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앙의 책
오다 마사쿠니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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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시공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해마다 그 해에 유독 회자되는 책이 있다. 작년 공포소설 부문에서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찾지 않았나 싶다. 읽은 지 오래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파운드푸티지 형식의 소설로 뒷장의 삽화 부록이 별미였기에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될 정도였으니 당시 『긴키 지방』의 엄청난 파급력은 여전히 눈에 선명하다.


그런데, 그 『긴키 지방』과 함께 '2024 이 호러가 대단하다!' 공동 1위를 받은 작품이 있다면.


공포문학이 서점의 메이저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무섭다고 입소문 난 작품을 꽤 찾아읽었다. 읽을 거 다 읽은 것 같다고 생각한 순간 눈에 들어온 강렬한 표지의 책이 있었으니 바로 오다 마사쿠니의 『화: 재앙의 책』이다.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일본SF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탁월한 필력과 상상력을 세상에 알린 바 있는 작가의 이 책은 더운 여름 신체 부위와 연결 지어 7편의 소름 돋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포라는 장르에는 늘 생각이 많은 편이다. 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무섭기는커녕 웃겨지는지, 왜 텍스트는 영상만큼의 무서움을 주지 못하는지, 작품을 수용하는 인간의 상상력이나 속도나 감각의 문제인 건지. 그런 생각들을 공포 콘텐츠를 소비하며 이따금씩 했다. 어쩌면 이 책도 표지만큼의 박력을 주지 못한다면 어쩌나 그런 고민 역시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따라왔다. 하지만 오다 마사쿠니의 『화: 재앙의 책』은 익숙하고 당연한 공포의 문법에서 비껴난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들은 다른 관점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

단편들은 인류 전체나 한 개인이 어디에서도 마주하지 못했던 새로운 광경을 비춘다. 글리치처럼 현실에서 살짝 어긋나있는 장면을 언뜻언뜻 보여주는 단편소설집이라고 하고 싶다. 저마다의 행동은 상식선에서 비껴가며 불쾌감을 안겨주고, 색다른 설정과 전개에 이토 준지의 추천사처럼 마치 만화경을 눈을 떼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돌려가며 구경하는 기분을 안겨준다.


【식서】 책을 먹으면 보이는 환상과 돌이킬 수 없이 중독되어버리는 인간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미모구리】 귓속으로 들어가 기억을 읽고 생각을 조종하는 기이한 술법으로 한 남자의 고백을 들려주기도 하는. 【머리카락 재앙】 '머리카락'을 믿는 신흥 사이비 종교의 행사장에서 목격한 경악스러운 광경을 펼치거나, 【나부와 나부】 문명화 되어가며 비상식적 행동이 되어버린 전라 행위가 전염성을 띠며 다시 상식이 되고야 만 세계를 보여주는.


독자는 오다 마사쿠니를 뒤따르며 그가 그려내는 뒤틀린 세계선을 경악에 질린 채로 어찌할 바 모르며 읽게 된다.


SF 관련된 상을 수상한 전적이 있는 작가라서 그런지 SF에 살짝 발을 걸친듯한 느낌도 받았다. SF라는 키워드로 생각하니 최근 읽은 몇 국내 SF 작품들은 대개 희망적인 흐름으로 흘러갔던 사실이 떠오른다. 그 배경이 아무리 암울한 디스토피아나 아포칼립스라 하더라도, 그 속에서 아주 작고 소중한 인류애 하나를 발견하며. 하지만 이 책은 부제처럼 당신을 확실하게 재앙으로 끌고 갈 것이다. 무더운 올여름 오다 마사쿠니의 지독한 상상력에 한 번 당해보시는 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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