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구의 맨발의 재테크 - 맨몸 하나로 뛰어온 촌놈 조영구의 꿈과 재테크 이야기
조영구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한 촌놈의 이야기

 

 

 

조영구씨에 대해선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호감도 아니고 비호감도 아닌 그저 소 닭보듯 하는 입장이었는데 이 책을 보니 어 이사람 좀 멋진걸 하는 생각부터 들었더랬다. 조영구씨의 성공스토리는 일전에 TV를 통해 본 기억이 난다. 가장 기억에남았던 것이 '사람'이 최고의 재산이라 생각하고 휴대폰 전화목록에 항상 999명을 꽉 채워 다니며 경조사에 최대한 참석한다던 모습.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었다. 아 저사람 세상 좀 제대로 살 줄 아는 사람이로구나라고. 그렇게 참 특별난것없어보이고 잘난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 최진실씨 마저도 조영구면 무조건 인터뷰 하겠다던 대한민국 최고의 리포터가 될 수 있었던 사실은 연예인 사건사고 리포터라는 방송가의 틈새시장을 일찌감치 개척한 그의 빨랐던 판단 때문이었겠구나란 막연한 생각만 했던것 같다. 그렇게 수다스러운 동네 아줌마 같은 아저씨, TV 나오는 사람치곤 참으로 촌스런 외모에 이름마저 영구인 촌놈의 이미지. 그게 다였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단다. 책제목엔 버젓하게 '재테크'란 말이 들어간다. 알고보니 그 촌놈 조영구가 집값 비싸기로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이 우리나라 대한민국 '위대한' 서울특별시에, 아주 필자가 집때문에 한이 맺히게 만든 그 특별한 동네 서울특별시에 자기 명의로 된 아파트가 두 채라고 한다. 그게 30억이라고 한다. 잘나가는 연예인들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지만 필자와 같은 월급쟁이 서민입장에선 그야말로 입에서 '억'소리가 서른번 나올 액수아닌가. 아마 가까이 있었다면 관심일촌이라도 맺고팠을 것이다. 필자는 보다 현실적인 재테크 서적을 찾던차에 이 책을 보게되었다. 조영구란 인물이 가진 만만한 이미지도 한몫했던 듯 하다. 영구도 했다는데..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던 촌놈 조영구. 어린시절 영구 어린이는 자신이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조용필씨와 같은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가 되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가수를 꿈꾸던 동네형의 '가수가 되려면 목에서 피가나올만큼 연습하라'는 조언을 철썩같이 믿고 참 무식하게 한달동안 달천강에서 노래부르고 소리 질러서 목에 피가 나오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지금과 같은 크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질 순 있었지만 가수는 될 수 없었다. 단지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를 참가하겠다는 일념으로 없는 형편에 대학엘 진학하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상경하여 가야금 공장, 석재 공장등에서 학원비를 벌고 근로장학생으로 주경야독한 결과 충북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요제에선 번번히 낙방하고 군대를가고 제대를 해서 학교를 다니던 중 사람들앞에 부끄러움 없이 잘 나서던 성격으로 여러 행사의 사회를 아르바이트삼아 봤었는데 그 실력은 신통찮았다. 그러던중 교수님의 소개로 영구 청년은 자신의 멘토가 된 김병찬 아나운서가 자신의 모교 선배임을 알게되고 김병찬 아나운서를 공식적으로 학교에 초청하기 위해서 학생회장이 되었다.

 


김병찬 아나운서와의 만남은 그 후 그의 진로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막연하기만하던 가수이 꿈을 잠시 접고 방송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김병찬 아나운서를 따라다니며 방송국 생활을 시작한다. 온갖 프로그램의 잡일을 도맡아하며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촌놈 특유의 묵묵하게 밀고 나가는 우직함으로 그 성실함을 인정받아 몇몇 프로그램도 하게되고 막내작가 노릇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나운서는 물론 개그맨, MC, 텔런트 등등 TV에 나올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모든 시험에 응시하여 13번 낙방끝에 드디어 SBS 전문MC 1기로 뽑히게 되었다. 그렇게 한계단 한계단 밟으면서 '한밤의 TV연예'의 성공과 더불어 연예인 사건사고 전문 리포터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며 부와 인기를 어느정도 누리게 되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 때 세상이 다아는 연예인 X파일 사건이 터지고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되었다. (이 사건의 유출 경위에 대해서는 잘 해명이 되어있는데 필자는 '연예인'이란 존재를 원체 싫어하는 편이라 그전에도 별로 신경안쓴 편이었다.)그리고 피땀흘려 모았던 돈 10억을 주식에 투자해 3억 5천을 홀라당 날려먹는다. 참 바람잘날 없는 촌놈의 인생이다.

 


여기까지가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재테크 얘기는 언제 나오나?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눈을 크게뜨니 책 한구석에 조영구씨가 적어 놓은게 보였다. 저도 재테크 어떻게 하는지 모릅니다라고. 그저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고 청약저축 들었고 분양있을때마다 한번도 안빼먹고 꾸준히 넣어서 결국 당첨되고 그 중도금 넣을라고 또 뼈빠지게 일하고 그러던중 동생이 1가구 2주택에 해당안되는 용산에 뭐 어떤 아파트 나왔다고 그래서 6시간 줄서서 그거 넣었는데 그게 또 운좋게 4천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고 그 분양권 3천만원에 팔라는 유혹 뿌리치고, 더 뼈빠지게 일하면서아파트 두군데 중도금 다 물고 그래서 결국 아파트 두채되고 그 아파트값이 올라서 30억이 되었다는 스토리다.

 


돈에 관해서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참 그럴만도 하다. 귀얇고 소심해서 주식에서 못 헤어나오며 병나고 잠못자고, 사람만 좋고 정이많아 기타 여러가지로 사기당하고 참 안습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재테크책이 아니다. 하지만 돈으로 인해 서러운 일을 당해본 기억이 있는 사람. 가진것이 없다는게 컴플렉스가 되어 본적이 있는 사람. 필자처럼 혼자 상경해서 (물론 서울사람이 다그런건 아니고 일부인) 서울 깍쟁이 서울 여우들에게 연일 쌍코피 터지고 있는 순진한 촌놈들. 그래도 삶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않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튼튼한 몸뚱아리가 전재산인 우리 서민들을 위한 '인생의 재테크' 책이다.

 


문득 최근에 알게 된 나랑 배변방식이 다른 한 친구가 술자리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난 니가 서울 남자같지 않고 순진해서 맘에든다고, 그런게 걱정스럽지만..' 그게 또 우리 촌놈들의 매력이 아니었던가. 우리도 할 수 있다. 포기하지 말자. 우리도 영구처럼 일 열심히 하고 놀고 싶은것 참고 허세 부리지 말고 아껴쓰고 10만원 20만원씩 모아서 아파트 나올때마다 집어넣고 당첨되면 주식하지 말고 양주먹지 말고 또 중도금 뼈빠지게 다 넣고 집사자. 그러면 조영구씨처럼 마흔이 넘어도 장가갈 수 있다.

 


아아.. 이 얼마나 희망찬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