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보등산가이다..

 

 

 

오래된 나의 취미는 독서, 작문, 사색이었다..

 

지극히 정적인 것들..

 

살다보니 아쉽게도 이러한 본인의 성향이 사내로서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이 생기더라..

 

그리하여 동적인 취미를 하나 더 가져보고자 마음먹었고..

 

그리하여 '라이트한' 등산에 재미를 붙여보았다..

 

주말이면 홀로 서울근교의 가까운 산을 찾아 등산을 한것이 어언 두달이 다되어간다.. -_-ㅋ

 

보았던 책이나 영화를 기록으로 남기는것처럼..

 

비록 허접한 수준이나 나 나름대로의 산행기를 이번주 부터 기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이름하야..

 

'초보등산가의 서울근교 산행기'

 

 

 

4년전으로 기억이 된다..

 

나보다 먼저 상경하여 자리를 잡고 있던 대학동기 철우와 둘이서 강남의 한 고깃집에서 오랜만에 소주잔을 기울이던 날이었다..

 

그때의 난..

 

화려함만을 쫓아 자기의 몸이 타들어감을 알면서도 불을 향해 끊임없이 날아오르던 한마리의 불나방과도 같았더랬다..

 

그래서 사랑만들기니 뭐니 온통 유흥과 즉석만남으로 가득한 그런 모임에 주구장창 참석하여 술로 허송세월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 날 보며 철우는 한가지 제안을 하였었다..

 

'앵버미.. 내랑 같이 산에 안댕길래?? 우리 산악회 들어온나..'

 

그때 난..

 

'임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바로 산이야..'란 한 마디 말로써 친구의 심신을 염려하던 짜루를 머쓱하게 만들었던것 같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고 나의 몸과 마음은 나날이 망가져만 갔지만 철우는 열성적인 산행으로 동상까지 걸려가며 그 산악회의 부회장이 되었고..

 

지금은 다시 우리와 같은 엔지니어링 업계로 돌아왔지만 한때 산이 너무 좋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슨 산악관리공단인가 하는곳엘 들어간다고 시험을 치고 면접을 봐서 최종에서 탈락하는 경력도 지니게 되었다..

 

난 그때 철우가 타잔이 될 것만 같았더랬다..

 

 

 

나름 오랜 세월이 흘러 이제서야 왜 그때 친구가 산에 그토록 집착했는지 그 이유를 아주 조금이나마 알 수가 있었다..

 

앞서 말한 그런 스스로의 변화 외에도 그간 별다른 관리를 안해도 아주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해오던 본인이 올해들어 점점 몸이 무거워짐을 느꼈던 이유도 있었나 보다..

 

그래서 난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산을 찾아 나섰다..

 

그날은 햇살 따사로운 봄날도 아니었고..

 

낙엽이 운치있게 쌓인 가을도 아니었다..

 

지금과 같은 뙤약볕이 내리쬐던 여름..

 

하필 그날 산을 올랐고..

 

등산장비라곤 등산화 딸랑 하나에..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양복을 안입고 출근할때 들고다니던 가방..

 

그냥 입고 다니던 면으로 된 속옷들.. 물통 하나..

 

그흔한 모자도 안쓰고 썬크림도 안바르고..

 

무릎보호대, 등산스틱, 윈드자켓 뭐 이딴건 생각조차 못해보고 무작정 올라보았다..

 

그 날 하산을 했을때 내 몰골은 그야말로 거지꼴이었다.. -_-

 

난 그때 처음 알았다..

 

등산할때 청바지는 최악이라는 것을..

 

 

 

그후로 등산 장비를 하나하나 사모으는데 취미가 생겼다..

 

한번 갔다올때 마다 아 저 물건이 저럴때 필요한 것이구나..

 

아 저래서 사람들이 저걸 들고 다니는 거였구나란걸 알아가는 기쁨.

 

산악회도 한 두군데 가입해서 정보도 얻고 네이버 지식인이나 각 종 아웃도어 홈페이지에서 정보도 얻고 등산전문 사이트에서 산행기도 읽어보고 등등..

 

그것도 나름 공부를 해보니 재미가 있더라..

 

그래서 두달간 매주 갔다..

 

여전히 동네 뒷산 오르는 수준이긴 하지만..

 

여기저기서 배운 지식들을 하나하나 실습해보며 다니고 있다..

 

매번 올라갈땐 어떤 산이든 다 힘이 들지만 (요즘은 내려올때가 더 힘들다.. 처음에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고 젊은 혈기로 보호장구도 없이 폴짝 폴짝 하산하다가 무릎이 좀 안좋아져서리..)

 

막상 정상에 서서 대도시 서울의 또 다른 모습도 감상하고 나무냄새, 풀냄새, 바람냄새를 맡다보면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낄 수 있더라..

 

아 이래서 사람들이 산을 올라가는 거였구나..

 

아 이래서 내 친구 철우가 회사를 그만두고 타잔이 될라고 했던거구나..

 

 

 

암튼 난 그렇게 초보등산가가 되어가고 있다..

 

산악회 사람들과 오프라인 동반 산행에도 참석을 하려했지만..

 

아직까지는 혼자 페이스를 조절하며 산에 오르는것이 더 편한것 같아 미루고 있다..

 

나름 '지병'이 있는지라 남들과 단체행동 하기도 힘들고..

 

워낙에 이것저것 구경하며 천천히 올라가다보니..

 

 

 

이것도 책보는것과 마찬가지더라..

 

잘하고 열심히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강제가 아닌 스스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그 행위를 할때 진정 '즐거워서' 할 수 있는.. 또 '꾸준히' 할 수 있는 그런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언젠가는 철우처럼 몇박 몇일 종주도 하며 설산에서 근사한 사진도 찍는 그런 '산꾼'이 되는날도 오겠지..

 

 

* 지나치고 무리한 산행은 체력증진과 관절약화를 유발합니다.

-_-;;

 

 

 

* PS : 역시 이곳 사람들처럼 '블로깅'은 힘들구나.. 워낙에 '싸이질'에 길들여져 있어.. 차후 산행 사진 및 정보는 미니홈피에 업데이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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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진) 세계최초 아웃도어화장품 대 탄생, 아웃도어스킨
    from 100Years Skin, 아웃도어스킨 2010-05-25 12:23 
    태양과 극한 환경 속 싸움, 전문 산악인의 피부관리는 어떻게 할까?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와 같은 고산(高山)을 등반하고 온 산악 전문가들의 얼굴이 유난히 검은 것처럼 요즘 같은 오존층 파괴 등, 극한환경일수록 자외선은 평소보다 4배이상, 대기는 더욱 건조해져 각질층을 두껍게 만들며 기미, 색소침착, 노화 등을 급격하게 진행시킨다. 그러나 사용 중인 썬크림의 대부분은 예전 기술로 제조되어 정방향, 직사광선으로 들어오는 자외선만을 차단하기에, 대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