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 - 호기심 수집가 ‘몽구로운 지식’이 들려주는 이상야릇한 과학
몽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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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나무옆의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_

- "‘쓸데없는 질문’이 사실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왜?”라는 질문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질문도 아니고,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꼭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한 번 궁금해지면 자꾸 생각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어느 순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쳐버린다.
그런데 몽구는 지나치지 않았다.

《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는 굳이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알고 나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질문들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든다. MBTI에서 동물의 번식, 드론 조종사의 심리, 숙취,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 바퀴벌레와 인간, 방귀의 치사량, 귀신의 에너지원, 우주 쓰레기와 모기 멸종까지.

제목처럼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들이 많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 질문들이 평소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넘기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질문의 수준이 아니라 질문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야, 만약에 말이야……”라고 친구가 이야기를 꺼내면 처음에는 피식 웃게 된다. 그런데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그걸 과학적으로 계산해보면?” 하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을 지식으로 만들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가벼운 질문과 진지한 탐구 사이의 간극이었다. 예를 들어 “방귀로 사람을 죽인다면 얼마나 뀌어야 할까?”라는 질문은 제목만 보면 농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귀의 성분부터 장내에서 가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농도와 공간의 관계까지 살펴보게 된다.

🔖“저마다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드는 나만의 방귀 칵테일인 셈입니다.”

웃음이 나오는 표현이지만 그 앞에는 꽤 진지한 과학적 설명이 놓여 있다.
바로 이런 방식 때문에 이 책은 유머로만 끝나지 않는다.

귀신의 에너지원을 추적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귀신이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존재를 실제 과학의 언어로 설명해보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태양에너지, 자기장, 적외선 등을 후보로 놓고 상상해보는 과정은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논리적이다.

🔖“이러니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길 바랄 수밖에요.”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튀어버리는 순간이다. 바로 이런 엉뚱한 발상의 전환이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MBTI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요즘 MBTI는 단순한 성격 유형 검사를 넘어 대화의 소재이자 놀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MBTI를 묻고, 서로의 유형을 비교하고, 특정 유형의 행동을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보다 MBTI는 이 시대 가장 강력하고 재미있는 ‘소셜 아이템’입니다.”

MBTI 자체의 과학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왜 이런 유형 분류에 끌리고 그것을 사회적 놀이로 소비하는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은 복잡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이런 주제에서는 특히 책에서 제시하는 재미있는 설명과 실제 학술적 합의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MBTI를 비롯한 심리검사는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 평가되는 여러 쟁점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드론 조종사’ 이야기였다.
책 전체에서 분위기가 가장 크게 달라지는 지점은 드론 조종사에 관한 부분이었다.

드론은 게임이나 원격 조종 장난감처럼 생각하기 쉽다. 직접 전장에 나가지 않고 화면을 보며 조종하기 때문에 실제 전투와는 심리적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은 그 거리감에 의문을 던진다.
🔖“전투에 임하는 군인에게 가장 큰 공포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바로 '살해에 대한 공포'입니다.”

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면 속 대상이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는 설명은 인상적이었다. 기술은 인간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오는가?
심오한 질문을 남긴다.


당연하게 이용하는 것에도 역사가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생활 속 기술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에스컬레이터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 에스컬레이터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37년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는 대목이다.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움직이는 계단 하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기술이었던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지금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술 가운데에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구경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하게 된다.

기술의 역사를 거창한 발명품의 연대기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 속 호기심과 반응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재미있었다.


📌“바퀴벌레는 머리가 없어도 산다.”

아마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책에서는 이것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바퀴벌레는 몸통에 있는 숨구멍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머리가 없어도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 정도까지 생존할 수 있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물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가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호흡하고, 신경계를 사용하고,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생명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기준으로 생명을 바라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이 책의 묘한 힘이다.

동물의 번식 이야기는 징그러운데 눈을 뗄 수 없다.
바다 민달팽이의 번식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

🔖“몸길이는 3~5cm인데, 생식기 길이는 무려 3cm에 달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세상에 이런 생물이 있구나” 싶다가도, 생물의 번식 방식이 이렇게까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자연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인간에게는 익숙한 번식 방식을 생명 전체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자연은 무척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자연은 훨씬 복잡하고 기묘했다.

어떤 생물에게는 성별 자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떤 생물은 놀라운 방식으로 짝을 선택하며, 또 어떤 생물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전략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아주 오래된 문제를 생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온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웃으며 읽었던 동물 이야기가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진다.


모기 이야기는 ‘멸종’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 “모기를 전부 없애면 안 될까?”
여름마다 모기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그런데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기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지구에는 3,500종이 넘는 모기가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사람을 무는 것은 고작 200여 종뿐이라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는 상식 이상의 생각거리를 던진다.
인간에게 해로운 생물이라고 해서 그 생물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단순화해도 되는 것일까?
생태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종을 없애는 일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모기’라는 이름 아래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결국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생태계의 균형과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런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지점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과학은 꼭 어렵고 진지해야만 하는가?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 책은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라는 궁금증 때문에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방식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느꼈다.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그것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지식을 주입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게 한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에도 제목 그대로 또 다른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럼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번식할까?”
“처음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은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우주 쓰레기는 정확히 어디까지 올라가야 우주 쓰레기가 되는 걸까?”
“모기가 정말 모두 사라진다면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까?”

읽기 전에는 필요 없었던 질문들이 읽고 난 뒤에는 머릿속에 남는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의외로 특정 과학 지식 하나가 아니었다.
궁금하면 그냥 궁금해해도 된다는 것.

사람은 살아가면서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쓸모 있는 것, 필요한 것, 돈이 되는 것,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을 먼저 찾는다.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호기심’은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지식은 어쩌면 그런 쓸데없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처음에는 별것 아닌 질문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탐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쓸모가 없어 보여도 궁금하면 질문해볼 것.
황당해 보여도 한번 파고들어볼 것.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 자체를 즐겨볼 것.

어쩌면 그것이 지식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웃으면서 시작했는데 생각하면서 끝나는 책.
그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느낀 가장 큰 인상이다.

‘쓸데없는 궁금증’은 더 이상 쓸데없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궁금해하는 순간, 평범했던 세상이 조금 더 재미있어지니까.

_

#쓸데없이궁금해서끝까지파봤습니다
#몽구 #나무옆의자 #몽구로운지식
#과학 #과학이야기 #과학도서 #신간도서 #새로나온책
#도서리뷰 #서평단 #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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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 - 호기심 수집가 ‘몽구로운 지식’이 들려주는 이상야릇한 과학
몽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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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데없는 질문’이 사실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왜?”라는 질문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질문도 아니고,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꼭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한 번 궁금해지면 자꾸 생각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어느 순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쳐버린다.
그런데 몽구는 지나치지 않았다.

《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는 굳이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알고 나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질문들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든다. MBTI에서 동물의 번식, 드론 조종사의 심리, 숙취,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 바퀴벌레와 인간, 방귀의 치사량, 귀신의 에너지원, 우주 쓰레기와 모기 멸종까지.

제목처럼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들이 많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 질문들이 평소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넘기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질문의 수준이 아니라 질문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야, 만약에 말이야……”라고 친구가 이야기를 꺼내면 처음에는 피식 웃게 된다. 그런데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그걸 과학적으로 계산해보면?” 하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을 지식으로 만들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가벼운 질문과 진지한 탐구 사이의 간극이었다. 예를 들어 “방귀로 사람을 죽인다면 얼마나 뀌어야 할까?”라는 질문은 제목만 보면 농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귀의 성분부터 장내에서 가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농도와 공간의 관계까지 살펴보게 된다.

🔖“저마다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드는 나만의 방귀 칵테일인 셈입니다.”

웃음이 나오는 표현이지만 그 앞에는 꽤 진지한 과학적 설명이 놓여 있다.
바로 이런 방식 때문에 이 책은 유머로만 끝나지 않는다.

귀신의 에너지원을 추적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귀신이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존재를 실제 과학의 언어로 설명해보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태양에너지, 자기장, 적외선 등을 후보로 놓고 상상해보는 과정은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논리적이다.

🔖“이러니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길 바랄 수밖에요.”

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튀어버리는 순간이다. 바로 이런 엉뚱한 발상의 전환이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MBTI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요즘 MBTI는 단순한 성격 유형 검사를 넘어 대화의 소재이자 놀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MBTI를 묻고, 서로의 유형을 비교하고, 특정 유형의 행동을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엇보다 MBTI는 이 시대 가장 강력하고 재미있는 ‘소셜 아이템’입니다.”

MBTI 자체의 과학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왜 이런 유형 분류에 끌리고 그것을 사회적 놀이로 소비하는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은 복잡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이런 주제에서는 특히 책에서 제시하는 재미있는 설명과 실제 학술적 합의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MBTI를 비롯한 심리검사는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 평가되는 여러 쟁점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드론 조종사’ 이야기였다.
책 전체에서 분위기가 가장 크게 달라지는 지점은 드론 조종사에 관한 부분이었다.

드론은 게임이나 원격 조종 장난감처럼 생각하기 쉽다. 직접 전장에 나가지 않고 화면을 보며 조종하기 때문에 실제 전투와는 심리적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은 그 거리감에 의문을 던진다.
🔖“전투에 임하는 군인에게 가장 큰 공포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바로 '살해에 대한 공포'입니다.”

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면 속 대상이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는 설명은 인상적이었다. 기술은 인간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오는가?
심오한 질문을 남긴다.


당연하게 이용하는 것에도 역사가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생활 속 기술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에스컬레이터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에 에스컬레이터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37년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는 대목이다.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움직이는 계단 하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기술이었던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지금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술 가운데에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구경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하게 된다.

기술의 역사를 거창한 발명품의 연대기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 속 호기심과 반응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재미있었다.


📌“바퀴벌레는 머리가 없어도 산다.”

아마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책에서는 이것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바퀴벌레는 몸통에 있는 숨구멍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머리가 없어도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 정도까지 생존할 수 있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물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가라는 사실이다.
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호흡하고, 신경계를 사용하고,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생명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기준으로 생명을 바라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이 책의 묘한 힘이다.

동물의 번식 이야기는 징그러운데 눈을 뗄 수 없다.
바다 민달팽이의 번식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

🔖“몸길이는 3~5cm인데, 생식기 길이는 무려 3cm에 달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세상에 이런 생물이 있구나” 싶다가도, 생물의 번식 방식이 이렇게까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자연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인간에게는 익숙한 번식 방식을 생명 전체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자연은 무척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자연은 훨씬 복잡하고 기묘했다.

어떤 생물에게는 성별 자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떤 생물은 놀라운 방식으로 짝을 선택하며, 또 어떤 생물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전략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아주 오래된 문제를 생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온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웃으며 읽었던 동물 이야기가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진다.


모기 이야기는 ‘멸종’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 “모기를 전부 없애면 안 될까?”
여름마다 모기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그런데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기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지구에는 3,500종이 넘는 모기가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사람을 무는 것은 고작 200여 종뿐이라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는 상식 이상의 생각거리를 던진다.
인간에게 해로운 생물이라고 해서 그 생물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단순화해도 되는 것일까?
생태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종을 없애는 일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모기’라는 이름 아래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결국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생태계의 균형과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런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지점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과학은 꼭 어렵고 진지해야만 하는가?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이 책은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라는 궁금증 때문에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방식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느꼈다.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그것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지식을 주입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게 한다.

그래서 책을 덮은 뒤에도 제목 그대로 또 다른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럼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번식할까?”
“처음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은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우주 쓰레기는 정확히 어디까지 올라가야 우주 쓰레기가 되는 걸까?”
“모기가 정말 모두 사라진다면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까?”

읽기 전에는 필요 없었던 질문들이 읽고 난 뒤에는 머릿속에 남는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의외로 특정 과학 지식 하나가 아니었다.
궁금하면 그냥 궁금해해도 된다는 것.

사람은 살아가면서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쓸모 있는 것, 필요한 것, 돈이 되는 것,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을 먼저 찾는다.
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호기심’은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지식은 어쩌면 그런 쓸데없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왜 그럴까?”

처음에는 별것 아닌 질문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탐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쓸모가 없어 보여도 궁금하면 질문해볼 것.
황당해 보여도 한번 파고들어볼 것.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 자체를 즐겨볼 것.

어쩌면 그것이 지식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웃으면서 시작했는데 생각하면서 끝나는 책.
그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느낀 가장 큰 인상이다.

‘쓸데없는 궁금증’은 더 이상 쓸데없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궁금해하는 순간, 평범했던 세상이 조금 더 재미있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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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궁금해서끝까지파봤습니다
#몽구 #나무옆의자 #몽구로운지식
#과학 #과학이야기 #과학도서 #신간도서 #새로나온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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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마음수업 - 명화를 통한 인간 심리의 이해와 탐구
임성윤 지음 / 학지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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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학지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_

- "그림을 바라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림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예술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열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림을 좋아한다고 해서 미술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미술관에 가면 작품의 제목과 작가, 제작 연도와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고 작품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지만, 막상 그 그림을 보며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그림을 너무 많이 ‘알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그렸는지, 어떤 사조에 속하는지 알아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예술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작품 앞에 선 순간 내 마음에서 무엇이 움직이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작품을 하나의 지식이나 정보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표정과 몸짓, 공간과 색채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에게까지 향한다.


🔖“감상은 지식을 쌓거나 단편적인 해석에 머무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묻고, 예술이 답하는' 대화가 열리는 순간에 가깝다.”

라는 문장이 이 책의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림을 보는 일이 일방적으로 작품의 의미를 알아내는 과정이 아니라,
작품과 나 사이에 대화가 생겨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미술관에서 작품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무엇을 의미할까?’라고 묻기 전에 ‘왜 이 그림 앞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같은 작품을 바라보더라도 그날의 나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일 수 있다. 마음이 평온한 날에는 아름답게 느껴졌던 작품이 유난히 지친 날에는 쓸쓸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표정 하나가 어느 날에는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에 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림은 그때의 나를 비추어 보여주는 거울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것!
책에서 또 오래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있는 그대로’의 미학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부족한 모습은 감추고 싶고, 실수한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수정하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예술에서의 ‘있는 그대로’와 마음의 ‘수용’을 연결한다.

🔖“현대 심리치료에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감정조절,자존감 회복,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핵심전략으로 자리 잡고있다. 예술에서의 '있는 그대로'와 마음에서의 '수용'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수용’이라는 것이 나의 부족함을 참고 견디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잘못된 것을 잘못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도 아니고, 바꾸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지금의 나를 지나치게 미워하지 않은 채 현재의 모습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에 더 가깝지 않을까.

특히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상황까지 나의 감정으로 왜곡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상대가 한 말보다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사실처럼 믿어버린다. 상대의 표정 하나, 짧은 말 한마디에 의미를 덧붙이고 혼자 상처받기도 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마음의 훈련일지도 모른다.

내 감정은 존중하되, 그 감정이 곧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
《미술관 마음수업》을 읽으며 ‘나를 받아들이는 일’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작품 속 인물의 얼굴과 몸짓을 심리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라오콘의 고통스러운 모습과 절제된 표정, 제임스 앙소르의 기괴한 가면을 단순히 미술사적 특징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감정을 드러내고 감추는 방식과 연결한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사회에서는 상황에 맞는 표정을 짓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며, 속으로는 화가 나면서도 웃으며 지나가는 순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페르소나’와 ‘참자기’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나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모습 뒤에 있는 진짜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예술은 감정을 꺼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예술을 ‘치유’와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예술은 사회와는 달리 모든 감정을 포용하고 미술은 부정적 감정들을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는 따뜻한 통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다.
왜 화가 나는지, 왜 슬픈지, 무엇 때문에 마음이 답답한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 그림을 그리고, 색을 고르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감정을 밖으로 꺼내놓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반드시 ‘잘 그린 그림’일 필요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예술의 가치는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느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표현했는가에도 있을 테니까.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흔히 미술 교양서에서 반복해서 만나는 유명 작품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도 등장하지만, 이전에는 자세히 만나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각 장에서 작품을 먼저 바라보고, 그 작품에서 출발해 심리와 철학, 인간의 삶으로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흥미롭다.

미술사적 정보를 먼저 외우고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작품을 바라본다. 느낀다.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심리학과 철학의 언어로 다시 생각해본다.

이러한 과정 덕분에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도 작품과 심리학을 어렵지 않게 연결해볼 수 있다. 특히 각 이야기의 끝에서 핵심 개념을 정리하고 ‘생각해 볼 질문’을 던지는 구성은 책을 덮은 뒤에도 독자가 자신의 삶으로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림을 보는 방법이 달라지면 삶을 보는 방법도 달라진다.
《미술관 마음수업》은 미술에 대한 지식을 많이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을 새로운 방향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에 가깝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술론에서 시작해 조각과 르네상스, 표현주의와 현대미술을 지나 심리학과 미술치료, 철학과 인간의 삶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미술이라는 하나의 창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바라보게 한다.

라오콘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앙소르의 가면을 보면서 나는 어떤 감정을 감추고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카로스의 추락을 바라보면서 실패와 좌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마음속 어린아이를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외면했던 나의 감정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을 읽는 일이고,
인간을 읽는다는 것은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읽는 일이 되는 것 같다.


《미술관 마음수업》을 읽으며 예술이 꼭 거창한 무언가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마음을 돌보기 위해 특별한 장소나 대단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한 장의 그림을 천천히 바라보는 것, 색 하나를 선택해보는 것, 작품 앞에서 잠시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나를 치유해야 한다’고 다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감정을 인정하고,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마음까지도 그대로 놓아두는 시간을 허락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담긴 ‘마음수업’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을 배우는 수업인 동시에 마음을 바라보는 수업.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배우는 동시에 나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어쩌면 좋은 예술이란 답을 주는 작품이 아니라, 오래도록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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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서바이벌 - 올리버쌤 가족의 1,600km 로드무비
올리버 그랜트.정다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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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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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을 이야기할 때 보통은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더 넓은 땅, 더 많은 기회,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삶.

하지만 정말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넓은 땅에 직접 집을 짓고, 가족과 함께 살아갈 공간을 마련했다고 해서 그곳이 반드시 안전한 삶의 터전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가진 것이 많지 않더라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오늘을 견뎌낼 수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삶을 지켜주는 집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미국에서 성공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가족이 실제 삶을 살아가며 마주한 기후, 의료, 경제적 현실, 이민자로서의 불안, 가족의 죽음과 상실을 솔직하게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가족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집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집을 둘러싼 환경은 조금씩 달라졌다.
폭염과 한파, 물과 전력에 대한 불안, 의료 시스템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병.

삶은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믿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흔들리면서 무너진다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

집을 짓는 것과 삶의 터전을 만드는 것은 달랐다.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요새’라는 이미지였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집을 짓고, 그곳에서 오래 살아갈 미래를 꿈꿨지만 정작 그 요새를 위협한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었다. 자연환경의 변화와 사회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사건들이었다.

🔖“저희가 요새를 지은 땅은 아슬아슬한 모래밭이었습니다.”

사람은 미래를 준비하면서 무언가를 쌓는다.
집을 사고, 돈을 모으고, 직업을 만들고, 아이를 키우며,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
그런데 내가 단단하게 쌓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주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떨까.

어쩌면 살아가며 ‘안정’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영원히 보장되는 상태가 아니라,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잠시 유지되고 있는 균형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은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초반부에서 좋았던 부분은 완성되지 않은 집에서 부부가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다.

🔖“이제 더 이상 빚 독촉에 가슴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새벽까지 마우스 클릭 소리를 내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웃음으로 터진 것이었다.”

가구도 없고, 매트리스도 없고, 완성되지 않은 집.
객관적으로 보면 부족한 것투성이인데 그 순간만큼은 두 사람이 웃을 수 있었다.
행복은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은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 안에서 함께 웃을 사람이 있을 때 버틸 힘을 얻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후에 닥치는 수많은 위기들이 크게 다가온다.
이 가족이 지키려고 했던 것은 ‘집’ 안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기후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기후 위기라는 말을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폭염, 산불, 가뭄, 한파, 폭우 같은 단어들도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숫자와 뉴스 화면으로 접하는 재난과,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에서 물과 전기와 집과 가족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

🔖“모두가 똑같은 빨대를 땅속 깊이 꽂고 마지막 남은 생명수를 들이켜고 있는 형국이었다.”

지하수를 빨대로 표현한 이 문장은 인간이 자연을 소비하는 모습을 상당히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집 한 채를 짓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자연을 사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개인의 선택과 사회 전체의 구조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거대한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사는 집과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가족의 안전에 직접 연결된 현재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그리고 이 책의 중심에는 ‘상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묵직하게 다가온 부분은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였다.

가족이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질병도 그렇고, 죽음도 그렇다.
특히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보다 남겨질 아내를 걱정하는 장면은 오래 남았다.

🔖“내 인생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어. 다만… 다만 걱정되는 것은 혼자 남을 로이스야.”

죽음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까지 걱정하는 것이 자신의 삶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삶이라는 사실이 먹먹했다.

사람은 살아 있을 때 수많은 것을 원한다.
더 좋은 집, 더 많은 돈, 더 안정적인 미래, 더 나은 환경.
하지만 삶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어쩌면 그런 것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괜찮을까.’ 라는 질문만이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사랑이란 상대방의 삶을 걱정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키워드를 하나 고른다면 나는 ‘어른’이라는 단어를 고르고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선택하는 것이 어른의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을까.

🔖“어른이 되어가며 우리는 필연적으로 상실의 고통과 마주합니다. 하지만 고통은 우리를 완전히 쓰러뜨리지 못합니다. 오히려 인간으로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게 만들며, 끝내 우리를 성숙하게 합니다.”

상실은 사람을 약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게 하기도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경험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00킬로미터의 길은 결국 ‘도망’이 아니었다.
후반부의 이주 과정은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
폭설과 한파,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 지쳐가는 몸과 마음.
그리고 결국에 1,600킬로미터를 달려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그것은 잠을 포기하고, 지금 당장 시동을 거는 것.”

그리고 이어지는 1,600킬로미터의 여정.
이 장면을 읽으면서 ‘떠난다’는 것이 반드시 도망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때는 떠나는 것이 오히려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일 수 있다.

한곳에 오래 버티는 것을 '인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버티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내가 애써 쌓아온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선택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네소타로 향하는 길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다시 선택하는 길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진짜 요새는 무엇일까?’

돈일까. 집일까. 직업일까. 내가 오랫동안 쌓아온 경력일까.

물론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상실을 지나고, 무너지는 현실을 견디고, 가족과 함께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곳.
그곳이야말로 진짜 집일 것이다.


《아메리칸 서바이벌》은 삶에서 무엇을 안전이라고 믿고 있는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지, 그리고 무너진 자리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힘들었고, 두려웠고, 때로는 무력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결국 떠나야 했다.
그럼에도 다시 움직였다.
아마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서바이벌’의 진짜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생존은 살아남는 것만이 아니라, 상실 이후에도 다시 삶을 선택하는 것일 테니까.

책을 읽고 나니 ‘행복한 삶’에 대한 기준도 달라졌다.

완벽한 집을 갖는 것보다 그 집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모든 위험을 없애는 것보다 위험한 순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것.
상실을 겪은 뒤에도 다시 내일을 살아가는 것.

안식처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속에 만들어가는 공간인지도 모르겠다.

가족을 다시 삶으로 데려가기 위해 끝까지 달려간 1,600킬로미터의 길은,
누구에게나 언젠가 한 번쯤 찾아오는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순간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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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
사와무라 이치 지음, 강영혜 옮김 / 리드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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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리드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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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무언가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일까.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를 보았을 때일까.
아니면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분명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을 때일까.

무서운 이야기는 반드시 귀신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아무것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을 때, 독자의 상상력이 빈틈을 채우면서 공포는 훨씬 오래 지속된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단편들을 엮은 이 작품집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괴담을 소재로 한 소설’인 동시에 ‘소설 자체가 하나의 괴담’이 된다는 발상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이야기도 혹시 괴담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묘한 의심이 생긴다.


첫 번째 이야기인 〈고속 괴담〉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사람들이 괴담을 하나씩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괴담회’라는 익숙한 설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야기를 무섭게 만드는 방식이다.

🔖“어, 저 사람은 말 안 해도 돼요?”
라고 말하는 장면은 노골적으로 귀신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도 강한 불안을 만든다.

나는 이런 종류의 공포가 오히려 더 무섭다고 느꼈다.
귀신이 눈앞에 나타나는 장면이라면 ‘귀신이 나왔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하는 곳을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못 보고 있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
공포는 그때부터 독자의 몫이 된다.
처음에는 다소 느리게 느껴졌던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앞에서 무심하게 던져놓았던 요소들과 연결되면서 속도를 높이는 것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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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방향이 더욱 일상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는 <피리 부는 집>

가족과 함께 산책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집.
누군가 그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보다,
집 자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이 더 기괴하게 다가온다.

🔖“집이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집 그 자체가 나를,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라는 표현은 평소에는 아무런 의식 없이 지나치던 창문과 지붕과 벽이 갑자기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런 공포가 오래 남는 이유는 ‘집’이라는 공간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매일 집에 들어가고, 창문을 바라보고, 어두운 방을 지나간다. 그런데 그 익숙한 공간이 어느 순간 나를 관찰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면 평범했던 일상이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그래서 이 작품의 공포는 책을 읽는 동안보다 책을 덮은 뒤에 더 강해진다.
창문이 괜히 눈처럼 보이고, 밤에 집 밖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 하나에도 잠시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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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작품들과는 형식부터 다른 <쿠쿠다의 가면>
영화와 관련된 사건을 인터뷰, 기사, 인터넷 게시판 등의 기록을 통해 쌓아 올리는 방식은 독자가 하나의 사건을 직접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자료를 통해 진실을 추적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오히려 확신하기가 어렵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완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독자는 자료와 자료 사이의 빈 공간을 스스로 메워야 하고, 바로 그 빈 공간에서 불안이 자라난다.
나는 이 작품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 것’이 공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끝까지 설명되지 않은 무언가가 훨씬 오래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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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우와 게이>, 아무것도 모르고 읽고 싶었던 이야기!
신혼여행이라는 가장 평온하고 행복해야 할 시간에 낯선 시골 마을과 수상한 남매가 등장한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내용을 많이 알고 읽을수록 손해를 보는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건을 설명하기보다는 독자가 직접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린아이 것으로 보이는 작은 손이 두 개 붙어 있었다.”
그리고
🔖“지문까지 보였다. 장식이 아닌 진짜 손이다.”
라는 묘사는 상상하는 순간 장면이 머릿속에 그대로 떠오른다.

이 작품에서 무서운 것은 그것이 왜 그곳에 있는지, 그 공간에서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장을 빨리 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묘한 감정이 생긴다.

무서운데 궁금하다.
읽기 싫은데 계속 읽게 된다.
호러 소설의 가장 이상한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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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라미 선생님>이 남긴 잔혹한 배신감!

학교에 갇힌 아이들이 살인귀에게 쫓긴다는 설정만 보면 넷플릭스 슬래셔 호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익숙한 틀 안에서 독자가 예상할 법한 방향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끌고 간다.

🔖“남자의 얼굴이 엉망진창이었다.”

이어지는 얼굴에 대한 잔혹한 묘사는 상상만으로도 불편할 정도로 강렬하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잔혹한 장면 자체보다 반전이 주는 감정적인 충격이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진실과 마주하면 ‘설마 이 방향일 줄은 몰랐다’는 감정이 남는다.

호러와 미스터리를 함께 쓰는 작가의 장점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난다.
무섭게 만드는 것과 속이는 것은 서로 다른 기술인데, 이 책에서는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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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기묘했던 이야기, <마른 우물의 목소리>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적인 공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는
〈마른 우물의 목소리〉라고 느꼈다.

자신이 쓴 적 없는 소설을 누군가가 읽고 극찬한다.
‘존재하지 않는 소설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는 발상은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그렇다, 나는 이미 공포에 질려 있다.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읽으려고 생각한 것만으로, 읽으려고 기대한 것만으로.”

무서운 이유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공포가 시작되었다는 데 있다. 무언가를 읽었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읽으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무서워진다. 이것은 이 책 전체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독자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호러 소설을 읽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작가는 그 기대 자체를 공포의 재료로 바꿔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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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괴담 괴담>

〈괴담 괴담〉은 여러 기록과 자료를 통해 하나의 사건으로 접근해 가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특히 음성 기록과 체험담, 기획서 등이 서로 무관해 보이다가 점차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면서 ‘아, 그래서 이것들이 여기에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공포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미스터리를 심는다.
그리고 독자가 ‘무섭다’고 느끼는 동시에 ‘왜?’라는 질문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추진력이 된다.


괴담은 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 생각나는 이야기’일까
이 책을 읽고 사람은 왜 무서운 이야기를 계속 찾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이야기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가장 이상한 방식의 오락이기도 하다. 우리는 안전한 장소에서 위험한 이야기를 읽는다.

침대에 누워서 살인 이야기를 읽고, 불을 켜놓고 귀신 이야기를 읽으며,
현실에서는 절대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책 속에서는 일부러 찾아간다.

그런데 《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은

‘만약 실제라면?’
‘내 주변에도 이런 일이 있다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전부일까?’

이런 질문을 독자의 현실로 가져온다.

무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는 분명 이야기가 끝났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끝나지 않는다.

읽는 동안보다 책을 덮은 뒤가 더 무서웠다.
이 책에는 유령도 있고, 저주도 있고, 살인도 있고, 오컬트도 있고, 잔혹한 장면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무섭다고 느낀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각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을 사람으로 인식하는 순간이 무섭고,
평범한 집이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무섭고,
설명하기 어려운 흔적이 머릿속에 남으며, 예상했던 방향을 배신하는 반전이 충격을 준다.

모든 이야기가 같은 방식으로 무섭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
어떤 이야기는 서늘했고, 어떤 이야기는 잔혹했으며, 어떤 이야기는 기괴했고,
어떤 이야기는 미스터리에 가까웠다.
그 다양한 공포가 한 권 안에서 교차하면서 ‘호러’라는 장르가 생각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보여준다.


읽는 순간에는 무서워서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도대체 그게 무엇이었을까?’ 하고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읽고 나서는 괜히 주변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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