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촌 한국추리문학선 21
고태라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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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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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촌》은 오컬트가 미스터리를 압도하지도, 미스터리가 오컬트를 박제하지도 않습니다. 둘이 동등한 규칙을 가진 두 게임처럼 서로의 빈틈을 찌르며 굴러갑니다. 덕분에 독자는 두 가지 추리를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합리적 경로 -동기·기회·수단, 동선과 장치, 공간의 스위치들
✔️민속적 경로 - 금기·제의의 순서, 지세와 수맥, 신격과 몸주신의 상보

고태라 작가는 이 두 노선을 교차시키며
전통/현대, 신앙/이성의 대립을 ‘설명’이 아니라 드라마로 체화시킵니다.
마지막 퍼즐이 포개질 때 오는 쾌감은 그래서 두 배였습니다.


취재가 촘촘합니다.
굿의 절차, 악사의 역할, 애동제자의 훈련, 작법·부적·살의 어휘가
서사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리듬은 절제되어 있고, 정조는 과장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풍경·사물의 감각(소리/공기/질감)으로 복선을 심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매콤한 양념”처럼 불현듯 미각으로 다가오는 비유가 시선을 오래 붙잡아 두었습니다.


한국 샤머니즘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서술’하면서도,
본격 미스터리의 공정성을 고집스럽게 지켜낸 보기 드문 결정체.
이성과 신앙, 제의와 범죄, 사주와 동선을 한 자리에 앉혀 끝까지 설득합니다. “귀신에게 총을 쏘듯” 허공을 치는 탐정의 순간조차,
결국은 이 세계의 언어를 배우는 통과의례였습니다.


고태라 작가는 한국적 오컬트와 본격 미스터리를 결합하는 독특한 장르 세계를 개척해온 소설가입니다. 그는 민속학, 무속 신앙, 풍수지리, 명리학 같은 전통적 지식을 세심하게 조사하고, 이를 본격 미스터리의 플롯에 접목시키며 한국형 미스터리의 가능성을 확장해 왔습니다.
《무녀촌》은 그간의 탐구를 집대성한 결정판으로, 미스터리 독자뿐만 아니라
민속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무녀촌》을 깊이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배경 이해가 필요합니다.

✔️한국 무당은 크게 ‘세습무(세습으로 무업을 이어받는 무당)’와 ‘강신무(신내림을 받아 무업에 들어선 무당)’로 나뉩니다.
작품 속 갈등의 큰 축이 바로 이 두 유형의 대립입니다.
✔️무곡리는 음기가 과잉된 ‘음혈(陰穴)’ 지세로 묘사됩니다.
이는 사건의 배경이자 등장인물들의 신앙적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전통적인 탐정소설의 규칙(단서의 공정성, 합리적 추리의 가능성)이
무속이라는 세계와 맞닥뜨리며 도전받는 지점을 이해하면 재미가 배가 됩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본격 미스터리의 공리(公理)를 시험합니다.

✔️이성과 논리가 신앙과 주술의 세계에서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합리적 탐정의 추리가 미신적 맥락에서는 궤변이 되는 아이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왜 끝내 사건을 해석하려 애쓰는가?

즉, 《무녀촌》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장르 자체에 대한 질문이자,
한국적 오컬트 문화를 세계적인 미스터리 문법과 충돌시킨 실험적 작품입니다.


《무녀촌》은 민속학·무속·풍수를 촘촘히 엮어 본격 미스터리의 규칙을 시험대에 올립니다. 배경은 음양이 뒤집힌 마을 무곡리. 여기서 “탐정”은 더 이상 전지적 이성의 상징이 아닙니다. 그는 귀신을 총으로 겨누는 사람처럼, 언어가 통하지 않는 세계에 입장한 관찰자가 됩니다. 그 낯섦이 이 소설의 장르적 전율을 만듭니다.


이 작품이 돋보이는 이유는 무속을 자극적 장식으로 소비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세습무와 강신무의 위계, 악사의 역할, 애동제자의 길, 굿의 구조와 장단, 집의 배치까지 서사의 논리로 흡수합니다.

📌“중앙의 본채는 세습무, 좌우의 날개채는 강신무의 생활 공간”이라는 설명은 단순한 분위기 연출을 넘어 인물 관계와 권력 지형을 읽는 열쇠가 됩니다.
굿판의 미세한 어긋남—📌“씻김굿이므로 청결해야 하는데 매콤한 양념이 배어”든 불협—은 이후 벌어지는 비극의 전조로 작용합니다.


작품 속 무당은 선입견을 깨는 직업윤리를 지닙니다.
📌“힘든 이를 웃겨주고… 슬픈 이의 손을 잡고 우는” 존재, “산 자와 죽은 자를 돌보는” 사람. 무당의 윤리는 돌봄이고, 탐정의 윤리는 설명입니다.
작가는 이 두 윤리를 정면 충돌시키면서, 설명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돌봄의 순간—예컨대 집단의 애도, 망자의 씻김—을 빚습니다. 그래서 읽는 이는 이 소설에서 범인을 밝히는 카타르시스만이 아니라, 비극을 견디는 의식 자체의 힘을 목격하게 됩니다.


본격 미스터리를 읽는 재미는 결국 단서의 배치와 회수입니다.
《무녀촌》은 그 기본기를 탄탄하게 지킵니다.
비정상적으로 ‘조용한’ 산의 공기(“벌레 울음소리 한 번 듣지 못했다”),
굿의 설계에서 새어 나오는 미세한 ‘기술’의 어긋남, 가옥 배치의 상징성,
죽음의 연쇄 앞에서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는 “범인의 유무” 같은 장면들은
모두 심증→물증으로 진화합니다.

단서가 풍경에 녹아 있고, 풍경이 결국 범인을 밀어냅니다. 이 점에서 작가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고 '감각적 묘사=논리의 씨앗'이라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또한 미스터리 애호가의 금과옥조인 페어플레이를 의심하면서도 배반하지 않습니다. 독자에게 주어진 정보는 인물들과 공유됩니다. 다만 정보의 언어가 다릅니다. 무녀들의 발화는 점술, 풍수, 꿈, 기(氣)의 어휘로 제시되고, 떠돌이 학자 민도치는 과학적 인과와 상식으로 해석하려 합니다. 같은 사건이 서로 다른 언어로 기술되니, 독자는 두 층의 텍스트를 병행해 읽어야 합니다.
그 과정이 바로 《무녀촌》만의 지적 유희입니다.


무곡리는 양기를 갈아 마실 팔자의 소년 금가야가 태어남으로써 잠시 희망을 얻지만, 그 자체가 표적이 됩니다. 이 설정은 전형적인 ‘선택받은 아이’의 영웅담이 아닙니다. 오히려 집단이 아이에게 투사한 희망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아이를 지키려는 굿과 금기, 폐쇄적인 질서와 권력의 균열, 믿음과 사리사욕이 뒤엉킨 장면들 속에서, 소설은 한국적 샤머니즘의 공동체 미학과 폭력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문장의 톤은 초반 멸균된 고요를 지나 중반 의식의 과열로 상승하고, 종장에 이르면 정화와 잔향으로 수렴합니다. 굿의 장단처럼 몰입과 이완이 교차하여 독서의 리듬을 스스로 만듭니다. 장르적으로는 ‘오컬트의 공포’와 ‘추리의 긴장’을 같은 박자로 묶어, '눈으로 읽는 북(鼓)'을 완성합니다.

🎈개인적으로 되짚어보는 하이라이트 요소

📌“자질만으로 걸물이 탄생한다면… 산 자와 죽은 자를 돌보는 것이 무당이다.”
- 무당을 ‘울음과 웃음의 기술자’로 설명하는 대목은, 이 직업을 윤리의 문제로 끌어올립니다. 이후의 모든 굿 장면을 읽는 기준점이 됩니다.
📌“씻김굿이므로… 그 기저에는 매콤한 양념이 배어있었다.”
— ‘매콤한 양념’이라는 세속의 욕망이 청결의 의식에 스며드는 순간, 사건의 동력이 켜집니다. 장르적 복선의 모범 사례.
📌“범인의 유무부터가 오리무중이라… 진정 귀신이 저지른 사달인지 혼란할 지경이었다.”
— “진정 귀신이 저지른 사달인지”라는 문장에 담긴 자책과 회의. 추리의 언어로 포착할 수 없는 세계에서, 추리라는 행위가 왜 필요한지 역으로 증명합니다.


《무녀촌》은 본격 미스터리가 오컬트를 패배시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신, 서로의 법칙을 끝까지 밀어붙여 공존 가능한 해석의 지대를 만듭니다.
그래서 결말의 쾌감은 범인의 검거만이 아니라, 설명과 의식이 각자 감당해야 할 몫을 인정하는 데서 옵니다.

한국적 정서와 장르 실험이 보기 드물게 균형을 이룬 작품.
🌿“탐정의 수레바퀴는 지옥에서도 굴러간다” 는
출판사의 책소개가 허언이 아님을 이 책은 증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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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섬세하고 독특하고 완벽주의자인 당신을 위한 문장들 - 심리학자의 아포리즘 큐레이션
황준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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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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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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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명언의 감탄”에서 “문장의 실행”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기분을 달래는 말이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문장을 찾는 이에게, 심리학의 디딤돌을 건넵니다. 오늘의 나를 어제보다 조금 다르게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충분히 실용적이고, 다정합니다.


황준선 작가의 《착하고 섬세하고 독특하고 완벽주의자인 당신을 위한 문장들》은 ‘마음을 지탱해 주는 문장들’을 통해 독자 스스로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심리학적 맥락 속에서 명언과 삶의 통찰을 풀어내며 ‘지금 내 마음에 필요한 한 줄’을 찾게 합니다.


저자 황준선은 심리학을 전공한 연구자이자 심리학 대중서 집필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심리학의 개념을 실제 삶에 연결시켜 주는 데 집중합니다.
특히 ‘감정’이라는 추상적이고 복잡한 영역을 구체적 언어로 풀어내면서, 독자가 자기 경험을 해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책은 심리학자로서 저자가 쌓아온 전문성과 더불어, 인간의 마음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녹아 있는 산물입니다.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 필요한 배경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불안, 우울, 애착, 완벽주의 같은 심리학 개념을 알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쇼펜하우어, 칼 로저스, 빅터 프랭클 같은 인물들의 말은 그들의 삶과 철학을 알면 더욱 와닿습니다.
✔️책은 독자에게 답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가’라는 물음을 스스로 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당신에게 꼭 맞는 한 줄을 찾아주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책들이 ‘당신은 바뀔 수 있다’며 일방적 위로를 건네지만, 이 책은 감정의 결을 존중합니다. 저자는 “위로보다는 통찰에, 감정 소모보다는 감정 조율에 방점을 둔다”고 밝히며, 삶을 흔드는 순간에 필요한 단단한 문장을 전달합니다.
즉, 위로가 아닌 자기 이해, 감정의 억제보다는 감정의 균형을 목표로 합니다.


오늘날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책들이 우리에게 “힘내라”, “잘 될 거다”라는 위로를 내세웁니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때로는 공허하게 들립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내 마음이 왜 힘든지, 어떤 결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 이해하는 일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우리가 흔히 겪는 불안, 완벽주의, 자기 혐오, 세상의 시선 같은 감정의 뿌리를 심리학적으로 풀어내고, 그 속에서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문장을 제시하며, 삶을 다시 조율하도록 돕는 책입니다.


저자는 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명언을 해석하는 심리학자의 시선을 책에 담았습니다.

책은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좋은 사람이 되려다 나를 잃는 문제’를,
2장에서는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뿌리를,
3장에서는 ‘세상의 시선에 휘둘리는 삶’을,
4장에서는 ‘완벽주의와 권태’의 문제를 다룹니다.

그리고 각 장의 끝에는 “심리학자의 한 마디”가 실려 있어,
고전 명언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짚어줍니다.


📌“우리는 남과 같아지기 위해 인생의 4분의 3을 희생하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말은, 나를 잃고도 남의 기준을 좇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우리는 ‘평균적인 삶’을 꿈꾸지만, 사실 그 평균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가 지적하듯, 결국 중요한 것은 “나만의 속도와 방식, 기준으로 살아갈 용기”입니다. 이 대목은 ‘남과 같아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 선언처럼 다가왔습니다.


📌“속이 단단한 나무는 햇빛이 적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곳에서 자란다.”

누구나 상처 없는 삶을 원합니다. 하지만 이 구절은 고통이야말로 우리를 단단하게 키우는 힘임을 상기시킵니다. 내가 겪은 불안과 상처도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련을 통해 더 깊고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고통은 성장의 자양분이 됩니다.


📌“갈등은 단순한 미루기가 아니라, 간절히 원할수록 동시에 회피 욕구도 커지는 심리적 충돌이다.”

우리는 흔히 갈등을 외부 탓으로 돌립니다. 하지만 사실 갈등은 내 안에서 갈망과 두려움이 부딪히는 과정잏니다. 그래서 갈등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 구절은 회피했던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주었습니다.


📌“감정기복, 집중과 흔들림, 애씀과 멈춤, 그 하나하나가 결국 내가 만들어가는 인생의 재료가 된다.”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이들은 흔들림을 실패로 여깁니다. 하지만 저자는 말합니다. 감정의 기복, 집중과 산만, 애씀과 멈춤 모두가 인생을 구성하는 재료라고. 이 구절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안아주게 만듭니다.


📌“성과주의적인 사람들은 …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감정의 흐름과 삶의 리듬을 무시한 채 결과만 좇다 보면 삶의 중요한 결을 놓칠 위험도 크다.”

성과만을 좇다 보면 관계도, 감정도, 삶의 리듬도 무너집니다. 저자의 지적처럼 우리는 ‘성과를 낸 사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기억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이 주는 위로는 흔한 자기계발서의 그것과 다릅니다. 저자는 “당신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라고 장담하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이 왜 흔들리고 있는지, 그것은 어떤 의미인지 함께 보자”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위로는 단단합니다. 눈물을 닦아주는 위로가 아니라, 내가 왜 울고 있는지를 함께 이해하는 동행 같은 위로입니다.


많은 문장 중에서도 가장 오래도록 남은 것은 📌“평균적인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입니다

이 짧은 구절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했습니다. 비교와 평균이라는 잣대에서 벗어나, 내 삶의 속도를 존중하는 일. 그것이 이 책이 나에게 건넨 가장 큰 선물입니다.


《완벽주의자인 당신을 위한 문장들》은 각 문장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며, 독자 스스로 삶을 다시 정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위로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삶의 해석자가 되도록 이끄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완벽주의와 불안 속에서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당신은 그대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지금 흔들리는 모습조차 당신의 삶을 이루는 중요한 결”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책을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걸까”라는 질문에 갇힌 이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자기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법, 불완전한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 그리고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나다운 속도로 살아가는 법을 차분히 알려줍니다. 서두르지 않고, 단 한 문장에 머물며 숨을 고르도록 이끌어주는 책이기에, 바쁜 일상 속에서도 깊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줄 것입니다.

한 줄의 문장이지만,
그 한 줄이 삶의 관성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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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멍 - 하루 한 장, 시와 함께
박유녕 엮음, 피에르 조제프 르두테 그림 / 플레이풀페이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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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멍》은 “보기”를 “사는 법”으로 바꿉니다.
장미를 통해 시를, 시를 통해 나를 응시하는 100일.
한 주기쯤 지나면, 좋았던 날과 어려웠던 날이 모두 한 송이의 색으로
정리돼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시들지 않는 꽃은 결국 내 안에 생기는 ‘머무는 시선’이었구나, 하고요.

《꽃멍》은 하루 한 장, 장미와 시를 함께 감상하도록 구성된 책으로,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과 명시 100편을 담았습니다. 꽃을 바라보는 시각적 힐링과 시를 읽는 정서적 울림을 결합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덜고 감수성을 회복하게 돕습니다. 르두테의 세밀한 장미 보태니컬 아트와 윤동주, 한용운, 예이츠, 릴케 등의 시가 어우러져 예술적 감동을 선사합니다.


박유녕 작가는
‘하루 한 장’이라는 반복적 실천 속에서 독자가 스스로 위안을 찾도록 안내하는 저자입니다. 그는 꽃과 시가 결합할 때 생겨나는 정서적 치유의 힘에 주목합니다. 아름다운 이미지를 묶고 숨은 명시들을 함께 선별해낸 작업은 삶의 리듬을 재구성하는 큐레이션에 가깝습니다.


이 책을 더 깊이 즐기려면 몇 가지 배경이 도움이 됩니다.

✔️르두테의 정교한 장미 그림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과학적 기록과 예술적 미학의 결합입니다.
✔️윤동주, 김영랑, 정지용 등은 한국 근대시를 대표하는 시인들로, 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멍 때림’ 응시하는 시간을 통해 감각이 열리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경험을 이해한다면, 이 책의 의도가 훨씬 또렷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저자는 꽃이 주는 시각적 기쁨과 시가 주는 언어적 울림을 일상의 루틴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합니다. 매일 한 장을 열며 마음을 환기하는 작은 의례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시와 꽃은 짧지만, 책 안에서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일상의 순간을 예술로 변환하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꽃멍》은 이처럼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보기 드문 형식의 ‘슬로우 북’입니다. 피에르 조제프 르두테의 세밀화 장미 100송이와, 사랑·열정·그리움을 주제로 고른 명시 100편을 매칭해 100일 프로젝트처럼 차분히 감상하게 만듭니다.

책장을 여는 순간, 종이 위에 피어난 장미의 윤기부터 독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오늘은 어떤 꽃과 시를 만나게 될까?”
그 작은 설렘이 하루에 미세한 온도를 더합니다.


우리는 대개 빠르게 읽고, 빨리 넘깁니다. 이 책은 반대로, 오래 바라보게 만듭니다. 장미 한 송이가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맞은편에는 단출한 시 한 편. 정보는 최소화하고, 감각은 최대화합니다. ‘꽃멍’이라는 제목 그대로, 멍하니 응시하는 시간이 감정의 잔물결을 가라앉히고, 센서처럼 날 서 있던 마음을 둥글려 줍니다. 꽃을 응시하는 태도로 시를 대하게 만드는 구성이 탁월합니다. 분석보다 관조, 비평보다 여운. 그래서 이 책은 위로를 “말”로 주지 않고 “환경”으로 줍니다.


윤동주·김영랑·정지용·한용운의 낯익은 이름들 사이로, 우리가 잘 몰랐던 시를 전면에 세우고, 릴케·예이츠·워즈워스·블레이크 등 서양 시인들의 숨은 조각들을 촘촘히 넣었습니다. “장미=사랑”이라는 연상만 자극하지 않고, 사랑의 전 생애(설렘–요동–그리움)를 건너게 하죠.

불현듯 가슴을 찌르는 문장은 카프카의 짧은 시에서 만납니다.
📌“어떤 사람이 비수처럼 느껴질 때… 당신은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
사랑의 본질을 ‘상처받는 가능성’으로 정의할 때 생기는 납득의 순간.
마음이 놀라며, 동시에 조용히 수긍합니다.

막막함을 정직하게 수집한 시로는 박용철의 〈어디로〉가 눈에 남습니다.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명쾌한 해결 대신 “그대는 닿을 길 없이 높은데 계시오니”라는 고백으로 끝나는 결이, 오히려 독자를 위로합니다. 판단보다 공감이 먼저 오니까요.


아주 작은 계절의 전조는 방정환의 〈귀뚜라미〉가 전합니다.
📌“울 밑에 과꽃이 네 밤만 자면 눈 오는 겨울이 찾아온다고.”
문장에 살짝 김이 서리고, 독서의 속도가 자동으로 느려집니다.

존재 자체가 축복인 이름을 부여하는 시도 반가웠습니다.
블레이크의 〈갓난아기의 기쁨〉(Infant Joy)은
📌“나는 기뻐요. 기쁨이 내 이름이에요.”라고 말하죠.
무언가 되기 전의 기쁨, ‘그대로 괜찮음’의 선언이 환하게 남습니다.


한용운의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운명성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은 /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사랑하는 까닭〉의 시선은, 사랑을 ‘강한 때’만이 아니라 ‘약한 때’로 완성합니다.

김영랑의 〈땅거미〉는 한 폭의 파스텔처럼, “잊은 봄 보랏빛의 낡은 내음”을 떠오르게 합니다. 장미 그림 옆에서 읽으면, 색과 향이 문장에 묻어납니다.


시가 ‘의미’가 아닌 ‘기운’으로 다가오고, 장미는 ‘이미지’가 아닌 ‘온도’로 다가옵니다. 이 호흡이 책의 미덕입니다.

르두테의 장미는 사진처럼 정밀하지만, 사진보다 더 ‘살아’ 있습니다.
꽃턱과 잎맥, 가시가 가지는 곡선까지 정직하게 잡아낸 세밀화는 응시의 시간을 길게 붙잡습니다. 꽃을 ‘예쁜 것’에서 ‘대상’으로 천천히 깊게 이동시키죠. 과학적 정확성과 미학적 감흥이 공존하니, 장미를 오래 좋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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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나만의 꽃병으로 만들기 위해 드리는 소소한 제안으로는

✔️100일 꽃 루틴
매일 같은 시간에 한 장만 펼칩니다.
장미를 30초 응시 → 시를 소리 내어 한 번 읽기 → 한 줄만 필사.
(혹은 빈 여백에 오늘의 감정 단어 한 개.)
3분이면 충분하지만, 끝나고 나면 머릿속 소음이 한 단계 내려갑니다.

✔️감정 북마크
페이지 옆에 감정 스티커를 붙입니다.
⬆︎설렘 / ⬇︎불안 / ●쓸쓸 / ✳︎기쁨 같은 간단한 표식.
비슷한 감정의 날에 같은 표식 페이지만 골라 읽으면 ‘감정 처방전’처럼 작동합니다.

✔️선물의 미학
꽃다발은 시듭니다. 하지만 이 책은 “100일 동안 매일 피는 꽃다발”입니다.
축하, 위로, 응원—어떤 자리에도 격을 잃지 않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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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멍》은 ‘읽기’보다 ‘머무르기’를 배우는 책입니다.
우리는 자주 빠르게 해석하고, 즉각 반응합니다.
이 책은 반대로, 해석 앞에 감상을, 반응 앞에 관조를 놓습니다.
그렇게 100일이 지나면, 장미는 여전히 시들지 않았고,
대신 내 안의 어떤 급함이 조금 시들어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합니다.


《꽃멍》은 꽃을 ‘본다’에서 ‘머문다’로,
시를 ‘읽는다’에서 ‘살아 본다’로 옮겨 놓는 100일의 작은 의식입니다.
시간이 모여 마음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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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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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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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뒤, 저도 결심 하나를 덧붙였습니다.
“나이의 무게보다 태도의 선명함으로 기억되는 사람.”


‘죽을 때까지 외모를 가꾸겠다’고 선언한 78세 패셔니스타 오시 하나가, 남편의 죽음과 유서로 드러난 42년간의 비밀 앞에서 자신의 신념과 존엄을 지키며 ‘나답게 늙는 법’을 갱신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스럽게 늙음’이라는 상투어에 반기를 들고, 외모와 태도, 선택의 축적이야말로 노년의 품격임을 드라마틱하게 증명합니다. 분노와 상실을 ‘연출’이 아닌 ‘태도’로 다스리며, 끝내 노년의 출발선에서 다시 서는 한 인간의 자립과 화해의 서사입니다.


우치다테 마키코(内館牧子)는
일본의 드라마 각본가이자 소설가로, 생활감각이 살아 있는 대사와 또렷한 여성 주체를 그려내는 데 강점을 지닌 작가입니다. TV·영화·소설을 가로지르며 ‘나이 듦’과 ‘자립’을 유머와 통찰로 엮어내며, 사회 통념을 뒤집는 캐릭터 구축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에서도 그는 ‘노년=수동’이라는 도식을 부수고, 스타일과 의지, 그리고 선택의 윤리를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또한 ‘백 세 시대’라는 현실을 전제할 때, 노화는 회피가 아니라 관리·연출·태도의 문제가 됩니다. 책은 이를 정면 돌파합니다. 불륜·유서·숨겨진 아들 등 흔한 재료를 쓰지만, 피해자/가해자 이분법을 넘어 노년의 존엄과 선택을 중심에 놓는 태도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우치다테는 “노년을 소거(消去)의 시간이 아닌 연출의 시간으로 재정의”합니다. 즉, ‘그 나이면 이래야 한다’는 규범을 깨뜨리고, 욕망과 취향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옹호합니다. 또한 상실과 배신 앞에서 소란이 아닌 절도로 대응하는 태도(사후이혼·선 긋기·품위 유지)를 통해, 존엄이란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자기 연출의 완성도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소설의 첫 장을 덮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 한 줄이었습니다.
📌“노인이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자연스러움’이다.”
오시 하나는 ‘나답게 늙는 법’을 묻는 시대에 정반대로 답합니다.
📌“나이는 본인이 잊는 게 아니라 남들이 잊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것은 스타일의 문제나 ‘젊어 보이기’ 경쟁이 아닙니다.
하나에게 외모는 ‘존엄의 갑옷’이고, 자기 결정권에 대한 집요한 훈련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닥친 사건—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40년 넘는 은밀한 이중생활의 폭로—은 이 작품을 단숨에 가족 성장극이자, 노년 여성의 주체성을 다루는 강력한 심리 드라마로 끌어올립니다.


남편을 잃은 하나는 흔한 슬픔의 문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겉모습이 중요하다”라는 자신의 신조를 지키며 재빨리 전열을 정비하죠.
유언장으로 드러난 불륜과 혼외자. 분노와 모멸이 쏟구쳐 올라오지만 하나의 반격은 감정 과잉이 아니라 품위 있는 공격입니다. 첩을 찾아가 머리채를 잡는 대신, 사후 이혼을 선언하고, 물러설 때를 아는 사람처럼 📌“분노에는 그만둘 때가 있다.”고 스스로에게 선을 긋습니다. 그 태도는 잔혹한 카타르시스 대신, 독자로 하여금 ‘존엄의 감정’을 체험하게 합니다.


하나는 ‘꾸밈’을 끊임없이 윤리의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위장을 계속 하다 죽으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은 위장한 모습이다.”라는 날 선 문장은, 게으름을 ‘자연스러움’으로 포장하는 담론에 정면으로 칼을 겨눕니다.
여기서 ‘꾸밈’은 허세가 아니라 자기 돌봄의 서약이에요.
그럼에도 텍스트는 노화의 현실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하나는 고백하죠. 📌“노화는 소리도 없이 다가오고 있다.”

이 이중선(현실 인식과 미학적 저항) 위에서 소설은 ‘외면=허영’이라는 안이한 선입견을 분해합니다. 하나에게 외면은 삶을 ‘예의 바르게’ 마주하기 위한 규율이고, 각오입니다.


가게 직원은 아들만 보고 설명합니다. 하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짓죠.
📌“설명해줘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겠지.” 이 짧은 장면은 노년 여성에게 사회가 자동으로 씌우는 ‘무능’의 프레임을 정확히 포착합니다.
하나의 패션은 그래서 더 ‘사회적’입니다.
나이주의(에이지즘)에 맞선, 시선 정치의 재·배치.

하나는 노인을 향한 동정 섞인 관습어도 거침없이 부숩니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퇴화한다.”라고 단정한 뒤, 바로 그 진실을 핑계로 삼지 않는 법을 보여주죠. 노년의 강함은 내면이 아니라 외면에서 드러난다는 선언은 논쟁적이지만, 작품 내부에서는 놀랄 만큼 설득력 있게 작동합니다.


이야기의 윤리적 쟁점은 당연히 ‘불륜’입니다. 하나는 말합니다.
📌“세상이 ‘불륜’이라 부르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피해와 가해의 양분법을 넘어서, ‘알고도 이어온 관계’와 ‘끝까지 몰랐던 삶’을 분리해서 보려는 시선이죠. 하나가 택한 복수는 상대의 존엄을 절멸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존엄을 바로 세우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복수는 원한의 잔향보다 ‘자기 회복’의 여운을 남깁니다.


우치다테 마키코는 문장으로 인물을 ‘차려 입힙니다’.
직설은 도발적이지만, 과장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입을 통해 건네지는 사이다 멘트들은 대개 2단 논법으로 마침표를 찍습니다. 예컨대 “자연스러움”=게으름의 포장 같은 도발은, 이어지는 행동 장면에서 실제로 실행되며 인물의 일관된 캐릭터 윤리로 굳어집니다.
덕분에 소설은 신파로 미끄러지지 않고, 애도·분노·격을 담백하게 교차 편집합니다. 가끔은 한 줄의 위악이 웃음을 터뜨리게도 하죠.


작품은 하나의 ‘꾸밈 철학’이 주변 여성들과 어떻게 긴장하거나 감염되는지도 보여줍니다. 수직(할머니–어머니–손녀)·수평(며느리) 관계 속에서 여성의 삶과 선택의 다양한 속도가 교차합니다. 누군가에겐 하나의 태도가 허영처럼 보이고, 다른 이에겐 생존의 기술처럼 읽힙니다. 작가는 어느 쪽에도 도덕적 판정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대신, 각자의 ‘몸으로 사는 가치’를 보여 줍니다.


소설은 닫히면서도 열린 문장을 남깁니다.
📌“할배, 할매의 인생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애도와 배신, 분노와 수치를 통과하고 난 자리에 남는 단 한 줄의 태도.
‘끝’이 아니라 재개입니다. 그래서 제목의 “내 멋대로”는 방종이 아니라 규율, 허세가 아니라 품격에 더 가깝습니다.

하나는 ‘노년’이라는 시간의 구속을 ‘태도의 미학’으로 바꿔치기합니다. 그가 택한 길은 큰소리가 아니라 디테일—구두 광, 등허리 각, 네일의 색, 말끝의 높낮이. 이 작은 것들의 축적이 ‘나이를 잊게 하는 사람’을 만들더군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책 속의 고백처럼 속은 무너져도 겉을 무너뜨리지 않는 이중의 기개였습니다.
그건 감정의 억압이 아니라, 나를 지켜내기 위한 기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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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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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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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출간과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올해 단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이라는 아마존 리뷰의 찬사처럼, 이 소설은 독자의 마음을 찌르듯 파고들어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

죽음을 꿈꾸는 15세 소녀 린다와 기억을 잃어가는 86세 노인 후베르트.
서로 다른 끝에 서 있는 두 존재가 일주일에 세 번, 서로의 곁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린다는 삶을 끝내고 싶어 하는 소녀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후베르트를 돌보는 과정에서, 그녀는 오히려 자기 자신이 위로받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후베르트 역시 기억은 점점 사라지지만, 린다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여전히 존엄과 의미를 누립니다.

이 소설이 특별한 건, 돌봄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보살피는 자와 보살핌 받는 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두 사람은 서로를 구원합니다. 이 과정은 “삶이 주는 가장 조용한 축복”처럼 다가옵니다.

책을 덮으며, 저는 제 곁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의 우주를 존중하는 관계’를 맺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돌봄과 구원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섬세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독자를 감싼 소설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서로에게 신비로운 의미가 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여전히 삶을 견디고,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갈 이유가 충분합니다.


페트라 펠리니는 오랫동안 간호사로 일하며, 병원에서 마주한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존엄에 대한 질문들을 마음속에 쌓아왔습니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그런 경험에서 태어난 그녀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불과 22페이지 원고로 오스트리아 문학상을 수상하고, 독일 13개 출판사가 판권 경쟁을 벌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의 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책은 죽음을 꿈꾸는 15세 소녀 린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 후베르트, 그리고 세상에 절망한 친구 케빈이라는 약하고 여린 존재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곁’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페트라 펠리니는 이 소설을 통해 ⁉️“돌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돌봄은 상대를 교정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며 함께 머무는 것입니다. 린다는 후베르트를 억누르거나 교정하려 들지 않고, 그가 안전요원으로 활약했던 순간을 함께 기억하게 해줍니다. 그 태도 속에 ‘존엄을 지키는 돌봄’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의 힘을 보여줍니다.
린다는 후베르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 삶을 붙잡습니다. 약한 존재들이 서로를 살려냅니다.


🌿“기억은 지워져도, 마음은 남는다”


올해 단 한 권만 고르라면 왜 이 책일까.
읽는 내내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세 장면—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이 조용히 반복됩니다. 15살 소녀 린다, 치매를 앓는 86세 후베르트, 24시간 간병인 에바를 따라 작은 실내를 돌고, 때로는 수영장 소리의 녹음을 따라 바깥의 햇빛으로 나갑니다. 거창한 사건 대신 ‘곁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서사의 동력이 됩니다.


이 소설이 다른 돌봄 서사와 다른 지점은, 알려야 할 것과 지켜줘야 할 것의 경계선을 뚜렷하게 긋는 태도입니다. 에바가 📌“그래도 알아야지”라고 말할 때, 린다는 📌“그냥 편히 지내게 내버려둬요”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돌봄을 ‘진실 고지’의 영역으로 한정하지 않고, 상대의 존엄과 평안을 우선순위에 올려놓는 윤리. 이 한 줄에 소설의 방향이 응축돼 있습니다.


린다는 에바와 후베르트의 딸이 자기 기준의 선의로 후베르트를 판단한다고 지적합니다. 📌“모든 사람은 각각 하나의 우주다.” 그래서 린다는 가르치지 않고 ‘맞춰줍니다’. 후베르트가 과거의 시간 속에서 배회하면, 그 시간을 함께 살도록 돕습니다. 아이를 ‘현재로 끌어오라’고 다그치는 어른과 달리, 린다는 상대의 우주로 들어가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후베르트가 안마당과 하늘을 잃자 린다는 수영장의 소리를 녹음해 들려줍니다. “5월 20일 토요일 스포츠 풀장, 21일 아동용 풀장, 28일 수영 대회”를 고르는 장면은 다큐멘터리의 현장음처럼 생생합니다. 시각 대신 청각으로 불러오는 기억. 후베르트의 전성기가 소리의 몽타주로 귀환할 때, 읽는 이는 ‘기억의 소유’보다 기억의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린다의 첫 독백. “열여덟 전에 작별하겠다”는 계획, 자신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선한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냉소적 상상. 그런데 일주일에 세 번의 돌봄이 린다를 세상에 붙잡아 두는 중력이 됩니다. 후베르트의 녹음에 귀를 기울이고, 등 뒤를 쓸어주고, ‘그냥 맞다고 해주면 된다’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는 사이, 린다는 살아 있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됩니다. 그 변화의 정점에서 울리는 문장—📌“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에게 신비로운 의미를 지닌 존재다.” 이 소설의 테제입니다.


📌“인생은 보통 너무 시끄럽다.” 린다의 말처럼 소설에는 고함, 엔진, 개 짖음이 배경음처럼 흐릅니다. 그럼에도 린다는 작은 침묵의 방을 만들 줄 압니다. 후베르트의 양팔이 무릎에 놓이고, 햇빛이 스며들고, 린다의 손이 그의 등에 올려지는 장면은 감정의 과잉 없이 최대의 다정을 완성합니다. 이 절제된 다정이 작품의 미학입니다.


후반부의 상실은 남용된 눈물 대신 관계가 남긴 손의 감각을 보여줍니다. 린다는
📌“죽음은 힘들지 않아야 해요. 사는 게 이미 충분히 힘드니까요”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책은 ‘슬픔의 크기’를 키우지 않고, 슬픔을 견디는 방식을 가르쳐줍니다.
그 방식은 놀랍도록 단순합니다—함께 같은 시간을 산다.


간호사로 일한 작가의 경력이 문장에 배어 있습니다. 임상적이되, 냉정하지 않습니다. 짧은 단위의 시퀀스가 월·수·토의 리듬으로 겹쳐져 돌봄의 루틴을 체감하게 합니다. 곳곳의 유머(“후베르트의 눈썹 위에 담배를 올려놓자”는 상상)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가 아니라 ‘가볍게 할 수 있게’ 만듭니다.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한 편의 잔잔하고도 눈부신 영화 같았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향하는 노인과, 삶의 시작점에서 좌절한 소녀가 만나 서로를 살려냅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돌봄의 반복 속에서 서로의 세계가 조금씩 달라지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묻게 됩니다.
⁉️“나는 누구의 곁이 되어주고 있는가? 그리고 내 곁을 지켜주는 이는 누구인가?”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에게 신비로운 의미가 된다”는 문장을 삶 속에서 보여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인간이란 결국 서로의 곁을 내어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소녀와 노인의 만남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일깨워줍니다.

기억이 사라져도, 함께 산 시간은 몸의 기억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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