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과 꿀
폴 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집을 찾는 방법을 아나요?

우선 꿀이 담긴 컵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기다려요.

벌이 컵으로 날아오길요.



벌이 컵 안으로 들어왔다가 날아가면 그 벌을 따라가요.

벌이 눈 앞에서 안보이게 되면 또 그 자리에서 기다려요.

다시 벌이 날아올 때까지요.



벌이 다시 날아오고 또 날아가면 다시 그 벌을 따라가요.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벌집을 만날 수가 있어요.



폴 윤 작가의 책 [벌집과 꿀]은 ‘벌집‘을 찾지 못해 어딘가 빈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총 7편의 작품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이 작품들의 시간적 배경과 장소가 모두 달라요.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미국 캘리스부터 스페인 코스타브라바 해안, 일본과 뉴몰든을 거쳐 러시아 연해주의 우스리스크까지 정말 다양한 장소들에서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죠.





[벌집과 꿀]은 뉴욕 퀴스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폴윤이 팬데믹 기간 쓴 단편소설들을 모은 책이예요.



작품 속 주인공들이 보이는 감정은 ‘외로움‘이에요. 그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지독한 외로움을 느껴요. 그래서 그들은 의미를 찾고 싶어하고, 연결되고 싶어하죠.



그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주변과 동화되지 못하는 이유들을 찾고, 다른 곳이라면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끊어진 연결고리는 쉽게 이어지지 않아요.



작품이 다소 우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누구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기대했던 만남이 기대되로 이어진 이야기는 단 한편도 없어요.



그렇기에 오히려 이 작품은 모두에게 희망을 주고 있어요.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물속을 한없이 떠가는 것 같은 불확실함 속에서도 우리가 가끔씩은 서로에게 집이 되어주고, 타인을 위해 이토록 성실하게 길을 만들어줌으로써 허무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그건 어떤 의지나 결단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짐승이 새끼를 돌보듯 그저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우리의 본능이라는 것을,˝(297쪽) ​



-----



<보선>에서 보는 어디에 정착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카로‘를 만나서 ‘무언가 굉장한 일이 일어날 기대감‘을 가지게 되요.



˝보는 카로에게 하고 싶은 질문들을 계속 떠 올렸다. 그리고 그가 거기 달빛 속에, 카로의 곁에 긴장을 풀고 가볍게 서 있는 동안, 공기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나고, 바람이 불었고, 그는 갑자기 자신이 아주 먼 길을 왔으며 무언가 굉장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리라는 걸, 오늘 밤이나 내일은 아닐지 몰라도 머지않아 일어나리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 집중했다. 그들이 밤의 마지막 시간 내내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그 느낌이 지속되기를 바라며.˝(53쪽)



---



<코마로프>의 ‘주연‘은 자신을 만나러 온 코마로프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결심을 하죠.

그리고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비명을 지르죠. 그 비명의 소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잠깐 불러 일으킬 뿐.. 사람들은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요.



어찌보면 허무한 듯한 이야기이죠



---



<역참에서>의 배경은 에도시대 1608년이고, 일본 임진왜란 이후 끌려간 ‘아이‘를 다시 돌려주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무라이의 이야기예요.



고향을 잃고 강제로 떠나오게 된 아이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나‘였는데 실상 갈 곳을 모르고 방황하는 것은 바로 ‘나‘였죠.



˝유미? 그 해골 입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있었어. 어린 벚나무였어. 신기하지 않니? 우린 이 생을 살다가 또 다른 무언가가 되는 거야. 네 생각도 그렇지 않니? 너는 이 생을 살았지만, 내일이면 금방 또 다른 누군가가 돼서 또 다른 누군가와 살게 될 거 잖아. 그런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되는 거야. 그걸 받아들이고 더 강해져야 돼.˝(97쪽)



˝그 모든 것이 갑자기 하나의 돌이 되어 내 목구멍 깊숙이에서 덜그럭거리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어떻게 그 돌에 닿을 수 있을지, 그래서 그것을 부숴버릴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평생 머릿속에 들어갈 방들을, 그리고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될 방들을 지어왔는데, 마치 그 모든 방을 잘못된 방식으로 지어온 것만 같다.˝(136쪽)



---



<크로머>는 런던 남서부의 대규모 한인공동체에서 태어나고 자란 부부의 이야기예요.



갑작스레 양가 부모님들이 모두 돌아가신 후에 ‘고립‘된 삶을 살게 된 해리와 그레이스,

이들에게 갑자기 나타난 ‘소년‘ ..

그리고 그 소년을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찾아간 크로머가 배경이죠.



˝마치 그즈음의 날들과 그날들을 이루는 모든 시간이 그들을 둘러싸고 고리 모양으로 굳어져버린 것 같았다. 해리는 무언가가 그 경계 밑을 파고들어 모습을 드러내주기를 계속 기다렸다.˝(147쪽)



----



연해주 우수리스크 지역 남부에서 일어난 이야기 <벌집과 꿀>은 고려인 정착지의 치안관으로 오게 된 안드레이 불라빈의 이야기예요.



갑자기 일어난 ‘강간‘과 ‘살해‘ 사건들로 인해 혼자가 되어 버린 ‘아이‘를 관찰하는 안드레이.



˝아이는 나이에 비해 마르고 키가 작았고, 저는 그 순간 그 애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게 무엇일지, 무엇이 그 애를 통과해 지나갔을지, 슬픔일지, 분노일지, 둘 다일지, 둘 중 어느 쪽도 아닐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략) 아이는 고아였고, 이제 자신의 부모님이 지었던, 하지만 자신이 태어났던 그 장소에서는 한 세상만큼이나, 한 사람의 평생만큼이나 멀어져 버린 그 판자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189쪽)



˝아버지, 저는 지금 당신이 어디 계신지 상상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도요. 왜 누군가는 저주받은 장소를 떠나지 않으려 하는지도요.

아이는 이제 멀리 있습니다. 온통 햇빛으로 둘러싸인채, 아주 조금만 보일 뿐입니다. 숨겨진 자신의 왕국으로부터 돌아오던 벌은 이제 더는 돌아오지 않습니다.˝(206쪽)



---



이 작품과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지만 아무리 봐도 연결작품은 아닌 <고려인>은 ‘사할린 섬‘의 교도관으로 떠난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상하게 끌리는 마음을 가지고 ‘사할린‘으로 가는 막심.



˝막심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바다의 이상한 힘을 느낀다. 그는 개에게 묻는다. ˝이 다음은 뭐지?˝˝(222쪽)



막심이 삼촌의 죽음 이후 아버지를 찾은 이유와 그 기대가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저 찾아왔을 뿐입니다.



---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 <달의 골짜기>는 한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매일 밤 여기서 달이 뜨고, 기울고, 부서졌단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냈지.˝(250쪽)



전쟁 이후 홀로 남겨진 동수는 달의 골짜기에 있는 농장에서 홀로 살아갑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북으로 가고자 하는 남자‘와의 사건으로 인해 더더욱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듭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전쟁 고아인 ‘은혜‘와 ‘운식‘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하게 되지만..

다시 헤어지게 되고..



그렇게 쓸쓸한 삶을 이어갑니다.



과연 인간의 삶은 어떠한 모습이어야하는지,

누구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죽기 전까지 숨을 이어가지만, 그 숨이라는 것의 의미가 있을까요.



˝은혜는 하나의 결정이 어떻게 삶에 존재하는 그 모든 다양한 겹들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런 겹겹의 삶은 은혜에게는 꽃의 내부와 마찬가지로 닿을 수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286쪽)





˝달은 뜨고, 기울고 ....

그다음은 뭐였더라?

은혜는 곧 기억해낼 것이었다.˝(287쪽)



----

우리들은 부영초일지 모릅니다.

뿌리내리지 못하고, 시대의 조류와 흐름에 맞추어 흔들리며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가야 할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땅을 파고, 시작할 수 있기에 인간의 생은 아름다울 수 있는게 아닐까요.





-----



솔직히 저에게는 많이 어려운 소설이었어요.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감성 충만‘의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죠.



소설을 읽고 난 그 쓸쓸함, 허무함



‘그래서 어쩌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스포라‘

늘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되는 것은 ‘누구나 방황한다는 것‘ 그리고 이 방황이 당연하다는 것이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젓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말이나 행동따위가 점잖고 무게가 있다. 이다.

그렇다면 의젓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책 <의젓한 사람들>은 이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인 김지수 작가는 의젓한 사람을 '고통과 시간, 인내와 책임'라는 키워드로 연결한다.

당장의 욕구를 통제하는 자제력을 씨앗으로 삼아 '상호 돌봄'으로 이어져 '의젓한 정신'으로 성숙되어 간다고 보았다.

그의 네번째 인터뷰집인 <위대한 대화>가 "함께 가기 위해 약해지라"라는 문장 앞에서 '다정한 사람들'을 호명했다면,

다섯번째 인터뷰집인 <의젓한 사람들>은 '다정함'에서 나아가 '책임적 존재'들을 호명한다.

'난 책임없어요!'

'난 책임자가 아니에요'

라고 외치는 시대에 '책임지는 사람'이라니..

아무 책임자도 없었던 '세월호 사건'과 '이태원 참사'가 생각났다.

이미 벌어진 일에도 서로 책임지는 사람 없이 '떠넘기기'에 바빴는데..

의젓한 사람이란 이렇게 책임지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보고 책임지는 의젓한 존재로 본 것일까?

김지수 작가가 인터뷰한 14명의 사람들

그래도 이름을 알고 있었던 사람으로는 가수 양희은, 배우 박정민, 시인 나태주,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 작가 마크 맨슨,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 6명..

전혀 생소한 인물로 순례자 김기석, 작곡가 진은숙, 정치인이자 기업가 플뢰르 펠르랭, 노년내과 의사 가마타 미노루, 의사결정 전문가 애니 듀크, 목수 마크 앨린슨,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 부고 전문기자 제임스 R. 해거티 이상 8명이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책임을 다하는 자들이다.

그들이 그 분야의 Top이라고까지 말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연대하며 함께 가기를 이야기한다.

직접적으로 '타자에게 의젓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은퇴한 목사님인 순례자 김기석님

평생을 힘빼는 연습을 하며 살아왔노라고, 똑똑한 말보다는 '도무지' '문득'같은 변두리 부사들을 가지고 무해한 말과 노래들을 풀어내는 사람 냄새나는 가수 양희은님

내가 그동안 클래식에 정말 무지했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우주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현대클래식 작곡가 진은숙님의 슬럼프 없는 인생이 없다는 담담한 이야기들. 당대의 갈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묵묵히 그려나가는 오선지를 생각하면 과연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된다.

서점주인이면서 작가, 배우. 박정민. 그의 연기에 대해 극찬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이렇게 단단한 생각과 의젓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것은 몰랐기에 그의 작품 <쓸 만한 인간>이 읽고 싶어졌다.

함께 걷는 연대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우리가 쫓고 있는 것이 허상은 아닌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김지수 작가의 작품은 새로운 우주로 나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인터뷰들을 읽다보면 인터뷰이들..

이들이 쓴 작품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읽을 책이 산더미인데.. ㅠㅠ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이들의 작품을 천천히 읽어보자.

이들이 이야기하는 연대하고 책임지는 삶, 삶의 중요한 가치를 찾고, 최고의 결정, 완벽한 인생을 꿈꾸기 보다는 서로 사랑하며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

이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막으로 나의 온 몸 구석구석을 거울에 비춰본 것은 언제일까요?

대중 목욕탕에 간지도 몇 달 된 거 같습니다.

집 욕실 거울에 설핏 비추이는 몸을 본 게 전부..

옷을 갈아입을 때 외에는 일부러 내 몸을 들여다본 적이 거의 없네요.

<한겨레> 신문의 기자였던 이유진 저자는 일부러 이 몸을 들여다봅니다.

몸이 가지고 있는 담론들을 애써서 들추어냅니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신체 부위를 끄집어 내어 독자 앞에 펼쳐 놓습니다.

'너 이거 생각해봤어~' 하는 소리없는 음성이 들리는 것처럼 책을 읽다가 '깜짝'놀라고 깊은 생각에 빠진 독자들을 보며 씩 웃을 것 같은 저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책 [바디올로지]에는 총 5개의 챕터를 통해 우리 몸에 대해 쌓아올려진 다양한 사회적 담론들을 이야기합니다.

1부와 3부까지는 그 중심이 '여성'의 몸입니다.

성 상품화가 되어버린 '여성의 몸' 성적도구로 취급되어온 몸의 역사를 되집어 봅니다.

또한 원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곡해되고 왜곡되게 해석되어지는 신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쉽게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는 다양한 신체 부위들도 있습니다.

제가 그 중 공감했던 것은 '냄새와 채취' 부분입니다.

계급을 가로지르는 냄새의 지리학이란 부제하에 체취 관리가 '공동체 성원권(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을 권리)의 문제'라고 이야기 합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시궁창 냄새가 난다며 인상을 찌푸리던 이선균의 모습뿐만 아니라 흔하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로 지하철 역 등에서 '노숙자'를 피해 멀리 돌아가는 모습, 중동 외국인 노동자들이 곁에 오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 등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부의 냄새'에도 '향기'라고 부르며 반응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공기 중에도 이런 돈 냄새 나는 공기가 없는 듯한 '백화점 1층의 각종 화장품 냄새', 회원들만 이용 가능한 '회원제 마트'의 냄새, 명확히 부의 상징을 나타내는 '향수' 향기 등

냄새라는 동일한 신체적 기능의 유발 결과가 사회 구성원들을 구별짓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두번째 관심 가진 부분은 '손'입니다. 책에서는 특히 메갈리아에서의 손가락 모양이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집단편집증적이고 의도적인 오독과 검열과 곡해가 버무려진 손가락질로 남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궁금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메갈리아는 그 손모양을 로고로 한 것일까?

헉.... 메갈리아의 대표자는 한국 남성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의도적인 오독일까요?

저자는 메갈리아의 로고는 문제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이렇게 지나치게 '여성 위주의 이야기들'이 많기에.. 차라리 제목을 '여성의 바디올로지'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성기를 제외하고는 남성과 여성의 몸이 다를 것이 없는데 굳이 여성의 몸의 차별과 수난의 역사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발에 대한 이야기에 있어서도 '하이힐'과 '전족'을 이야기하면서 여성의 발의 수난과 '차별적 이미지'를 말하지만 '남성의 발'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되지 않습니다.

하이힐에 대해서 불편하거나 안좋은 면을 부각하면서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면이 남성들에게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 왜 이렇게 여성만 '혐오'되고 '학대'된다고 말하는 것인지.. 읽을수록 불편해졌습니다.

어디까지가 '혐오와 차별' 인가?

성형 중독에 빠진 것도 나는 잘못이 없는데 '외모 지상주의' 사회가 문제인 것인가?

"뚱뚱함은 의지력 부족으로 식욕을 참지 못해서 벌어진 참사가 아니라 환경, 유전자, 기존의 질환 등으로 인해 생기는 복잡한 결과다"(120) 라고 하는데 .. 그렇다면 작년에 비해 5킬로 이상 살이 찐 나에게 어떤 환경, 유전자, 질환이 있는 것인지?

모든 것을 사회 문제화 시키면, 거기에서 나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인지?

모든 일에는 사회적 문제와 개인적 문제가 공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외모 지상주의의 사회, 성 차별적인 문화, 자본주의에 의한 '돈' 만능 주의 등등

이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꼬집어 이야기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담론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책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이야기 중 <땀>에 있어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개개인의 땀을 분석하고 생체정보와 활동을 통제하는 '빅브라더 국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 높은 가능성 때문에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다양한 담론들을 통해 '몸'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변화를 이해하고, 그 시대에 왜 그런 담론이 형성되었는지, 왜 그런 담론이 형성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조금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 - 도전과 모험을 앞둔 당신에게
김재철 지음 / 콜라주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고'정주영' 회장(현대그룹 창업주)의 자서전을 진짜 열심히 읽었어요.

제목이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책이었는데

거기서 정주영 회장이 무일푼에서 어떻게 현대라는 대기업을 이룩할 수 있었는지

'한번 해봤어!'라는 말이 얼마나 대단한 말인가 등을 느꼈어요.

그 책을 읽은 게 10대 ~20대 때라 나도 정주영 회장처럼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세월이라는 인생의 파도를 넘어오면서 어느덧 그런 도전정신과 마음가짐은 약해지고, 지금의 생활에 그저 안주하며 둥실 둥실 떠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이 책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을 만났네요.

책을 읽으면서 '와.. 이거 그 책이랑 완전 비슷한데..'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김재철 회장님도 '정주영 회장'을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었네요.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맞나봐요.

도전과 열정, 꿈, 정도 경영이라는 삶의 원칙을 가지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가는"

김재철 회장의 자서전 <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입니다.

책에서는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런데 그 열정이 쉽게 생기나요? 나도 열정적으로 하고 싶다고요..

이런 말을 하는 저에게 김재철 회장은 묵직한 한마디를 던져 주네요.

지금 나는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있는가?

조용히 던져 본 이 질문에. .. 저도 모르게 숙연해질 수 밖에 없어요.

본캐외에 '도서 인플루언서'라는 부캐도 가지고 있지만.. 둘 다 모두 온힘을 다하고 있지 않았어요.

본캐 생활때는 '부캐'에서 뭘 할지를 고민하고

부캐 생활 때는 '본캐'에서 해야 할 일을 고민했어요.

결국 우물쭈물 고민만 하고 있는 거였죠.

이 책을 읽고, 글을 정리하면서 본캐와 부캐의 삶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고 각각의 역할에 온힘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시간적 면에서, 공간적 면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요. 할 수 있는 시간에는 온 힘을 다하겠어요.

저자의 여러 이야기 중에 생각하는 방식이 있어요.

는 것인데요

쉽게 말해 본질에 집착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실패율을 낮추고, 먼 미래까지 고려하라는 것이죠.

과연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내가 보는 관점 외에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떤 면들이 있는지

지금 시점이 아닌 먼 미래의 시점에서도 지금과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는지..

이 부분을 생각하고 일을 한다면 분명 차별화된 그리고 경쟁력 있는 업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어요.

역시나 역경과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어른들의 이야기에는 묵직한 아우라가 느껴져요.

한번도 해보지 않고 핑계만 대는 저에게 엄청난 경종을 울리는 책이었어요.

보통의 자기계발서와 다르다고 느끼는 점은 아무래도 자서전이다보니..

한번 해본 자의 이야기는 '이게 좋대'라고 말하는 자와는 다른 결이 있어요.

특히나, 저자의 실패담까지도 담겨 있어서 '이 분 진심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어요.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 중 저희 아이들에게도 바로 들려준 이 문장을 이웃님들과 나누어요.

바로 지금! 시작하세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인생의파도를넘는법 #김재철 #콜라주 #문학동네 #동원그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숫타니파타 마음공부 - 복잡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부처의 지혜 불경 마음공부 시리즈
김성옥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교 신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불교의 짧은 문구들을 좋아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동물의 왕 사자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놀랄 일이 없으며

어떤 그물에도 바람은 걸림없이 지나갈 수 있고

진흙물 속에서 자라는 연꽃은 그 더러움에도 맑고 아름다운 꽃을 피어냅니다.

여기에 무소, 즉 인도 코뿔소의 하나뿐인 뿔처럼 세상의 부딪힘을 떠나 오롯이 홀로 걷는 길을 걷는 자..

세상의 모든 일들에 대한 해탈한 이가 부럽습니다.

끊임없는 마음 수양과 자기 성찰을 통해서 이러한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숫타니파타 마음공부>에서는 전체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러한 길을 걸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우선 불교의 오래된 경전 중 하나인 <숫타니파타>가 무엇인지부터 소개하는데요

쉽게 말해 부처님 어록집입니다. <논어>가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를 엮은 책인것처럼, <숫타니파타>는 부처님과 그 제자들의 대화를 게송(운문)의 형태로 만들어 엮은 책입니다.

<숫타니파타>에는 총 1149개의 게송이 담겨 있습니다. 그 중 <숫타니파타 마음공부>는 극히 일부인 36개의 게송을 중심으로 어떻게 수행해야 윤회의 고통을 벗어나 해탈에 이를 수 있는가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맞추어 소개합니다.

우리 시대의 문제인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가장 힘들어하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의 이유와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

내 마음이 가지는 욕망의 실체는 무엇인지, 내 인생의 주인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마지막 단계인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홀가분하고 행복한 삶의 길인 해탈의 길을 통해 '피안'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봅니다.

불기 2569년인 지금 이시대에 여전히 부처님의 말씀이 통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지금 이시대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는 '지금 여기' '알아차림'이 바로 부처님의 말씀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며, 오히려 지금이 가장 부처님의 말씀과 가르침이 가장 크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이었어?

하는 부분들을 <숫타니파타 마음공부>를 보면서 여러번 만나기도 했습니다.

영성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배웠던 많은 가르침들이 부처의 가르침과 일관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결국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아에 대한 알아차림'과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마음이 아닐까요?

부처는 삶의 형식이 아닌 '마음의 태도'를 강조합니다.

특히 책에서 저는 다음의 저자 말이 와닿았습니다.

"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일은 밭을 가는 일과 같습니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반복되면 마음 밭에 고랑을 만듭니다. 고랑을 타고 보이지 않는 물길이 나겠지요."(65)

너무나 당연한 말입니다. 마음공부가 중요하고, 마음수양이 중요하다는 것 ..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안의 게으름이 너무나 크기에, 다른 것들에 눈을 돌리는 욕망이 너무나 크기에 이를 놓치고 헛짓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저를 향해 '죽비'처럼 내리는 부처님의 말씀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

깨어 있는 지혜에 의해 자신의 화살을 뽑는 일에 정진하라!

일어나라! 앉아 있으라!

고요함을 확고하게 익혀라!

방일함에 굴복당하는 것을 죽음의 왕이 알고서 지배하지 않도록" <일어남의 경> 331, 332

화살을 맞은 사람이 다른 일에 신경 쓸 일이 무엇이겠습니다.

우선 내가 맞은 화살부터 뽑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누워 있어서는 안됩니다.

일어나야 합니다.

앉아야 합니다. 방일함(게으름)에 잠식 당해서는 안됩니다. 언제 죽음의 왕이 나를 찾아올지 모릅니다.

이 부분을 읽는데 정신이 번쩍 납니다.

지금 나는 그동안의 생활 패턴에 너무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요새 가장 많이 달고 사는 말이 '해야 하는데'가 아니었던가..

미루었던 여러 가지 일들..

나중에'라는 이름 아래 내팽겨친 것들

<숫타니파타 마음공부>에서는 어려울 수 있는 불교 경전을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용어와 설명으로 이해도를 높여줍니다.

이 책을 읽고 처음 들어본 경전이지만 <숫타니파타> 원전에 대한 관심과 불교에 대한 관심이 엄청 높아졌습니다.

또한 '알아차림'과 '지금 여기'가 정말 핵심 of 핵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과 최근 하고 있는 '영성 공부'에 대한 더 진지하게 접근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혹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 마음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지만 허무함만 계속 찾아오는 이웃분들이 계시다면..

특히 인간관계에서 많이 지친 이웃들께서 계시다면 이 책 <숫타니파타 마음공부>를 추천해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