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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
사와무라 이치 지음, 강영혜 옮김 / 리드비 / 2026년 7월
평점 :
🔻이 게시물은 리드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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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무언가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일까.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를 보았을 때일까.
아니면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분명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을 때일까.
무서운 이야기는 반드시 귀신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아무것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을 때, 독자의 상상력이 빈틈을 채우면서 공포는 훨씬 오래 지속된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단편들을 엮은 이 작품집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괴담을 소재로 한 소설’인 동시에 ‘소설 자체가 하나의 괴담’이 된다는 발상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이야기도 혹시 괴담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묘한 의심이 생긴다.
첫 번째 이야기인 〈고속 괴담〉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사람들이 괴담을 하나씩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괴담회’라는 익숙한 설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야기를 무섭게 만드는 방식이다.
🔖“어, 저 사람은 말 안 해도 돼요?”
라고 말하는 장면은 노골적으로 귀신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도 강한 불안을 만든다.
나는 이런 종류의 공포가 오히려 더 무섭다고 느꼈다.
귀신이 눈앞에 나타나는 장면이라면 ‘귀신이 나왔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하는 곳을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못 보고 있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
공포는 그때부터 독자의 몫이 된다.
처음에는 다소 느리게 느껴졌던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앞에서 무심하게 던져놓았던 요소들과 연결되면서 속도를 높이는 것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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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방향이 더욱 일상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는 <피리 부는 집>
가족과 함께 산책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집.
누군가 그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보다,
집 자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이 더 기괴하게 다가온다.
🔖“집이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집 그 자체가 나를,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라는 표현은 평소에는 아무런 의식 없이 지나치던 창문과 지붕과 벽이 갑자기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런 공포가 오래 남는 이유는 ‘집’이라는 공간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매일 집에 들어가고, 창문을 바라보고, 어두운 방을 지나간다. 그런데 그 익숙한 공간이 어느 순간 나를 관찰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면 평범했던 일상이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그래서 이 작품의 공포는 책을 읽는 동안보다 책을 덮은 뒤에 더 강해진다.
창문이 괜히 눈처럼 보이고, 밤에 집 밖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 하나에도 잠시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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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작품들과는 형식부터 다른 <쿠쿠다의 가면>
영화와 관련된 사건을 인터뷰, 기사, 인터넷 게시판 등의 기록을 통해 쌓아 올리는 방식은 독자가 하나의 사건을 직접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자료를 통해 진실을 추적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오히려 확신하기가 어렵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완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독자는 자료와 자료 사이의 빈 공간을 스스로 메워야 하고, 바로 그 빈 공간에서 불안이 자라난다.
나는 이 작품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 것’이 공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끝까지 설명되지 않은 무언가가 훨씬 오래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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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우와 게이>, 아무것도 모르고 읽고 싶었던 이야기!
신혼여행이라는 가장 평온하고 행복해야 할 시간에 낯선 시골 마을과 수상한 남매가 등장한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내용을 많이 알고 읽을수록 손해를 보는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건을 설명하기보다는 독자가 직접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린아이 것으로 보이는 작은 손이 두 개 붙어 있었다.”
그리고
🔖“지문까지 보였다. 장식이 아닌 진짜 손이다.”
라는 묘사는 상상하는 순간 장면이 머릿속에 그대로 떠오른다.
이 작품에서 무서운 것은 그것이 왜 그곳에 있는지, 그 공간에서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장을 빨리 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묘한 감정이 생긴다.
무서운데 궁금하다.
읽기 싫은데 계속 읽게 된다.
호러 소설의 가장 이상한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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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라미 선생님>이 남긴 잔혹한 배신감!
학교에 갇힌 아이들이 살인귀에게 쫓긴다는 설정만 보면 넷플릭스 슬래셔 호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익숙한 틀 안에서 독자가 예상할 법한 방향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끌고 간다.
🔖“남자의 얼굴이 엉망진창이었다.”
이어지는 얼굴에 대한 잔혹한 묘사는 상상만으로도 불편할 정도로 강렬하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잔혹한 장면 자체보다 반전이 주는 감정적인 충격이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진실과 마주하면 ‘설마 이 방향일 줄은 몰랐다’는 감정이 남는다.
호러와 미스터리를 함께 쓰는 작가의 장점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난다.
무섭게 만드는 것과 속이는 것은 서로 다른 기술인데, 이 책에서는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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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기묘했던 이야기, <마른 우물의 목소리>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적인 공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는
〈마른 우물의 목소리〉라고 느꼈다.
자신이 쓴 적 없는 소설을 누군가가 읽고 극찬한다.
‘존재하지 않는 소설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는 발상은 생각할수록 이상하다.
🔖“그렇다, 나는 이미 공포에 질려 있다.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읽으려고 생각한 것만으로, 읽으려고 기대한 것만으로.”
무서운 이유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공포가 시작되었다는 데 있다. 무언가를 읽었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읽으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무서워진다. 이것은 이 책 전체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독자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호러 소설을 읽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작가는 그 기대 자체를 공포의 재료로 바꿔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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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괴담 괴담>
〈괴담 괴담〉은 여러 기록과 자료를 통해 하나의 사건으로 접근해 가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특히 음성 기록과 체험담, 기획서 등이 서로 무관해 보이다가 점차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면서 ‘아, 그래서 이것들이 여기에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작가는 공포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미스터리를 심는다.
그리고 독자가 ‘무섭다’고 느끼는 동시에 ‘왜?’라는 질문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추진력이 된다.
괴담은 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 생각나는 이야기’일까
이 책을 읽고 사람은 왜 무서운 이야기를 계속 찾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이야기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가장 이상한 방식의 오락이기도 하다. 우리는 안전한 장소에서 위험한 이야기를 읽는다.
침대에 누워서 살인 이야기를 읽고, 불을 켜놓고 귀신 이야기를 읽으며,
현실에서는 절대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책 속에서는 일부러 찾아간다.
그런데 《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은
‘만약 실제라면?’
‘내 주변에도 이런 일이 있다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전부일까?’
이런 질문을 독자의 현실로 가져온다.
무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서는 분명 이야기가 끝났다.
그런데 머릿속에서는 끝나지 않는다.
읽는 동안보다 책을 덮은 뒤가 더 무서웠다.
이 책에는 유령도 있고, 저주도 있고, 살인도 있고, 오컬트도 있고, 잔혹한 장면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무섭다고 느낀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각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을 사람으로 인식하는 순간이 무섭고,
평범한 집이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무섭고,
설명하기 어려운 흔적이 머릿속에 남으며, 예상했던 방향을 배신하는 반전이 충격을 준다.
모든 이야기가 같은 방식으로 무섭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
어떤 이야기는 서늘했고, 어떤 이야기는 잔혹했으며, 어떤 이야기는 기괴했고,
어떤 이야기는 미스터리에 가까웠다.
그 다양한 공포가 한 권 안에서 교차하면서 ‘호러’라는 장르가 생각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보여준다.
읽는 순간에는 무서워서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도대체 그게 무엇이었을까?’ 하고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읽고 나서는 괜히 주변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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