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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가서 빼먹지 말아야할 52가지
손봉기 지음 / 꿈의날개(성하)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책으로만 봐도 이렇게 멋진데..
필자와 같은 여행 초보자에게 유럽이란 곳은 언제나 로망이다. 일찌기 배낭여행 꽤 해봤다고 자부하는 친구들은 이제 인도니 터키니 아니면 이름조차 생소한 오지등을 찾아 다니지만. 영화를 통해 보았던 유럽의 명소들이 주는 매력에 쉽게 반해버리고엽서를 통해 보았던 설원의 알프스를 동경하며 달력을 통해 보았던 북유럽의 호수를 꿈꾸는 나같은 초짜들에겐 세계에서 가장 가고싶은 곳이 바로 이 '유럽'이란 땅이었다.
문득 대학시절 잠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일찌감치 헤어져서 졸업후에는 각자의 길을 가고 있었는데 미니홈피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던 무렵 잘 살고 있나 싶어 그녀의 미니홈피를 살짝 들여다 본 일이 있었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장면들이 무수히 있었다. 아주 그 영화에 제대로 꽂힌 모양이었다. 그로부터 몇달 후 혼자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활짝 웃고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난 깜짝 놀랐다. 혼자서 형광등 조차도 못 갈아 끼워 낑낑거리던 연약함의 결정체였던 그녀에게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단지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알고보니 이직을 준비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혈혈단신 홀몸으로 이역만리 타국으로 날아갔다는 사실이.. 그만큼 유럽에는 매력적인 그 무엇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 책을 쓴 손봉기씨는 모 여행사 대표이자 12년째 배낭여행을 하고 있는 1년중 넉달 정도를 유럽에서 지내는 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유럽전문가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본 몇몇의 여행서들과 비교했을때 '유럽'을 논한 면에서는 가장 뛰어난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전에 오래된 여행자 이지상씨의 여행기와 해외여행을 처음 갔다 온 정상근군의 책을 비교해서 썼던적이 있는데 이 책은 성격면에선 그 중간쯤 되는것 같고 구성 및 서술면에서는 후자쪽에 조금 가까운것 같다. 감성과 실사를 적절히 왔다리 갔다리 한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보았을때 이 책이 지닌 장점은 다른 여행서와 달리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등을 소개하면서 그 각각의 예술적 유래등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점 같았다. 책 표지를 보면 유럽5대 박물관, 미술관 해설 음성파일을 제작하여 자신의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무료 배포 중이라고 소개된걸 보니 아무래도 저자의 주관심사가 그쪽인가보다.
필자가 그 중 가장 인상깊게 본 대목은 바로 이탈리아 편에 나오는 로마 바티칸 박물관 중 시스틴 성당의 천장 벽화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 이야기였다. 얼굴에는 온갖 물감이 흘러내려 피부병이 생기고 몸은 휘어지고, 한쪽 눈은 실명 상태가 되고.. 그림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못 들어오게 했는데 호기심을 못 참은 교황이 들어왔다가 미켈란젤로가 격노하여 나가라고 소리쳤더니 교황이 화가나서 두들겨 팼다고 한다. (헉!)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마음 상해서 그리던 그림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후배인 라파엘로를 비롯한 그 어느 누구도 그 그림을 마저 완성시킬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작품이라 결국 교황은 많은 돈으로 미켈란젤로를 수차례 설득하고도 그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해 급기야는 피렌체 교구에 미켈란젤로를 보내주지 않으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하여 겨우 그 그림을 마무리 했다고 한다. 비록 사진으로 밖에 못 보았지만 과연 입이 벌어질만하다. 전쟁을 불사할만큼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 참 재미나지 않는가?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스위스, 스페인,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프랑스 이렇게 총 10개국을 여행하면서 빼먹지 말고 꼭 보아야할 명소 52곳을 설명하고 있다. 익히 이름난 유명 관광지도 있고 흔히들 지나쳐 버리고 마는 명소들도 꽤소개되어 있다. 그 명소에 직접가서 해야될 것들이 상당히 디테일하게 소개되어있다. 찾아가는 교통편은 기본이고 어디서 내려서 몇번째 골목길로 어찌어찌해서 가라는 식으로 상당히 친절한 여행책이다. 특히나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박물관 하나를구경하더라도 구체적인 동선을 제시해 주어 시간을 절약하며 효율적으로 볼 수 있게끔 도움을 주는 것들이었다. 어디로 들어가서 뭐부터 보고 어디로 내려와서 어디로 이동해서 또 뭘보고 이러저러하면 시간이 절약된다 등등.. 아주 자기 동네 목욕탕 위치 설명해 주듯이.. 과연 12년 내공이라 뭔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결론적으로 비록 책을 통해서 나마 '유럽'구경 덕분에 잘 했다는 느낌이 든다. 직접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장소들이 수도없이 많겠지만 이 책을 보았을때가 꽤 무더웠을 때라 개인적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분수쇼의 현장이 가장 먼저 떠올랐던것 같다. 필자는 지금 당장 유럽을 갈 계획도 없고 과연 언제쯤이나 그 대륙을 한번 밟아볼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하지만 책으로만 봐도 이렇게 멋진데.. 직접 가서 그 정취에 흠뻑 빠지고 저자가 표현하듯 '여행의 축복을 받는 순간'을 언젠가는 느껴보리란 희망을 간직해야 인생은 좀 더 즐거울것 같다. 그리고 그때에는 이 책이 좋은 지침서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