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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자기설명서
쟈메쟈메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재미로만 보세요
일단 이 책의 역자가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번역했다는 사실에 눈길이 갔다. 저자인 쟈메 쟈메씨는 특이한 필명 만큼이나 책 쓰는 사람치곤 이력도 특이하다. 조형학과를 나와서 건축설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책이라기 보다는 잡지사면 끼워주는 별책부록 같다는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들었지만..) 발매되자 마자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6개월만에 50만부의 판매고를 올려 기노쿠니야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 했다고 한다. 그 외 일본 2대 출판 유통 도한,닛판 1위, 아마존 재팬 인문부문 1위, 온라인 쇼핑몰 라쿠텐 1위, 프랜차이즈 서점 분쿄토 1위 등 화려한 판매기록이 책 띠지를 장식하고 있다. 대단하다. 5관왕이라니. 야구에서도 타율, 홈런, 타점 3관왕만 해도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최고로쳐주는데 무려 5관왕이라니 놀랍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납득이 안되는 일이지만 말이다.
유명한 이야기지만 전 세계에서 '혈액형'을 믿는 나라가 우리나라랑 일본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앞서 거론한 저 화려한 기록에 비추어 보면 혈액형에 관한한 일본인들의 그 열광의 정도는 우리 보다 아주 아주 한참 높은 수준인가 보다. 책의 구성은 참 독특하다. 마치 심리테스트를 하듯 수백개에 달하는 각각의 문항에 체크를 해나가는 식이다. 그에 해당하는 사항이 많을수록 'B형 혈액형을 가진 인간형'에 가깝다는 뜻이다. A형인 아버지와 O형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AO인 A형 혈액형을 가진 필자는 당연히 가족중에 B형은 없다. 누나는 A형 여동생은 O형이다. 하지만 친구들을 비롯하여 직장동료 및 지인들중에는 B형이 무지막지하게 많은 편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혈액형은 A형으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필자의 주변에는B형의 피를 가진이가 A형을 압도적으로 넘어섰다. 어쨌든 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원체 주변에 B형들이 많다보니 나름 진지하게 하나하나의 항목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깜짝 놀랬다. 절반이상이 다 해당된다. 본인의 혈액형에 관한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난 35년간 사기 당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더랬다. 하지만 마지막 계산방식을 보고서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도저도 다 B형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기타 시뮬레이션 '이럴 때 B형이라면'은 참 재밌다. 익히 알려진 옛날 이야기들의 상황에서 B형들은 어떻게 행동할까에 대한 고찰이다. 예를들면 '햇님과 바람' 이야기 같은것.
여행객의 코트를 벗길 수 있는 건 어느 쪽일까? 햇님과 바람이 B형이었다면?
-> 시합이 이뤄지지 않는다. 흥미 없으니 혼자서 하든지 말든지.
(P.109)
그 외 전반적으로 저자의 재치는 훌륭한 편이다. 하지만 명심할것은 단지 재미로만 봐야한다는 사실이다. 정말 B형들은 다 이럴꺼야란 색안경은 쓰지 말기를.. 어느 순간부터 B형. 특히 B형 남자들 참 살기 피곤해졌다. 흔히 하는말로 '테레비가 애들 다 베맀다.(버려놓았다.)' B형이 그래서 싫다라는 말대신 '자기중심적인' 등등의 성격적 특질로 표현하면 좋을것 같다. 편견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세인들의 입에 B형이란 어쩌고 저쩌고란 말이 오르기도 전에 필자는 지금껏 유일하게 딱 한명사귀어봤던 B형 여자친구에게 된 통 당한적이 있었다. 자기 말로는 B형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진국이니 어쩌니 항상 입버릇 처럼 말하곤 했지만 그런 상황에 이르러 그 진국이 어떤지 알기도 전에 그 '제멋대로'에 벌써 두손 두발 다들고 나가떨어졌었다. 그래서 이 세상이 B형에게 다구리를 시작했을 때 누구보다 환영했던 인간이 바로 본인이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그러지 않았던가. 따지고 보면 A형인 나도 뭐 그리 좋은 성격이었나 싶다. 섬세하고 다정다감하고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A형이 장점이라 일컬어지는 미덕들은 그 어느 하나 갖추지도 못하고 고집 세고 자존심 세고 하기 싫은건 죽어도 안하고 욱하는 성격 등등.. 돌이켜 보면 나의 20대는 그러지 않았었나. 오십보 백보다.
전세계의 수십억 인구를 네가지 유형으로만 딱 나누어 설명한다는 이론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것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흥미있으며 서먹서먹하고 뻘쭘한 상황에서 대화를 풀어나가기 쉬운것이 없다고 생각되면 굳이 말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편견을 버리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만 조심하며 재미로만 보자. 그리고 한번 웃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