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대학로에는 아프리카 미술관이라는 곳이 있었다.
현재는 제주도로 이전한 이 미술관에 들어갔다가
말 그대로의 문화 충격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림보다는 조형물 중심의 아프리카 미술은
사물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서 정말 신선했고,
그 안에 강력한 에너지와 감정을 담고 있었다.
페이퍼테이너 뮤지엄에서 열린 이 '원시부족, 원시미술'전에 대해 안 나는
예전 아프리카 미술관에서 느꼈던 충격을 되살리며 부푼 기대를 안고 미술관을 찾아갔다.
결과는 만족이었다.
기대하고 찾아간 곳에서 기대를 충족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 결과가 상당한 것이라고 공감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원시부족들이
(연도나 정치조직의 발전도를 생각하면 원시부족이라고 표현하면 안되겠지만
일단 미술관에서 사용한 명칭을 따른다.)
만들어낸 작품들에는
그들을 그대로 반영하는 면이 있다.
그들이 살았던 정치상황이나 종교적 믿음이 강렬하게 드러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예술과 실생활이 별개가 아니었던 원시부족들이었던 만큼
그 작품도 예술과 실용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실용성이라고 하는 것은 제의에서 사용되는 가면처럼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실용성이 아니라
원시부족의 삶에서의 실용성이고,
바로 그 점이 작품들을 더욱 아름답고 신비롭게 해준다.
신과 세계에 대한 믿음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좌우하고 있을 무렵,
그런 믿음을 강렬하게 반영하여 만들어낸 작품들이
바로 원시미술인 것이고,
그만큼 강렬한 에너지와 세계를 보는 관점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사진촬영이 허락된 전시였는데 내 손에 디카가 없어서 한으로 남았다.
디카가 있었다면 모두와 공유할텐데.
원시의 가감없고 강렬한 표현을 볼 수 있는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