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신세계 - 동물이 가르쳐준 인간의 12가지 경이로운 감각
재키 히긴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서평은 위즈덤하우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꽤 오래전에 국내의 한 학자가 쓴 책을 읽었다. 그 책에서 말하길 인류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감각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나. VR기기나 휴대폰으로 더 넓은 범위의 감각을 인지한다는데, 그땐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내심 영화에서 보던 디스토피아 세계에 가까워진 것 같아 씁쓸했었던 기억이 있다. 인류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까지 진화했으나 더 이상 그 자체로는 나아질 수 없고 앞으로는 인공 기물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하지만 지구 어딘가에서는 '인공물'이 아닌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 감각의 가능성을 보고 있었으니…….

─
옥스퍼드대 동물학 석사를 받고,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밑에서 수학한 재키 히긴스의 『감각의 신세계』는 다른 종에서 발견한 '감각의 신세계'를 인간의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치 우리가 접하는 서번트 증후군처럼 다뤄지는 동물들과 비슷한 수준의 감각을 가진 인간의 사례는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경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재키 히긴스의 설명을 읽으며 잘 생각해 보니 그렇게까지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공작사마귀새우의 눈에서 최고의 색각을 발견하고, 전색맹 탐구를 지나 완벽한 사색형색각자를 찾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보며 모 게임 유저들이 유독 색깔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한다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골리앗 메기의 초미각을 다루는 부분에서 초미각자는 기름진 음식이 느끼하고 고약하게 느껴진다는 서술에 치즈와 버터를 먹지 못하는 내가 설마 초미각자는 아닌지 의심했었다.

큰공작나방과 페로몬을 다루는 장에서는 광고를 볼 때마다 헛소리나 과장이 아니냐며 웃어넘겼던 페로몬 향수의 효과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지만.

─


/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는 전자기 스펙트럼의 10조분의 1에 불과하다.
만약 그 범위를 확장해 방울뱀처럼 적외선 열을 느끼고,
꿀벌처럼 자외선을 볼 수 있다면?
메기의 미각, 별코두더지의 촉각, 치타의 평형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면?
쇼가 마주한 기묘한 생명체와 더 기묘한 감각에 마음을 열 수 있다면?

─ P.445


기초교육과정 졸업하고 이따금씩 과학 교과서가 개정되어서 예전에 알던 정보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내가 배웠던 혀의 맛 지도가 틀린 것이 되었고 지금은 달라진 연구결과로 학습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걸 듣고 나니 어쩐지 내가 느끼는 맛이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한 게, 이게 카를 만하임이 말하는 '지식의 존재구속성'인가 싶기도 하다. 벼룩도 상자에 가둬놓으면 더 높이 뛸 수 있음에도 딱 상자만큼의 높이밖에 못 뛰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인간도 이 책에서 나오는 경이로운 열두 종의 생물처럼 더 진화된 감각을 다루는 일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가능성의 윤곽이 조금 더 선명히 그려지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뇌가 만든 천재들 - 광기와 창조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성소희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서평은 흐름출판으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무슨 보약하시길래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밈(meme)으로 버스 기사 오토 만이 하는 대사와 함께 그림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발하거나 놀라운 작품을 인터넷에서 마주칠 때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이 그림만 조용히 댓글에 올린다. 당신의 창의력의 원천이 궁금하다는 가벼운 밈이다.

AI 등장 이후로는 어떤 것을 봐도 더 이상 놀랍지 않게 되었지만, 예전에는 마치 새로운 자극을 찾아다니는 보약중독자처럼 미술관과 도록을 헤집고 다녔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기대를 만족시켜줄 작품을 찾았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나 역시 예술가의 발상의 원천이 궁금했던 것이다.


─

지구 반대편의 한 의사 역시 이런 생각을 가졌던 모양이다. 의학과 인문학의 접점을 탐구하는 의사,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가 예술가의 창작성을 뇌과학과 신경과학으로 연결해 풀어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제목은 『뇌가 만든 천재들』, 『도파민네이션』같은 양질의 뇌과학 책을 선보이는 흐름출판에서 출간되었다.


/

위대한 정신은 광기의 흔적 없이 존재할 수 없다.


─ 아리스토텔레스


뇌과학·신경과학과 연결 짓는 천재성이라는 주제처럼 책에서 다뤄지는 예술가들은 뇌전증이나 조현병, 조울증, 뇌졸중, PTSD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작가는 천재성과 광기의 상관관계가 궁금했으리라, 왜 위대한 예술은 광기의 흔적 위에 태어나는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책은 보르헤스, 도스토옙스키, 실비아 플라스, 프리다 칼로 등의 사례가 등장한다. 정신적인 병으로 고통받거나, 병 때문에 이해받지 못하거나, 병이 낫질 않고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하는 천재성 이면의 쓰라린 현실을 확인하며 친구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심리 상담을 전공하는 친구가 말하길 인간의 상상력은 고통에서 나오는 경우도 꽤 많이 있다고 했다. 고통스러운 현실로 벗어나기 위한 뇌의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책은 이외에도 질병적 이야기에서 살짝 벗어나 환각제가 상상력에 주는 영향이나, 기억과 망각, 꿈 등과 관련된 뇌과학·신경과학도 다룬다.


저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들이 모두 흥미롭기도 했지만, 창의성과 정신질환이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으며, 일부에 국한된 신화로 정신 질환을 이상화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신 질환으로 창의성과 무관하게 고통받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 같아 좋았던 부분. 만약 당신도 천재의 머릿속이 한 번이라도 궁금했던 독자라면 이 책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니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프리라이팅 - 첫 문장의 부담을 내려놓고 누구나 막힘없이 쓰는 법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 부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서평은 부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초등학생 무렵에 독후감 F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건 대략 3년 전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였는데, 그때 시작한 책읽고 글쓰기는 예전과는 달리 평가매기는 사람도 강제성도 없으니 지금은 즐거운 취미생활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글쓰기에 한계를 종종 느끼곤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은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기 어려워하다보니 딱히 할 말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쓴다는 것이었다. 이걸 나는 '굳이?병'이라고 하겠다. 굳이 싶은 글은 단 한 톨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탓에 '이만하면 됐다'는 타협도 없이 글쓰기 책을 계속 파고들고,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을 구하지 못했을 때 운명처럼 한 권의 책을 받게 되었다.


─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글쓰기 책을 읽어도, 여전히 첫 문장조차 쓰기가 힘들다면. 그냥 시작이 어려운 것 뿐이라면. 바버라 베이그의 『프리라이팅』을 한 번 읽어보자. 문체나 구조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는 딱딱한 글쓰기책과 달리 바버라 베이그의 글쓰기 책은 자유롭게 쓰기를 목표로 감각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글쓰기를 위한 작은 활동같은 것들부터 길러준다. 책 출간이나 발행이나 투고를 위한 원고 그 이전의 글쓰기로, 읽다보면 성과의 압박보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끼는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무작정 쓴다는 점에서 모닝페이지랑 약간 비슷하다. 모닝페이지 역시 좋아하지만, 위즈덤하우스에서 진행한 모닝페이지 챌린지에 참가했을 때 내가 썼던 모닝페이지를 떠올려보면 프리라이팅이 좀 더 읽을만한 글을 쓰는데에 가깝겠다. 아무말을 쓰더라도 남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유의미한 기록을 하고싶다면 바버라 베이그의 『프리라이팅』을 권하고 싶다.


─

『그해 봄의 불확실성』이라는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내가 아는 글쓰기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작가가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극히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으니, 나는 기억한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때 언급되는 글쓰기 선생님이 바버라 베이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똑같은 글쓰기 연습활동이 책에 있다. 그 뒤로 뭔가 소설 속의 글쓰기 선생님에게 직접 배우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기억한다라는 문구로 글도 써보고, 또 '것'과 '의'를 빼라는 어떤 정언명령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써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화 - 재앙의 책
오다 마사쿠니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서평은 시공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해마다 유독 회자되는 책이 있다. 작년 공포소설 부문에서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 않았나 싶다. 읽은 지 오래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파운드푸티지 형식의 소설로 뒷장의 삽화 부록이 별미였기에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다. 일본에서 따끈하게 바로 영화로 제작될 정도였으니 당시 『긴키 지방』의 엄청난 파급력은 여전히 눈에 선명하다.


그런데, 그 『긴키 지방』과 함께 '2024 이 호러가 대단하다!' 공동 1위를 받은 작품이 있다면.


진작 알았으면 나도 진작에 읽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지위에 놓여있어도 어째서인지 하나에 가려져 빛을 못 받는 작품이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오다 마사쿠니의 『화: 재앙의 책』이다.

제목부터 디자인까지 온 힘을 다해 불길함을 뿜어내는 『화: 재앙의 책』. 이 책은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일본SF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탁월한 필력과 상상력을 세상에 알린 바 있는 작가의 단편소설집으로 신체 부위와 연결 지어 7편의 소름 돋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공포라는 장르에는 늘 생각이 많다. 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무섭기는커녕 웃겨지는지, 왜 텍스트는 영상만큼의 무서움을 주지 못하는지, 작품을 수용하는 인간의 상상력이나 속도나 감각의 문제인 건지. 그런 생각들을 공포 콘텐츠를 소비하며 이따금씩 했다. 어쩌면 이 책도 표지만큼의 박력을 주지 못한다면 어쩌나 그런 고민 역시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따라왔다. 하지만 오다 마사쿠니의 『화: 재앙의 책』은 익숙하고 당연한 공포의 문법에서 비껴난 기이한 이야기로 두려움을 선사한다.

단편들은 인류 전체나 한 개인이 어디에서도 마주하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을 비춘다. 글리치처럼 현실에서 살짝 어긋나있는 장면을 언뜻언뜻 보여주는 느낌. 단편 속 인물들의 행동은 상식선에서 비껴가며 불쾌감을 안겨주고, 색다른 설정과 전개에 이토 준지의 추천사처럼 마치 만화경을 눈을 떼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경하는 기분을 안겨준다. 기이하고 기괴함의 만화경.


【식서】 책을 먹으면 보이는 환상과 돌이킬 수 없이 중독되어버리는 인간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미모구리】 귓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읽고 생각을 조종하는 기이한 술법으로 한 남자의 고백을 들려주기도 하는. 【머리카락 재앙】 '머리카락'을 믿는 신흥 사이비 종교의 행사장에서 목격한 경악스러운 광경을 펼치거나, 【나부와 나부】 문명화 되어가며 비상식적 행동이 되어버린 전라 행위가 전염성을 띠며 다시 상식이 되고야 만 세계를 보여주는.


가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할 때 공포에 질려 몸이 굳어버리고 지켜보기만 할 때가 있다. 독자를 그런 무아지경의 상태로 놓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오다 마사쿠니가 쏟아내는 글을 그저 따라가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그가 그려내는 뒤틀린 세계를 경악에 질린 채로 어찌할 바 모르며 읽는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로.


─

SF 관련된 상을 수상한 전적이 있는 작가라서 그런지 SF에 살짝 발을 걸친듯한 느낌도 받았다. SF라는 키워드로 생각하니 최근 읽은 몇 국내 SF 작품들은 대개 희망적인 흐름으로 흘러갔던 사실이 떠오른다. 그 배경이 아무리 암울한 디스토피아나 아포칼립스라 하더라도 그 속에서 아주 작고 소중한 인류애 하나를 발견하며. 하지만 이 책은 부제처럼 당신을 확실하게 재앙으로 끌고 갈 것이다. 무더운 올여름 오다 마사쿠니의 지독한 상상력에 한 번 당해보시는 건 어떠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숲과 문명 - 숲이 물러난 자리에 새겨진 5,000년의 기록
존 펄린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서평은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1989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 30여 년의 시간을 거쳐 개정판이 출간된 책이 있다. 파타고니아가 선택한 유일한 역사서, 시카고지리학회 올해의 도서, 하버드가 선정한 100대 명저, 시카고 지리학회 올해의 도서 등 내로라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존 펄린의 『숲과 문명』이다. 더퀘스트 출판사를 통해 이번에 한국에서 소개되는 책은 간단히 표현하자면 인류와 문명의 방대한 흥망성쇠를 숲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풀어내는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
사주팔자에서 우리를 표현하는 중요한 다섯 원소 중 하나가 나무라고, 나무가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했음을 책에서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집을 짓고, 선박을 건조하고, 도구를 만들기 위해 인류는 오래전부터 나무를 써왔다. 이어 목생화, 나무로 불을 키우고, 화극금, 그렇게 만들어진 불로 금속 제련을 하며 청동기, 철기 시대 문명을 열었다. 이런 오행의 상생·상극 구조처럼 번영하는 과정이 어느 나라나 미묘하게 다른 듯 비슷한 양상을 띤다.


/
존 노든은

"나무를 아낌없이 써버리고 (…) 나무를 심는 데는 무관심한 것"이

"뭔가를 허물어버리려는 보편적인 충동"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P.327


하지만 먼 훗날 존 노든이라는 영국의 지리학자가 인류가 나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듯, 모든 역사 속에서 인류는 욕망과 목적을 위해 나무를 다 써버리고 숲은 늘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인간은 항상 저질러놓고 후회하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부분이 어느 나라에서나 결국 숲을 위해 법이나 규칙을 만든다는 패턴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였다. 다들 펑펑 쓸 땐 몰랐지, 숲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
18세기의 한 신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참나무가 말끔히 없어진 것은 (…) 왕국의 발전이고,

목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 나라가 발전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 P.383


하지만 웃다 보니 웃을 때가 아니라는 유명한 밈이 있듯 우리도 계속해서 자원을 소진하다가 되풀이되는 역사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게 아닐까. 449쪽에서 인용된 어느 독실한 시인의 말을 다시 인용하자면 "황금의 시대는 / 황금을 얻기 위해 빠르게 흘러갔다"고, 이 시구처럼 우리가 전례 없는 엄청난 풍요를 누리며 더 많은 황금을 욕망하는 순간 가혹한 미래는 우리의 예상보다 빠르게, 더 빠르게 올지도 모른다.

─

특정 키워드 하나에 초점 맞췄다고 또 다른 서사가 펼쳐지니 그래서 역사가 그렇게 어려웠나 싶기도 했던 도전적인 책이었지만, 전혀 몰랐던 인류사의 또 다른 변주곡을 들은 듯해 색다르고 흥미로웠다. 여기에 더해 존 펄린의 서술과 함께 눈으로 확인하는 풍부한 삽화 자료는 텍스트만으로는 부족한 것들을 채워준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거대하고 반복되는 서사를 다 읽고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면 저자는 이 책이 인류에게 닥친 긴요한 과제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오랜 세월 잠들었다 다시 깨어난 책이 영향력을 다시 끼치길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