투자자에게 명확한 행동 규범(Rules)을 제공한다. 시장이 폭락할 때 공포에 질려 던지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매수 단가를 낮추는 기회로 삼는 프레임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4-4-2 투자전법'은 축구 포메이션처럼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완벽히 맞춰준다.
​여기에 하락장이 올 때마다 공포에 떨며 던지는 것이 아니라 분할 매수로 대응하는 '2-4-6 전법'은 장기투자를 완성하는 핵심 무기다.

🔖"미국 대표지수 ETF 투자는 매도란 없다. 오직 저점 추가 매수뿐이다. 장기간 투자하면서 2-4-6 전법대로 추가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면 된다. 최초 매수 가격 기준 -20% 하락 시점마다 추가 매수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나 악재로 시장 전체가 내리꽂히는 '블랙스완'은 길어야 1년 안에 회복되었던 역사가 있다. 최고민수 작가는 고점을 맞춰 팔고 저점을 다시 잡으려는 욕심(마켓 타이밍)을 버리고, "떨어지면 더 산다"는 단순 명료한 룰로 시장을 버텨내라고 조언한다. 내가 사는 타이밍이 언제나 최저점일 수 없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하락을 악재가 아닌 '단가 인하의 기회'로 바 꾸는 실전적인 배짱을 키워준다.


🔖"순자산총액 200억 원 미만 투자는 주의하자"와 같이
ETF가 상장폐지되어도 순자산가치(NAV)만큼은 돌려받지만, 원치 않는 시점에 손실이 확정될 수 있으므로 최소 순자산총액 200억 원 미만 투자는 주의하고, 보수적이라면 300억 원 이상을 고르라"는 조언은 계좌를 지키는 아주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다.

또한, 연금계좌와 ISA 계좌를 활용한 절세 매커니즘을 🔖"장기투자의 시작은 절세계좌에서부터"라는 명제로 강하게 피력한다. 아무리 투자 수익률이 높아도 금융소득종합과세나 매매차익 세금으로 빠져나간다면 장기 복리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기타형 및 해외 ETF 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49.5%의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금계좌와 ISA라는 '강제 장기투자' 장치를 1순위로 채우라는 점도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금리와 채권의 관계, 듀레이션(Duration)의 개념, 그리고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미국 국채 금리의 상관관계 등 다소 어려울 수 있는 Macro(거시경제) 지식도 지수와 채권 ETF의 맥락에서 쉽게 풀어내어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을 한층 넓혀준다.

🔖​"미국 국채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채가격(국채금리)에 민감했던 이유다. 미국 국채가격이 하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관세 정책에서 한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거시 경제의 복잡한 톱니바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이것이 왜 국채와 주식 시장으로 연결되는지를 매끄럽게 풀어내는 저자의 혜안이 돋보였다. 매일 차트를 보며 1~2% 상승과 하락에 밤잠을 설치고, 한 대형주에 올인했다가 적자가 날까 전전반측하는 투자는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주식 시장에서 매일매일의 시세 판을 쳐다보며 빠르게 돈을 버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개별 종목의 거친 파도 속에서 매일 밤 잠을 설친다면 그것은 참된 부(富)의 길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고민수 저자가 제시하는 ETF 투자법은 투자자에게 '시간'과 '마음의 평정'을 돌려준다.

시장의 유행을 좇기보다 지수와 우량 섹터라는 단단한 뗏목에 올라타고,
절세계좌라는 그릇에 매월 꾸준히 자산을 담아가는 삶.
그것이 바로 3000만 원이라는 씨앗을 50억 원이라는 거목으로 키워낸 저자의 진짜 비결이 아니었을까.

"평생 가져갈 반려 ETF를 찾는 것"은 개별 주식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파도에 쓸려 다니기보다, 튼튼한 '대표지수와 반려 ETF'라는 배에 올라타 시세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 투자의 닻을 내리는 것.

나의 노후와 미래를 시장의 거대한 성장에 의탁하고, 일상의 평화를 지키면서도 꾸준히 부를 일궈내겠다는 가장 지혜롭고 정직한 투자 서약이다.
ETF 투자를 망설이거나 주식 시장의 변동성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이 글 속 노하우들은 '마음 편한 노후 준비'를 향해 나아가는 든든한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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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상점가 속마음 과자점
구리스 히요코 지음, 마미영 옮김 / 모모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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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단맘 (@gbb_mom ) , #르온서평단 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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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의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노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 '나에게도 이런 과자점이 나타난다면 어떤 과자를 집어 들게 될까?'
- '어쩌면 과자가 없어도 이미 답은 내 마음속에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오렌지빛 노을과 제등이 비추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 이름만으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땅거미 상점가 속마음 과자점》은 신비한 과자가 고민을 해결해 주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따뜻하게 그려낸 힐링 판타지였다. 읽는 내내 과자의 신비한 힘보다도 그 과자를 먹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야기의 배경인 '땅거미 상점가'는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길을 잃었을 때 닿고 싶은 마음속 쉼터처럼 느껴졌다. 고민이 깊어진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정은 현실에서도 마음이 가장 힘들 때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바라보는 소설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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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가면을 쓴다. 남에게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본심을 숨기거나, 스스로의 결점을 과도하게 의식해 자격지심에 빠지곤 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의 카나가 느꼈던 자격지심이나, 유이가 친구들에게 진심을 털어놓지 못했던 모습은 사실 모두가 매일 겪는 고뇌이기도 하다.

​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과자점의 신비로운 마법이 결코 전지전능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과자는 그저 계기일 뿐, 진실한 대화와 스스로에 대한 인정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진짜 열쇠임을 일깨워 준다.

​카나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사실 이 별사탕은 그런 마음으로 먹어야 했다. 정말 좋은 일이 생길까, 하는 기대만으로도 신이 나서 그 자체를 '소소하게 좋은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말이다.” 라는 대목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카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 더 큰 행운을 욕심내지만, 오히려 그 욕심 때문에 현재의 행복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그러다 별사탕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다른 사람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행복은 독차지할수록 커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눌 때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또한 유이가 깨달았듯, 상대를 향해 먼저 진심을 보여줄 때 비로소 타인의 진심도 마주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손님은 이 과자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먼저 진심을 보여주면 상대도 진심을 보여주기 마련이죠.” 라는 고게쓰 씨의 말처럼, 결국 관계를 바꾸고 마음을 트게 만드는 것은 신비한 효능이 아닌 본인의 용기였다.

실제 '숨길 수 없는 밤모나카' 에피소드에서 친구 유이가 나눠준 모나카에는 아무런 효력이 들어있지 않았음에도, 친구들이 솔직한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유이가 먼저 다가가 진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외모 콤플렉스를 다룬 이야기 역시 현실적이었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걱정하지만, 정작 가장 엄격하게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인 경우가 많다.


🔖“내 외모를 가장 신경 쓰고 있었던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적어도 난 자네 외모가 별로라고 생각한 적 없어.”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럽지 못한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게 나다. 나를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게서 좋은 점을 발견하면 되지 않을까.”

이 문장들처럼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중요한지를 담담하게 전한다. 스스로를 인정하는 작은 변화가 더 큰 용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붉은 제등이 켜진 땅거미 상점가의 고즈넉한 풍경과 함께, 🔖“용법과 용량에 주의해 드시길 바랍니다”라던 점장의 다정한 경고가 마음에 맴돈다. 과자의 마법은 삶을 단번에 바꾸어 주는 만능열쇠가 아니라, 내 안에 감춰두었던 용기와 진짜 소원을 꺼내 주는 자그마한 불씨에 불과했다.

하루하루 타인의 눈치를 보며 정작 자신의 목소리를 잊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정답은 이미 네 안에 있다”고 나지막이 일깨워 주는 달콤쌉싸름하고 포근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고게쓰 씨의 금빛 눈동자와 오렌지빛 노을에 잠긴 거리의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에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른다. 특히 🔖“사람의 마음도 이렇게 투명하게 보이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라는 고게쓰 씨의 질문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 안달 났던 주인공들이 깨달은 것은, 과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어쩐지 처음으로 나 자신이 좋아질 것만 같은 예감”을 품는 순간 삶의 모든 기적이 비로소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느낀 점은 기적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힘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계기라는 것이다. 등장하는 과자들은 모두 신비로운 힘을 지녔지만, 인물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지는 않는다. 대신 자신의 욕심을 돌아보게 하고, 용기를 내게 하고, 진심을 말하게 만들 뿐이다. 이 소설은 과자의 마법보다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기적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말하지 못한 고민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 만약 내 앞에도 '고하쿠 기묘한 과자점'이 나타난다면 어떤 과자를 고를까 잠시 상상해 보게 된다. ​세상의 소음과 타인의 시선에 치여 마음에 과부하가 걸린 날, 이 책은 잃어버렸던 나의 속마음과 대면하게 만드는 달콤하고도 쌉싸름한 고백의 공간이 되어줄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하루 끝에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작은 여유와 따뜻한 과자 한 입 같은 위로일지도 모른다. 오늘 밤,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나만의 ‘진심’을 가만히 꺼내어 다정하게 안아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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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상점가 거꾸로 우체국
구리스 히요코 지음, 마미영 옮김 / 모모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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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단맘 (@gbb_mom ) , #르온서평단 을 통해 모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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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면 누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까'
- "전하지 못한 마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닿을 길을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 전하지 못한 말 한마디쯤 품고 살아간다.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순식간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음 깊은 곳의 진심을 꺼내어 놓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서툴러졌다. 구리스 히요코의 《땅거미 상점가 거꾸로 우체국》은 이 시대에 '편지를 쓰고 마음을 건넨다'는 행위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주는 따뜻한 힐링 판타지다.


보통 우체국이라 하면 정확한 주소와 이름, 수신인이 명확해야 편지가 전달되는 매우 현실적이고 규격화된 공간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 ‘해 질 녘 우체국’은 주소도, 이름도 필요 없다. 오직 보내는 이의 깊은 고민과 간절한 마음만이 유일한 발송 조건이 됩니다.

​이 소설은 현실과 이승의 경계인 '땅거미 상점가'라는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삶의 불안과 고민으로 존재가 흔들리는 이들에게만 문을 열어주는 이곳에서, 인물들은 거울을 보며 글자를 좌우 반전으로 거꾸로 적어야만 편지가 전해진다는 까다로운 규칙을 따른다. 처음에는 이 설정이 참 번거롭고 기묘하게 느껴졌다.

요즘처럼 클릭 한 번으로 메시지를 날려 보내는 속도의 시대에, 이 까다로운 절차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깊은 속뜰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최적의 장치가 된다. 문장을 가다듬고 정성스레 잉크를 묻히는 동안, 인물들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글자를 거꾸로 뒤집어 쓰며 들이는 그 고단한 시간이 바로 자기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치유의 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연들은 우리네 삶과 닮아 있어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아내를 향한 애틋함을 지키려는 노인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괴물에 비유할 만큼 두려운 병마 앞에서도 🔖“내가 편지를 쓰다가 아내를 잊어버리더라도 이 편지를 도키에게 잘 전달해 줬으면 좋겠네" 라고 부탁하는 노인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사랑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를 묵직하게 던져준다.

🔖"현재의 아내에게 보내달라곤 안 했으니까. 글자 수가 적어서 과거로 가지고 갈 수 있었어."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가 아내를 위해 편지를 쓰는 대목에서는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온다. 기억을 갉아먹는 괴물 앞에서도 끝내 놓지 않으려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소중한 사람을 향한 미안함과 사랑이었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라 할지라도, 그때 전하지 못했던 진심은 시간을 넘어 현재의 우리 마음까지 따스하게 데워준다.

​또한 대학 생활과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초등학생 때의 눈부셨던 자신을 그리워하는 청년의 고민도 남 일 같지 않았다. 🔖“왜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을까”라며 자책하는 그의 솔직한 고백은, 성인이 된 후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드는 현대인들의 외로운 초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단짝 친구를 향한 솔직한 질투와 미안함, 어린 나이에 시한부 삶을 받아들이며 미래의 동생을 위해 생령의 상태로 편지를 쓰는 소년의 이야기까지, 책에 담긴 6개 편지는 각기 다른 형태의 감정과 진심을 다룬다.

🔖"자존심이 센 내가 카오리 앞에서만큼은 진짜 나로 머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까? 무의식적으로 '우린 서로 닮았지만 내 인생이 더 잘 풀리고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안도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사람이 가진 솔직하고도 약한 본성을 날카롭게 찌른다. 가장 가까운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하고 은근한 질투와 자존심 뒤에 숨었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그늘이다. 소설은 이러한 열등감과 치부마저 외면하지 않고,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스스로 고백하고 용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평범한 어른은 병에 걸린 아이에게 굉장히 친절해서 뭘 해도 다 받아주는데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정말 기분 좋았다. 특별 대우가 당연해지면 조금 외로운 마음이 든다."

시한부 삶을 사는 소년 리쿠의 시선은 찌릿한 아픔을 준다. 동정과 지나친 배려가 때로는 당사자를 사회나 타인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외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은발에 보라색 눈을 한 우체국 직원 스이게쓰의 무심한 듯 평범한 태도가, 역설적으로 아픈 아이에게는 가장 인간다운 '대등함'을 선물했다는 점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가끔 들어올 수 있는 것은 고민이 있어서 존재가 불안정해진 인간뿐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필요한 가게 말고는 보이지 않는 구조라고 한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모른다면서 고게쓰는 “고민이 있는 인간은 시야가 좁아져 있으니까요.”하고 의미심장한 투로 중얼거렸다."

상점가가 '고민으로 시야가 좁아진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점은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야가 좁아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내면에 오롯이 갇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꾸로 우체국은 그 좁아진 시야를 되돌려, 타인을 향한 진심과 스스로를 바라보는 여유를 되찾아주는 공간인 셈이다.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긴 문장은 바로 이 구절이었다.
🔖​“앞으로도 나는 우울해하고, 울고, 이리저리 고민하면서 조금씩 다시 일어서게 될 것이다. 언젠가 반드시 지금 이 순간을 추억으로 바꿔줄 미래는 온다.”

​인간은 살아가며 무수한 후회와 방황을 겪는다. 하지만 이 글귀처럼 후회스러운 과거나 불안한 현재 역시 언젠가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하게 뿌리내릴 것임을 믿게 해준다. 또한, 🔖"가족이라도, 아니, 부모이기에 오히려 알 수 없는 모습이 있는지도 모른다"라는 문장에서는 가까운 관계일수록 편안함에 속아 서로의 진짜 마음을 들어보려 하지 않았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백을 미래로 미루거나, 이미 지나간 과거를 향해 후회의 한숨을 내뱉곤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거울 속 반전된 글자를 꾹꾹 눌러 쓰듯, 내 안의 솔직한 감정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꼬여있던 관계와 마음의 타임라인이 풀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 위로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문장들 속에서, 진심이 담긴 종이 한 장의 무게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면 굳이 해 질 녘 상점가를 찾지 않더라도 작은 편지지를 꺼내 들어야겠다. 어쩌면 거꾸로 써 내려가야 할 것은 글자가 아니라, 타인을 향해 차마 열지 못했던 마음의 문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전하는 일만큼은 속도보다 '온도'와 '정성'이 먼저여야 한다는 점.
오늘 밤, 어두워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사람에게, 혹은 길을 잃고 헤매는 스스로에게 거꾸로 쓰는 편지 한 장을 띄워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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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달빛 아래서 시를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 한 게으른 산책자의 사랑과 삶에 관한 다정한 생각
제롬 K. 제롬 저자, 정혜엽 역자 / 우리네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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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공기가 점차 차가워질 때, 문득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작은 달빛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영국의 위트 있는 작가 제롬 K. 제롬의 산문집 《더 이상 달빛 아래서 시를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은 바로 그 잊고 지낸 달빛을 다정하게 비춰주는 등불 같은 책이다.

누구나 한때 낭만에 눈멀어 달빛 아래를 서성이거나, 밤을 지새우며 서툰 문장으로 마음을 고백하던 시절을 지나온다. 저자는 사랑과 청춘이라는 지나간 열병을 쓸쓸하게 추억하기보다, 그 기억이 남긴 다정함에 주목한다. 세월이 흐르며 청춘의 불꽃은 사그라들고 우리는 더 이상 달빛 아래서 시를 쓰지 않는 다소 건조한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눈부신 시절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을 향한 시선은 한층 깊어진다.

​특히 저자가 전하는 특유의 해학적 시선은 유쾌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랑을 홍역에 비유하며 "그러니 두 번 걸릴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능청스럽게 위로하거나, 삶의 거창한 성공보다 아기들의 천방지축 걸음마나 개와 고양이의 엉뚱함 같은 일상의 지극히 소소한 장면들에서 삶의 본질적인 온기를 찾아내는 태도가 참으로 매력적이다.

각박한 현실을 버텨내느라 마음에 가시가 돋친 이들에게, 저자의 낭만적 사유는 인생의 쓰라린 순간조차 따스한 풍경으로 바꿔 놓는다. 가난하고 고단했던 청춘의 한 자락도,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나름의 낭만과 의미를 품고 있었음을 담담하게 증명해 낸다.

인상 깊었던 문장들은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뜻밖의 철학적 감동을 선사한다.
🔖"그녀가 원하는 남자는 그저 심부름 하나를 시켜도 자기 판단력이나 그딴 실없는 소리를 덧붙이지 않고 깔끔하게 해내는 사람..."

허세와 미사여구로 가득 찬 연애의 환상 대신, 삶을 함께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말재주가 아니라 서툴지만 진솔하고 믿음직한 '태도'라는 점을 짚어내 웃음과 함께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확실히 고양이는 부엌에 카펫이 깔린 집을 그렇지 않은 집보다 더 사랑하긴 합니다."

반려동물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 세상의 모습이 위트 있게 담겨 있어 미소를 짓게 만들면서도, 영리하고 능청스러운 고양이의 본성을 이렇게 감각적으로 포착해 낸 저자의 관찰력에 탄복하게 된다.

🔖"내가 다락방 안의 풍경을 마지막으로 본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황금 잔으로 마시든 돌 잔으로 마시든 인생의 맛은 비슷하니까요."

가장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진한 여운을 남긴 구절이다. 더 좋은 환경, 더 높은 지위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지만, 정작 삶이라는 본질적인 음료의 맛은 그릇의 화려함과 상관없이 결국 비슷하다는 진리를 나지막이 일깨워 줌다. 초라한 셋방 다락방에서 바라보던 하늘이나, 화려한 저택에서 바라보는 하늘이나 똑같이 푸르듯 말이다.

🔖​"때로는 그 어스름 속에서 더듬거리는 인간의 손이 신의 손등에 닿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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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두운 터널이나 우울함의 어스름조차도 무가치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경외로운 표현이다. 절망의 순간에 우리가 내뻗는 포기하지 않는 손길이야말로 삶의 숭고한 구원과 맞닿아 있다는 희망을 전해준다.

🔖"가능한 한 햇볕 아래 머물고 비가 내릴 때 기꺼이 그 비를 맞을 마음가짐만 있다면 세상은 지금도 충분히 즐거운 곳이니까요."

삶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난 문장이다. 맑은 날의 기쁨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비(시련)까지도 삶의 풍경으로 수용하겠다는 태도야말로, 이 한 게으른 산책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삶을 사랑하는 진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책표지를 덮을 때쯤이면,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비록 청춘의 열병은 지나갔고 더 이상 달빛 아래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시를 적지는 않겠지만, 한때 누군가의 달빛 아래를 서성이며 시를 쓰던 그 서툰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열정이 시들어가는 것을 슬퍼하기보다, 지나온 모든 궤적을 다정하게 품어 안는 관조의 미학을 전해주는 뜻깊은 산문집이었다. 오늘 밤, 잊고 지냈던 당신만의 눈부신 은하수를 다시 한번 꺼내어 보는 따뜻한 시간이 되기를.
스쳐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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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추천 #신간도서 #도서리뷰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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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감정 수업 - 세상이란 파도를 거침없이 타기 위한 자현 스님의 가르침
자현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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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카시오페아출판사 (@cassiopeia_book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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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마음공부나 명상을 생각할 때 ‘비움’, ‘억제’, ‘정적’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끊임없이 ‘감정 조절’을 요구받는다. 화를 내면 성격이 급한 사람, 슬퍼하면 나약한 사람, 불안해하면 불안정한 사람이라는 표식이 붙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성이라는 매끄러운 가면 아래 요동치는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간다.

이를 누르기 위해 행하는 전통적 명상법이나 마음 챙김이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치열한 현대인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해답이 되어주고 있는가?
하지만 억눌린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화병이나 우울증, 혹은 타인을 향한 번아웃과 왜곡된 질투로 튀어나오곤 한다. 이를 통해 이성 중심의 통제가 가진 명확한 한계를 보여를 볼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학승 자현 스님의 신간 《부처의 감정 수업》은 이러한 고정관념의 정수리를 죽비로 강렬하게 내리치는 책이다. 스님은 감정을 억누르고 조절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본질적인 에너이자 오랜 진화의 유산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사유에 갇힌 불교가 아니라, 지독히 현실적이고 호쾌한 ‘현대인을 위한 감정 해방 가이드’다. 화가 날 때는 맛깔나게 화를 내고, 불완전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비로소 마음의 분열이 멈춘다. 감정을 억누르는 데 쓰던 방대한 에너지를 ‘나다운 삶’을 구현하는 데 쓸 때, 비로소 내 삶의 진짜 주인이 되는 셈이다.

🔖“우리가 불행해진 건 세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우리 눈이 달라져서임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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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환경이나 타인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세상의 모순과 불합리함에 절망하며 환경을 탓할 때 삶은 수동적으로 변한다. 세상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내 안의 안경을 바꾸는 것, 그것이 바로 무기력한 현실을 버텨내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가장 지혜롭고 현실적인 첫걸음임을 깨닫게 된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라는 이 당당한 유일성을 깨닫는 것, 그것이 제가 강조하는 ‘존재로서의 강자’가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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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고통은 대부분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우주에서 ‘나’라는 존재는 오직 하나뿐이기에 본래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는 지적은, 세상의 평가는 물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내 존재 자체를 당당하게 세울 수 있는 거대한 자존감의 뿌리가 되어준다.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면 성내는 대로, 짜증이 나면 짜증이 나는 대로 ‘지금 이대로의 내 작용’을 온전히 인정해버리면 마음이 찢어질 일이 없어요. 그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침표를 딱 찍어버릴 때, 도리어 불완전함을 넘어서는 또 다른 진짜 완전함에 다다릅니다.”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감정 그 자체라기보다, ‘화내지 말아야지’, ‘우울해하지 말아야지’ 하며 감정을 부정하고 억누르는 이중의 스트레스다.
감정이 일어나는 현상 그대로 마침표를 찍어줄 때, 그 불완전함은 도리어 완전함으로 승화된다. 이 역설이야말로 마음의 기복에 휘둘리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현실적 구원’이다.

지나친 도덕주의와 자기반성은 종종 자존감을 갉아먹고 우울감을 부른다.
이에 대해 스님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당당한 방어기제를 주문한다.
🔖“고정관념에 갇혀 스스로를 무장 해제하지 마십시오. 자기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네 탓’을 당당하게 하세요. “내 탓이다.”라고 외치다가 우울감으로 내가 무너지고 나서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내 멘탈이 살아야 세상도 있는 법이니까요.”

또한, 세상의 거센 변화와 타인의 시선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배짱을 강조한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내가 중심을 잡고 “어쩔 건데!”라는 태도로 나에게 다가오는 변화를 타고 흐를 때, 세상 그 어떤 명품보다 빛나는 ‘진짜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직설적인 화법은 세상이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유일성과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자, 내가 내 삶의 주권을 회복하는 선언인 셈이다.

《부처의 감정 수업》은 돈과 욕망, AI 시대의 생존 전략까지 아우르는 ‘슈퍼 현실주의’를 지향한다. 🔖“돈을 잘 벌 수 있는 것도 능력입니다. 현상적인 자본의 힘을 무시하면서 본질적인 행복만 찾겠다는 건 반쪽짜리 철학이에요. 자본주의의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안에서 내 능력을 발휘해 현상적 복을 취하는 것, 그러면서도 그 현상에 휘둘리지 않는 본질적 강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

세속의 가치를 무조건 배척하지 않으면서도 그에 매몰되지 않는 균형감각, 그리고 이성을 뛰어넘는 감정과 창의성이 AI 시대의 경쟁력이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부처님의 2,600년 전 가르침이 지금 이곳에서도 얼마나 생생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세상이 안 바뀌니까 그거라도 하는 거예요. 현실을 바꿀 능력이 있으면 당장 바꾸면 됩니다.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으면 선택지는 뻔합니다. 내 관점이라도 바꿔서 버텨야 합니다.”

흔히 '관점을 바꾸라'는 조언은 체념이나 현실 도피처럼 들리기 쉽다. 그러나 이 구절을 읽으며 느낀 점은, 관점의 전환이 ‘내가 가진 삶의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가장 강력한 능동적 선택’이라는 사실이었다.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을 바꿈으로써, 나는 여전히 내 삶의 지배자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의 깊은 여운으로 남는 것은 저자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다. 🔖“감정이 파도라면 당신은 바다다”라는 프롤로그의 비유처럼,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밀려오는 감정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스스로를 파도 그 자체로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파도가 아무리 거세게 쳐도 그 바탕인 바다 본연의 깊이와 넓이는 변하지 않는다.

일상이 흔들리고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에필로그의 한 마디, 🔖“내가 내 편을 안 들어주면 누가 내 편을 들어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건네게 될 것 같다.
내 안의 불완전함, 질투, 분노까지도 기꺼이 품어주고 내 편이 되어줄 때, 비로소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 위에서 가장 당당하고 자유로운 '내 삶의 서퍼'로 서게 될 것이라는 묵직한 울림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잔향으로 남는다.

바다는 몰아치는 파도를 배척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그저 자기 몸으로 껴안고 타고 흐른다. 우리 역시 내 안에서 피어나는 화, 불안, 질투, 욕망이라는 파도를 무조건 억누르거나 비우려 애쓸 필요가 없다. 불완전한 모습까지 포함한 '지금, 여기'의 나를 당당히 대긍정할 때, 그 어떠한 세상의 억까(억지 까기)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온전히 나다운 존재로서 생을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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