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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5
다니엘 디포 지음,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8월
평점 :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대니얼디포가 쓴 [전염병 일지]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읽게 된 책이다.
[ 솔직 리뷰 ]
이야기는 1665년 런던과 영국 전역을 덮친 페스트의 발생과 진행 상황에 대한 내용으로 화자는 H.F라는 초성을 가진 "형"의 말을 끝까지 안 따르고 뭔가 계시를 받으것 마냥 '런던'에 남았다가 두고 두고 후회했으나 그래도 무사히 살아남은 한 남자이다.
솔직히 처음 작품을 읽으며 당황했다.
이거 뭐지...
소설이 맞나? 그냥 무슨 '르포 기록' 아닌가?
교회 주보에서 말하는 사망자수를 쭉 기록하고
당대 내려졌던 행정조치들을 이야기하고,
당시 상황들에 대한 약간은 무미건조한 느낌의 서술들이 이어졌다.
솔직히 '코로나 19' 상황 전에 이 작품을 읽었더라면.. 과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읽는 내내 '코로나 19'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봉쇄조치, 감염예방조치 등등 모든 것이 '코로나 19'때와 조금도 다른게 없이 느껴졌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면.. '좀비 상황'이었다.
'부산행'이나 '워킹 데드'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르포형식이고 크게 반전이 있거나 복선을 깔면서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작품은 술술 읽혔다.
책에서는 '재난 상황'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을 이야기한다.
첫째, 재난의 와중에도 벌어지는 '도둑질과 강도질'
"그런 재난의 와중에 도둑질과 강도질을 할 만큼 극악한 사람이 있을까 싶겠지만, 시내에서 온갖 종류의 악행들과 경박하고 방탕한 행동들이 어느 때 못지않게 공공현히 자행되고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27)
워킹데드에서도 보였던 모습..
아무리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더라도 사람들은 금방 그 상황에 적응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덕 관념이 약해질 수 있다.
둘째, 제 몸 하나 구하기에 급급한 '지도층'
"왕가도 일찌감치 6월에 옥스퍼드로 옮겨 가서 신의 가호로 목숨을 부지했다. 듣자하니 전염병의 손길이 그들에게는 뻗치지 않았다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 중 누구라도 크게 감사나 개심의 징표를 보인 일은 결코 없었다. 어쩌면 그들의 숨길 수 없는 악덕이 무자비하게 자라, 나라 전체에 이런 무서운 심판을 불러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비판에는 귀를 막은 채."
살짝 이부분에 있어서는 다니엘디포가 비난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냐면 뒤에 가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조치가 유연하게 잘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행정조치들이 있었기에 감염자가 더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등..
가장 위인 '왕가'는 비난하고, 그 가운데 실무를 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칭찬하는 것이었을까?
셋째, 점성술, 꿈 등 미신에 중독되는 사람들
"비슷한 당대의 어리석음 때문에도 사람들의 두려움은 기이할 만큼 증가했다. 그런 시대적 어리석음 속에서, 나로서는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더 예언, 점성술, 꿈, 미신 따위에 중독되었다."(34)
"하나의 어리석음은 언제나 또 다른 어리석음을 부르게 마련이다.
공포와 두려움은 사람들을 나약하고, 어리석고, 해로운 수많은 다른 일로 인도했는데,
이런 일을 하라고 부추기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은 차고 넘치도록 많았다."(42)
사회가 무언가 정상적(?)이지 못한 것에 중독되는 이유는.. 정상적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무엇때문이 아닐까?
페스트라는 재난 상황에서 '내 힘만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었기에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시대는 어떠한가?
자본주의 시대.. 도저히 나만의 힘으로는 층층히 형성된 '가난의 무게'를 벗어날 수 없기에 사람들은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점점 더 '묻지마 폭행' 이나 '갑질'이 더 심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알베르 카뮈의 책 [페스트]와 비교하여 다니엘디포가 그린 [전염병일지]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더 적나라한 모습으로 페스트의 상황을 묘사한다.
수포가 터지는 모습, 그 전염병을 막기 위해 애쓰는 자들의 모습, 전염병을 피해 시골로 도망가는 사람들의 어려움,
심지어 아이를 출산하는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전염되어 버리는 상황까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묘사하고, 상황들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작품 속 소소한 재미로 세 남자이야기가 있다. 군인이었지만 비스킷을 굽는 존, 선원으로 다리를 절지만 지금은 돛 만드는 일을 하는 토머스, 그리고 목수인 리처드. 이들이 전염병이 창궐하는 런던을 떠나 시골로 이동하며 시골길을 통과하고 텐트를 치며 숲속에서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다가 무사히 런던에 돌아온 이야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작품 속 내용 중에서 제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재난이라는 상황은 시대와 상관없이 언제든 닥칠 수 있는 것..
재난에 대비하여 우리 정부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나는 과연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때로 나는 이 재난이 처음 닥쳤을 때 런던의 모든 사람이 얼마나 대비되지 않은 상태였는지 생각하곤 한다."(167)
여러가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준 책. [전염병 일지]
적어도 코로나 19 이후 "방역체계"나 "전염병 대응체계"등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 바보같은 질문 ]
"우리가 지금처럼 화해를 멀리하고 갈등을 키우며 이간질을 계속하고, 편견을 갖고 기독교의 통합과 자비가 깨진 분란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엇보다 인생이 평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239)
인생은 왜 평탄하면 계속 평탄하기 위해 '화해'할 수 없는 것일까?
인간은 본성적으로 '갈등'을 만들어내는 존재인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