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잡아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솔 벨로우 지음, 양현미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윌헬름은 자신이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글로리아나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중년 남성이다.

 

쇠락한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그에게 전혀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미칠 것 같은 기분으로 밀어넣는 사람들이다.

이혼한 처는 그를 양육비를 부담하는 사람으로밖에 보지 않고 오직 그 이유로만 그와 연락한다.

같은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아버지는 명망있고 부유한 은퇴 의사이지만,

바로 그 명망과 부유함을 유지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아버지에게 윌헬름은 실패한 자식이고 자신의 노년을 위협하는 존재이고,

이런 아버지에게 훈계가 아닌 이해와 애정을 받고자 하는 윌헬름의 시도는 끝까지 무산된다.

마지막으로 윌헬름의 조언자인 탬킨 박사는 윌헬름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늘어놓곤 해도

실제 행동으로는 윌헬름을 속여 돈을 갈취한다.

 

물론 윌헬름의 인생에는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수 있었던 몇 번인가의 선택지가 있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부터 다가왔던 그 선택지들에서 윌헬름은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으로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바로 그의 신세를 망친 선택들을 해왔다.

 

왜?

 

별 다른 이유는 없다.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집에 가서 TV보지 말고 책 읽어야지', '그 얘한테 이 말은 하지 말아야지'

그러면서도 실은 원하지 않는 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 때마다 적당하고 현실적인 이유를 가져다 붙이곤 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다만 원치 않는 선택을 하고 나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건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윌헬름의 기울어가는, 혹은 이미 기울어버린 인생은 

원하는 선택을 하는 두려움,

파멸에 몸을 내맡기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야 하는 그 두려움에 지지 말라는 타산지석과도 같다.

 

권말의 해석에서는 타인의 장례식에서 울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엔딩이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고 이야기되는데,

다른 각도에서 그것은

타인의 장례식에서 울며 고양감을 느끼는 것 이외에는 다른 출구가 없는 것으로 비출 수도 있다.

 

기로에서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없는 선택을 한다면

결과는 이와 같은 비극으로 나를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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