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4 - 상아의 제국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테메레르 1권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사족으로 인간과 용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붙여 놓았었다.

왜 강력하고  명석한 용이 인간에 의해 다루어지고 그 번식까지 통제되느냐 하는 의문이었다.

헌데 그것이 작가도 다루고자 한 부분이었나보다.

2권 3권을 지나 4권에 이르면서 인간과 용의 관계가

유럽과는 다르게 이루어지는 문명권을 여행하게 되고

그로부터 경험과 지식을 얻은 테메레르는 노예 해방에 비견될 만한 용권신장을 주장하게 된다.

용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유럽에서

테메레르와 로렌스는 힘든 싸움을 펼쳐나가게 되는데,

4권의 결말은 그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외부의 몰이해가 심하면 심할 수록 도리어 강해지는 비행사와 용의 유대 관계.

그것은 이전까지 로렌스의 마음 속의 지주였던 애국심과 대치하게 만들 정도가 된다.

(이 소설로 동인 사이트가 있는 것이 십분 이해된다.)

이 유대감은 용이라는 종족 전체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이어지며

어떤 관점에서는 충격적이라 할 수 있는 4권의 결말을 이끌어낸다.

그 결말은 정말 후편을 기다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마 4권이 전체 시리즈의 절정 부분이 아닐까 싶다.

 

3권까지 잘 왔다면 4권까지도 오라.

4권의 결말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5권까지 무빙워크로 이동하게 해줄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을 잡아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솔 벨로우 지음, 양현미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윌헬름은 자신이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글로리아나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중년 남성이다.

 

쇠락한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그에게 전혀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미칠 것 같은 기분으로 밀어넣는 사람들이다.

이혼한 처는 그를 양육비를 부담하는 사람으로밖에 보지 않고 오직 그 이유로만 그와 연락한다.

같은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아버지는 명망있고 부유한 은퇴 의사이지만,

바로 그 명망과 부유함을 유지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아버지에게 윌헬름은 실패한 자식이고 자신의 노년을 위협하는 존재이고,

이런 아버지에게 훈계가 아닌 이해와 애정을 받고자 하는 윌헬름의 시도는 끝까지 무산된다.

마지막으로 윌헬름의 조언자인 탬킨 박사는 윌헬름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늘어놓곤 해도

실제 행동으로는 윌헬름을 속여 돈을 갈취한다.

 

물론 윌헬름의 인생에는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수 있었던 몇 번인가의 선택지가 있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부터 다가왔던 그 선택지들에서 윌헬름은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으로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바로 그의 신세를 망친 선택들을 해왔다.

 

왜?

 

별 다른 이유는 없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집에 가서 TV보지 말고 책 읽어야지', '그 얘한테 이 말은 하지 말아야지'

그러면서도 실은 원하지 않는 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 때마다 적당하고 현실적인 이유를 가져다 붙이곤 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다만 원치 않는 선택을 하고 나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건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윌헬름의 기울어가는, 혹은 이미 기울어버린 인생은 

원하는 선택을 하는 두려움,

파멸에 몸을 내맡기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야 하는 그 두려움에 지지 말라는 타산지석과도 같다.

 

권말의 해석에서는 타인의 장례식에서 울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엔딩이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고 이야기되는데,

다른 각도에서 그것은

타인의 장례식에서 울며 고양감을 느끼는 것 이외에는 다른 출구가 없는 것으로 비출 수도 있다.

 

기로에서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없는 선택을 한다면

결과는 이와 같은 비극으로 나를 찾아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 영화감독 21인의 비밀 수업
로랑 티라르 지음, 조동섭 옮김 / 나비장책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인도 영화감독인 저자가 과거 영화잡지의 기자 시절에

21인의 감독을 인터뷰한 내용을 묶어낸 책이다.

 

영화를 찍는 방법에 대해 일반적인 인터뷰보다 약간 더 깊이 들어가서

카메라 설치 방법 등까지도 살짝 물어봐주는데,

이 내용이 영화학도뿐만 아니라 

나 같은 일반인이 보아도 교양으로써 의미가 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닌 단지 보기만 하는 사람에게도

그 보는 눈에 좀 더 깊이를 부여해 준달까?


또한 21인의 천차만별인 영화감독들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마치 별자리 운세나 혈액형별 성격론처럼

'그럼 나는 이 감독 유형이네' '어, 너는 저 감독이네' 하면서 말이다.

 

그런 식으로 21명을 거쳐 끝에 이르면

그렇게나 다른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재미있어서 하는 일이라니 말 다했지 뭐.(부럽다ㅠㅠ)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열정을 가지고 한다.

자기계발서의 광고문구처럼 상투적이긴 하지만,

그 문구가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는 것은 또 신선한 느낌일 것이다.

 

영화학도건 아니건,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모두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맘 속에 여행 바람이 불기 시작한지 꽤 되었다.

12월경 여행을 가기로 다짐하고 지금은 여행기를 읽으며 그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중.

최근 여행기만 6권 정도 읽은 것 같은데, 각각 특색이 있었다.

 

그 중 이 책은 저자가 시인인만큼 

여행의 경험으로부터 감성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다른 책에 비해 탁월하며,

덧붙여 사진과 글의 어우러짐까지도 좋다.

 

1장을 가득 메웠건만 여백인 듯 보이는 사진,

그리고 맘 속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들을 따라가노라면

나도 사진과 글 속의 여행지로 떠나 있는 듯한,

이윽고 저자의 마음 속으로 떠나 있는 듯한,

나아가 나의 마음 속으로 떠나 있는 듯한 느낌에 젖어들 수 있다.

 

일주일의 휴가로 간 그 어느 곳보다도

더 먼 곳으로 우리를 떠나보내 줄 수 있을 책.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여행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라카미 하루키 초기작을 지나서 그의 장/단편 전편과 몇몇 에세이를 완독하게 되었다.

원래 책들을 모두 옆에 두고 조금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책들을 어딘가로 보내게 된 상황인지라 간단히 정리해야겠다.

 

가장 처음에 읽었던 것은 '상실의 시대'였다.

한국판 제목을 따로 붙이는 것에 대하여 회의적이지만,

이 제목은 정말 잘 붙여진 것 같다.

상실감이라는 키워드가 배어나오는 제목이다.  

 

상실감은 하루키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무엇에 대한 상실감인지에 대하여 평론가들은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무엇을 잃는다.

자신이 잃은 것을 통해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상실감이 변화하지 않는 키워드라면,

하루키 작품 속에는 변화하는 키워드가 하나 존재한다.

그것은 저 너머의 세계, 또 다른 세계이다.

 

최초 '댄스댄스댄스'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낸

이 이공간은 여러 작품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에게 사건전개의 힌트를 주는 공간이기도 하고,

죽어버린 사람들의 잔재가 남아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내 자신이 구현화한 닫힌 세계이기도 하고.

 

처음에는 이 공간의 의미를 잘 알수 없어서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하여 동원한 도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읽어나가면서 각 측면을 조합해보니,

세계의 의미가 드러났다.

 

그것은 내가 상실한 것들이 모여 있는 세계이다.

그래서 내가 잊혀진 기억이 나에게 힌트를 주기도 하고,

나의 삶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잔재가 남아있기도 하고,

내가 이미 잃어버린 것들을 모아 세계가 구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와 이를 대하는 주인공들의 반응이

하루키 후기로 갈수록 삶에 긍정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결국 내가 상실한 것은 그 세계 속에서 살아 있으면서

내가 현실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현실세계에서 끊임없이 스텝을 밟아나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상실한 가능성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선택한 길을 꽃피워야 하겠고,

내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온전한 하나의 인간으로써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모로 보면 우리가 상실한 모든 것들은 어딘가에서 우리의 삶을 응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실한 것들에 대해 후회할 줄만 알았을 뿐,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옛 광영의 기억을 가진 기사는 아무리 쇠락해도 몸가짐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상실의 바람이 가슴 속 상처를 헤집으며 불어오더라도,

그로인해 눈물흘릴지언정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기리기 위해 우린 쓰러질 수 없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