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 교유서가 시집 5
송하얀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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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교유당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교유서가 시집의 디자인은 대체로 담고 있는 시의 느낌을 잘 보여준다. 소후에 시인의 『우주는 푸른 사과처럼 무사해』는 푸른, 초록 사과의 이미지가 연상되고, 원성은 시인의 『비극의 재료』는 붉은 표지만큼 붉은 단어들을 시 속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었으니.

교유서가 시집 5번째로 출간된 송하얀 시인의 『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를 이번 교유당 서포터즈 마지막 지정도서로 받게 되었다. 표지는 깊고 어두운 남색 바탕 위에 시퍼렇게 차가운 서릿빛 글씨가 올려져 있었다. 하지만 시집은 차가운 첫인상과는 달리 읽는 사람의 분노를 뜨겁게 자극하며 시작한다.

[1부] 아무도 모르는 바깥의 유령아

”읽기 전에 심호흡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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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나의 팔 안쪽 살을 만진다

똑바로 닦아

너 같은 애가 청소 시간에 주저앉아 하혈을 했어

깨끗한 바닥을 더럽혔어

─ 『청소 시간』

「청소 시간」이라는 시를 보며 중학생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요즘도 누군가의 일상에 매 순간 폭력이 비집고 들어올까, 교실 밖에 나온 지금도 종종 이름조차 모르는 타인이 말을 마구잡이로 휘두를 때가 있는데, 없어질 리가 있으랴.

1부에서는 일상에서 타인의 폭력을 포착해 산문 형식의 시로 표현한 시가 많이 등장한다. 운율을 강조하던 전통 시 형식에서 보다 자유로운 시 형식이 등장하게 된 역사는 짧지 않으니 이에 문제는 없으나, 문득 의문이 들었다. 오늘날 우리는 폭력을 과연 간결한 시로 압축할 수 있을까 하고.

이어 등장하는 「오버타임」이라는 시는 타인의 따가운 말과 행동에 어느새 무뎌진 우리들의 초상을 보는 듯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는 찰나 끼어드는 손목들. 문을 열어주던 때와 아무리 두드리고 욕설을 퍼부어도 문을 닫아버리는 태도의 간극에는 나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고, 화자는 무심한 듯 아침에는 잘린 손목을 밟고 가야 할 길을 나아간다. 곱씹을수록 점점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어버리는 시들.

[2부] 내일은 더 산산조각으로

2부에서 가장 눈에 밟히는 키워드는 엄마에 대한 애증이었다. 시인은 왜 엄마를 그토록 죽여야 했을까,라고 하지만 나도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했었다. 나와 같은 상황이 혹시 시인에게도 있었을까, 어떤 폭력 앞에서 엄마와의 연대가 불가능했던 순간들이. 시의 공백을 눈으로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긴다.

시의 언어로 그려진 타인의 폭력과 싸늘한 현실에 분노하게 되다가도 시집은 가끔 연대와 저항이 느껴지는 시를 보인다. 광장에는 천막에 앉아있는 우리들과, 그곳에 살며 속마음을 편하게 드러내는 소녀들, 친구들이 있다. 그렇기에 시인이 표현한 이 세계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애증처럼 아이러니한 세상.

또다시 서평보다 감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시집 말미에 실린 최진석 문학평론가의 해설보다 서평을 더 잘 쓸 수 있을까. 아무튼 이 주절거리는 감상의 마무리는 지어야겠다.

시인은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어떤 장면을 목격했던 걸까, 식은 피로 쓰인 뜨거운 시와 최진석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으며 송하얀 시인이 시의 언어로 폭력을 이야기하지 않는 세상은 과연 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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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이 뭐라고.

시집은 고통의 기록이지.

─ 「단성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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