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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얼마 전 친구의 어머니께서 암 투병 중에 소천하셨다.
사정이 있어서 장례식장에는 가지 못했지만 상을 치루고 돌아온 친구와 잠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있었다.
생각보다 담담한 친구의 모습을 보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했다.
과연 나는 이 친구처럼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할 수 있을까?
그 일이 있은 후 책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를 읽었다.
처음에는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이라고 해서
그냥 '좋은 말'들을 묶어 놓은 에세이 정도겠지 라고 생각했다.
타인의 말에 귀기울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는 저자가 참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니 분명 그러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내고, 남겨진 삶 속에서 상실과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그 이야기가 책의 주된 스토리였다.
죽음을 맞이하는 자들에 대해 포커스를 맞춘 책들은 종종 본 적이 있는데,
떠나보낸 후 남겨진 자들의 마음을 다룬 책은 신선했다.
이미 떠나간 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워하고, 애도하는 남겨진 자들.
여전히 죽음은 익숙한 주제가 아니고, 크게 무섭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반갑지도 않은 것이기에..
책을 읽는 동안 애써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떠올리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의 포옹, 사람들의 말, 사람들의 마음이 향하는 곳이 결국엔 상실 이후에도 살아가야 할 나의 삶이라는 것을."
깨달은 저자에게 삶은 ..뭐랄까? 별거 없는 것이다.
"산다는 게 뭐 별건가 싶을 때 조금 더 살아볼 만해지는 것처럼.
그리고 생각한다.
세상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하루가 있고,
그 하루가 쌓인 사람들의 삶을 결코 다 알 수 없을 거라는 것.
몰라서 계속 궁금해지고 신기해지는 마음이 나에겐 세상을 좋아하는 방식이라는 것."(180)
저자가 세상을 좋아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내가 세상을 좋아하는 방식'과 닮아 있었다.
궁금하다. 신기하다. 왜 그럴까?
대체로 많은 것들이 궁금한 편이다.
모두가 무리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일쑤다.
약간은 틀어서 보기도 하고, 다른 이들과는 다른 감정을 가질 때도 있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좋아하고 있다.
저자 또한 저자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좋아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하루를 좋아하게 된다.

* 출판사 지원도서로 읽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