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대학신입생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간 신문이나 다른 매체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글을 본 적이 있었던것 같지만 이렇게 그의 책을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보던중에 TV를 틀었다가 한 종교방송에서 이어령씨를 인터뷰한 것을 잠깐 보게 되었다. 말씀을 참 잘하시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면이 이 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과연 각각의 그 분야에 관해 얼마나 정통한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에는 간략하게나마 수많은 이론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누구는 어떤책에서 어떠한 말을 하였다는 식의 표현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보이는 것이 특색이다. (원래 이어령씨 스타일이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대학이란 곳을 나왔다는 필자가 들어도 생소한것이 많으니 난 학교 다닐때 뭐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더랬다. 어차피 전공공부 안하고 놀러다닐꺼 다양하게 책이라도 많이 봐둘껄 하는 후회가 새삼 몰려왔다. 그러한 학문적 사실들을 보다 디테일하게 하나 하나 공부해 나가는 계획을 세워보는것도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얻을 수 있는 한가지라 생각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부분은 단연 프롤로그이다. 월드컵을 통해 나타난 우리네의 응원문화를 보고 잠시 잊고 살았지만 우리네 민족이 고유하게 지니고 있었던 추임새 문화를 상기시켰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앞으로 이끌고 나아가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보았노라고 그 감흥을 전한 글이었다. 이 서문은 근자에 본 글들 중에서 몇 손가락안에 꼽고 싶을 정도로 '좋은글'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찍이 돈도 권력도 이념 싸움도 아닌 일에 저렇게 열광하는 한국인들을 본 적이 있는가. 변변히 해준 것도 없는 제 나라의 이름을 저토록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는 내 아이들의 밝은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중략) 지금까지 우리는 서로 미워하고시기하고 헐뜯어왔다. 그랬었다. 좁은 땅, 그나마 남에게 빼앗긴 땅 쪼가리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팠다. (또 중략) 그러다가 어느새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것'은 못 참는 민족이 되고 말았다. (자꾸 중략) 훼방의문화에서 응원의 문화로 물꼬를 돌리면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투사가 아니라 소리꾼의 감동이 이끄는 사회가 오고, 역사는 과거의 부정에서 미래의 창조로 날개를 달 것이다.'

 

(프롤로그 中)

 


본론으로 들어가게 되면 상당히 독특한 구성에 흠칫 놀라게 된다. 젊음을 진화시키는 아홉가지의 매직 카드가 등장하고 각각의 카드들이 상징하는 바를 풀어나가면서 그 속에 담겨진 행동강령들을 이 땅의 대학생 또는 젊은이들에게 제시하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하나하나 다 풀어서 설명하기엔 지면이 모자랄것 같고 각각의 카드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만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카니자 삼각형에서는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라고 생각되어지는 '창의성'을 가지고 창조적 사고를 하는 지성인으로 거듭나자고 촉구하고 있고, 물음느낌표에서는 항상 매사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임할것을, 개미의 동선에서는 뚜렷한 생의 목표의식을, 오리-토끼 편에서는 지식과 진리의 양명성에 대한 열린 사고를 강조하는 듯하다. 그 외 매시 업에서는 경계를 해체하고 통합하여 상보적으로 수직 상승하는 발전을, 연필의 단면도에서는 균형잡힌 사고를 지닐것을 강조한다. 여러가지 중복되는 느낌은 있지만 빈칸 메우기, 지의 피라미드, 둥근 별 뿔난 별등의 카드로 목표, 창조, 세계화, 학문 즐기기등의 가치에 대해 논하고 있다.

 


각각의 챕터마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수많은 이론과 사례들을 차용하여 얘기를 풀어 나가고 있어 주제가 가진 무거움에 비해 꽤나 술술 재미있게 잘 읽히는 편이다. 특히 세번째 카드인 개미의 동선편에 나오는 실수나 우연을 통한 창조성 '세렌디피티'에 관련된 페니실린을 발명한 알렉사던 플레밍 박사와 윈스턴 처칠과의 운명(?)적인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워 읽는 재미를 더 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88만원 세대로 표현되는 갑갑한 현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그 열정과 창의력을 마음껏 펼칠 환경조차 만들어 주지않고 듣기좋고 이상적인 원론적 이야기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 책을 혹평했던 누리꾼들이 상당히 많았다.물론 그러한 의견과 비판에 대해 필자도 공감하는 면이 없지않아 있긴 하지만. 글쎄다. 이렇게라도 내가 관통해온 그 시절에 내게 그런말을 건네준 사람이 있었던가.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런 이들이 무수히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본인 스스로가 그런 이야기들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가며 그렇게 그 시절을 아무생각 없이 지나쳐온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아쉬움으로 인해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꽤 괜찮게 받아들인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비록 원론적인 이야기긴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사회'란 곳의 치사하고 아니꼽고 더러움을 알아차리기 전에 그 학문을 향한 순수함이 남아있을때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수많은 이론들이나 책들을 가장 학생다운 지적 호기심으로 스스로 공부해보는 계기로 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지싶다. 술마시고 나이트가서 노는것 보다는 좋지 않겠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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