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기 초부터 시험에 찌들어 정신 못차리고 있는 쥰입니다.ㅠㅠ
천만 다행으로 어제 셤이 끝나서 그나마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무려 3시간 30분에 걸쳐 1000문제를 봤지요. 쿨럭~ ㅠ_ㅠ)
하지만 조금 늦어지던(과연 조금 늦은건지...;;) 어김없이 쥰의 향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녀석은 이세이 미야케의 '로딧세이 뿌르 옴므(L'eau d'Issey pour Homme)' 입니다. 어느 독자분께서 신청을 해주셨는데 마침 남자향수를 소개할 때가 되어서 선정해봤습니다.(신청해주신 독자분님!! 너무 늦게 소개해드려 죄송합니다.) 로딧세이 옴므는 제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자주 애용하는 향수입니다.(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로딧세이 뿌르 옴므와 Ck one, 그리고 겐죠, 불가리 옴므와 같이 보낼 생각입니다.^^;) 다른 향수에서 느껴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향수죠.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 향수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 쥰이가 약간이나마 로딧세이 뿌르 옴므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로딧세이 뿌르 옴므(이하 '로딧세이 옴므')는 1993년에 이세이 미야케와 시셰이도(Shoseido), 그리고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가 탄생시킨 우디 아쿠아 계열의 남자 향수입니다. 로딧세이 옴므를 런칭하기 2년전에 이미 로딧세이(여성용)을 런칭 시킨바 있는 이세이 미야케는 그의 남자향수를 런칭시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성향수에서 보여준 자신만의 향수 철학인 동양의 음과 양에 대하여 유감 없이 표현하였죠. 그 결과 남성의 힘과 감수성을 표현한 동적이고 반체제적이며 독창적인 향수를 창조해 냈습니다. 독립적이고 자신감 있고 여유 있는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특성을 지닌 남성을 위한 향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물과도 같이 상쾌하고 잔잔하면서도 신선함이 지속되는, 고전적인 남성향수의 틀을 깬 새로운 세련된 향의 향수입니다.
로딧세이 옴므의 인기를 반영하듯 1996년도에 향수업계의 최고 상인 FiFi Award를 수상하였습니다.
향수 용기 또한 로딧세이 옴므의 역동적이고 반체제적인 이미지와 잘 어울립니다. 최소한의 선과 매끈하게 디자인된 불투명용기, 그리고 메탈릭한 뚜껑은 동시대적 향수의 감성에 대한 반항을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탑노트 : 일본 밀감, 베버나, 상록수, 사이프러스, 코리앤더, 박하
미들노트 : 계피, 너트멕, 사프론
베이스노트 : 제라늄, 키프리얼, 샌달우드, 베티버, 타바코 노트 , 앰버
첫 펌핑을 하면 우선 시원하고 조금은 차분한 시트러스의 향이 전해집니다. 시트러스 노트와 마린 노트의 시원함은 상당한 청량감을 줍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상큼함은 조금은 차분한 상큼함입니다. 로딧세이 옴므의 탑노트의 향은 Ck one이나 흔히 불가리 옴므와 많이 비교 되는데, 제가 느낀 Ck one과의 차이는 Ck one보다 로딧세이가 차분하다는 것입니다. Ck one의 경우 상당이 캐쥬얼적인 느낌이 나는 반면 로딧세이 옴므의 경우는 성숙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불가리 옴므와 비교했을 때 느끼는 차이점은 불가리 옴므의 경우는 따뜻한 시원함 즉 럭셔리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시트러스인 반면 로딧세이는 약간은 샤프하면서 냉철함 그리고 액티브한 느낌이 느껴지는 시원함이라는 것입니다. 날씨에 비유하자면 약간 구름 껴서 살짝 흐린 날씨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시트러스 계열 향수의 탑노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향수 중 하나 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미들로 오게되면 스파이스 노트의 알싸함이 납니다. 스파이시 향이 약간은 강하게 느껴지지만 탑의 마린 노트가 약간 남아 훌륭한 조합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 느낌은 성숙한 남자의 샤프함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아무튼 스파이시 함이 굉장히 개성있게 느껴집니다. 일반적인 남자 향수의 스파이시 노트(강렬한 진져 향같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네요. 너무 튀지는 않지만 개성이 넘쳐흐르는 로딧세이의 미들노트는 다시 한번쯤 손이 더 가게 만들어줍니다. 혹 어떤 분들은 개성이 워낙 강해서 쓰기가 부담스럽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런 개성이야 말로 로딧세이 옴므의 매력이 아닌가 싶네요.
베이스 노트의 향 또한 굉장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촉촉한 느낌이나는 듯 합니다. 흐린 날씨에 떨어지는 비속을 걷는 성숙한 남성의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물론 시트러스 노트의 느낌도 남아있고, 스파이스 노트도 어울어서 굉장한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샌달우드나 앰버가 사용되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시원함에 무게 감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자칫 시트러스 계열 향수에서 잃어버릴 수 있는 샤프함과 성숙함, 그리고 액티브함의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말 탑부터 미들 베이스 노트까지 개성이 넘치고 균형이 잘 잡힌 것 같습니다.
추천 연령대는 20대 중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의 남성분입니다. 이 녀석의 경우 20대 중반 미만분들이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가는 성숙한 향수입니다. 아무래도 스포티함이나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에는 조금 그 성격이 다른 녀석이죠. 한마디로 굉장히 개성이 강한 향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런 강한 개성 때문에 스타일을 잡을 때도 부드러운 느낌의 니트 나 면 티보다는 드레스 셔츠나 차분한 셔츠가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이 녀석의 경우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은근히 아시는 분들 중 특히 개성과 매력에 반하신 여성분들이 사용하시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이 녀석을 사용하는 여성분은 본적이 없습니다. 물론 남자도 딱 한 명 봤습니다. 자칫하면 본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개성이 강하신 분들이 이 향수를 많이들 선호하시는 것 같으니 본인이 개성이 강하다고 생각되시면 한번쯤 사용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가장 추천할 만한 계절을 꼽으라면 물론 여름입니다. 하지만 여름 중에서도 장마철 여름을 가장 추천하고 싶네요. 왜냐구요? 로딧세이의 느낌은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시원함을 주지만 전반적으로 흐린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마철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물론 여름에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더워지기 시작하는 늦봄, 그리고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초가을도 무방할 듯 합니다.
사용 시 주의하실 점은 이 녀석은 굉장히 강한 개성을 지닌 녀석이라서 꼭 시향을 해보시고 사용하시는 것입니다. 또한 향수가 약간은 독하기 때문에 3~4번 정도 펌핑하면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