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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게르의 귀향
내털리 데이비스 지음, 양희영 옮김 / 지식의풍경 / 2000년 3월
평점 :
마르탱 게르의 귀향.
역사 책에 대한 재발견=[즐겨쓰는 단어인데 나에게 최고 기쁨을 선사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발견하는것보다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숨어있다가 문득 보았는데
그것이 보석처럼 빛나는 것일때에 어찌나 기쁜지!]
작가의 역량이 빛난다, 얼른 이 작가의 다른 책도 구해놓은 상태.
"남편이 사라졌다가 8년만에 돌아왔어. 모두들 환영했지 당연하게도= 그렇게 3년을 살다가 소송이 걸린거야.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런데 정말로 그 사람이 아니었대. 믿을 수 있어? 형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아내는 어떻게 속을 수 있었을까?"
책을 읽기 전에는 그 여자가 속았다고 생각했다. 속인 그 남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글을 읽었다.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이것이 그 여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 아니라 베르나르트의 숨은 도발 혹은 선택, 이 제목이 되어야 한다.
이 똑똑한 여인은,
기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또한 적극적으로 지킨다
엉뚱하게 찾아온 새로운 남자를 이 여자는 사랑했고 선택했다
이 여자는 아무도 모르게
연애를 했다.
정말, 똑똑한 여자가 아닌지! 스스로 행복을 찾을 줄 알다니=
새로운 마르탱과 베르나르트가 더 어울리는 부부였다.
마르탱은 돌아와서는 안되었다.
그랬더라면 이들은 농촌의 이름없는 부부로 역사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채
평화로이 잘 살았을 것이다.
때로는 그렇다
사실이 진실을 왜곡하고, 제도가 평온을 타파 한다
마르탱 게르는 신기한 얘기가 아니다.
제도 속에 꽁꽁 갇혀 살다가 어느 평화로운 하루에 우연히 찾아온 새로운 사랑에 눈뜬 여인이,
그 남자를 지키려고 애썼지만
결국은 옛날에 자기 인생을 어둡게 만들었던 인간이
다시금 돌아와서 찬란했던 한때를 무너뜨린, 비극이다.
그리고
정숙한 여인, 이라는 허울 좋은 이미지로서 사는 것이 권장되는,
16세기이나 21세기나 다름없는 진실에 대해서
자신의 행복을 찾으면서도 현명함으로 자신과 아이를 최대한으로 지킨,
멋진 여자에 대한 이야기 이다.
나는 이 책에서 여자의 인생을 본다.
마르탱 게르는 어느 누구이어도 상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