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제 창업은 했으니 좀 더 낭만적인걸 기대할께요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낭만적 밥벌이라니. 과연 그러한 일이 가능한 것일까 하고 말이다. 만약 그것이 가능한다면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 아니겠는가. 그런 낭만적인 밥벌이를 하고팠던 저자는 여자친구에게 금반지를 사주기 위해서 서울시 정도 600년 캐치프레이즈 공모전에 응모를 했었고 거기서 수상한 일을 계기로 화학을 전공했던 그가 광고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고 한다. '카피라이터'라는 이름이 멋져보여서 선택했다는 이유도 있었다. 만약에 '광고문안가'란 명칭이었다면 광고일을 하지 않았을 거란 농담으로 필자를 웃음짓게 하기도 했다.

 


이런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저자는 결혼을 하려고 아파트까지 장만했는데 바로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야근이 하기 싫어 회사까지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하게 되었다. 나이가 스물 다섯이면 젊다는 사실을 위안으로도 삼으련만 서른 다섯인 저자는그런 믿는 구석조차도 이젠 없다. 그저 20년지기인 곤과 햇살좋은 주말마다 만나 피시방이나 술집을 전전하던 중 우리가 언제까지 여자얘기랑 게임얘기로 시간을 보내야하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고 뭐 신나는 변화를 꾀하기 위해 순대국을 먹다말고 창업을 하기로 뜻을 모으게 된다.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 저자가 창업하게 된 업종은 카페였다. 커피라고는 평생 자판기 커피밖에 안 먹어봤다는 대한민국 30대 남자들이랑 지극히 유사한 입맛을 가진 저자가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커피를 팔게 되다니! 아니나 다를까 초보 사장님의 창업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 비싼 홍대에서 운좋게 신축건물에 권리금 없이 들어간것까진 좋았는데 동업자인 곤은 회사 프로젝트에 걸려 키키봉 혼자 발품을 팔며 개업준비를 하게 되었다.

 


회사만 다니다가 사업이란걸 처음 해보니 당연히 사람을 보는 안목도 없었다. 그저 말빨좋은 인테리어 업자의 말에 넘어가 창업과정에서 두고두고 후회를 하게된다. 그래도 주변 가게 업주들의 도움으로 커피에 관해 일자무식이던 그가 커피 CEO로 거듭날 수 있었으니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해로운 인간 보다는 좋은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희망을 보았다는데 의의를 두어야 겠다. 그중 특히 카페의 음악을 책임져준 음반가게 알바 천사와의 일방적 로맨스는 그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예정보다는 늦어졌지만 결국은 오픈을 했다. 하지만 카페 사장님으로서의 첫 출근날 저자는 깜짝 놀랄 일을 겪게된다. 바로 자신의 가게앞 도로가 군데군데 파여 공사중이었던 것이다. 대체 뭔일이냐고 따져 물었더니 수십년 마다 한번씩 한다는 노화된 하수도관 교체 작업이란다. 참 끝까지 제대로 풀리지 않는 키키봉 사장이다.

 


저자가 책 앞머리에 밝혔듯이 이건 실수담이다. 하지만 거창한 성공담에서 보다도 우린 실수담에서 더 많은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옛말에 타산지석이라 하지 않았나. 초보 사장님 키키봉이 몰라서 손해를 봤던 것들과 그가 카페 창업을 하면서 몸소 체득한 노하우 등은 좌충우돌 만화같은 에피소드와 함께 실제로 카페를 창업하고자 준비하는 이들에겐 많은 도움이 될 듯 싶다.

 


하지만 '불안하게 커피를 팔고 무난하게 카피를 쓰고 수줍게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한다'는 낭만적 밥벌이의 진정한 단계까진 아직 그 궤도에 오르지 못한 듯하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수준이니까. 그런면에서 필자의 기대에는 상당 부분 어긋나 아쉬움이 많았던 '카페 창업 분투기' 성격의 책이지만 이제 창업은 했으니 앞으로 좀 더 낭만적인 것들을 전해주리라 예상되는 키키봉 사장의 다음 스토리를 살짝 기대해 본다.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할 돈은 없지만 언젠가는 나도 자그마한 북카페를 하나 운영하며 '낭만적 밥벌이'를 하는것이 내 소박한 꿈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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