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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 아웃케이스 없음
신조 다케히코 감독, 미야자키 아오이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솔직히 별 기대없이 봤던 영화인데..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늦은밤 날 키보드 앞에 앉게 만든..
아주 아주 이뻤던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그도 그럴것이 일전에 무척 괜찮게 보았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지러 갑니다 아님 -_-) 의 원작자인
이치카와 타쿠지의 소설 '연애사진, 또 하나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 세가와 마코토는 복창이 있다..
이거 뭐.. 전쟁통 피난민도 아닌것이.. -_-
배에 난 복창때문에 수시로 냄새가 고약한 피부약을 발라줘야 그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견딜 수 있고..
그 이유 때문에 사람들의 곁에 가기를 싫어한다..
대학 입학식날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는 차들이 친절하게 멈춰서서 길을 양보해주기만을 기다리며..
한쪽 팔을 높이 치켜들고 주구장창 기다리고 있던 우리회사 최은주 과장틱한 시즈루를 만나게 된다..
다행히 그녀는 만성비염이 있었기에..
마코토는 별 다른 신경을 쓰지않고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둘만이 알고있는 비밀스런 공간에서 사진을 가르쳐주며 즐거운 추억을 함께 만들어가는 두사람..
집을 가출한 시즈루와 동거를 시작한다..
그래도 아무런일이 일어나지 않는 두 청춘남녀..
시즈루는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지금은 비록 유치하게도 어금니에 유치가 남아있지만..
머지않아 가슴도 부풀어 오르고 히프도 풍만해져서..
이제 안경까지 벗어버리면..
넌..
몰라보게 예뻐진 나를 좋아하게 될거라고..
그리고 지금 날 안아주지 않았던걸 후회할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던가..
시간이 지나 마코토는 같은 영어학과의 여러 친구들과 친해지게 되고..
첫눈에 반해 꿈에 그리던 MBC 스포츠뉴스 이정민 아나운서를 닮은 미유키랑 같이 바닷가로 여행도 가는..
꿈같은 해피한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런 미유키만 좋아하는 마코토가 시즈루는 영 못마땅하지만..
그리고..
이쁜걸로도 상대가 될까말까인데..
마음씨까지 착한 미유키에게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난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싶었어..'
란 명대사를 남기며..
미유키와도 친해지게 된다..
그런 이상한 삼각관계로 그들의 대학생활이 저물어 가고 있을 즈음..
미유키의 생일날..
그녀와의 데이트에 나가는 마코토의 옷을 챙겨주고..
슬쩍 피부약까지 넣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가와이한 시즈루상..
그제서야..
마코토는 느끼게 된다..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미유키가 아닌..
시즈루가 아니었을까..
6년의 세월이 지나..
마코토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 도착한다..
시즈루와 룸메이트가 되어있는 미유키를 다시 만나고..
시즈루의 개인 사진전을 보게 되는데..
마지막은..
직접 보시길..
시즈루의 생일 선물이었던..
이 영화의 유일무이한 키스씬은..
무척이나 인상깊고 아름답다..
언제였던가..
이젠 10년도 훌쩍 넘어버린 대학 신입생 시절..
총원 240명중 239명이 남학생이었던 우리학교 토목공학과..
그 시절에 우리들의 유일한 구원은 미팅이었고..
그 미팅을 통해 잠깐 사귀게 되었던 어떤 소녀는..
어느밤 주홍빛 가로등만이 희미하게 비추던..
학교 소운동장 벤취에서 내 옆모습을 보며 이렇게 얘길했더랬다..
'너 키스해봤니..??'
난..
대뜸 해봤다고 말하면 개날라리 취급을 받을것 같고..
못해봤다고 하면 별 병쉰 취급을 받을것 같아..
머뭇머뭇 거리고 있을때..
'니 입술은.. 참 키스를 잘할것 같은 입술이야..'
(그땐 필자도 때깔이 참 고왔더랬다.. -_-)
세상은 온통 주홍빛 형광등 불빛으로만 물들어가던..
그 늦여름의 밤..
그래도 약간은..
순수함이 남아있었던..
내 모습이 있었다..
이 영화엔..
그래서 좋았다..
이 영화는..
요즘 필자의 생활은 참으로 무미건조하다..
퇴근을 하고 혼자서 영화를 보고 책을 보는것이 삶의 가장 큰 기쁨이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그냥 요즘은..
그런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시간이라고 느낄 뿐 이다..
그래서..
별로 누구를 새롭게 만날 생각도 없고.. 노력도 안하고..
평생 결혼을 안하고 혼자서 이렇게 좋아하는걸 하며 살아도 되겠구나란 생각을 자주한다..
하지만..
영화 속 미유키는 말한다..
'세가와는 한사람분의 행복을 그 손에 쥐고 있어.. 그 행복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 아이가 이 세상에 어딘가에 있어..
가지고 있는 행복을 그 애에게 잘 전해줘야 하지 않겠어..?'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