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멍 - 하루 한 장, 시와 함께
박유녕 엮음, 피에르 조제프 르두테 그림 / 플레이풀페이지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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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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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멍》은 “보기”를 “사는 법”으로 바꿉니다.
장미를 통해 시를, 시를 통해 나를 응시하는 100일.
한 주기쯤 지나면, 좋았던 날과 어려웠던 날이 모두 한 송이의 색으로
정리돼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시들지 않는 꽃은 결국 내 안에 생기는 ‘머무는 시선’이었구나, 하고요.

《꽃멍》은 하루 한 장, 장미와 시를 함께 감상하도록 구성된 책으로,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과 명시 100편을 담았습니다. 꽃을 바라보는 시각적 힐링과 시를 읽는 정서적 울림을 결합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덜고 감수성을 회복하게 돕습니다. 르두테의 세밀한 장미 보태니컬 아트와 윤동주, 한용운, 예이츠, 릴케 등의 시가 어우러져 예술적 감동을 선사합니다.


박유녕 작가는
‘하루 한 장’이라는 반복적 실천 속에서 독자가 스스로 위안을 찾도록 안내하는 저자입니다. 그는 꽃과 시가 결합할 때 생겨나는 정서적 치유의 힘에 주목합니다. 아름다운 이미지를 묶고 숨은 명시들을 함께 선별해낸 작업은 삶의 리듬을 재구성하는 큐레이션에 가깝습니다.


이 책을 더 깊이 즐기려면 몇 가지 배경이 도움이 됩니다.

✔️르두테의 정교한 장미 그림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과학적 기록과 예술적 미학의 결합입니다.
✔️윤동주, 김영랑, 정지용 등은 한국 근대시를 대표하는 시인들로, 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멍 때림’ 응시하는 시간을 통해 감각이 열리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경험을 이해한다면, 이 책의 의도가 훨씬 또렷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저자는 꽃이 주는 시각적 기쁨과 시가 주는 언어적 울림을 일상의 루틴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합니다. 매일 한 장을 열며 마음을 환기하는 작은 의례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시와 꽃은 짧지만, 책 안에서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통해 일상의 순간을 예술로 변환하는 경험을 선물합니다.

《꽃멍》은 이처럼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보기 드문 형식의 ‘슬로우 북’입니다. 피에르 조제프 르두테의 세밀화 장미 100송이와, 사랑·열정·그리움을 주제로 고른 명시 100편을 매칭해 100일 프로젝트처럼 차분히 감상하게 만듭니다.

책장을 여는 순간, 종이 위에 피어난 장미의 윤기부터 독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오늘은 어떤 꽃과 시를 만나게 될까?”
그 작은 설렘이 하루에 미세한 온도를 더합니다.


우리는 대개 빠르게 읽고, 빨리 넘깁니다. 이 책은 반대로, 오래 바라보게 만듭니다. 장미 한 송이가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맞은편에는 단출한 시 한 편. 정보는 최소화하고, 감각은 최대화합니다. ‘꽃멍’이라는 제목 그대로, 멍하니 응시하는 시간이 감정의 잔물결을 가라앉히고, 센서처럼 날 서 있던 마음을 둥글려 줍니다. 꽃을 응시하는 태도로 시를 대하게 만드는 구성이 탁월합니다. 분석보다 관조, 비평보다 여운. 그래서 이 책은 위로를 “말”로 주지 않고 “환경”으로 줍니다.


윤동주·김영랑·정지용·한용운의 낯익은 이름들 사이로, 우리가 잘 몰랐던 시를 전면에 세우고, 릴케·예이츠·워즈워스·블레이크 등 서양 시인들의 숨은 조각들을 촘촘히 넣었습니다. “장미=사랑”이라는 연상만 자극하지 않고, 사랑의 전 생애(설렘–요동–그리움)를 건너게 하죠.

불현듯 가슴을 찌르는 문장은 카프카의 짧은 시에서 만납니다.
📌“어떤 사람이 비수처럼 느껴질 때… 당신은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
사랑의 본질을 ‘상처받는 가능성’으로 정의할 때 생기는 납득의 순간.
마음이 놀라며, 동시에 조용히 수긍합니다.

막막함을 정직하게 수집한 시로는 박용철의 〈어디로〉가 눈에 남습니다.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명쾌한 해결 대신 “그대는 닿을 길 없이 높은데 계시오니”라는 고백으로 끝나는 결이, 오히려 독자를 위로합니다. 판단보다 공감이 먼저 오니까요.


아주 작은 계절의 전조는 방정환의 〈귀뚜라미〉가 전합니다.
📌“울 밑에 과꽃이 네 밤만 자면 눈 오는 겨울이 찾아온다고.”
문장에 살짝 김이 서리고, 독서의 속도가 자동으로 느려집니다.

존재 자체가 축복인 이름을 부여하는 시도 반가웠습니다.
블레이크의 〈갓난아기의 기쁨〉(Infant Joy)은
📌“나는 기뻐요. 기쁨이 내 이름이에요.”라고 말하죠.
무언가 되기 전의 기쁨, ‘그대로 괜찮음’의 선언이 환하게 남습니다.


한용운의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운명성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은 /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사랑하는 까닭〉의 시선은, 사랑을 ‘강한 때’만이 아니라 ‘약한 때’로 완성합니다.

김영랑의 〈땅거미〉는 한 폭의 파스텔처럼, “잊은 봄 보랏빛의 낡은 내음”을 떠오르게 합니다. 장미 그림 옆에서 읽으면, 색과 향이 문장에 묻어납니다.


시가 ‘의미’가 아닌 ‘기운’으로 다가오고, 장미는 ‘이미지’가 아닌 ‘온도’로 다가옵니다. 이 호흡이 책의 미덕입니다.

르두테의 장미는 사진처럼 정밀하지만, 사진보다 더 ‘살아’ 있습니다.
꽃턱과 잎맥, 가시가 가지는 곡선까지 정직하게 잡아낸 세밀화는 응시의 시간을 길게 붙잡습니다. 꽃을 ‘예쁜 것’에서 ‘대상’으로 천천히 깊게 이동시키죠. 과학적 정확성과 미학적 감흥이 공존하니, 장미를 오래 좋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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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나만의 꽃병으로 만들기 위해 드리는 소소한 제안으로는

✔️100일 꽃 루틴
매일 같은 시간에 한 장만 펼칩니다.
장미를 30초 응시 → 시를 소리 내어 한 번 읽기 → 한 줄만 필사.
(혹은 빈 여백에 오늘의 감정 단어 한 개.)
3분이면 충분하지만, 끝나고 나면 머릿속 소음이 한 단계 내려갑니다.

✔️감정 북마크
페이지 옆에 감정 스티커를 붙입니다.
⬆︎설렘 / ⬇︎불안 / ●쓸쓸 / ✳︎기쁨 같은 간단한 표식.
비슷한 감정의 날에 같은 표식 페이지만 골라 읽으면 ‘감정 처방전’처럼 작동합니다.

✔️선물의 미학
꽃다발은 시듭니다. 하지만 이 책은 “100일 동안 매일 피는 꽃다발”입니다.
축하, 위로, 응원—어떤 자리에도 격을 잃지 않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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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멍》은 ‘읽기’보다 ‘머무르기’를 배우는 책입니다.
우리는 자주 빠르게 해석하고, 즉각 반응합니다.
이 책은 반대로, 해석 앞에 감상을, 반응 앞에 관조를 놓습니다.
그렇게 100일이 지나면, 장미는 여전히 시들지 않았고,
대신 내 안의 어떤 급함이 조금 시들어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합니다.


《꽃멍》은 꽃을 ‘본다’에서 ‘머문다’로,
시를 ‘읽는다’에서 ‘살아 본다’로 옮겨 놓는 100일의 작은 의식입니다.
시간이 모여 마음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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