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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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

 

 

 

내가 젊은 베르테르를 처음 만났던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사랑이란 감정이 내 안에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사랑에 관한 충고에서 부터였던 것 같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신건지 당시의 정확한 정황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더랬다.

 


'모름지기 사랑을 하려면 베르테르가 로테를 그리듯 그렇게 해야지..'

 


그래서 난 아버지의 서가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책을 처음 접했었고 그 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서야 그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필자가 태어나기 딱 200년 전이던 1774년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스물 다섯에 썼던 이 책은 익히 모두가 다 알다시피 남편이 있는 여자를 짝사랑한 한 사나이의 슬픈 이야기이다. 실제로 샤로테 부프라는 여인을 사모하였던 괴테 자신의 연애 체험이 주된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열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여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한 그 비밀스럽고도 답답한 마음이 절친한 벗에게 보낸 편지들에 잘 나타나 있다. 때로는 지고지순하게 그리고 때로는 그녀의 어린  동생들부터 자기편으로 만들어 놓는 치밀함을 발휘하면서.

 


7월 19일

 

"그녀를 만나자!"

아침에 일어나서 화사하고 아름다운 태양을 우러러보며 나는 소리친다.

"그녀를 만나자!"

그러고 나면 나는 온종일 그것 이외에는 아무런 소망도 갖지 않는다.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소망 속에 삼켜져버리고 만다.

 


이렇듯 베르테르에게 로테는 살아가는 이유였지만 내 것이 될 수 없기에 지켜보는 이는 한없이 여웁다. 지금으로 치면 여자친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전혀없는 관심일촌을 대하는 느낌일게다. 끊임없는 베르테르의 노력과 정성으로 둘 사이는 무척 가까워 지고 좋은 친구 내지는 지인의 사이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그러면 뭐하나. 결국 결혼은 알베르트와 같이 자기보단 훨씬 멋진이와 할 예정이라는데. 전지현과 로테의 공통점은 둘 다 만질 수 없는 것이다란 상황아닌가. 그저 이렇게 바라볼 수만 있어도,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공기를 나눠 마실 수만 있어도 좋은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 네가 정말 예뻐란 말을 하려해도 스스로가 그런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자격있는가 반문해보는 순간의 안타까움. 좋은 사람으로 끝까지 남아야할까 아니면 내 마음을 한번이라도 표현해봐야 할까에서의 끝없는 갈등.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외사랑은 지켜보는 나조차도 가슴 아프게 했다.

 


결국 베르테르는 저지르고 만다.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 그 외사랑의 종지부를 찍는다. 그가 마지막으로 느낀것은 건네진 권총에 남아있는 로테의 온기였고, 마지막으로 한 말은 안녕 로테, 영원히 안녕이었다.

 


이 소설이 발표되고 많은 젊은이들이 베르테르를 따라했다고 한다. 그의 옷차림에서 부터 사랑에 상처입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까지.. 당시 개인의 감정과 자유분방한 행동을 존중하였던 슈트룸 운트 드랑 즉 질풍노도의 시대 사조에 따라 이 작품은 더욱 각광받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질풍노도의 시기에서 마지막을 선택했던 한 사나이. 왜 꼭 그 길을 택해야만 했었나란 아쉬움이 크지만 쉽게 만나고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고 쉽게 잊어버리는 지금 우리네의 그것이 가진 가벼움에 비해 진정 한사람을 '죽도록' 사랑한다는 것은 어떠한 것인지를 돌이켜 보게 한다.

 


세월은 많이도 흘렀지만 그 이야기가 못내 가슴아파 아마 가까이 있었다면 난 그 친구에게 이런 조언을 했으리라.

 


'베르테르야.. 와인 미팅이라도 가지 그랬어.. 그 곳은 만남의 막장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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