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막으로 나의 온 몸 구석구석을 거울에 비춰본 것은 언제일까요?

대중 목욕탕에 간지도 몇 달 된 거 같습니다.

집 욕실 거울에 설핏 비추이는 몸을 본 게 전부..

옷을 갈아입을 때 외에는 일부러 내 몸을 들여다본 적이 거의 없네요.

<한겨레> 신문의 기자였던 이유진 저자는 일부러 이 몸을 들여다봅니다.

몸이 가지고 있는 담론들을 애써서 들추어냅니다.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신체 부위를 끄집어 내어 독자 앞에 펼쳐 놓습니다.

'너 이거 생각해봤어~' 하는 소리없는 음성이 들리는 것처럼 책을 읽다가 '깜짝'놀라고 깊은 생각에 빠진 독자들을 보며 씩 웃을 것 같은 저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책 [바디올로지]에는 총 5개의 챕터를 통해 우리 몸에 대해 쌓아올려진 다양한 사회적 담론들을 이야기합니다.

1부와 3부까지는 그 중심이 '여성'의 몸입니다.

성 상품화가 되어버린 '여성의 몸' 성적도구로 취급되어온 몸의 역사를 되집어 봅니다.

또한 원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곡해되고 왜곡되게 해석되어지는 신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쉽게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는 다양한 신체 부위들도 있습니다.

제가 그 중 공감했던 것은 '냄새와 채취' 부분입니다.

계급을 가로지르는 냄새의 지리학이란 부제하에 체취 관리가 '공동체 성원권(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을 권리)의 문제'라고 이야기 합니다.

영화 <기생충>에서 시궁창 냄새가 난다며 인상을 찌푸리던 이선균의 모습뿐만 아니라 흔하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로 지하철 역 등에서 '노숙자'를 피해 멀리 돌아가는 모습, 중동 외국인 노동자들이 곁에 오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 등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부의 냄새'에도 '향기'라고 부르며 반응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공기 중에도 이런 돈 냄새 나는 공기가 없는 듯한 '백화점 1층의 각종 화장품 냄새', 회원들만 이용 가능한 '회원제 마트'의 냄새, 명확히 부의 상징을 나타내는 '향수' 향기 등

냄새라는 동일한 신체적 기능의 유발 결과가 사회 구성원들을 구별짓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두번째 관심 가진 부분은 '손'입니다. 책에서는 특히 메갈리아에서의 손가락 모양이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집단편집증적이고 의도적인 오독과 검열과 곡해가 버무려진 손가락질로 남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궁금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메갈리아는 그 손모양을 로고로 한 것일까?

헉.... 메갈리아의 대표자는 한국 남성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의도적인 오독일까요?

저자는 메갈리아의 로고는 문제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이렇게 지나치게 '여성 위주의 이야기들'이 많기에.. 차라리 제목을 '여성의 바디올로지'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성기를 제외하고는 남성과 여성의 몸이 다를 것이 없는데 굳이 여성의 몸의 차별과 수난의 역사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발에 대한 이야기에 있어서도 '하이힐'과 '전족'을 이야기하면서 여성의 발의 수난과 '차별적 이미지'를 말하지만 '남성의 발'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되지 않습니다.

하이힐에 대해서 불편하거나 안좋은 면을 부각하면서 하이힐을 신은 여성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면이 남성들에게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 왜 이렇게 여성만 '혐오'되고 '학대'된다고 말하는 것인지.. 읽을수록 불편해졌습니다.

어디까지가 '혐오와 차별' 인가?

성형 중독에 빠진 것도 나는 잘못이 없는데 '외모 지상주의' 사회가 문제인 것인가?

"뚱뚱함은 의지력 부족으로 식욕을 참지 못해서 벌어진 참사가 아니라 환경, 유전자, 기존의 질환 등으로 인해 생기는 복잡한 결과다"(120) 라고 하는데 .. 그렇다면 작년에 비해 5킬로 이상 살이 찐 나에게 어떤 환경, 유전자, 질환이 있는 것인지?

모든 것을 사회 문제화 시키면, 거기에서 나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인지?

모든 일에는 사회적 문제와 개인적 문제가 공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외모 지상주의의 사회, 성 차별적인 문화, 자본주의에 의한 '돈' 만능 주의 등등

이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꼬집어 이야기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담론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책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이야기 중 <땀>에 있어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개개인의 땀을 분석하고 생체정보와 활동을 통제하는 '빅브라더 국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 높은 가능성 때문에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다양한 담론들을 통해 '몸'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변화를 이해하고, 그 시대에 왜 그런 담론이 형성되었는지, 왜 그런 담론이 형성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조금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