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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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약국집 첫째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솔약국집 첫째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때가 아마 셋째 선풍이가 오은지양과의 일로 고민을 상담했던 날이었을거다..
자기는 은지씨랑 친하고 또 그녀가 멋대가리 없는 자기를 좋아해주고 마음을 표현해준게 고맙긴한데..
나도 과연 은지씨를 사랑하는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고..
그러자 선풍이가 간단하게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사랑하는게 맞구나.. 그럼 지금 당장 가서 사랑한다고 말해..' 라고..

 

정확히 103일만에 필자의 독서기록장을 업데이트시킨 책이었다..
살면서 100일넘게 책한자 안 본 날이 없었던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유난히 안좋았던 일들이 많이 일어난 지난 석달인지라..
아주 '살짝' 한번 쓰러지고 나서 처음으로 손에 들었던 책이었다..


당시에 왜 하필 이 책이 눈에 들어왔는지 몰랐었다..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앞부분을 조금 조금씩 보다가..
칼퇴근을 해서 아름다웠던 어느 저녁..
쉬지않고 끝까지 다 보았더랬다..


그 후 눈을 감고 생각을 해보니 왜 그때 이 책이 눈에 들어왔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항상 어렵고 힘이들때 가장 먼저 생각난다는 그 존재..
신께서 세상 모든이를 다 보살펴주지 못하기에 창조했다던 그 존재..


'2009년 상반기 최고의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 출처 : (주)흥안운수 146번 간선버스 뒷문 광고판


인터넷에 이 책의 독후감만 대략 2천편이 넘는다..
그래서 구구절절하고 디테일한 줄거리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냥 '엄마'란 존재만을 두고 새삼드는 생각들만 적어본다..


또 하나..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의 실종원인이 치매인지라..
유년시절을 항상 함께보내 더욱 더 각별했던 필자의 외할머니를 저 하늘 구름너머로 데리고간 그 병인지라..
가슴부터 먹먹해져 쓰기가 싫은 이유일게다..


난 아직도 그날 엄마의 놀란 두눈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후로 한번도 엄마의 그런 눈을 다시보진 못했다..
당시 중학생이던 내가 새삼스레 느꼈던 사실은..
참 바보같게도 '아..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구나..'란 사실이었다..


엄마의 사랑과 헌신과 희생이란 것을 항상 당연하다고만 생각하며 살아온 우리네가 아닌가..
그래서 난 그때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처음으로 했었던것 같다..
이 하늘아래 힘들고 지치면 불러보던 그 '엄마'란 존재가 우리 엄마에겐 이젠 없다는 사실..


그땐 왜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난..

왜 그 처절한 아픔과 상실감을 난 감싸주지 못했을까..


작품해설에서 보았던가..
적절한 표현이 있었다..
이 책은 엄마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겠냐고..


너무나 당연하게 항상 그 자리에 있을것만 같은 사람..
항상 그렇게 내가 원하는대로 해줄것 같은 사람..
그래서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


책 어딘가에 이런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던가..
기르던 개가 강아지를 여덟마리 낳아 그 중 한마리를 고모네에 주었더니..
그날로 어미개는 곡기를 끊어버리더라는 이야기..


난 이따금 생각한다..
유난히도 고우신 우리 엄마가 시대만 잘 만났더라면 '국민여동생'이 되었을 것이라고..


실제로 외가는 대대로 집안이 참 좋았다고 한다..
내겐 세분의 외삼촌이 계셨어야 하는데..
당시 최고의 '에리뜨'들만 다닌다는 동경대인가 어딘가를 졸업한 첫째,둘째 외삼촌은 6.25가 발발하여 북으로 끌려간 뒤로 생사가 불분명하다고 전해들었다..


그 난리통에 상대적으로 배움의 기회도 박탈당하며 살아오신 우리 엄마고..
그 연유에서인지 남들 다있는 학창시절의 오래된 친구들도 거의 없다시피 살아오신 우리 엄마..

 

그땐 왜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난..

우리 엄마 살아 오시면서 때때로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하는 생각을..

 

내게 꼬박꼬박 문자를 보내는 이가 이 세상에 두명있다..
바로 우리 엄마와 술집 웨이터 독도이다..


어느 순간 엄마가 문자 보내는법을 배우셨더라..
여전히 오자가 하나씩은 꼭 들어있는 문자지만..
몇년이 지나도 빠지지 않는것은 마지막에 붙이는 하트 이모티콘이다.. ♡


이제 나에게 하트 보내는 사람은 이 세상에 우리 엄마밖에 없다..
독도 새끼가 나한테 하트보내면 그 또한 우습지 않겠는가..


핸드폰을 새로 바꾸어 이젠 액정에 하트 표시가 자동으로 선명한 핑크색으로 나타난다..
연애를 할때에는 엄마가 아닌 나랑 배변방식이 다른 어느 누군가가 하트를 보내오기도 하지만..
엄마의 그것처럼 크고 선명한 하트는 한번도 못 봤던것 같다..
이런걸 보고 안영미 박사님은 '기분 탓이겠지요..' 라고 했던가..


낮에 엄마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는 이번 하계휴가때는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했다..


서울에 와서 다섯번째로 맞이하는 하계휴가지만..
여동생이 생에 첫 조카를 출산했던 그 해 말고는 한번도 고향에서 휴가를 보낸적이 없었더랬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산으로 바다로 놀러 다닌것도 아니다..
여행다운 여행을 마지막으로 해본적이 15년 전이니까..
워낙 돌아다니는걸 싫어하기도 하고..


매년 서울 집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책만 봤던것 같다..
그러다가 밖에 나가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그게 내게있어 최고의 피서법이었다..


이런걸 보면 나란 위인은 참으로 고집스러운 구석이 있다..
10대,20대때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캐발랄했던 나의 모습말고..
작금의 내모습을 일컫는 신조어도 생겼더라..
'초식남'이라나 뭐라나..
초식남 치고는 그나마 성욕이 좀 남아있는것 같기도 하다만..


남들에겐 당연한 일이고 사소한 일이지만..
내 여름 피서법에 있어서의 이런 변화는 꽤 크다..


디팩 초프라는 '책은 우리에게 멈춰 서서 돌아볼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이 책을 보고나서 멈춰 서서 돌아보니..
그곳엔 '잊어'버리고 사는 나의 엄마가 보였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피를 뽑고 각종 검사를 하고 주사20mg 맞고 독한 알약 일곱개중 네개를 아침에 먹고 출근을 하는 나..
사무실에 앉아서도 이 길이 과연 내가 가야할 길인가 하루에도 수백번씩 고민을 하는 나..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이었고 희망과 꿈은 또 무엇이며 기타 등등..
남들 열댓살에 졸업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서른여섯에 재탕 삼탕하고 있는 나..
항상 적절하게 유지만 되고 획기적으로 불어나지는 않는 통장잔고를 바라보며 여기서 결혼과 자녀양육이라는 변수가 합쳐졌을때의 상황을 미리 우려부터하고 있는 나..

그 외 건강문제, 재정문제, 대인관계, 환경문제, 이성문제, 세계평화문제 등등등..
매일 오만가지 생각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우곤 하는 나..


그런 내가 문득 멈춰 서서 돌아보니 나의 엄마가 보였다..


삽십몇년을 한결같이 늘 그래왔듯이..


엄마는 우리 아들 믿는다..
항상 잘해왔잖아..
넌 잘할거야..
마음을 편하게 가지렴..


그렇게 소리없는 응원을 보내는..
이 세상 떠나는 날까지 끝까지 날 응원해줄 단 한사람..

바로..

'엄마'가 그곳에 계셨더랬다..
 

그래서 난 이번 여름휴가때 고향에 엄마를 보러 가는 것이다..
이 책은 매년 휴가때마다 집구석에서 책만 보는 나를 변화 시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내게 있어 '좋은 책'으로 기억 될 듯하다..

 

 


그 날..


'Try to remember' 선율이 흘러나오고..
20년 넘게 짝사랑한 혜림이를 구름 저 편으로 떠나보내고..
사랑의 아픔을 가슴깊이 묻어 본 자만이 나타낼 수 있는 처연한 눈빛으로..


솔약국집 첫째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그걸 잊고 살아..
왜?
재느냐고..
머리 굴리느냐고..
내가 손해 볼까봐..
내가 차일까봐..
그런데 그런게 나중에 무슨 소용이 있디?
그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한테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사랑 한다는 말..
제때 못해준게 가장 가슴 아플 뿐이지..

 

그러니까 지금 니 마음이 그렇다면 빨리 그 아가씨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말해..
고맙다고 말해..

그리고..

좋아한다고 말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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