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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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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뒤, 저도 결심 하나를 덧붙였습니다.
“나이의 무게보다 태도의 선명함으로 기억되는 사람.”
‘죽을 때까지 외모를 가꾸겠다’고 선언한 78세 패셔니스타 오시 하나가, 남편의 죽음과 유서로 드러난 42년간의 비밀 앞에서 자신의 신념과 존엄을 지키며 ‘나답게 늙는 법’을 갱신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스럽게 늙음’이라는 상투어에 반기를 들고, 외모와 태도, 선택의 축적이야말로 노년의 품격임을 드라마틱하게 증명합니다. 분노와 상실을 ‘연출’이 아닌 ‘태도’로 다스리며, 끝내 노년의 출발선에서 다시 서는 한 인간의 자립과 화해의 서사입니다.
우치다테 마키코(内館牧子)는
일본의 드라마 각본가이자 소설가로, 생활감각이 살아 있는 대사와 또렷한 여성 주체를 그려내는 데 강점을 지닌 작가입니다. TV·영화·소설을 가로지르며 ‘나이 듦’과 ‘자립’을 유머와 통찰로 엮어내며, 사회 통념을 뒤집는 캐릭터 구축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에서도 그는 ‘노년=수동’이라는 도식을 부수고, 스타일과 의지, 그리고 선택의 윤리를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또한 ‘백 세 시대’라는 현실을 전제할 때, 노화는 회피가 아니라 관리·연출·태도의 문제가 됩니다. 책은 이를 정면 돌파합니다. 불륜·유서·숨겨진 아들 등 흔한 재료를 쓰지만, 피해자/가해자 이분법을 넘어 노년의 존엄과 선택을 중심에 놓는 태도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우치다테는 “노년을 소거(消去)의 시간이 아닌 연출의 시간으로 재정의”합니다. 즉, ‘그 나이면 이래야 한다’는 규범을 깨뜨리고, 욕망과 취향을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옹호합니다. 또한 상실과 배신 앞에서 소란이 아닌 절도로 대응하는 태도(사후이혼·선 긋기·품위 유지)를 통해, 존엄이란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자기 연출의 완성도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소설의 첫 장을 덮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 한 줄이었습니다.
📌“노인이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자연스러움’이다.”
오시 하나는 ‘나답게 늙는 법’을 묻는 시대에 정반대로 답합니다.
📌“나이는 본인이 잊는 게 아니라 남들이 잊게 만들어야” 한다고.
이것은 스타일의 문제나 ‘젊어 보이기’ 경쟁이 아닙니다.
하나에게 외모는 ‘존엄의 갑옷’이고, 자기 결정권에 대한 집요한 훈련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닥친 사건—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40년 넘는 은밀한 이중생활의 폭로—은 이 작품을 단숨에 가족 성장극이자, 노년 여성의 주체성을 다루는 강력한 심리 드라마로 끌어올립니다.
남편을 잃은 하나는 흔한 슬픔의 문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겉모습이 중요하다”라는 자신의 신조를 지키며 재빨리 전열을 정비하죠.
유언장으로 드러난 불륜과 혼외자. 분노와 모멸이 쏟구쳐 올라오지만 하나의 반격은 감정 과잉이 아니라 품위 있는 공격입니다. 첩을 찾아가 머리채를 잡는 대신, 사후 이혼을 선언하고, 물러설 때를 아는 사람처럼 📌“분노에는 그만둘 때가 있다.”고 스스로에게 선을 긋습니다. 그 태도는 잔혹한 카타르시스 대신, 독자로 하여금 ‘존엄의 감정’을 체험하게 합니다.
하나는 ‘꾸밈’을 끊임없이 윤리의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위장을 계속 하다 죽으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은 위장한 모습이다.”라는 날 선 문장은, 게으름을 ‘자연스러움’으로 포장하는 담론에 정면으로 칼을 겨눕니다.
여기서 ‘꾸밈’은 허세가 아니라 자기 돌봄의 서약이에요.
그럼에도 텍스트는 노화의 현실을 회피하지 않습니다.
하나는 고백하죠. 📌“노화는 소리도 없이 다가오고 있다.”
이 이중선(현실 인식과 미학적 저항) 위에서 소설은 ‘외면=허영’이라는 안이한 선입견을 분해합니다. 하나에게 외면은 삶을 ‘예의 바르게’ 마주하기 위한 규율이고, 각오입니다.
가게 직원은 아들만 보고 설명합니다. 하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짓죠.
📌“설명해줘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겠지.” 이 짧은 장면은 노년 여성에게 사회가 자동으로 씌우는 ‘무능’의 프레임을 정확히 포착합니다.
하나의 패션은 그래서 더 ‘사회적’입니다.
나이주의(에이지즘)에 맞선, 시선 정치의 재·배치.
하나는 노인을 향한 동정 섞인 관습어도 거침없이 부숩니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퇴화한다.”라고 단정한 뒤, 바로 그 진실을 핑계로 삼지 않는 법을 보여주죠. 노년의 강함은 내면이 아니라 외면에서 드러난다는 선언은 논쟁적이지만, 작품 내부에서는 놀랄 만큼 설득력 있게 작동합니다.
이야기의 윤리적 쟁점은 당연히 ‘불륜’입니다. 하나는 말합니다.
📌“세상이 ‘불륜’이라 부르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피해와 가해의 양분법을 넘어서, ‘알고도 이어온 관계’와 ‘끝까지 몰랐던 삶’을 분리해서 보려는 시선이죠. 하나가 택한 복수는 상대의 존엄을 절멸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 존엄을 바로 세우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복수는 원한의 잔향보다 ‘자기 회복’의 여운을 남깁니다.
우치다테 마키코는 문장으로 인물을 ‘차려 입힙니다’.
직설은 도발적이지만, 과장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입을 통해 건네지는 사이다 멘트들은 대개 2단 논법으로 마침표를 찍습니다. 예컨대 “자연스러움”=게으름의 포장 같은 도발은, 이어지는 행동 장면에서 실제로 실행되며 인물의 일관된 캐릭터 윤리로 굳어집니다.
덕분에 소설은 신파로 미끄러지지 않고, 애도·분노·격을 담백하게 교차 편집합니다. 가끔은 한 줄의 위악이 웃음을 터뜨리게도 하죠.
작품은 하나의 ‘꾸밈 철학’이 주변 여성들과 어떻게 긴장하거나 감염되는지도 보여줍니다. 수직(할머니–어머니–손녀)·수평(며느리) 관계 속에서 여성의 삶과 선택의 다양한 속도가 교차합니다. 누군가에겐 하나의 태도가 허영처럼 보이고, 다른 이에겐 생존의 기술처럼 읽힙니다. 작가는 어느 쪽에도 도덕적 판정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대신, 각자의 ‘몸으로 사는 가치’를 보여 줍니다.
소설은 닫히면서도 열린 문장을 남깁니다.
📌“할배, 할매의 인생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애도와 배신, 분노와 수치를 통과하고 난 자리에 남는 단 한 줄의 태도.
‘끝’이 아니라 재개입니다. 그래서 제목의 “내 멋대로”는 방종이 아니라 규율, 허세가 아니라 품격에 더 가깝습니다.
하나는 ‘노년’이라는 시간의 구속을 ‘태도의 미학’으로 바꿔치기합니다. 그가 택한 길은 큰소리가 아니라 디테일—구두 광, 등허리 각, 네일의 색, 말끝의 높낮이. 이 작은 것들의 축적이 ‘나이를 잊게 하는 사람’을 만들더군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책 속의 고백처럼 속은 무너져도 겉을 무너뜨리지 않는 이중의 기개였습니다.
그건 감정의 억압이 아니라, 나를 지켜내기 위한 기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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